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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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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1화

입궁하는 원용의와 원경릉다음날 원후궁은 이른 새벽같이 일어나 각별히 신경 써서 화장을 한 뒤 쏜살같이 문을 나섰다.막 제왕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제왕녀석’이 나오는 참이다.제왕은 원후궁이 룰루랄라 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어디 가는 거야?”원용의는 눈썹을 휘날리며 몹시 흥분한 상태로, “입궁해요.”“입궁?” 제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늘 무슨 날도 아니고 넌 왜 입궁하는 데? 누가 널 불렀어? 너 갈 수 있어?”원용의는 낮은 목소리지만 자랑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웃으며, “초왕비가 저랑 같이 가자고 절 초대했지 뭐예요, 세상에, 저 좋아 죽을 거 같아서 한숨도 못 잤어요.”제왕의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진 채, “그게 왜 좋아 죽을 일이야? 네가 궁에 가겠다면 나도 널 데리고 가 줄 수 있는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원용의가 홱 돌아서서 갔다.제왕은 원용의가 진짜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냐고? 그럼 원비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옆에 있던 시종 대안(大安)이 웃으며: “왕야, 원비마마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입궁해서가 아니라, 초왕비께서 초청하셨기 때문입니다.”제왕이: “나도 원비를 청해서 같이 갈 수 있다고 흥.”대안이 고개를 젓고 웃으며: “왕야, 하지만 원비마마의 관심은 초왕비시지 왕야가 아닌 걸요.”제왕이 화가 나서, “무슨 자격으로? 원비가 누구 후궁인데?”“왕야의 후궁이지요, 하지만 왕야께서도 원비마마를 눈 여겨 보신 적이 없으십니다, 만약 초왕비가 남자였으면, 소인의 짐작으론 원비마마는 죽기 살기로 초왕비께 매달렸을 것입니다.”제왕은 입맛이 영 쓰다. 다섯째 형수, 좀 너무 한 거 아냐!원용의는 룰루랄라 초왕부로 가고 마침 기왕비도 있어서 들어가 문안 인사를 하는데 떨렁 두 문장이다.“초왕비와 입궁한다고?” 기왕비가 살짝 눈을 치켜세우고 이 말을 듣더니 속으로 생각이 있는지, “알았네, 재밌게 놀게나, 초왕비가 자네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더군.”“저를 좋아한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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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2화

태후전에 간 원용의와 원경릉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죄다 폭로하며,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군요.”상선이 정색하고: “정말 중요한 일이시면 왕비마마, 우선 태후마마께 문안하시지요.”원경릉은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가 안되는 걸 알지만 문이 잠겨 있으니 들어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럼 좋아요, 상선은 가서 황조부께 말씀 드리세요,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태후마마께 문안 드린 후 바로 돌아올 테니 안에 들여보내 달라고요.”상선이 미소 지으며: “알겠습니다! 왕비마마 먼저 가시지요, 오늘 태상황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신 데 더 즐겁게 해 드려야 지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잠시 후 원경릉이 말할 내용은 태상황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니 아예 셋이 좀 더 마시게 내버려 두자. 태후전에 도착하니 마침 덕비도 거기에 있고 태후가 기뻐하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는데 특히 배를 한참을 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배가 빨리 나오는 구나, 게다가 둥글둥글한데.”덕비가 웃으며: “태후마마, 둥글둥글하면 안 좋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돌려 덕비를 째려보더니: “모르는 소리 마라, 자식을 안 낳아봐서 그래, 배가 이렇게 둥그러면 대부분 딸이고, 배가 봉긋해야 아들이야.”덕비가 ‘아하’하더니 여전히 웃고 있으나 약간 쓸쓸한 눈빛으로, “그런 거였군요, 신첩은 정말 몰랐네요.”태후는 자기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덕비의 손을 두드리며, “자네야 황제의 시중을 드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 않은가, 그런 건 신경 쓸 거 없네.”덕비가 웃으며: “신첩은 복이 없는지 신경을 써도 돼지를 않네요.”“사람의 복이 어디 자식 뿐인가, 다른 것도 있지. 자네가 지금 잘 지내고, 황제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네를 소홀히 여긴 적이 없으니 황은이 망극해야 마땅하지.” 태후가 말했다.“맞습니다, 신첩 알고 있어요. 신첩이 지금 매일 태후마마와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걸요.” 덕비가 말했다.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원경릉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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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3화

