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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7화

오랜 기억 속에서 주수보는 점차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가늘어졌고 숨이 가쁜 듯 가슴이 연신 오르내렸다.

침상에 삐죽 나온 그녀의 손목은 가시나무처럼 가늘었다.

주수보는 당시에 왜 그녀의 손을 놓았을까 왜 좀 더 용기내지 않았을까 후회됐다.

주수보는 희상궁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순간 그의 마음속에선 거친 눈보라가 치는 듯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그는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보았다.

“가망이 없는 건가?”

그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원경릉은 고개를 들고 눈물을 닦았다. 희상궁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많이 좋지 않아요. 약을 투여해 독성을 최대한 희석시키기는 했지만 독이 이미 몸에 스며들어서…… 얼마나 독이 퍼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조어의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겠어요.”

어의가 다가와 희상궁의 맥을 짚었다.

“맥박이 너무 약합니다. 몸속으로 독이 많이 퍼진 것 같습니다. 해독환을 먹이고 왕비께서 약도 썼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녀가 무슨 독을 먹었느냐.” 주수보는 아무런 표정 없이 조용히 물었다.

주수보는 감정을 숨기는 데 능했다. 기쁨, 슬픔, 노여움도 쉽게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바짝 마른 입술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의 공포를 보여주었다.

“모르겠습니다. 희상궁의 방에서는 주전자와 독약을 담았던 종이를 태운 재를 제외하고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희상궁을 독살하려고 독을 종이로 싸서 왔을 것이다. 그 종이까지 태워 무슨 독인지 모르게 하다니…… 범인은 희상궁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주수보는 희상궁을 바라보며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이렇게…”주수보가 조용히 읊조렸다.

우문호는 주수보와 희상궁이 단둘이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원경릉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원경릉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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