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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7화

주재상과 희상궁의 재회

원경릉이 예를 취했다.

주재상이 들어가 문을 닫았다.

희상궁이 침대에 앉아 주재상 머리의 백발을 보고 흠칫하다가 마음이 아려 와서, “당신……”

주재상이 옷자락을 날리며 침대 옆 걸상에 앉아 조용히 그녀와 마주 보고 있다.

주재상이 웃으며 손을 뻗어 희상궁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기 앉아서 당신을 볼 수 있다니 이거 기분 진짜 좋은데.”

희상궁이 낮게 쉰 목소리로, “그러게요, 살아있어 정말 좋네요.”

“당신도 나도 늙었어, 살 날도 얼마 없는데 이렇게 낭비하면 안돼.” 주재상이 말을 하며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더니 희상궁 앞에 슬쩍 놓는다.

희상궁이 뭔가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곰팡이 슨 흔적이 있는 자수 쌈지다.

그녀가 웃으며, “당신 아직 가지고 있었어요?”

“그럼, 실이 빠지고 곰팡이도 좀 폈어, 빨아도 안 지워지더라고. 어쨌든 소년 시절의 물건은 특별하니까 몸에 간직하고 있었지. 생각해보니 나중에 순장품으로 관에 들어갈 때도 같이 가져 가게 될 것 같은데.”

희상궁이 웃는데 눈가가 발그레하게 풋풋해졌다.

“날 미워했어요?” 희상궁이 물었다.

주재상이 잠시 생각하더니, “미워해? 당신 마음을 짓밟아 죽이기까지 했지만 난 억지로 강행할 수 없었어, 나중에 당신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알았지, 이렇게 한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만약 당신이 시집을 왔으면 1년이 못 돼서 죽었을 게 틀림없어. 이 세상엔 그렇게 모질고 독한 사람이 있더군.”

희상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 그때 죽는 게 두려웠어요.”

주재상이: “죽는 걸 무서워해 주길 잘 했어. 너와 결혼하지 못했지만 하여튼 난 네가 궁에 있다는 것을 알고, 네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봐, 이생도 다 끝나가잖아, 우리 둘이 각자 잘 지내온 것만으로도 행운이었어.”

주재상은 넋을 놓고 희상궁을 쳐다보다가 살살 고개를 흔들며, “있잖아, 당신은 이렇게 늙었는데 내가 당신을 보면 왜 항상 예전 얼굴로 보이지?”

“그래요, 못 봐줄 거예요. 내 한창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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