희상궁 소문의 진실, 방우는 누구인가‘그걸 얼마나 여러 번 가르쳤어? 성은의 비는 공평하게 내려야 한다고. 주씨 집안 그 기지배만 싸고 도니 원.’못난 놈!원용의는 정직하게: “저랑 주무신 적 없어요, 시집온 이래로 제 방에서 주무신 적이 없으셨어요.”태후가 약간 노해서, “어찌 이런 일이? 다섯째 그때와 똑같지 않은가? 시집와서 일년동안 합방을 한 적이 없었던. 그걸로 모자라던가? 내가 한 마디 해야겠구나.”“그러지 마세요, 제왕께서 와서 주무시는 거 싫어요. 혼자 자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원용의가 얼른 말하며 원경릉을 흘깃 보는데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딱이야, 원용의와 초왕비 언니가 같은 상황이었다니.원경릉이 원용의의 이 눈빛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이 기지배 진짜 기특하네!하지만 지금 제왕과 원용의의 상태는 그때 자신과 다섯째의 모습과 닮았다. 당시 다섯째의 마음속엔 주명취만 있었고 지금 제왕의 마음속에도 주명취만 있다.정말 형제가 쌍으로 눈이 멀었어!원경릉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으로 이 얘기에 흥미가 없고 어서 주재상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게다가 여기서는 태후가 줄곧 자신의 배를 쳐다보고 있어 심각하게 불편하다.다행히 덕비가 이 때 일어서며: “태후마마 오수 드실 시간입니다. 초왕비 나와 저쪽에 좀 가지 않을 텐가?”원경릉이 바로 일어서며, “예!”원용의도 일어서며, “저도요!”세사람이 태후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나와 같이 태후전을 나왔다.밖으로 나와 덕비가 원경릉에게, “초왕비 어째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무슨 일 있는 거야?”원경릉도 감추지 않고, 바로 희상궁 일을 덕비에게 알렸다. 덕비가 듣고 경악하며: “뭐라고? 밖에서는 방우가 희상궁때문에 곤장을 맞아 죽었다고 한단 말이야?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이 소문을 낸 자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원경릉이 서둘러 묻길: “이 일을 아세요? 그 금군 방우는 왜 죽은 거예요?”덕비가 분노하며: “방우는 당시에 태상황 폐하 측근의 어전 시위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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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4화

희상궁의 자결 소식원경릉과 원용의는 덕상궁에 오래 머무를 겨를도 없이, 다시 건곤전으로 갔다. 태상황과 둘은 안에서 아주 통쾌하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문을 잠가 놓고 아무도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고 말이다.어쩔 수 없이 원경릉은 현비에게 문안 인사를 가고, 황후에게 문안하고 이렇게 한바탕 돌고나서 마지막엔 다시 덕상궁으로 돌아와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선에게 태상황이 다 드시거든 덕상궁에 알리라고 했다.한참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던 상선은 오지 않고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급한 전갈을 보내더니 덕상궁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우문호가 급한 전갈을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들어갔다.잠시 후 사식이가 정신없이 뛰어 들어오더니 덕상궁에 들어와 덕비에게 문안을 여쭐 겨를도 없이 바로 울며, “왕비마마, 어서 돌아가요, 희상궁이 목을 맸어요!”이 말에 놀란 원경릉이 하마터면 혼절할 뻔 한 것을 얼른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한 손에 원용의 손목을 잡고 사식이에게, “살아있어?”사식이가 울며: “몰라요, 피를 토하고 독주를 마셨다고만 해서, 바로 사람을 시켜 왕야를 찾아서 왕야께서 와서 보셨는데 친서를 써주며 어서 들어가 왕비를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부르러 온 사람은 갔고 제가 밖에서 서신을 받았어요.”덕비가: “초왕부에 어의가 있지 않느냐?”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있어요, 조어의가 있어요, 하지만 왕야께서 왕비마마께서 돌아오셔야 한다고, 광이(光二)가 그러는데 희상궁 얼굴이 새하얗고 혈색이 하나도 없었데요, 죽은 것처럼. 서일이 방금 말을 몰아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괴로워요, 왕비마마, 희상궁이 만약 죽으면 어떡해요.”말을 마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원경릉이 한 소리하며: “울지 마, 우리 어서 출궁하자.”세사람이 같이 나오는데 마침 상선이 직접 오는 것이 보였다. 원경릉을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왕비마마, 태상황 폐하와 두분 다 마치셨습니다. 가셔도 됩니다.”원경릉이 초조함을 겨우 억누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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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5화

