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546화

Author: 유애
희상궁 소문의 근원과 기왕비

원경릉이: “기왕비에게 증거를 찾아오라고 했어요, 만약 주씨 집안에서 사람을 시켜 소문을 퍼트린 증좌가 잡히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희상궁이 원경릉에게 어두운 눈빛으로: “왕비마마, 가만 안 놔두시면요? 주씨 집안에 가서 소란이라도 한바탕 피울까요? 소란을 부리는 건 괜찮습니다만 바깥 사람들이 입방아 찧을 거리만 더 주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뭐 하게요? 됐습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바깥사람들도 얘기하기 물릴 테니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죠.”

원경릉이: “희상궁, 마음이 괴로운 거 알아요, 이 일을 해명하는 거 자체는 아무 소용없겠지만 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가볍게 넘길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심하게 방자하게 굴 거니까요.”

희상궁이 여전히 손을 내저으며, “안돼요, 안됩니다, 됐어요. 누가 떠들든 다 같아요, 더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아요, 소란스러워지면 거북한 말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희상궁이 빗자루를 빼앗아 들고 바닥을 고르게 쓸며, “왕비마마 안심하세요. 쇤네가 이만큼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피바람을 견뎌왔겠습니까? 이정도 유언비어에 쇤네가 상하는 일은 없습니다.”

원경릉이 희상궁의 회색 빛 얼굴을 보니 전신에 생기라고는 없고, 걸어 다니는 시체 같아 마음이 아려 왔다.

희상궁이 출궁해서 초왕부에 살게 된 이래 희상궁을 은근히 챙기느라 상당히 애를 썼다.

태상황의 병을 고칠 때 비록 후에 그녀가 실수를 범했지만, 그러기 전에 유일하게 원경릉에게 따듯한 얼굴로 대해주었으며 원경릉의 상처를 치료하고 통증을 멈추게 해 준 사람이 희상궁이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원경릉은 여전히 희상궁의 태도를 중시해야 하지만 희상궁이 정말 그만 두길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단지 밖에 계속 소문이 나돌까, 더 추악한 말이 나돌까 두려워서 희상궁은 참을 수 없었다.

원경릉은 작게 한숨을 쉬고 사식이에게 가급적 희상궁이 밖에 나가지 않도록 잘 지켜보게 시켰다.

다음날 기왕비가 와서 원경릉에게 말하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547화

    희상궁 사건의 전모와 처리 방안기왕비가 원경릉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숨을 삼키고 담담하게: “됐어요, 내 목숨이 당신 손아귀에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내가 어디 감히 반항하겠어요?”원경릉이 모처럼 부드럽게: “큰 동서가 이렇게 생각하니 기쁘네요. 큰 동서는 적시에 필요한 일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니 앞으로 잘해 봐요!”기왕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가의 혐오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기왕비는 원경릉이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태도가 싫었는데 진심으로 약점을 보인 건 아니라고 쳐도 상당히 수용할 만 했다.기왕비가 가고 난 뒤 원경릉은 서일에게 나가서 한바퀴 돌게 하고 찻집에서 좀 자리잡고 있다 오게 시켰는데 서일이 돌아와서 씩씩거리며: “아랫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몇 대 치고 받았어요.”원경릉이: “무슨 일이야? 나가서 좀 물어보라니까 가서 싸우고 와?”서일이 화가 나서: “그 사람들 입이 얼마나 더러운지, 완전 구려요, 그 자리에 없어서 모르시는데, 만약 들으셨으면 마마도 돌아버려서 싸웠을 걸요.”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더럽게 얘기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서일이 콧김을 뿜으며, “그 사람들 말에 희상궁이 그 시절에 온갖 계략을 세웠는데 목적이 주재상의 침상에 한번 올라보려는 것이었다, 희상궁은 염치도 모르고 지조 없이 행동하는 건 물론이고 당시 궁중의 수많은 금군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졌다더라. 궁궐을 음란하게 한 죄로 금군은 희상궁때문에 사형을 당하고, 희상궁은 태상황의 신임에 의지해 깨끗이 없었던 일로 했다더라, 사형 당한 금군 이름까지 전부 들이대는데 무슨 방우(方宇)라고.”“방우?” 원경릉이 화가 나서: “이름까지 들이밀다니 참으로 날조하는데는 끝이 없구나.”서일이 뭐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으나 사식이가 문 앞에서 전력을 다해 손을 내젓는 것을 봤다.서일이 당황해서, 얼른 나가고 희상궁이 돌아서서 자리를 뜨는 것이 보이는데, 복도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서일이 고

