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상궁 사건의 전모와 처리 방안기왕비가 원경릉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숨을 삼키고 담담하게: “됐어요, 내 목숨이 당신 손아귀에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내가 어디 감히 반항하겠어요?”원경릉이 모처럼 부드럽게: “큰 동서가 이렇게 생각하니 기쁘네요. 큰 동서는 적시에 필요한 일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니 앞으로 잘해 봐요!”기왕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가의 혐오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기왕비는 원경릉이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태도가 싫었는데 진심으로 약점을 보인 건 아니라고 쳐도 상당히 수용할 만 했다.기왕비가 가고 난 뒤 원경릉은 서일에게 나가서 한바퀴 돌게 하고 찻집에서 좀 자리잡고 있다 오게 시켰는데 서일이 돌아와서 씩씩거리며: “아랫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몇 대 치고 받았어요.”원경릉이: “무슨 일이야? 나가서 좀 물어보라니까 가서 싸우고 와?”서일이 화가 나서: “그 사람들 입이 얼마나 더러운지, 완전 구려요, 그 자리에 없어서 모르시는데, 만약 들으셨으면 마마도 돌아버려서 싸웠을 걸요.”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더럽게 얘기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서일이 콧김을 뿜으며, “그 사람들 말에 희상궁이 그 시절에 온갖 계략을 세웠는데 목적이 주재상의 침상에 한번 올라보려는 것이었다, 희상궁은 염치도 모르고 지조 없이 행동하는 건 물론이고 당시 궁중의 수많은 금군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졌다더라. 궁궐을 음란하게 한 죄로 금군은 희상궁때문에 사형을 당하고, 희상궁은 태상황의 신임에 의지해 깨끗이 없었던 일로 했다더라, 사형 당한 금군 이름까지 전부 들이대는데 무슨 방우(方宇)라고.”“방우?” 원경릉이 화가 나서: “이름까지 들이밀다니 참으로 날조하는데는 끝이 없구나.”서일이 뭐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으나 사식이가 문 앞에서 전력을 다해 손을 내젓는 것을 봤다.서일이 당황해서, 얼른 나가고 희상궁이 돌아서서 자리를 뜨는 것이 보이는데, 복도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서일이 고
희상궁 소문 대책원경릉이: “누가 가서 주재상한테 얘기할 건데? 왕야가?”우문호가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을 보며, “너!”“나?” 원경릉이 어리둥절해서, “난 전혀 주재상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걸, 이 일 때문에 주씨 집안에 갈 수도 없잖아?”“주씨 집안에 갈 필요 없어, 내일 입궁해서 황조부에게 문안할 때 소요공과 주재상이 모두 황조부에게 문안인사 드리러 갈 거거든.” 우문호가 말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웃으며: “내일이 태상황의 생신이거든.”원경릉이 경악해서, “생신? 난 왜 몰랐지? 생신 잔치는 준비 안 해?”태상황의 생신이야, 이게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인데, 어떻게 소리소문이 없지?“진짜 생신은 아니고 왕년에 셋이 같이 전장에 나갔을 때 그 전쟁에서 태상황이 죽다가 살아나셨는데 그때부터 이 날을 태상황 폐하의 두번째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매년 셋이 함께 모이시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이상해서: “그런 희한한 일이 있었어? 상당히 흥미진진하네. 사실 나 처음엔 태상황 폐하와 주재상이 이렇게 우애가 깊을 줄 몰랐어, 황실은 줄곧 주재상을 꺼리는 줄 알았거든. 사실 주재상 이 사람 야심가지? 황제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뭐라고 할까? 태상황 폐하께서 주재상을 꺼린 다기 보다 차라리 신뢰하고 의지하는 게 맞을 거야. 주재상은 우리 북당 전체를 다스리는 신하로 다소 어린 나이에 황조부에게 충심을 다했고, 아바마마께서 등극하시고 주재상이 약간 오만해 진 건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중하게 단속하면서 아바마마도 주재상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계시지.”“그럼 주재상은 좋은 사람이야 아님 나쁜 사람이야?” 원경릉의 머리는 비교적 단순하다.우문호가 웃으며, “좋은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야, 짜증나는 노인네지. 어떨 땐 패권을 쥐고 독재를 펼치고 오만하게 설치다가 반대로 어떨 땐 말이야, 도리를 따진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주재상의 마음 속에 진짜 이 북당 강산으
