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577화

작가: 유애
주재상과 희상궁의 재회

원경릉이 예를 취했다.

주재상이 들어가 문을 닫았다.

희상궁이 침대에 앉아 주재상 머리의 백발을 보고 흠칫하다가 마음이 아려 와서, “당신……”

주재상이 옷자락을 날리며 침대 옆 걸상에 앉아 조용히 그녀와 마주 보고 있다.

주재상이 웃으며 손을 뻗어 희상궁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기 앉아서 당신을 볼 수 있다니 이거 기분 진짜 좋은데.”

희상궁이 낮게 쉰 목소리로, “그러게요, 살아있어 정말 좋네요.”

“당신도 나도 늙었어, 살 날도 얼마 없는데 이렇게 낭비하면 안돼.” 주재상이 말을 하며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더니 희상궁 앞에 슬쩍 놓는다.

희상궁이 뭔가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곰팡이 슨 흔적이 있는 자수 쌈지다.

그녀가 웃으며, “당신 아직 가지고 있었어요?”

“그럼, 실이 빠지고 곰팡이도 좀 폈어, 빨아도 안 지워지더라고. 어쨌든 소년 시절의 물건은 특별하니까 몸에 간직하고 있었지. 생각해보니 나중에 순장품으로 관에 들어갈 때도 같이 가져 가게 될 것 같은데.”

희상궁이 웃는데 눈가가 발그레하게 풋풋해졌다.

“날 미워했어요?” 희상궁이 물었다.

주재상이 잠시 생각하더니, “미워해? 당신 마음을 짓밟아 죽이기까지 했지만 난 억지로 강행할 수 없었어, 나중에 당신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알았지, 이렇게 한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만약 당신이 시집을 왔으면 1년이 못 돼서 죽었을 게 틀림없어. 이 세상엔 그렇게 모질고 독한 사람이 있더군.”

희상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 그때 죽는 게 두려웠어요.”

주재상이: “죽는 걸 무서워해 주길 잘 했어. 너와 결혼하지 못했지만 하여튼 난 네가 궁에 있다는 것을 알고, 네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봐, 이생도 다 끝나가잖아, 우리 둘이 각자 잘 지내온 것만으로도 행운이었어.”

주재상은 넋을 놓고 희상궁을 쳐다보다가 살살 고개를 흔들며, “있잖아, 당신은 이렇게 늙었는데 내가 당신을 보면 왜 항상 예전 얼굴로 보이지?”

“그래요, 못 봐줄 거예요. 내 한창때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578화

    주재상 공개재판을 연 증조마님주씨 집안은 여전히 뒤흔들리고 있었다.주재상의 정실부인인 주 노마님은 스스로 월미암으로 가길 원해서 옮기셨으나, 증조마님은 오히려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증조마님은 주씨 집안이 정돈되는 것에 화가 치밀어 그녀가 이 저택에서 이런 식으로 권력을 뺏긴다고 생각하니 용납할 수 없었다.그래서 증조마님은 주씨 집안 연장자를 소집하기에 이르렀고, 주씨 집안 어른들이 모여 다같이 주재상을 ‘공개재판’하게 되었다.주씨 가족 모두는 증조마님을 존경과 숭앙해 마지 않는다.그녀는 젊었을 때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전 집안의 안 살림을 손에 쥐고 어느 집에 문제가 생기면 나타나서 한 방에 평정하곤 했다.경성에서 정실 황후의 큰 딸인 공주도 감히 증조마님의 위세를 따라올 수 없었다.그런 증조마님은 잘못을 감쌌다.주씨 집안 사람이면 증조마님의 직계든 아니든 무조건 감싸줬다.주씨 집안이 무슨 일을 일으키든지 그녀가 전부 싸고 돌았다.몇 년 전에 인간이 덜 된 손자가 있었는데 밖에서 사람을 때려죽여 상대가 관가에 고발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증조마님이 나서서 제압하더니 한 푼도 배상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맞아 죽은 사람의 가족이 주씨 집안의 체면을 상하게 했다며 와서 사죄까지 하게 만들었다.이 사건은 관가에 가지 않고 피해를 입은 사람 가족은 죽은 사람이 재수없게 자기가 넘어져서 죽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으며, 야반도주로 경성을 떠났다. 주씨 집안의 보복이 두려워서 였다. 이 일은 철저하게 이루어져 밖에는 당연히 한마디 소문도 새어 나가지 않았다.증조마님은 영예를 즐기는 사람이다. 집안 자식과 조카에게 절을 받고, 매년 생일 주부로 돌아와 바닥에 무릎 꿇은 시커먼 사람들의 무리와 그들의 입술이 모두 한결같이 증조마님의 만수무강을 비는 것을 듣고, 기쁨과 희열을 느꼈다. 증조마님의 한창때는 영화로웠고,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에 둘러 쌓여 지내는 게 익숙해서 비록 월미암에 있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경성의 귀부인들