희상궁 소식을 듣고상선이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아, 아닙니다. 왕비께서는 무탈하십니다.”주재상이: “태상황 폐하 고정하시지요, 우선 상선의 말을 들어봅시다.”상선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이때 덕비가 앞으로 나와 예를 취하고: “태상황 폐하, 초왕부에서 사람을 보내 희상궁이 자신하였다고 알려와서 왕비는 바로 돌아갔습니다.”주재상이 벌떡 일어나 눈알이 튀어 나와 머리 꼭대기에 가서 달릴 듯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며: “덕비마마 뭐라고요? 희상궁이 자진을? 지금 어떤가요? 왜 자진을 했답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초왕부에서 수모를 당한 거 아닙니까?”소요공이: “주대인, 고정하시게, 우선 덕비마마가 하시는 말을 들어봅시다.”주재상이 긴 세월 쌓아온 위신이 하루아침에 다 물거품이 되고 미친 몰골로, “덕비마마, 말해요, 어서 말해요!”덕비가 숨을 삼키고 요점을 간추려, “요즘 밖에 나도는 소문에, 희상궁이 당시 재상과의 일이 있을 때 그녀가 염치도 없는 인간이라 태상황 신변의 수석 궁녀란 신분을 무기로 주재상을 색으로 유혹하고 재상에게 버림받자 목을 매고 죽겠다며 재상을 협박 했으나 태상황에게 호되게 혼났다. 그래서 희상궁은 대상을 바꿔 방우와 사통하여 방우는 태상황에게 매를 맞아 죽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희상궁은 떠도는 소문이 너무도 추악하고 더러워서 견디지 못한 듯 합니다. 어찌 알았겠습니까. 왕비가 오늘 입궁한 것은 바로 이 일 때문이었던 것을요.”주재상은 바로 이순간 건곤전에서 사라졌다.태상황이 노발대발하며, “방우? 밖에서 희상궁이 방우와 사통했다고 한단 말이냐? 게다가 방우가 나에게 맞아서 죽었다?”덕비가 어쩔 줄 몰랐지만 답할 수 밖에 없어: “이것은 왕비가 한 말 그대로입니다. 왕비가 사람을 시켜 물어본 것으로 밖에는 이렇게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소요.” 태상황이 불같이 소리치며, 분노로 태산이라도 뽑을 듯한 기세로, “당장 조사해라, 소문을 퍼트린 자는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소요공이 어명을 받들고 조용히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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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6화

상궁이 독을 먹었다. 그녀가 무슨 독을 먹었는지 어의는 찾아내지 못했고 방안에도 아무 흔적이 없었다. 심지어 독주를 먹은 잔이 깨끗하게 씻겨 있었다.조어의가 부랴부랴 해독 약을 만들어 그녀에게 두 알 먹였지만 약을 먹고 난 뒤에도 희상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힘없는 눈동자와 가는 숨소리는 그녀가 죽음에 문턱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광경을 본 원경릉은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우문화 조어의를 막아서는 순간 약 상자를 꺼냈다. 침상 옆에 꿇어앉은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박동이 너무 약해……’그녀는 긴장된 표정으로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약 상자를 뒤져 아트로피닌을 꺼냈다. 희상궁이 무슨 독을 먹었든 관계없이 원경릉은 다급한 마음에 우선 약을 넣고 보았다.그 순간 주수보가 안으로 들어왔다. 우문호가 그를 말릴 틈도 없이 그는 한 걸음에 희상궁이 누워있는 침상으로 달려왔다.그는 입이 벌어진 채 공허한 눈빛으로 희상궁을 내려다보았다.주수보가 부중에서 출발하면서 사람을 시켜 쓸만한 약은 모조리 챙겨 왕부로 오라고 명령했다.그는 축 늘어진 희상궁을 보자 온몸에 한기가 돌고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해다.우문호는 그런 주수보의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재상… 너무 늦게 오셨습니다.”주수보는 멍한 표정으로 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위를 세척하는 수액을 놓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주수보가 희상궁을 처음 만났을 때, 그때 그녀는 겨우 열다섯의 소녀였다. 그녀는 큰 눈에 웃을 때마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아름다웠고 깔끔하게 빗은 쪽머리가 새침해 보였다. 고급스러운 자수가 놓인 비단 옷을 입은 그녀는 지금의 태상황, 당시 태자 옆에서 그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날은 하늘에서 구멍이 난 것처럼 거세게 비가 내렸다. 태자는 비를 맞으면서도 지금의 주수보를 상대로 무술을 연마했다. 그때 상선도 어린 태감이었는데 그와 어린 희상궁은 항상 복도에 숨어서 태상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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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7화

