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제왕비를 정실로 오라고 하고는 사식이에게 제왕비가 왔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분부했다. 그녀는 빠르게 다과를 먹어 배를 채우고는 원용의를 보았다.“같이 가시지요?”“당연하죠. 제가 왕비님 옆을 지키겠습니다. 제왕비는 연기를 잘하니 불쌍한 척에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고만아의 일로 원경릉은 이전에 없던 동정심과 자애로움을 되찾았지만, 그런 감정은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갑고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이곳에서 살 수 있다.주명취는 정실에서 초조하게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원경릉과 원용의가 들어오자 제왕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네가 여길 왜…?”“초왕비님을 뵈러 왔습니다.”원용의는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주명취는 원용의를 거들떠보지 않고 원경릉을 보았다.“미안한데 초왕비. 오늘은 내가 부탁을 드리러 왔어요. 희상궁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 여기 있습니까?”원경릉은 그녀의 말을 듣고 “안돼!”라고 버럭 했다.그러자 주명취는 다급한 듯 “원경릉, 지금 이럴 시간이 없으니 희상궁을 빨리 만나게 해줘요! 오늘 빚진 것은 내가 나중에 곱절로 갚을 테니!”라고 소리쳤다.“빚을 져? 무슨 빚?”주명취는 지금 주씨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함구했다.“지금 희상궁이 필요한 사항이니 반드시 희상궁을 만나야 한다고!”“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면서 내가 왜 희상궁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데?”주명취는 원경릉의 태도에 화가 났다.“자비로운 척, 착한 척을 다 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깐깐해? 전에 했던 행동은 다 위선인 거지?”주명취는 눈을 잔뜩 찌푸리고 화가 난 듯 말했다.“너 같은 종자들이 내 자비의 한계를 들추는 거야! 그래서 무슨 일인지 말 안 해? 안 할 거면 썩 꺼져 초왕부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원경릉, 너무 득의양양하지 마. 더러운 꾀로 초왕비가 됐으면서 어디서 초왕부의 안주인 행세를 해?”원경릉은 빈정거리며 말하는
원경릉이 생각보다 쉽게 부탁을 들어주자 주명취는 의심이 들었다.“희상궁을 초왕부 밖으로 못 나가게 명을 내릴 것이지?”원경릉은 이 상황에서도 의심을 하는 주명취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네 모친이 죽는다는데 여기서도 나를 의심하는 거냐?”주명취는 차가운 얼굴로 사식이에게 “앞장서.”라고 말했다.사식이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하인으로 부리지 마, 어디서 감히 명령을 해?”라고 말했다.주명취는 몹시 화가 났지만 화를 누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길을 안내해 주시지요. 고맙습니다.”사식이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주명취를 희상궁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희상궁이 있는 방 안에서 약 냄새가 진동을 했으며 하얀 얼굴의 희상궁이 침상에 누워있었다.“아니… 희상궁?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주명취는 당황해서 말을 버벅거렸다. 주명취는 문득 하루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조부가 생각이 났다.‘그래… 조부가 이상했어. 아무리 화가 나도 그토록 화를 낸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주명취는 누워있는 희상궁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원래 희상궁에게 울며불며 감정으로 호소해 희상궁을 주수보 앞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희상궁을 데리고 갈 수 있다면 가세요. 희상궁이 깨어난다면 우리 초왕부에서 쌍수 들고 희상궁을 주씨 집안으로 보내줄 수 있으니.” 사식이가 말했다.“이 일은 나의 모친과 관련이 없다. 그저 희상궁이 스스로 납득할 수 없어서 내 모친을 걸고넘어지는 것이지.”“제왕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만 돌아가세요.” 사식이가 말했다.주명취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의식도 없는 상궁을……’주명취는 순간 황후가 생각났지만 이미 영패를 회수당했기에 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부가 두 시간밖에 주지 않는다고 하였기에 그 안에 입궁을 했다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제왕은 주씨 집안에서 나온 뒤 착잡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구사를 불러 술을 마셨다.구사는 원래 초왕부로 가려고 했는데