기왕이 돌아왔다밖으로 나와서 구사가 물었다: “왕비께서는 왜 내가 널 때렸다고 하는 거야?”“왕비가 농담을 좋아해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뒤를 살피고도 안심이 안되는지 구사를 끌고 몇 걸음 더 가서, “무슨 일 있어?”구사가 그제서야 목적이 떠올라서: “기왕이 돌아왔어.”“이렇게 빨리?” 우문호가 놀라서, 한달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당겨서 돌아왔지?“오늘 내가 당직이라 기왕이 입궁해서 어서방에 가는 걸 봤어, 황제 폐하께서 한바탕 혼을 내시고 기왕부로 돌려보내시 더라고.” 구사가 말했다.“이렇게 빨리?” 우문호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감히 스스로 돌아왔을 리는 없고, 분명 아바마마께서 돌아오라고 부르신 거겠지.”“아마도 주씨 집안 둘째를 후궁으로 맞는 일 때문일 거야, 듣기론 다음 달 초사흘이라 더라.”“그래도 날짜가 남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우문호가 어쩐지 태평성대는 얼마 못 가는구나 싶고, 다시 그 짜증나는 얼굴을 봐야 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구사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어, 너한테 한 마디 깨우쳐주려는 것 뿐이야, 아마도 기왕이 ‘주씨 집안 둘째가 널 집착했다’는 소문을 듣게 될 건데 그때는 아마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천한 것들이 쌍으로!” 우문호가 증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구사가: “어쨌든 네가 스스로 잘 봐야 돼, 지금 초왕비가 기왕비를 치료하고 있는데 기왕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 오늘 마침 아지(阿志)가 밖에서 기왕의 시종이 기왕에게 주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 일을 보고하는 것을 들었고, 기왕이 갑자기 크게 화를 내며 ‘우문호’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더군.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생각해 보라고.”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응, 그 일 나도 알고 있어.”구사가: “그럼 난 간다.”구사가 가려 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고, “맞다, 왕비가 왜 내가 널 때렸다고 하는 건데?”우문호가 화를 내며: “너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굴어? 왕비가 농담했다고 했잖아.
원후궁은 어때?사식이가 경계태세로, “어르신은 거기 서서 말씀하세요, 말씀 하시면 전 여기서 듣겠습니다.”우문호는 매력 발산에 실패하자 표정을 가다듬고 이번엔 온유하고도 자상한 표정으로, “우리 사식이, 초왕부에 와서 왕비 곁에 있은 지 좀 되었는데 집이 그립지? 언니도 그립지 않으냐?”사식이가 놀라서 순간 얼굴색이 변하더니 눈물을 훔치고 발을 구르며: “왕야, 사식이가 뭘 잘못했나요? 사식이를 쫓아내시는 건가요?”말을 마치고 흥분해서 나갔다.바람이 곁에 쓱 불고 지나간 것 같은데 사식이가 보이지 않아, 우문호는 망연자실한 얼굴이다.안으로 돌아가다가 사식이가 원경릉에게 울면서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다, “사식이가 왕비마마를 곁에서 모실 수 없게 됐어요, 왕야께서 절 내쫓으신 데요.”우문호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너 지금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야? 내가 언제 널 쫓아낸다고 했어?”“그런데 왕야께서……” 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왜 저에게 가족이 그립냐고 하셨습니까?”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나는 너에게 원후궁을 며칠 불러오라고 하려던 참인데, 너희 자매도 모일 겸해서.”사식이가 화들짝 놀라며 바로 방긋 웃고, “그거 잘됐네요, 언니가 정말 좋아할 겁니다.”말을 마치고 눈물을 그치더니 거들먹거리며 나갔다.우문호가 사식이에게 소리치며, “언니에게 내일 기왕비와 같이 입궁하라고 해라.”“알겠습니다!” 사식이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는데 기뻐 죽는다.원경릉이 웃으며, 왜 원후궁을 부르는지 묻지 않아도 우문호가 마음 쓴 것을 알 수 있었다.도리어 묻길, “구사는 왜 왔데?”“큰형이 돌아왔다는 군.” 우문호가 원경릉에 기대 앉아 그녀의 배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움직였다.원경릉이 ‘어’하더니, “조만간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좀 일찍 오나 늦게 오나.”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큰 형이 만약 여전히 주씨 집안에 기대려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이 기왕비를 구해준 일에 대해 기뻐할 리 없어.”“누가 그 사람 기뻐하라고 그랬나요?” 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