  • 명의 왕비   제 579화

    주재상의 선포주재상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봤다. 방금 들어 올 때 그렇게 열렬하게 비난을 퍼붓더니 지금 그가 자리에 앉자 아무도 말이 없다.주재상이 증조마님을 향해, “어머님 이 일 참 잘 하셨습니다. 모두를 오라 하셔서 제가 사람을 시켜 통지하는 수고를 덜었으니 말입니다. 마침 여러분들 앞에서 몇 마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증조마님은 여전히 노한 얼굴로 주재상의 말을 듣고 언짢은 기분이 들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서둘지 마라,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너보다 연장자이니, 저분들의 말씀부터 들어라.”주재상은 두 손을 소매 속에 넣고 냉정하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몇 마디 안되고 오늘 여러분 모두 무슨 노소와 귀천 따위 따지지 않으실 겁니다. 앉아서 말씀하시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도 저보다 백발이 많지는 않군요. 누가 편히 지내고 누가 용을 쓰고 일하는지 일목요연 합니다. 오늘부터 주씨 성을 가진 자손이면 조정에서 직임을 맡을 시 반드시 다른 관원들과 같이 이부의 심사를 받을 것이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일률적으로 걸러내 사직서를 받고 쫓아낼 것으로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대청 사람들이 전부 냄비에서 물이 끓어 넘치듯 했다.주씨 집안의 분가마다 조정에 직임을 맡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나라를 짊어질 만한 대들보, 즉 진정 재능이 있는 자도 적지 않다. 당연히 이 사람들은 모두 주재상이 선발한 것으로 주씨 가문이란 나무의 큰 몸통이 그래서 이렇게 뿌리를 깊이 박을 수 있는 것이다. 노마님의 좋은 게 좋은 거란 싸고돌기 때문이 아니고 주재상의 실력 때문에 지금의 주씨 가문이 번성한 것이다.하지만 주씨 집안의 일부 관원은 자리만 차지라고 국록을 받아 먹고 있는데, 커다란 각 관아에 공무를 핑계로 약간의 명성과 권력에 기대 봉록은 도리어 적지 않게 받아 먹는다.주재상 밑에도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이 모든 것은 증조부인이 제멋대로 원칙 없이

