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상궁 소문 대책원경릉이: “누가 가서 주재상한테 얘기할 건데? 왕야가?”우문호가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을 보며, “너!”“나?” 원경릉이 어리둥절해서, “난 전혀 주재상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걸, 이 일 때문에 주씨 집안에 갈 수도 없잖아?”“주씨 집안에 갈 필요 없어, 내일 입궁해서 황조부에게 문안할 때 소요공과 주재상이 모두 황조부에게 문안인사 드리러 갈 거거든.” 우문호가 말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웃으며: “내일이 태상황의 생신이거든.”원경릉이 경악해서, “생신? 난 왜 몰랐지? 생신 잔치는 준비 안 해?”태상황의 생신이야, 이게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인데, 어떻게 소리소문이 없지?“진짜 생신은 아니고 왕년에 셋이 같이 전장에 나갔을 때 그 전쟁에서 태상황이 죽다가 살아나셨는데 그때부터 이 날을 태상황 폐하의 두번째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매년 셋이 함께 모이시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이상해서: “그런 희한한 일이 있었어? 상당히 흥미진진하네. 사실 나 처음엔 태상황 폐하와 주재상이 이렇게 우애가 깊을 줄 몰랐어, 황실은 줄곧 주재상을 꺼리는 줄 알았거든. 사실 주재상 이 사람 야심가지? 황제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뭐라고 할까? 태상황 폐하께서 주재상을 꺼린 다기 보다 차라리 신뢰하고 의지하는 게 맞을 거야. 주재상은 우리 북당 전체를 다스리는 신하로 다소 어린 나이에 황조부에게 충심을 다했고, 아바마마께서 등극하시고 주재상이 약간 오만해 진 건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중하게 단속하면서 아바마마도 주재상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계시지.”“그럼 주재상은 좋은 사람이야 아님 나쁜 사람이야?” 원경릉의 머리는 비교적 단순하다.우문호가 웃으며, “좋은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야, 짜증나는 노인네지. 어떨 땐 패권을 쥐고 독재를 펼치고 오만하게 설치다가 반대로 어떨 땐 말이야, 도리를 따진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주재상의 마음 속에 진짜 이 북당 강산으
기왕이 돌아왔다밖으로 나와서 구사가 물었다: “왕비께서는 왜 내가 널 때렸다고 하는 거야?”“왕비가 농담을 좋아해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뒤를 살피고도 안심이 안되는지 구사를 끌고 몇 걸음 더 가서, “무슨 일 있어?”구사가 그제서야 목적이 떠올라서: “기왕이 돌아왔어.”“이렇게 빨리?” 우문호가 놀라서, 한달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당겨서 돌아왔지?“오늘 내가 당직이라 기왕이 입궁해서 어서방에 가는 걸 봤어, 황제 폐하께서 한바탕 혼을 내시고 기왕부로 돌려보내시 더라고.” 구사가 말했다.“이렇게 빨리?” 우문호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감히 스스로 돌아왔을 리는 없고, 분명 아바마마께서 돌아오라고 부르신 거겠지.”“아마도 주씨 집안 둘째를 후궁으로 맞는 일 때문일 거야, 듣기론 다음 달 초사흘이라 더라.”“그래도 날짜가 남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우문호가 어쩐지 태평성대는 얼마 못 가는구나 싶고, 다시 그 짜증나는 얼굴을 봐야 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구사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어, 너한테 한 마디 깨우쳐주려는 것 뿐이야, 아마도 기왕이 ‘주씨 집안 둘째가 널 집착했다’는 소문을 듣게 될 건데 그때는 아마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천한 것들이 쌍으로!” 우문호가 증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구사가: “어쨌든 네가 스스로 잘 봐야 돼, 지금 초왕비가 기왕비를 치료하고 있는데 기왕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 오늘 마침 아지(阿志)가 밖에서 기왕의 시종이 기왕에게 주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 일을 보고하는 것을 들었고, 기왕이 갑자기 크게 화를 내며 ‘우문호’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더군.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생각해 보라고.”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응, 그 일 나도 알고 있어.”구사가: “그럼 난 간다.”구사가 가려 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고, “맞다, 왕비가 왜 내가 널 때렸다고 하는 건데?”우문호가 화를 내며: “너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굴어? 왕비가 농담했다고 했잖아.