  • 명의 왕비   제 548화

    희상궁 소문 대책원경릉이: “누가 가서 주재상한테 얘기할 건데? 왕야가?”우문호가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을 보며, “너!”“나?” 원경릉이 어리둥절해서, “난 전혀 주재상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걸, 이 일 때문에 주씨 집안에 갈 수도 없잖아?”“주씨 집안에 갈 필요 없어, 내일 입궁해서 황조부에게 문안할 때 소요공과 주재상이 모두 황조부에게 문안인사 드리러 갈 거거든.” 우문호가 말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웃으며: “내일이 태상황의 생신이거든.”원경릉이 경악해서, “생신? 난 왜 몰랐지? 생신 잔치는 준비 안 해?”태상황의 생신이야, 이게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인데, 어떻게 소리소문이 없지?“진짜 생신은 아니고 왕년에 셋이 같이 전장에 나갔을 때 그 전쟁에서 태상황이 죽다가 살아나셨는데 그때부터 이 날을 태상황 폐하의 두번째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매년 셋이 함께 모이시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이상해서: “그런 희한한 일이 있었어? 상당히 흥미진진하네. 사실 나 처음엔 태상황 폐하와 주재상이 이렇게 우애가 깊을 줄 몰랐어, 황실은 줄곧 주재상을 꺼리는 줄 알았거든. 사실 주재상 이 사람 야심가지? 황제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뭐라고 할까? 태상황 폐하께서 주재상을 꺼린 다기 보다 차라리 신뢰하고 의지하는 게 맞을 거야. 주재상은 우리 북당 전체를 다스리는 신하로 다소 어린 나이에 황조부에게 충심을 다했고, 아바마마께서 등극하시고 주재상이 약간 오만해 진 건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중하게 단속하면서 아바마마도 주재상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계시지.”“그럼 주재상은 좋은 사람이야 아님 나쁜 사람이야?” 원경릉의 머리는 비교적 단순하다.우문호가 웃으며, “좋은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야, 짜증나는 노인네지. 어떨 땐 패권을 쥐고 독재를 펼치고 오만하게 설치다가 반대로 어떨 땐 말이야, 도리를 따진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주재상의 마음 속에 진짜 이 북당 강산으

  • 명의 왕비   제 549화

    기왕이 돌아왔다밖으로 나와서 구사가 물었다: “왕비께서는 왜 내가 널 때렸다고 하는 거야?”“왕비가 농담을 좋아해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뒤를 살피고도 안심이 안되는지 구사를 끌고 몇 걸음 더 가서, “무슨 일 있어?”구사가 그제서야 목적이 떠올라서: “기왕이 돌아왔어.”“이렇게 빨리?” 우문호가 놀라서, 한달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당겨서 돌아왔지?“오늘 내가 당직이라 기왕이 입궁해서 어서방에 가는 걸 봤어, 황제 폐하께서 한바탕 혼을 내시고 기왕부로 돌려보내시 더라고.” 구사가 말했다.“이렇게 빨리?” 우문호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감히 스스로 돌아왔을 리는 없고, 분명 아바마마께서 돌아오라고 부르신 거겠지.”“아마도 주씨 집안 둘째를 후궁으로 맞는 일 때문일 거야, 듣기론 다음 달 초사흘이라 더라.”“그래도 날짜가 남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우문호가 어쩐지 태평성대는 얼마 못 가는구나 싶고, 다시 그 짜증나는 얼굴을 봐야 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구사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어, 너한테 한 마디 깨우쳐주려는 것 뿐이야, 아마도 기왕이 ‘주씨 집안 둘째가 널 집착했다’는 소문을 듣게 될 건데 그때는 아마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천한 것들이 쌍으로!” 우문호가 증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구사가: “어쨌든 네가 스스로 잘 봐야 돼, 지금 초왕비가 기왕비를 치료하고 있는데 기왕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 오늘 마침 아지(阿志)가 밖에서 기왕의 시종이 기왕에게 주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 일을 보고하는 것을 들었고, 기왕이 갑자기 크게 화를 내며 ‘우문호’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더군.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생각해 보라고.”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응, 그 일 나도 알고 있어.”구사가: “그럼 난 간다.”구사가 가려 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고, “맞다, 왕비가 왜 내가 널 때렸다고 하는 건데?”우문호가 화를 내며: “너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굴어? 왕비가 농담했다고 했잖아.