  • 명의 왕비   제 580화

    주재상과 어머니의 독대증조마님은 오늘 존귀하게 차려 입고 있었는데, 금은사를 엇갈리게 해서 자손 번성을 비는 박쥐 도안 구름무늬 비단 의상을 입고, 목에는 둥글고 광택이 좋은 귀한 진주목걸이를 걸었는데 이 진주는 궁중의 태후가 한 것보다 알이 굵고 둥글며 윤이 났다. 이는 증조마님의 위치가 태후 소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만의 표시다.증조마님의 앉은 품세는 여전히 단정하고 고귀하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는 뒤로 젖히고 목은 길게 늘인 채 두 손은 의자 팔걸이에 놓여 있는 것이, 그렇게 단아하고 장중한 자태로 흐릿한 문밖을 바라는데 눈빛이 막막하다.그런데 주재상의 두 손은 소매속에 숨겨져 있어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장기 두는 사람을 지켜보는 동네 노인 같은데 등은 약간 굽었고, 어깨는 처졌는데 눈빛만은 형형해서 역시 바깥을 보고 있다. 바깥에 어떤 귀신이 있던지 감히 숨을 수 없는 그런 눈빛이다.“너는 어째서 네 어미를 이리 대하느냐? 나는 너를 양육하고 길러냈는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 불효하는 것이냐?”결국 증조마님이 먼저 입을 열었는데 원한이 가득하다.“불효라?” 주재상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증조마님에게, “지난 세월간 아들이 충분히 효도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가 말씀 하시는 대로 아들이 다 했습니다. 그동안 바람이 필요하면 바람을 얻고, 비가 필요하면 비를 얻으셨지요, 매일 왕래한 식객만도 열이 넘고 어머니의 존귀와 영예에 뭐 하라도 부족한 적이 있으셨습니까?”증조마님이 냉소를 지으며,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네가 준 게 아니야.”“제가 만들어 드린 게 아니면 누가 드렸습니까? 당신은 바깥사람이, 주부의 사람이 전부 당신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고 생각하는 줄 아십니까?” 주재상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넌 어미에게 보복하고 있어, 세상에 너 같은 아들은 없어.” 증조마님이 열 받았다.주재상이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보복하는 거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 없었어요.”“그럼 왜 이러는 거냐?” 증조부인이 주재상을 보고 실망한 듯 고

  • 명의 왕비   제 581화

    월미암으로 떠나는 증조마님“이 양심도 없는 놈!” 증조마님이 비명을 지르고 얼굴 피부가 부들부들 떨리며 격분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주재상은 저주와 비난소리 속에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다음날 이른 아침, 막 동이 트자 사람이 증조마님 대신 짐을 싸서 마차에 싣고 그녀를 월미암으로 돌려 보내려 했다.증조마님은 통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한걸음 씩 걸어 나왔다.증조마님은 아직 어젯밤 입었던 옷을 입고 있고, 그녀는 존귀한 군주다.하지만 얼굴은 이미 말라 비틀어진 것처럼 걸음도 제대로 걷질 못했다.그녀는 연신 욕을 퍼붓고 마음 속엔 원한으로 가득했다.입구에서 증조마님은 그 불효자와 마주쳤다.마음속의 모든 분노가 폭발해 따귀를 때리며 성난 목소리로: “네가 죽어서 저승에 가면 무슨 낯짝으로 조상을 뵙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볼 것이다.”주재상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피식 웃으며, “아들 된 도리로 어머니를 평생 존귀함과 영예를 누리게 해드렸는데 제가 왜 조상을 뵐 면목이 없겠습니까?”“넌 딴 생각이 있어서야, 넌 분명이 계속 날 미워 했어, 지난 세월 말을 듣는 척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날 조금도 거역한 적이 없는 건 딴 생각을 품고 있어서 라고!” 증조마님이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맞아요!” 주재상이 싸늘하게 증조마님을 보며, “왜냐면, 당신이 아직 안 죽어서 사람을 부릴 수 있고 저는 그녀 곁에 있을 수 없으니 그녀를 지키려면 당신이 시킨 일을 고분고분 들어야 했죠. 이젠 그럴 필요 없어요. 왜냐면 오늘부터 전 그녀 곁에 있을 거니까요,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나 두고 봅시다.”“너……너……”증조마님은 입을 몇 번 벙긋거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못했다.통상궁이 증조마님을 부축하고 울며: “그만 하세요, 저희 돌아가요, 군주마마.”주재상이 말을 끌고 아랫사람에게 분부하길, “증조마님을 월미암으로 모셔다 드려라.”주재상이 돌아서 말을 달리는데 마음속에 드리웠던 오랜 안개가 한 방에 걷힌 기분이다.그렇다, 오늘부터 주재상은 그녀 곁에 서서

