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569화

원경릉은 제왕비를 정실로 오라고 하고는 사식이에게 제왕비가 왔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분부했다. 그녀는 빠르게 다과를 먹어 배를 채우고는 원용의를 보았다.

“같이 가시지요?”

“당연하죠. 제가 왕비님 옆을 지키겠습니다. 제왕비는 연기를 잘하니 불쌍한 척에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

고만아의 일로 원경릉은 이전에 없던 동정심과 자애로움을 되찾았지만, 그런 감정은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갑고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이곳에서 살 수 있다.

주명취는 정실에서 초조하게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원경릉과 원용의가 들어오자 제왕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네가 여길 왜…?”

“초왕비님을 뵈러 왔습니다.”

원용의는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주명취는 원용의를 거들떠보지 않고 원경릉을 보았다.

“미안한데 초왕비. 오늘은 내가 부탁을 드리러 왔어요. 희상궁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 여기 있습니까?”

원경릉은 그녀의 말을 듣고 “안돼!”라고 버럭 했다.

그러자 주명취는 다급한 듯 “원경릉, 지금 이럴 시간이 없으니 희상궁을 빨리 만나게 해줘요! 오늘 빚진 것은 내가 나중에 곱절로 갚을 테니!”라고 소리쳤다.

“빚을 져? 무슨 빚?”

주명취는 지금 주씨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함구했다.

“지금 희상궁이 필요한 사항이니 반드시 희상궁을 만나야 한다고!”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면서 내가 왜 희상궁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데?”

주명취는 원경릉의 태도에 화가 났다.

“자비로운 척, 착한 척을 다 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깐깐해? 전에 했던 행동은 다 위선인 거지?”

주명취는 눈을 잔뜩 찌푸리고 화가 난 듯 말했다.

“너 같은 종자들이 내 자비의 한계를 들추는 거야! 그래서 무슨 일인지 말 안 해? 안 할 거면 썩 꺼져 초왕부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원경릉, 너무 득의양양하지 마. 더러운 꾀로 초왕비가 됐으면서 어디서 초왕부의 안주인 행세를 해?”

원경릉은 빈정거리며 말하는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