주명취와 제왕의 싸움, 그리고 원용의“당신……”주명취가 목소리를 낮추어 눈물을 삼키며, “당신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는 거 아녜요?”“그래!” 제왕이 주명취를 냉정하고도 분노에 찬 얼굴로 바라보며, 마음 속의 울화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내가 널 괴롭히면 좀 어떠냐? 너희 주씨 집안이 어디 괴롭힘 당하는 걸 겁내기나 했어? 너희들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기나 해? 어디 내가 요패(腰牌) 꺼낼 필요도 없더군, 이 천하는 전부 너희 주씨 집안 것이지 않느냐.”주명취는 열 받아서 눈가가 벌게지고 입술이 떨리는데, “당신은 이렇게 외부 사람들 앞에서 나와 싸우는 모습을 꼭 보여야 하는 겁니까?”구사가 상당히 난처한 것이 진퇴는 고사하고 보아하니 이 술에 독이 들어 있는게 분명하다.잠시 생각하던 구사는 역시 잽싸게 나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급한 일이 있다고 얼버무리며 즉시 도망쳤다.제왕이 싸늘하게: “네 눈에는 나도 외부인 인데 외부인 앞에서 싸우는 게 뭐가 문제지? 난 체면 따위 전혀 필요 없어.”주명취는 화도 나도 억울하기도 해서 주먹을 주고 바르르 떨며: “정말 시집을 잘못 왔어요.”이 말은 철저하게 제왕의 역린을 건드리 고야 말았다.제왕이 벌떡 일어나서 눈에서 불꽃이 일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처음부터 넌 날 좋아한 적 없이 시집을 왔지, 단지 내가 아바마마의 적자라는 이유로! 더욱이 주재상이 내 외조부시기도 하고 넌 태자비 혹은 황후란 지위를 탐했던 거야. 높으신 분께서 아랫것에게 머리를 숙이고 시집을 오셨지, 너희 주씨 집안의 큰딸 신분에 이 몸에게 시집을 와 주셨으니, 이제서야 후회가 되는가!”주명취는 가슴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제왕이 감히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할 줄이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주명취가 분개함을 참지 못하고, “당신에게 앞서라고 하고, 분투하라고 한 게 뭐가 잘못인가요? 당신은 왜 반드시 평범하기만 하려고 하죠? 당신은 분명히 더 나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데, 왜 나를 위해 그럴 수 없어요, 나를 위해서
주대부인을 살리려 증조마님 등장주명취는 지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주부로 돌아오다가 증조모의 가마가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억울했던 마음이 자혜로운 증조모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지면서 증조 마님 앞에 주저 앉아 울며: “증조 할머니, 억울함을 풀어 주시려고 돌아오셨군요. 만약 조금 더 늦으셨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주부 저택 입구라 비록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다 해도 증조마님은 주명취가 이런 실태를 보이는 것이 싫어서 자혜로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으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일어나거라, 안으로 들어가자.”말을 마치고 한 늙은 상궁이 부축하여 바로 들어갔다.주명취도 자신의 실태를 자각하고 일어나 눈물을 훔치고 쫓겨난 아버지가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낭패감이 들었다.주명취는 슬픔에 복받쳐 목이 매인 채: “아버지.”주씨 집안 가장이 작은 목소리로: “울지 말고 들어가자, 네 증조할머니가 우리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게다.”주재상은 증조마님이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다.증조마님의 가마가 바깥에 도착하자 이미 누군가 와서 알린 것이다.주재상은 천천히 눈을 뜨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방안의 사람들을 보고 지친 눈가를 풀며 차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집사가 나지막이: “어르신, 드시지 마세요, 뜨거운 차를 내오겠습니다.”“식은 차에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구나.” 주재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때 증조마님이 통상궁(佟嬤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주재상이 천천히 일어나 증조마님을 부축하러 나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시고 들어와 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증조마님이 자리를 잡은 후 중후한 눈빛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쓱 둘러 보고, “전부 꿇어 앉아 뭐하는 게야? 일어나!”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던 주대부인이, 증조마님이 돌아오신 것을 보고 그제서야 차분해지며 울며 무릎걸음으로 나와, “노마님, 손주 며느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시아버지께서
주대부인에게 처분을 내리는 주재상주대부인은 오늘 어차피 시아버지에게 밉보인 김에, 노마님이 계실 때 이 일로 노마님이 명을 내리시면 다시는 누구도 주대부인을 괴롭힐 수 없도록 노마님이 다시 그녀에게 숨통을 틔워 주길, 그래서 희상궁을 죽여주면 제일 좋을 텐데 생각했다.희상궁이 죽지 않으면 언젠가는 화근이 된다.증조마님의 눈이 잔혹한 빛으로 방금 입구에서의 자애로운 눈매는 완전히 사라지고 음침하게: “이 일은 나도 알았네, 입을 함부로 놀린 것을 내가 직접 혼을 낼 것이야. 네가 여기서 이래저래 얘기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주재상이 그제서야 천천히 묻길, “어머님, 누구를 혼내신다는 말씀이십니까? 희상궁입니까?”증조마님이 이 말을 듣고 주재상을 보고 상당히 불만스런 안색으로, “왜? 내가 혼내면 안되는가?”주재상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잠시 생각하더니: “무슨 자격으로? 죽을 날이 가까운 노인 자격으로? 지금 누가 감히 저를 넘어 혼을 내겠습니까?”증조마님이 거의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뭐라고? 어디 한 번 다시 말해 보거라.”“좋습니다.” 