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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8화

“이것이 내가 만아를 보내준 이유입니다. 생명에는 귀함과 천함이 없는데 왜 어떤 이들의 삶은 버러지만도 못하게 죽음을 맞이한단 말입니까? 밥 한 끼를 먹자고 하는데도 덜덜 떠는 저 자를 보세요. 저 사람이 배가 불러서 저러겠습니까? 저 자는 배가 고파서 던져주는 음식을 얻어맞으면서도 달려가 받아먹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배를 곯았으면 사람이 그러겠습니까? 근데 지금을 보세요! 곤장을 맞을지언정 자신의 신분이 천하다고 느껴져 저와 밥 한 끼도 먹지 않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원경릉은 희상궁을 보며 울분을 토했다.

“왕비님께서는 저 자와 같지 않습니다. 왕비께서는 존귀한 신분입니다.”

희상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원경릉을 타일렀다.

원경릉은 이 세상은 자유와 평등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어나서부터 신분이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 나고 자랐으니 당연히 저럴 수 있다.

하지만 원경릉은 공평한 사회에서 태어나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모든 사람은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배웠다.

눈 떠보니 왕비였던 원경릉은 왕부의 모든 하인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잡초 뽑듯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혼자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도 마찬가지다. 원경릉은 고만아가 초왕부로 온 이유를 알고 싶었을 뿐, 고만아에게 곤장 50대를 내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문호와 원경릉의 생각 차이로 다투면서 상황이 이렇게 크게 번졌다.

원경릉은 우문호가 고만아를 벌주기 위해 곤장 50대를 때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원경릉이 그녀를 감싸는 게 화가 나서 화풀이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중 어떤 이유라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

정말 고만아 말대로 악의 없이 초왕부에 일을 하러 왔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왕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원경릉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자신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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