  • 명의 왕비   제 582화

    돌아온 제왕과 원용의, 이를 본 주명취제왕부.제왕은 이미 이틀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주명취는 매일 엄마 생각에 울고, 제왕이 자신을 홀로 둔 박정함에 울고 내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어긋나게 되었나 한탄하며 울었다.각종 달갑지 않던 것이 한방에 폭발한 것이다.그래서 제왕이 마침내 돌아왔을 때 주명취는 뛰쳐나가 제왕을 가로 막았다.그녀는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라 눈은 실처럼 가늘다. 주명취 입장에선 요 며칠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제왕이 가장 필요한 순간, 그는 자리에 없었다.이런 원망과 슬픔 때문에 제왕이 그녀 앞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분노가 끓어올라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제왕의 따귀를 때리며 일갈하길: “당신은 어떻게 저를 이렇게 대하실 수가 있나요?”제왕은 그녀의 거의 흉악하기까지 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친 모든 추악함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순간 제왕은 주명취의 따귀를 때리고 픈 참을 수 없는 충동마저 느꼈다.하지만 제왕은 여자를 때리지 않으며, 더욱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은 때릴 수 없다. 그래서 제왕은 아무 말없이 차갑게 그녀를 바라봤다.주명취가 제일 먼저 터트린 말은, “제가 당신에게 아직 더 잘해야 하나요? 제 온 마음은 당신 하나였기에 당신에게 시집왔어요, 제가 뭘 희생했는지 알죠? 제가 뒤에서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당신은 은혜를 고마워할 줄 몰라요, 당신은 정말로 은혜를 몰라요, 우문경,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제왕 뒤에서 천천히 머리 하나가 나왔는데 그 동그란 얼굴은 입장이 매우 난처한 모양이다. 난감하네.왜 요즘 계속 이러지? 다른 사람 싸우는 거 듣지 싫은데 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걸까?오늘 제왕이 초왕부에 갔다가 원용의가 초왕부에 있으며 희상궁이 치료하는 것에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말에, 바로 데려오려고 하니 원용의가 초왕비 언니 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짐을 챙겨 제왕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원래 같이 들어오

  • 명의 왕비   제 583화

    주명취를 단단히 혼내는 원용의주명취는 맞아서 정신이 없고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원용의 손에 자수 꽃신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너 신발바닥으로 날 때린 거야?”주명취는 정신이 확 들면서 비통하고 실망스럽게 제왕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하소연하며, “쟤가 날 때리는 걸 당신은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원용의는 제왕이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불붙은 대포처럼 분노해서: “왜? 네 얼굴에만 금칠 했냐? 너는 날 때려도 되고 난 너 때리면 안돼? 무슨 근거로 모든 사람이 너한테 져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넌 너 자신 좋아하고, 네가 꼴리는 길 가, 그런데 너한테 맞고, 널 위해서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개새끼가 나는 아니야. 네가 어떤 사림인지 똑똑히 봐주지, 자존심은 하늘보다 높은데 팔자는 백지장보다 얇고 조금도 억울한 걸 못 참으니 원. 진짜 이렇게 야심이 가득하다니 기왕비한테 좀 배운 모양인데, 기왕비는 어쨌든 수년간 계획하고 일을 꾸미는데 엄청난 은자를 지불하고 심혈을 기울였어, 기왕비가 지금 절반이상의 세력과 인맥을 확보한 건 그녀가 쟁취한 거라고, 그런데 넌 뭘 했는데? 제왕전하에게 태자 지위를 쟁취해 오라고 요구만 해댔지 그를 위해 뭘 계획하고 준비한 게 있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제왕전하를 위하고 그를 위해 희생했다고 지껄이는데 초왕비 자리 희생한 게 다잖아? 내뱉는 대로 희생했다고 하면 그게 귀한 줄 몰라, 너 초왕비 자리 안중에도 없었으면서 희생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주명취는 원용의에게 통렬하게 혼이 나더니 열 받아 거의 넘어갈 지경으로 제왕을 노려보며, “쟤가 있으면 난 없을 줄 알아요, 이 자리에서 얘기해 봐요.”제왕이 원용의를 제지하고 화를 내며: “됐어, 입 다물어!”원용의는 한 팔로 제왕의 손에서 벗어나며, “저 막지 마세요, 당신이 오늘 저 여자를 편애해서 싸고 돌면 당신도 때릴 거야.”제왕은 본래 원용의가 초왕비 얘기를 꺼내는 탓에 열 받아 막은 것인데, 원용의가 악귀처럼 제왕도 때리겠