주재상이 집안 사람들을 보고 분명하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말 잘 들어, 만약 누구든 감히 희상궁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거나 희상궁 앞에서 무례한 말을 한 마디라도 뱉으면 상대가 누구든지 목이 떨어질 거라고 장담하지.”이 나지막한 목소리에 놀라 좌중의 심장이 오그라들고, 이제…… 노마님은 더이상 주재상을 통제하지 못하는 걸까?증조마님마저 잠시 정신이 아득해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주재상을 바라봤다.“집사, 준비하라고 분부한 독주는?” 주재상이 찻잔을 들고 느긋하게 말했다.집사는 놀라고 두려워하는 안색으로, “그게……”“목아(穆婭)!” 주재상이 노하여, “집사를 내보내라, 이 집에서 내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목아는 큰 몸짐으로 안쪽 대청으로 들어가 직접 집사를 달랑달랑 들고 나왔다.집사는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입
주대부인의 마지막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쥐 죽은 듯 적막하고, 울며 애원하는 소리마저 잠시 사라졌다.증조마님은 노해서 일어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 말은 네 늙은 어미도 내 쫓겠다는 것이냐? 오늘 네가 감히 이 집안의 누구라도 해하는 날엔 내가 네 눈 앞에서 죽어주마, 너는 불효자란 죄명을 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주재상이 노모를 보고 차갑게: “저는 사람을 시켜 어머니를 월미암에 바로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켜 보시지요, 우리 주씨 집안 사람을 좀 보세요. 어머니가 눈감아 줘서 어떤 꼴이 됐는지, 이 사람들을 좀 보세요, 쓸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어머니도 죽고, 나도 죽습니다. 이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고깃덩어리에 불과해요, 하지만 그때까진 어머니도 저도 살아서 볼 수는 없지요.”증조마님이 화를 내며: “그래서 내가 늘 네게 권한 것이, 네가 아직 힘이 있을 때 집안 사람을 발탁하라는 것이야. 우리 주씨 가문이 큰 나무로 장성하면, 뿌리는 땅으로 뻗어 천리에 이어질 것이니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린다는 말이냐? 지금 아직 일이 터지지도 않았는데 먼저 자기 사람에게 칼을 대다니 무슨 약해 빠진 짓이냐? 너는 진정한 영웅이니 주씨 집안의 만고의 가업을 위해 필사적을 싸워야지 벌벌 떨어서야 되겠느냐.”주재상이 냉소를 지으며, “노모는 역모를 꾀하십니까? 나이만 많으면 뭐합니까, 옛 것을 배워 적용을 하질 못하니 조만간 우리 주씨 가문의 큰 우환이 될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으면 죽기를 각오하고 어머니를 쫓아내시라고 간언해 주씨 가문 자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았을 텐데.”이 말에 모든 사람이 놀랐다, 이 말이 대역무도하다 뿐인가? 가히 인륜에 어긋난 말이다.증조마님은 눈을 깜박이고 거의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기 직전이다.이 순간 주재상이 이미 목아에게 손짓을 하고 눈짓으로 독주를 가리켰다.목아는 큰 걸음으로 다가와 독주를 받쳐 들고 주대부인의 앞까지 갔다.주대부인이 절규하고 있는 힘을 다해 뒤로 숨으며
주씨 집안을 살리는 길주재상도 사실 주대부인을 감싸는 쪽이었다. 예를 들어 혜정후 때도 여전히 혜정후에게 살길을 마련해 주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때도 혜정후가 저지른 짓거리를 일일이 알고 나서 주재상은 까무러치게 놀랐다.이게 주씨 집안 사람이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누가 그들의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게 했지? 그들이 어찌 제멋대로 악행을 일삼으며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가장 중요한 건 혜정후가 그때 납치한 게 초왕비 였다는 점으로 혜정후도 뒤에 그 사실을 알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이다.그러니까 이들은 이미 황실이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며, 그들 마음 속에 주씨 집안이 황실보다 높다는 뜻이다.오늘 이 대청에서 그들이 한 말도 전부 이 점을 증명한다. 그들은 심지어 제왕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쓰지 않고 그런 역모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행동으로 옮겼다.주씨 집안은 기고만장한 게 아니라 신하로 조정에 반란을 일으키고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려는 것이다.모든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이런 속내가 감춰져 있고, 황위도 못 얻을 게 뭐 있냐, 가져오고자 하는지 아닌지 두고 볼 뿐이다.태상황이 성지를 내려 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엄중히 징벌하라고 해서 사형을 받은 것은 주부 사람 하나지만 태상황은 이번 일로 주재상에게 삼엄한 경고를 한 것이다.“천한 년 하나때문에 아주 미쳤구나!” 증조마님이 분에 못 이겨 찻잔을 집어 던지자 큰소리가 나며 깨졌다. 나이든 군주의 반듯한 태도는 온데 간데 없고, “그때 내가 죽였 어야 했는데, 만약 네가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년을 왜 살려 뒀겠느냐? 이 참사의 화근은 다 그년 때문이야, 늙고 죽어도 우리 주씨 가문을 해치려 들다니.”주재상이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때 당신은 구름과 비를 마음대로 부릴 만한 권세였지요, 그녀를 죽이는 것쯤 이야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웠습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희야는 벌써 죽었겠죠, 저는 쭉 봐왔습니다. 당신이 죽