  • 명의 왕비   제 550화

    원후궁은 어때?사식이가 경계태세로, “어르신은 거기 서서 말씀하세요, 말씀 하시면 전 여기서 듣겠습니다.”우문호는 매력 발산에 실패하자 표정을 가다듬고 이번엔 온유하고도 자상한 표정으로, “우리 사식이, 초왕부에 와서 왕비 곁에 있은 지 좀 되었는데 집이 그립지? 언니도 그립지 않으냐?”사식이가 놀라서 순간 얼굴색이 변하더니 눈물을 훔치고 발을 구르며: “왕야, 사식이가 뭘 잘못했나요? 사식이를 쫓아내시는 건가요?”말을 마치고 흥분해서 나갔다.바람이 곁에 쓱 불고 지나간 것 같은데 사식이가 보이지 않아, 우문호는 망연자실한 얼굴이다.안으로 돌아가다가 사식이가 원경릉에게 울면서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다, “사식이가 왕비마마를 곁에서 모실 수 없게 됐어요, 왕야께서 절 내쫓으신 데요.”우문호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너 지금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야? 내가 언제 널 쫓아낸다고 했어?”“그런데 왕야께서……” 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왜 저에게 가족이 그립냐고 하셨습니까?”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나는 너에게 원후궁을 며칠 불러오라고 하려던 참인데, 너희 자매도 모일 겸해서.”사식이가 화들짝 놀라며 바로 방긋 웃고, “그거 잘됐네요, 언니가 정말 좋아할 겁니다.”말을 마치고 눈물을 그치더니 거들먹거리며 나갔다.우문호가 사식이에게 소리치며, “언니에게 내일 기왕비와 같이 입궁하라고 해라.”“알겠습니다!” 사식이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는데 기뻐 죽는다.원경릉이 웃으며, 왜 원후궁을 부르는지 묻지 않아도 우문호가 마음 쓴 것을 알 수 있었다.도리어 묻길, “구사는 왜 왔데?”“큰형이 돌아왔다는 군.” 우문호가 원경릉에 기대 앉아 그녀의 배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움직였다.원경릉이 ‘어’하더니, “조만간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좀 일찍 오나 늦게 오나.”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큰 형이 만약 여전히 주씨 집안에 기대려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이 기왕비를 구해준 일에 대해 기뻐할 리 없어.”“누가 그 사람 기뻐하라고 그랬나요?” 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