  • 명의 왕비   제 584화

    열덕주점에서 만난 주명취와 우문호주명취는 울면 울수록 마음이 아파 점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결국 시녀에게 화장과 옷시중을 들게 하고 두껍게 화장을 해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더니 외출 할 것이라며 가마를 대령하게 했다.그때 우문호는 퇴근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왔다.막 입구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붙잡는다.우문호는 말을 멈추고 그 사람을 보니 행수 복장에 얼굴이 약간 낯이 익은지라 아마도 열덕주점(悅德酒館) 행수 같아 묻길: “무슨 일이지?”행수가 예를 취하며 앞으로 나와, “소인 초왕 전하를 뵌 적이 있습니다. 구사라는 작은 나리께서 소인에게 여기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하시며,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모셔 오라고 긴한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구사가?” 우문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구사 이 자식 낯에 당직 아닌가?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출궁 했다고? 출궁 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가? 썩었 구만, 썩어빠졌어.“예,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께 꼭 오시라고 청하셨습니다.” 행수는 계속 예를 취하며,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가서 내가 일이 있어 가지 않는다고 알려라.” 초왕이 말했다.행수가 서둘러: “전하, 구사 나으리께서 전하를 위해 20년된 여아홍(女兒紅)을 가져오셨으니 꼭 가셨으면 합니다.”우문호는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자신이 말 잘 듣고 착한 남편으로 일찍 돌아와 아내와 같이 있고 싶어하는 걸 잘 알면서 술을 마시자고 불러 내다니, 이런 나쁜 친구는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하는 김에 술도 몰수해야 한다.못 된 녀석, 20년된 여아홍을 입수했으면 진작에 알렸어 야지, 어쩐지 출궁 하자마자 마신다 했다. 이렇게 좋은 술을 구했으면 당직이 아닐 때 마시면 되는데 구사의 인내력에 탄복했다.우문호는 발로 말의 배를 차며 호기롭게: “길을 안내해라.”행수가 우문호를 모시고 열덕주점으로 가자 입구에서 누가 우문호의 말을 대신 끌고 가고 우문호를 사랑으로 안내했다.우문호가 들어가자 문이 잠겼다.방안에는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 명의 왕비   제 585화

    우문호에게 애원하는 주명취주명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오로지 우문호를 바라보며, “이미 제왕에게 이혼하자고 했어요, 계속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알아요 당신은 이미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는 걸요. 아무리 제왕이 나에게 잘해 줘도, 나도 우리의 옛날을 잊을 수가……”우문호는 그녀의 말을 끊고, “우리 옛날은 얘기하지 마, 우리 옛날이 뭐, 그리고 네 입으로 말하는 옛날은 내 생각에 맛이 변했어.”우문호는 여기 더 머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질투쟁이가 한 분 계신데, 들쑤셔 놓은 뒤 앞날이 어떨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 말을 마치고 발을 빼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주명취가 우문호에게 확 안기더니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울며: “아니, 아니, 이렇게 나한테 하지 말아요, 난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신을 따르겠어요, 첩이면 어떻고 노비면 어때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아무것도 따지지 않아요, 명분도 필요 없어요.”우문호는 펄쩍 뛰며 그녀를 떼어놓고 화를 내며: “앞으로 다시는 날 찾지 마라, 난 원선생이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 나와 넌 각자 혼인했을 때 이미 아무런 상관도 없어졌어.”주명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주먹을 쥐고 비분강개한 말투로: “초왕비가 오해할 까봐 겁난다고? 그녀가 힘들까 겁나요? 그녀한테만 떳떳하면 되나요, 나한테는 떳떳한 가요?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요? 말했잖아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날 도울 거라고. 내가 태자비가 되게 도울 것이고, 내가 황후가 되게 도울 거라고, 고작 일년 남짓 지났는데 당신은 완전 변했어요, 황족은 정을 저버린다더니.”우문호는 차갑게 주명취에게, “이 말은 분명히 해둬야 할 것 같아. 당시 나와 너는 비록 약혼을 하진 않았지만 아바마마와 네 친정이 모두 우리 둘을 맺어 주실 뜻이 있으셨어. 그런데 공주부의 일이 터지고 내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감당하기 힘든데, 네가 내 앞에서 상심해서 죽고 싶다고 하니 내가 순간 사리분별을 못하고 앞으로 네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19화