주재상의 명령과 깨어난 희상궁증조마님이 깨어나 성지 내용을 듣고 오랫동안 입술을 떨고 공포로 눈동자가 오그라들며, “어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이냐? 주씨 집안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게야?”“군주마마,” 친정에서부터 따라와 그녀를 오랫동안 모신 통상궁이, “아마도 어르신도 잘못하신 것 같지 않습니다. 주씨 집안이 몇 년간 참으로 지나친 점이 있었지요.”“그건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야.” 증조마님이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망연자실하게 애간장이 타는듯: “우리는 주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야, 내 딸이 궁중에 시집가 황후가 되었고, 내 손녀도 궁중에 시집가 황후가 되었으니 우리 주씨 집안이 이 북당에서 제일 큰 가문이란 말이다. 태후의 소씨 집안(蘇家)은 우리집 신발을 들 자격도 못 되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어? 태상황은 고작 죽은 호국공 한 명때문에, 천한 년 하나 때문에, 성지를 내려 우리 주씨 집안의 안방마님을 죽여? 나는 모르겠네, 나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넌…… 넌 어서 날 부축해서 나가자, 입궁해서 태상황을 만나야겠다.“군주마마,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일은 여기서 끝내시지요, 대부인도 죄로 돌아가셨으니 저흰 월미암으로 돌아가요.” 통상궁이 권했다.“쫓아내는게 마땅해, 그것을 쫓아내는 것이 마땅해.” 증조마님이 천천히 이어나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그것을 쫓아내라, 그 아이는 우리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니 우리 주씨 집안이 어전에서 만조백관들 앞에서 황제의 훈계를 들을 필요 없어. 이 무슨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야.”증조마님은 눈앞이 캄캄해 지더니 ‘꽈당’ 소리가 나고 다시 바닥에 쓰러지셨다.주재상은 결코 이렇게 끝낼 생각이 없으므로, 밀어붙이며 일제 정리에 들어갔다. 주씨 집안 자제가 소유한 산업과 재산을 조사한 뒤 일률적으로 전부 회수하고, 모든 사람을 공개적으로 선포한 월례 은자만으로 살게 했다.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주재상은 특명을 내려 수많은 사복 시위를 양성해 몰래 주씨 집안 자제의 일거수일투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
황실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큰일이었기에, 서둘러 잔치를 준비해야 했다.이전에 원 할머니는 숙왕부에서 자주 연회를 열면 안 된다며 경고한 적이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겐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은데 연회라 그저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술도 같이 마시게 되니 절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할머니는 큰 경사가 아니면 고기를 금지한다는 엄명을 내렸었다.하지만 제왕 부부가 딸을 낳은 지금은 큰 경사였기에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원 할머니에게 허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차례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며, 술과 고기의 양은 반드시 자신이 통제한다는 조건을 붙었다.그녀는 이제 숙왕부의 집사처럼 보일 정도로 나서서 제지했고, 그녀도 이 역할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원하던 노후 생활은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니 말이다.추 할머니의 병세는 약물 치료 후 조금 호전되었다. 병세가 더 악화하지 않았고, 진통제 주사의 빈도도 줄어들었다.사실 원경릉이 사용하는 약물이 병세를 억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모두의 격려와 그녀의 강한 의지가 병세를 멈춘 이유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숙왕부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또 한 번 연회를 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연회가 열리는 날, 원경릉도 참석했다. 그녀는 숙왕부의 활기를 또 한 번 느끼고 싶었고, 그 분위기가 역시나 그녀를 매우 기쁘게 만들었다.나이 든 늙은이들이 마련한 연회가 젊은 그녀조차도 활기를 느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고기의 양은 엄히 제한되었고, 채식 요리가 늘어났다. 원 할머니는 야채를 구워도 맛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다들 원 할머니의 말을 따르듯 채소를 먹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된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분주했다. 모닥불이 모든 사람의 기쁨 어린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직접 고기를 구워 열기를 더했다.식사가
