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탁자를 내리쳤다.“그럼 넌 아직도 주인을 섬기는 마음이 갸륵하여 초왕부에 들어와 왕비를 해하려고 한 것이냐!”만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며 두 손을 빠르게 저었다.“아니, 아닙니다! 왕야 쇤네가 어떻게 감히 어찌 그러겠습니까! 쇤네는 이미 주부를 나왔고, 둘째 아가씨는 더 이상 제 주인이 아닙니다. 저는 일을 하고 싶어서 초왕부에 온 것입니다!”“방금 네가 초왕부에 온 이유가 네 뜻이라고?” 사식이가 물었다.“쇤네는 정말로 그 누구의 명을 받거나 사주를 받고 온 게 아닙니다……”“쇤네가 주부에서 쫓겨난 뒤 거리를 헤매다가 절름발이 거지 소년을 만났는데, 그가 서집(西集)에서 무예를 잘하는 계집을 찾는다고 하기에 저보고 한 번 가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정말 그곳이 초왕부인줄 꿈에도 몰랐습니다.”“그 거지는 어디에 있어?” 사식이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만아를 노려보았다.“서집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그 거지 이름이 뭔데?” 사식이가 물었다.만아는 거지 소년의 떠오를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입술을 물어뜯더니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었다.“호명(胡名)입니다!”우문호는 서일을 보며 “서집은 여기서 멀지 않으니 나가서 호명이라는 사람을 데려오거라!”라고 명했다.만아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왕야! 그 자는 이 일과 전혀 상관 없습니다! 그 자가 처음엔 쇤네를 부둣가에 짐을 나르는 사람에게 소개했지만 부둣가에서 쇤네를 필요 없다고 하자 여기로 소개해 준 겁니다. 그도 좋은 마음으로 한 겁니다…… 왕야께서는 부디 그를 난처하게 하지 마십시……”“당장 그 자를 데리고 오거라!”우문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고만아는 벌떡 일어나 서일을 가로막았다.“아니! 그 자는 이 일과 상관이 없다고요!”“비켜!” 서일이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안됩니다! 그는 절대 이 일과 관련이 없다고요! 제발!”고만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일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잠깐! 그 절름발이 거지가 회색 옷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