오랜 기억 속에서 주수보는 점차 현실로 돌아왔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가늘어졌고 숨이 가쁜 듯 가슴이 연신 오르내렸다.침상에 삐죽 나온 그녀의 손목은 가시나무처럼 가늘었다. 주수보는 당시에 왜 그녀의 손을 놓았을까 왜 좀 더 용기내지 않았을까 후회됐다. 주수보는 희상궁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순간 그의 마음속에선 거친 눈보라가 치는 듯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그는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보았다.“가망이 없는 건가?”그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원경릉은 고개를 들고 눈물을 닦았다. 희상궁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많이 좋지 않아요. 약을 투여해 독성을 최대한 희석시키기는 했지만 독이 이미 몸에 스며들어서…… 얼마나 독이 퍼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조어의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겠어요.”어의가 다가와 희상궁의 맥을 짚었다.“맥박이 너무 약합니다. 몸속으로 독이 많이 퍼진 것 같습니다. 해독환을 먹이고 왕비께서 약도 썼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그녀가 무슨 독을 먹었느냐.” 주수보는 아무런 표정 없이 조용히 물었다. 주수보는 감정을 숨기는 데 능했다. 기쁨, 슬픔, 노여움도 쉽게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바짝 마른 입술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의 공포를 보여주었다.“모르겠습니다. 희상궁의 방에서는 주전자와 독약을 담았던 종이를 태운 재를 제외하고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희상궁을 독살하려고 독을 종이로 싸서 왔을 것이다. 그 종이까지 태워 무슨 독인지 모르게 하다니…… 범인은 희상궁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주수보는 희상궁을 바라보며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다가… 이렇게…”주수보가 조용히 읊조렸다.우문호는 주수보와 희상궁이 단둘이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원경릉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원경릉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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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8화