며칠 뒤, 다섯째가 정말 아이를 데리고 궁에서 나왔다.원경릉은 이미 화를 풀었다. 그가 어찌 나쁜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는 단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사실이 증명하듯이, 계란이는 무상황을 만난 후 아버지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녀는 무상황을 태조부라고 부르며 함께 뜰을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며,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함께 바둑도 두었다.이때 택란이가 조심히 원경릉에게만 말했다.“어마마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금이고 은이고 다 주려 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사랑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원경릉은 순간 자신이 이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무상황의 계란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특별했다.예전에 그녀는 무상황이 계란이를 너무 편애하여 다른 왕비들이 질투해, 형제자매 사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실제로 손왕비가 몇 마디 불평하며 약간 질투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색이 바로 반박했다.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이 금을 계란이에게 준다면, 앞으로 조정에 돈이 필요할 때 계란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손왕비나 제가 받았다면, 돈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이 말에 손왕비는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고, 곧장 원경릉에게 사과했고, 그 이후로 원경릉도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안풍친왕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섯째도 이 소식에 안도하며 말했다.“그들을 만나보고 싶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오? 아니면 작은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오?”아직 그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돌아온다고 들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오.”원경릉이 대답했다.“안풍친왕의 성격을 생각하니, 자녀들도 그를 닮았을지 궁금해졌소.”원경릉이 웃으며 여우 같은 한 가족이진 않을까 생각했다.안풍친왕의 자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원용의에게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원용의가 아이를 낳았다.제왕은 아이를
“황조부님, 다섯째와 계란이가 왔습니까?”원경릉이 무상황에게 묻자, 무상황이 순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에 기쁨을 띄우며 말했다.“그들이 온다고? 그럼, 얼른 사람을 불러 음식을 더 준비하라 해서 둘이 술 한잔해야겠구나!”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들 부녀가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그들은 그녀를 찾으러 궁을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평소 바쁘던 그가, 오늘 이렇게 일찍 업무를 마쳤는데, 자신을 찾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녀가 궁을 나설 때, 그는 틈이 나면 왕부에 들르겠다고 약속했었다.무상황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물었다.“그래서 온다는 것이냐, 안 온다는 것이냐?”원경릉은 그들 부녀가 자신을 두고 나가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안 옵니다.”무상황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무슨 계란이를 데리고 나를 보러 오겠느냐?! 쓸데없는 생각이구나.”그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자, 원경릉이 더 기분 상할 틈도 주지 않게 서둘러 그를 달랬다. “분명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많은 탓에 아직도 바삐 보내나 봅니다.”“거짓이다!”하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계속 바쁘면 직접 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아이만 보내면 되지 않느냐? 그놈은 계란이가 이곳에 오면 궁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란이를 빼앗아 갈지 걱정해서지.”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딸에 대한 다섯째의 애정은 언제나 독단적이었다. 심지어, 어머니인 그녀의 자리를 탐낼 때도 있었다.원경릉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왕비님께 자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부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알고 있지.”무상황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되물었다. “넌 몰랐단 말이냐?”“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원경릉은 억울해하며 답했다.“부부라면 자녀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일일이 말해줘야 하는 것이냐?”무상황은 그녀를 약간 어리석게 여겼다.“……”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