입궁하는 원용의와 원경릉다음날 원후궁은 이른 새벽같이 일어나 각별히 신경 써서 화장을 한 뒤 쏜살같이 문을 나섰다.막 제왕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제왕녀석’이 나오는 참이다.제왕은 원후궁이 룰루랄라 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어디 가는 거야?”원용의는 눈썹을 휘날리며 몹시 흥분한 상태로, “입궁해요.”“입궁?” 제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늘 무슨 날도 아니고 넌 왜 입궁하는 데? 누가 널 불렀어? 너 갈 수 있어?”원용의는 낮은 목소리지만 자랑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웃으며, “초왕비가 저랑 같이 가자고 절 초대했지 뭐예요, 세상에, 저 좋아 죽을 거 같아서 한숨도 못 잤어요.”제왕의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진 채, “그게 왜 좋아 죽을 일이야? 네가 궁에 가겠다면 나도 널 데리고 가 줄 수 있는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원용의가 홱 돌아서서 갔다.제왕은 원용의가 진짜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냐고? 그럼 원비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옆에 있던 시종 대안(大安)이 웃으며: “왕야, 원비마마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입궁해서가 아니라, 초왕비께서 초청하셨기 때문입니다.”제왕이: “나도 원비를 청해서 같이 갈 수 있다고 흥.”대안이 고개를 젓고 웃으며: “왕야, 하지만 원비마마의 관심은 초왕비시지 왕야가 아닌 걸요.”제왕이 화가 나서, “무슨 자격으로? 원비가 누구 후궁인데?”“왕야의 후궁이지요, 하지만 왕야께서도 원비마마를 눈 여겨 보신 적이 없으십니다, 만약 초왕비가 남자였으면, 소인의 짐작으론 원비마마는 죽기 살기로 초왕비께 매달렸을 것입니다.”제왕은 입맛이 영 쓰다. 다섯째 형수, 좀 너무 한 거 아냐!원용의는 룰루랄라 초왕부로 가고 마침 기왕비도 있어서 들어가 문안 인사를 하는데 떨렁 두 문장이다.“초왕비와 입궁한다고?” 기왕비가 살짝 눈을 치켜세우고 이 말을 듣더니 속으로 생각이 있는지, “알았네, 재밌게 놀게나, 초왕비가 자네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더군.”“저를 좋아한다
태후전에 간 원용의와 원경릉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죄다 폭로하며,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군요.”상선이 정색하고: “정말 중요한 일이시면 왕비마마, 우선 태후마마께 문안하시지요.”원경릉은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가 안되는 걸 알지만 문이 잠겨 있으니 들어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럼 좋아요, 상선은 가서 황조부께 말씀 드리세요,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태후마마께 문안 드린 후 바로 돌아올 테니 안에 들여보내 달라고요.”상선이 미소 지으며: “알겠습니다! 왕비마마 먼저 가시지요, 오늘 태상황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신 데 더 즐겁게 해 드려야 지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잠시 후 원경릉이 말할 내용은 태상황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니 아예 셋이 좀 더 마시게 내버려 두자. 태후전에 도착하니 마침 덕비도 거기에 있고 태후가 기뻐하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는데 특히 배를 한참을 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배가 빨리 나오는 구나, 게다가 둥글둥글한데.”덕비가 웃으며: “태후마마, 둥글둥글하면 안 좋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돌려 덕비를 째려보더니: “모르는 소리 마라, 자식을 안 낳아봐서 그래, 배가 이렇게 둥그러면 대부분 딸이고, 배가 봉긋해야 아들이야.”덕비가 ‘아하’하더니 여전히 웃고 있으나 약간 쓸쓸한 눈빛으로, “그런 거였군요, 신첩은 정말 몰랐네요.”태후는 자기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덕비의 손을 두드리며, “자네야 황제의 시중을 드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 않은가, 그런 건 신경 쓸 거 없네.”덕비가 웃으며: “신첩은 복이 없는지 신경을 써도 돼지를 않네요.”“사람의 복이 어디 자식 뿐인가, 다른 것도 있지. 자네가 지금 잘 지내고, 황제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네를 소홀히 여긴 적이 없으니 황은이 망극해야 마땅하지.” 태후가 말했다.“맞습니다, 신첩 알고 있어요. 신첩이 지금 매일 태후마마와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걸요.” 덕비가 말했다.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원경릉에게