    위왕이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는 돕지 않습니다. 택란이 폐하를 사모한다고 말하거나, 혼인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 한, 꿈도 꾸지 마십시오!”“그럼 난 기다리겠소!”경천이 답했다.위왕은 그의 눈빛에서 보이는 익숙하고도 강한 결단력을 보며 말했다.“정말 고집이 세시군요. 대체 어찌 말해야 할까요? 세상엔 수많은 여인이 있습니다. 택란보다 더 뛰어난 여인도 있을 텐데, 어찌 택란만 붙잡고 이러십니까?”경천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확고하게 느껴졌다.“나는 오로지 하나만 바라볼 뿐이네. 내 생애 다른 여인을 얻을 생각도, 후궁을 들일 생각도 없소. 택란만 있으면, 나는 그 누구도 마음속에 두지 않네.”위왕과 안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경천의 말에 다소 감동하였다.그러나 약속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스무살, 서른이 되어서도 오늘 한 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위왕이 말했다.그러자 경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택란이 돌아오자, 다시 입을 열었다.“어제 내가 한 일은 조금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전부 없던 일로 생각해라.”“예!”택란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그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하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우리는 이제 좋은 벗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나를 벗으로 생각해 줄 것이냐?”경천이 미소를 지으며 택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저희는 벗이니깐요.”위왕은 그제야 경천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택란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두 나라가 협력하는 상황이니, 요구를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들이 궁을 떠나려 하자, 경천은 말리지 않고 두둑한 선물을 준비해 그들을 궁 밖으로 모시도록 했다.그들이 떠난 후, 경천은 통천각에 올라가 그들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

  • 명의 왕비   제3218화

    “이득을 취할 수는 있지만, 약속은 해줄 수 없다.”위왕이 웃으며 말하자, 택란또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하. 참 현명하십니다!”“그럼! 국사는 국사, 개인적인 일과 섞여서는 안 된다.”택란도 동의했다.“그럼 저도 오늘 밤 장관에 머물겠습니다. 내일 저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시지요.”“그래,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함께 가마.”안왕이 말했다.택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물러나,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나갔다.다음 날 그녀는 두 친왕과 함께 동행하였고, 궁에 도착하자마자 삼 태감이 직접 그들을 어서방으로 모셨다.경천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안색이 다소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택란을 보자 눈동자, 그의 눈망울은 여전히 빛이 났다.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러 왔기에, 안왕과 위왕도 편견을 내려놓았다. 경천이 택란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두사람은 못내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그들 역시 젊었었고 사랑에 빠졌던 적이 있었기에, 그 사람을 위해 유치하고 때로는 무서운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경천이 한 일도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비록 책략이 다소 대담하긴 했지만, 혈기 왕성한 나이니 이해할 만했다.경천은 상석에서 내려와 직접 두 친왕에게 사과를 올렸다.“어젯밤 내내 생각해 보니, 어제 일로 두 분께 큰 불편을 가져다주었을 것이오. 부디 용서해 주시오!”위왕은 급히 일어나 예를 올리며 말했다. “폐하,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어젯밤 일은 저희도 이해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두 나라가 자주 오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은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경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는 말이오. 앞으로도 자주 오가며 지낼 것이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택란을 힐끗 쳐다보았다. 택란은 계획서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뜨거운 시선을 느낀듯 고개를 들었다.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고, 하얀 볼도 살짝 불그스레해졌다.두 나라 모두 광물 채굴