  • 명의 왕비   제 551화

    입궁하는 원용의와 원경릉다음날 원후궁은 이른 새벽같이 일어나 각별히 신경 써서 화장을 한 뒤 쏜살같이 문을 나섰다.막 제왕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제왕녀석’이 나오는 참이다.제왕은 원후궁이 룰루랄라 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어디 가는 거야?”원용의는 눈썹을 휘날리며 몹시 흥분한 상태로, “입궁해요.”“입궁?” 제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늘 무슨 날도 아니고 넌 왜 입궁하는 데? 누가 널 불렀어? 너 갈 수 있어?”원용의는 낮은 목소리지만 자랑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웃으며, “초왕비가 저랑 같이 가자고 절 초대했지 뭐예요, 세상에, 저 좋아 죽을 거 같아서 한숨도 못 잤어요.”제왕의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진 채, “그게 왜 좋아 죽을 일이야? 네가 궁에 가겠다면 나도 널 데리고 가 줄 수 있는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원용의가 홱 돌아서서 갔다.제왕은 원용의가 진짜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냐고? 그럼 원비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옆에 있던 시종 대안(大安)이 웃으며: “왕야, 원비마마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입궁해서가 아니라, 초왕비께서 초청하셨기 때문입니다.”제왕이: “나도 원비를 청해서 같이 갈 수 있다고 흥.”대안이 고개를 젓고 웃으며: “왕야, 하지만 원비마마의 관심은 초왕비시지 왕야가 아닌 걸요.”제왕이 화가 나서, “무슨 자격으로? 원비가 누구 후궁인데?”“왕야의 후궁이지요, 하지만 왕야께서도 원비마마를 눈 여겨 보신 적이 없으십니다, 만약 초왕비가 남자였으면, 소인의 짐작으론 원비마마는 죽기 살기로 초왕비께 매달렸을 것입니다.”제왕은 입맛이 영 쓰다. 다섯째 형수, 좀 너무 한 거 아냐!원용의는 룰루랄라 초왕부로 가고 마침 기왕비도 있어서 들어가 문안 인사를 하는데 떨렁 두 문장이다.“초왕비와 입궁한다고?” 기왕비가 살짝 눈을 치켜세우고 이 말을 듣더니 속으로 생각이 있는지, “알았네, 재밌게 놀게나, 초왕비가 자네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더군.”“저를 좋아한다

  • 명의 왕비   제 552화

    태후전에 간 원용의와 원경릉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죄다 폭로하며,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군요.”상선이 정색하고: “정말 중요한 일이시면 왕비마마, 우선 태후마마께 문안하시지요.”원경릉은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가 안되는 걸 알지만 문이 잠겨 있으니 들어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럼 좋아요, 상선은 가서 황조부께 말씀 드리세요,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태후마마께 문안 드린 후 바로 돌아올 테니 안에 들여보내 달라고요.”상선이 미소 지으며: “알겠습니다! 왕비마마 먼저 가시지요, 오늘 태상황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신 데 더 즐겁게 해 드려야 지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잠시 후 원경릉이 말할 내용은 태상황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니 아예 셋이 좀 더 마시게 내버려 두자. 태후전에 도착하니 마침 덕비도 거기에 있고 태후가 기뻐하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는데 특히 배를 한참을 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배가 빨리 나오는 구나, 게다가 둥글둥글한데.”덕비가 웃으며: “태후마마, 둥글둥글하면 안 좋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돌려 덕비를 째려보더니: “모르는 소리 마라, 자식을 안 낳아봐서 그래, 배가 이렇게 둥그러면 대부분 딸이고, 배가 봉긋해야 아들이야.”덕비가 ‘아하’하더니 여전히 웃고 있으나 약간 쓸쓸한 눈빛으로, “그런 거였군요, 신첩은 정말 몰랐네요.”태후는 자기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덕비의 손을 두드리며, “자네야 황제의 시중을 드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 않은가, 그런 건 신경 쓸 거 없네.”덕비가 웃으며: “신첩은 복이 없는지 신경을 써도 돼지를 않네요.”“사람의 복이 어디 자식 뿐인가, 다른 것도 있지. 자네가 지금 잘 지내고, 황제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네를 소홀히 여긴 적이 없으니 황은이 망극해야 마땅하지.” 태후가 말했다.“맞습니다, 신첩 알고 있어요. 신첩이 지금 매일 태후마마와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걸요.” 덕비가 말했다.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원경릉에게