희상궁 소문의 진실, 방우는 누구인가‘그걸 얼마나 여러 번 가르쳤어? 성은의 비는 공평하게 내려야 한다고. 주씨 집안 그 기지배만 싸고 도니 원.’못난 놈!원용의는 정직하게: “저랑 주무신 적 없어요, 시집온 이래로 제 방에서 주무신 적이 없으셨어요.”태후가 약간 노해서, “어찌 이런 일이? 다섯째 그때와 똑같지 않은가? 시집와서 일년동안 합방을 한 적이 없었던. 그걸로 모자라던가? 내가 한 마디 해야겠구나.”“그러지 마세요, 제왕께서 와서 주무시는 거 싫어요. 혼자 자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원용의가 얼른 말하며 원경릉을 흘깃 보는데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딱이야, 원용의와 초왕비 언니가 같은 상황이었다니.원경릉이 원용의의 이 눈빛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이 기지배 진짜 기특하네!하지만 지금 제왕과 원용의의 상태는 그때 자신과 다섯째의 모습과 닮았다. 당시 다섯째의 마음속엔 주명취만 있었고 지금 제왕의 마음속에도 주명취만 있다.정말 형제가 쌍으로 눈이 멀었어!원경릉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으로 이 얘기에 흥미가 없고 어서 주재상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게다가 여기서는 태후가 줄곧 자신의 배를 쳐다보고 있어 심각하게 불편하다.다행히 덕비가 이 때 일어서며: “태후마마 오수 드실 시간입니다. 초왕비 나와 저쪽에 좀 가지 않을 텐가?”원경릉이 바로 일어서며, “예!”원용의도 일어서며, “저도요!”세사람이 태후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나와 같이 태후전을 나왔다.밖으로 나와 덕비가 원경릉에게, “초왕비 어째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무슨 일 있는 거야?”원경릉도 감추지 않고, 바로 희상궁 일을 덕비에게 알렸다. 덕비가 듣고 경악하며: “뭐라고? 밖에서는 방우가 희상궁때문에 곤장을 맞아 죽었다고 한단 말이야?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이 소문을 낸 자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원경릉이 서둘러 묻길: “이 일을 아세요? 그 금군 방우는 왜 죽은 거예요?”덕비가 분노하며: “방우는 당시에 태상황 폐하 측근의 어전 시위였는
희상궁의 자결 소식원경릉과 원용의는 덕상궁에 오래 머무를 겨를도 없이, 다시 건곤전으로 갔다. 태상황과 둘은 안에서 아주 통쾌하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문을 잠가 놓고 아무도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고 말이다.어쩔 수 없이 원경릉은 현비에게 문안 인사를 가고, 황후에게 문안하고 이렇게 한바탕 돌고나서 마지막엔 다시 덕상궁으로 돌아와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선에게 태상황이 다 드시거든 덕상궁에 알리라고 했다.한참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던 상선은 오지 않고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급한 전갈을 보내더니 덕상궁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우문호가 급한 전갈을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들어갔다.잠시 후 사식이가 정신없이 뛰어 들어오더니 덕상궁에 들어와 덕비에게 문안을 여쭐 겨를도 없이 바로 울며, “왕비마마, 어서 돌아가요, 희상궁이 목을 맸어요!”이 말에 놀란 원경릉이 하마터면 혼절할 뻔 한 것을 얼른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한 손에 원용의 손목을 잡고 사식이에게, “살아있어?”사식이가 울며: “몰라요, 피를 토하고 독주를 마셨다고만 해서, 바로 사람을 시켜 왕야를 찾아서 왕야께서 와서 보셨는데 친서를 써주며 어서 들어가 왕비를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부르러 온 사람은 갔고 제가 밖에서 서신을 받았어요.”덕비가: “초왕부에 어의가 있지 않느냐?”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있어요, 조어의가 있어요, 하지만 왕야께서 왕비마마께서 돌아오셔야 한다고, 광이(光二)가 그러는데 희상궁 얼굴이 새하얗고 혈색이 하나도 없었데요, 죽은 것처럼. 서일이 방금 말을 몰아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괴로워요, 왕비마마, 희상궁이 만약 죽으면 어떡해요.”말을 마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원경릉이 한 소리하며: “울지 마, 우리 어서 출궁하자.”세사람이 같이 나오는데 마침 상선이 직접 오는 것이 보였다. 원경릉을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왕비마마, 태상황 폐하와 두분 다 마치셨습니다. 가셔도 됩니다.”원경릉이 초조함을 겨우 억누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