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564화

후작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내와 사이가 좋았지만, 그녀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태상황께서 제게 벌을 내리라고 하셨다고요? 저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사사로운 일로 태상황께서 저를 죽일 리가 없다는 겁니다. 부친께서는 희상궁을 위해서 가족을 죽이는 것도 꺼리지 않고, 어머님의 목소리를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부친의 그런 행동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습니까? 한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님께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주대부인이 악에 받쳐 소리치자 어디선가 손이 날아와 그녀의 뺨에 꽂혔다. 뺨을 맞은 그녀는 놀란 눈으로 때린 사람을 보았다. 그 앞에는 자신의 시어머니가 서있었다.

노기가 가득한 시어머니는 화가 어찌나 많이 났는지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주대부인은 억울한 표정으로 맞은 뺨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어머님을 대변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근데 왜 저를 때리시는 겁니까? 어머님은 그렇게 사시는 거 답답하지 않습니까? 다른 여자의 그늘에 사는 거 지겹지도 않으시냐고요!”

노부인이 아버지는 죄를 받기 전에 조정의 어사대부로 있었는데, 아첨하는 소인들의 꼬임에 넘어가 황제에게 무례를 범했고, 이를 알고 분노한 황제가 일가를 몰살하라는 명을 내렸다.

당시 주수보가 황제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일가 132명은 모두 목이 잘렸을 것이다.

결국 노부인의 아버지만 죽고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친척들은 모두 목숨을 구했다. 그래서 그녀는 은혜를 갚기 위해 자원하여 주수보에게 시집을 오게 되었다.

주수보와 혼인을 하기 전에도 그 후에도 그녀는 희상궁과 주수보 사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수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것도 몇 년. 그녀의 마음에 점점 욕심이 생겼다. 불평하지 않던 그녀가 희상궁이 미워졌다.

그녀는 희상궁을 향한 주수보의 마음이 잠깐의 바람이겠지라고 여기며 희상궁이 채워주지 못하는 공허함을 다른 여인으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