  • 명의 왕비   제3217화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승낙했다니?”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위왕이 재빨

  • 명의 왕비   제3216화

    “폐하, 공주께서 폐하가 드리신 선물을 받지 않으신 것입니까?”언제 올라온 건지, 진이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 있었다.“응.”경천은 뒤돌아 상자와 두 개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배우며 수많은 옥을 망친 끝에 겨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조각해 낸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속상해하지 마십시오. 공주께서 아직 어리셔서 폐하의 노고를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요.”진이가 위로하자 경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받지 않는 것이다.”진이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잘 안다니요?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경천은 이미 실망한 기분을 떨쳐버렸고, 대신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진아, 나는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먼저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단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 나라의 군주라 하지 않았냐? 황제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아... 그런 것입니까!”진이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황제가 속상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택란 일행은 궁을 나섰다. 냉명여가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어찌 황제가 주신 옥패를 받지 않으시나요? 그를 싫어하시는 것입니까?”택란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절대 그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단 있는 황제이고, 뛰어난 통치로 금나라가 정권 이양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그는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그럼, 어찌 그의 선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냉명여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택란이 답했다.“그 옥패가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명여야, ‘약속’이라는 말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그도 누나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아닙니까?”“그래. 하지만 나

  • 명의 왕비   제3215화

    경천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택란이 말했다."어쩌면 5년 후에는 오늘 한 모든 일이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될 때, 그 감정이 단순한 사모인지 은혜 때문인지 알게 되실 것이고, 오늘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경천은 단 한 마디만 응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나 분명하니, 절대 그런 말로 그녀를 얽매여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한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이며 그의 태도였다. 그녀는 몰라도 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택란은 한숨 놓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해한다니 다행입니다.""알고 있다."경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삼 태감이 책자를 가져왔다. 경천은 그것을 택란에게 건넸고, 택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매우 공정했으며, 심지어 약도성에 이익을 양보한 정도였다.책자를 접은 후,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약도성을 생각해 줘서 고맙습니다. 두 나라의 원한을 풀기 위해 애써줘서, 그리고 약도성의 백성과 조정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알고 있었던 것이냐?"경천이 다소 놀라며 묻자, 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알아봤습니다.""오해하지 마라. 그저 너를 위하여 한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지요. 저는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사실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혼사에 대해 논할 나이가 아니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아바마마

  • 명의 왕비   제3214화

    손에 쥐니,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그 옥의 차가운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미세하게 안도하며,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직접 만든 것입니까?"택란은 마음에 든 듯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응!"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드냐?""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택란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그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걸 직접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느냐?""예?"택란이 잠시 멈칫하며, 놀라 물었다."저에게 준 선물이 아닙니까?"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소매 주머니에서 또 다른 옥 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네게 직접 주고 싶은 것이다."택란은 그가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옥질도 동일하게 맑고 투명했고, 손바닥의 선도 보일 정도였는데, 그 조각에는 경천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옥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준수한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옷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수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에,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두 개의 옥을 손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옥에 3년 전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시간을 되돌려 3년 전 만남을 담은 것이었다!경천은 택란을 바라보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올 듯했다.택란이 두 개의 옥을 서둘러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두 개 모두 오라버니께서 먼저 가지고 있으세요."경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애써 실망이 드리운 눈빛을 숨겼다.삼 태감이 정교한 음식을 올려놓았고, 모두 택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 명의 왕비   제3213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 명의 왕비   제3212화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3211화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