  • 명의 왕비   제 553화

    희상궁 소문의 진실, 방우는 누구인가‘그걸 얼마나 여러 번 가르쳤어? 성은의 비는 공평하게 내려야 한다고. 주씨 집안 그 기지배만 싸고 도니 원.’못난 놈!원용의는 정직하게: “저랑 주무신 적 없어요, 시집온 이래로 제 방에서 주무신 적이 없으셨어요.”태후가 약간 노해서, “어찌 이런 일이? 다섯째 그때와 똑같지 않은가? 시집와서 일년동안 합방을 한 적이 없었던. 그걸로 모자라던가? 내가 한 마디 해야겠구나.”“그러지 마세요, 제왕께서 와서 주무시는 거 싫어요. 혼자 자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원용의가 얼른 말하며 원경릉을 흘깃 보는데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딱이야, 원용의와 초왕비 언니가 같은 상황이었다니.원경릉이 원용의의 이 눈빛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이 기지배 진짜 기특하네!하지만 지금 제왕과 원용의의 상태는 그때 자신과 다섯째의 모습과 닮았다. 당시 다섯째의 마음속엔 주명취만 있었고 지금 제왕의 마음속에도 주명취만 있다.정말 형제가 쌍으로 눈이 멀었어!원경릉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으로 이 얘기에 흥미가 없고 어서 주재상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게다가 여기서는 태후가 줄곧 자신의 배를 쳐다보고 있어 심각하게 불편하다.다행히 덕비가 이 때 일어서며: “태후마마 오수 드실 시간입니다. 초왕비 나와 저쪽에 좀 가지 않을 텐가?”원경릉이 바로 일어서며, “예!”원용의도 일어서며, “저도요!”세사람이 태후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나와 같이 태후전을 나왔다.밖으로 나와 덕비가 원경릉에게, “초왕비 어째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무슨 일 있는 거야?”원경릉도 감추지 않고, 바로 희상궁 일을 덕비에게 알렸다. 덕비가 듣고 경악하며: “뭐라고? 밖에서는 방우가 희상궁때문에 곤장을 맞아 죽었다고 한단 말이야?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이 소문을 낸 자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원경릉이 서둘러 묻길: “이 일을 아세요? 그 금군 방우는 왜 죽은 거예요?”덕비가 분노하며: “방우는 당시에 태상황 폐하 측근의 어전 시위였는

  • 명의 왕비   제 554화

    희상궁의 자결 소식원경릉과 원용의는 덕상궁에 오래 머무를 겨를도 없이, 다시 건곤전으로 갔다. 태상황과 둘은 안에서 아주 통쾌하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문을 잠가 놓고 아무도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고 말이다.어쩔 수 없이 원경릉은 현비에게 문안 인사를 가고, 황후에게 문안하고 이렇게 한바탕 돌고나서 마지막엔 다시 덕상궁으로 돌아와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선에게 태상황이 다 드시거든 덕상궁에 알리라고 했다.한참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던 상선은 오지 않고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급한 전갈을 보내더니 덕상궁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우문호가 급한 전갈을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들어갔다.잠시 후 사식이가 정신없이 뛰어 들어오더니 덕상궁에 들어와 덕비에게 문안을 여쭐 겨를도 없이 바로 울며, “왕비마마, 어서 돌아가요, 희상궁이 목을 맸어요!”이 말에 놀란 원경릉이 하마터면 혼절할 뻔 한 것을 얼른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한 손에 원용의 손목을 잡고 사식이에게, “살아있어?”사식이가 울며: “몰라요, 피를 토하고 독주를 마셨다고만 해서, 바로 사람을 시켜 왕야를 찾아서 왕야께서 와서 보셨는데 친서를 써주며 어서 들어가 왕비를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부르러 온 사람은 갔고 제가 밖에서 서신을 받았어요.”덕비가: “초왕부에 어의가 있지 않느냐?”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있어요, 조어의가 있어요, 하지만 왕야께서 왕비마마께서 돌아오셔야 한다고, 광이(光二)가 그러는데 희상궁 얼굴이 새하얗고 혈색이 하나도 없었데요, 죽은 것처럼. 서일이 방금 말을 몰아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괴로워요, 왕비마마, 희상궁이 만약 죽으면 어떡해요.”말을 마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원경릉이 한 소리하며: “울지 마, 우리 어서 출궁하자.”세사람이 같이 나오는데 마침 상선이 직접 오는 것이 보였다. 원경릉을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왕비마마, 태상황 폐하와 두분 다 마치셨습니다. 가셔도 됩니다.”원경릉이 초조함을 겨우 억누르고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