원경릉이 뱉는 말이 칼처럼 우문호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우문호는 흐느끼는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처절하게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눈을 감았다.“미안해… 미안해…원경릉” 그의 목소리는 후회로 가득했고, 원경릉의 큰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했다.주수보의 명을 받은 하인이 많은 약들을 가져왔다.주수보는 탁자 위에 약을 쏟고는 약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서 확인했다. 그리고 몇 개를 골라 먼저 먹어보더니 끓인 물에 약을 갈아 넣고는 희상궁 입에 조금씩 쏟았다. 원경릉도 어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수보를 지켜보았다.희상궁에게 약을 먹이고 난 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며 그의 얼굴에는 비통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이기지 못할 절망에 빠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주수보의 마음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녀의 손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으며 마음속으로 그녀가 살아나길 간절히 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선과 소요공이 도착했다. 소요공은 설연(雪莲)을 한 떨기 가지고 와 사람을 시켜 물을 부어 끓이게 했다. 물이 끓자 주수보가 먼저 먹어보고는 희상궁의 입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숨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어의가 희상궁의 손목을 잡고 다시 진맥했지만 맥박은 여전히 가늘었다.“재상께서는 돌아가 보세요. 금방 돌아가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돌아가서 처리하실 일도 있지 않습니까.”소요공이 주수보에게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하십니까?”소요공의 말을 듣고도 주수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태상황께서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를 엄벌하라고 했습니다.” 소요공이 조용히 말했다.“엄벌?” 주수보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조소를 띤 얼굴로 “다들 나가세요. 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주수보의 진지한 표정에 모두들 자리를 떴고 안에는 다시 희상궁과 주수보 둘만 남았다.원용의는 사식이를 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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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9화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아직도 자기가 이팔청춘인 줄 아십니까?” 소요공이 주수보에게 말했다.“난 괜찮아요. 이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좋네요.” 그는 희상궁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전에는 흰머리도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시간이 무정하네요.”라고 말했다.주수보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야심으로 가득 차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고생 한 번 하지 않았겠는가. 원경릉과 우문호는 하루아침에 야위어버린 주수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원경릉 마음속에 주수보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점차 사라지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주수보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산 것인가…… 그 긴 세월 희상궁을 얼마나 그리워했을까……’그 순간 왕부의 하인이 안으로 들어오며 우문호에게 약 한 병을 주었다.“대주의 강영후(江寧侯)께서 약을 가져오셨습니다. 용태후께서 직접 조제한 용염단(龍焰丹)이라고 합니다. 본래는 황조부께 드리려고 한 것인데…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중독이 됐을 때 먹으면 아주 좋은 효과가 있는 약입니다.”어의는 대주의 용태후가 직접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기뻐하며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약은 검은콩보다 작고 동그란 것이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냄새를 맡으니 연꽃 향기가 났다.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무우환(無憂丸)보다도 향이 좋았다.“빨리 물을 떠오거라.”주수보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까지 침울하던 주수보의 얼굴이 용태후가 보낸 약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강영후가 보낸 약은 물에 타서 먹지 않고 혀로 꾹꾹 눌러 천천히 녹여 먹는 겁니다.”우문호가 말했다.주수보는 약을 들어 희상궁의 입을 살짝 벌리고 약을 집어넣었다. 주수보는 희상궁의 고개를 살짝 받치며 약이 녹아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그녀 입안의 약이 천천히 녹아 흡수될 때까지 주수보는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약을 먹은 후에도 희상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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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0화

주수보는 강영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탕양에게 강영후를 좋은 술집으로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그가 술집으로 가기 전 희상궁의 상태를 살피려고 돌아오는데 원경릉이 대청에서 그를 막아섰다.“재상 혹시 밖으로 나가시려거든 덕화찻집으로 가서 바깥에는 어떤 소문이 도는지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덕화찻집은 소문의 근원지이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주수보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더니 “예, 왕비 이번 일은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그는 소요공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의 청색 옷은 바람에 나부꼈고 눈처럼 흰 머리카락은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백성들의 옷차림이 두꺼워졌다. 그는 말을 끄는 시종(侍從)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며 소요공과 몇 마디 주고받고 싶었지만 그들은 서로 말을 아꼈다. 그들은 모퉁이에 다다르자 말없이 각자 제 갈 길을 갔다.주수보의 뒤에서 걷던 시종은 그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느꼈다. 길게 늘어진 그의 그림자에서 왠지 모를 고독함과 허망함이 보였다. 주수보는 허리를 곧게 펴고 따스하게 비추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지난밤의 한기를 배출하였다.뒤에 있던 시종이 말을 재촉해 주수보를 쫓아왔다.그는 원경릉의 부탁을 듣고 시종을 불러 덕화찻집에 가보라고 했고 결과는 이미 주수보의 손에 건네졌다.그시각 주부(周府).주씨 집안의 큰 어른이 밤새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주수보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답사나 업무를 보러 간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 그는 술을 먹으러 가도 집안 식구들이 걱정하지 않게 하인을 보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곤 했다. 그러나 어제 아침에 주부에서 말을 끌고 나간 후 종적을 감춘 것처럼 사라졌다. 그는 떠나기 전에 태상황님을 뵈러 간다는 말만 남겼을 뿐 아무 소식이 없었다.주부 사람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사람을 시켜 궁 밖에서 주수보의 행적을 물었다.왕부의 문을 지키는 수장이 주수보가 아침에 입궁하여 점심쯤에 출궁했고 그 후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이 말을 듣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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