원후궁은 어때?사식이가 경계태세로, “어르신은 거기 서서 말씀하세요, 말씀 하시면 전 여기서 듣겠습니다.”우문호는 매력 발산에 실패하자 표정을 가다듬고 이번엔 온유하고도 자상한 표정으로, “우리 사식이, 초왕부에 와서 왕비 곁에 있은 지 좀 되었는데 집이 그립지? 언니도 그립지 않으냐?”사식이가 놀라서 순간 얼굴색이 변하더니 눈물을 훔치고 발을 구르며: “왕야, 사식이가 뭘 잘못했나요? 사식이를 쫓아내시는 건가요?”말을 마치고 흥분해서 나갔다.바람이 곁에 쓱 불고 지나간 것 같은데 사식이가 보이지 않아, 우문호는 망연자실한 얼굴이다.안으로 돌아가다가 사식이가 원경릉에게 울면서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다, “사식이가 왕비마마를 곁에서 모실 수 없게 됐어요, 왕야께서 절 내쫓으신 데요.”우문호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너 지금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야? 내가 언제 널 쫓아낸다고 했어?”“그런데 왕야께서……” 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왜 저에게 가족이 그립냐고 하셨습니까?”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나는 너에게 원후궁을 며칠 불러오라고 하려던 참인데, 너희 자매도 모일 겸해서.”사식이가 화들짝 놀라며 바로 방긋 웃고, “그거 잘됐네요, 언니가 정말 좋아할 겁니다.”말을 마치고 눈물을 그치더니 거들먹거리며 나갔다.우문호가 사식이에게 소리치며, “언니에게 내일 기왕비와 같이 입궁하라고 해라.”“알겠습니다!” 사식이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는데 기뻐 죽는다.원경릉이 웃으며, 왜 원후궁을 부르는지 묻지 않아도 우문호가 마음 쓴 것을 알 수 있었다.도리어 묻길, “구사는 왜 왔데?”“큰형이 돌아왔다는 군.” 우문호가 원경릉에 기대 앉아 그녀의 배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움직였다.원경릉이 ‘어’하더니, “조만간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좀 일찍 오나 늦게 오나.”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큰 형이 만약 여전히 주씨 집안에 기대려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이 기왕비를 구해준 일에 대해 기뻐할 리 없어.”“누가 그 사람 기뻐하라고 그랬나요?” 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
입궁하는 원용의와 원경릉다음날 원후궁은 이른 새벽같이 일어나 각별히 신경 써서 화장을 한 뒤 쏜살같이 문을 나섰다.막 제왕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제왕녀석’이 나오는 참이다.제왕은 원후궁이 룰루랄라 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어디 가는 거야?”원용의는 눈썹을 휘날리며 몹시 흥분한 상태로, “입궁해요.”“입궁?” 제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늘 무슨 날도 아니고 넌 왜 입궁하는 데? 누가 널 불렀어? 너 갈 수 있어?”원용의는 낮은 목소리지만 자랑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웃으며, “초왕비가 저랑 같이 가자고 절 초대했지 뭐예요, 세상에, 저 좋아 죽을 거 같아서 한숨도 못 잤어요.”제왕의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진 채, “그게 왜 좋아 죽을 일이야? 네가 궁에 가겠다면 나도 널 데리고 가 줄 수 있는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원용의가 홱 돌아서서 갔다.제왕은 원용의가 진짜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며, “궁에 가는 게 뭐가 그리 좋냐고? 그럼 원비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옆에 있던 시종 대안(大安)이 웃으며: “왕야, 원비마마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입궁해서가 아니라, 초왕비께서 초청하셨기 때문입니다.”제왕이: “나도 원비를 청해서 같이 갈 수 있다고 흥.”대안이 고개를 젓고 웃으며: “왕야, 하지만 원비마마의 관심은 초왕비시지 왕야가 아닌 걸요.”제왕이 화가 나서, “무슨 자격으로? 원비가 누구 후궁인데?”“왕야의 후궁이지요, 하지만 왕야께서도 원비마마를 눈 여겨 보신 적이 없으십니다, 만약 초왕비가 남자였으면, 소인의 짐작으론 원비마마는 죽기 살기로 초왕비께 매달렸을 것입니다.”제왕은 입맛이 영 쓰다. 다섯째 형수, 좀 너무 한 거 아냐!원용의는 룰루랄라 초왕부로 가고 마침 기왕비도 있어서 들어가 문안 인사를 하는데 떨렁 두 문장이다.“초왕비와 입궁한다고?” 기왕비가 살짝 눈을 치켜세우고 이 말을 듣더니 속으로 생각이 있는지, “알았네, 재밌게 놀게나, 초왕비가 자네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더군.”“저를 좋아한다
태후전에 간 원용의와 원경릉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죄다 폭로하며,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군요.”상선이 정색하고: “정말 중요한 일이시면 왕비마마, 우선 태후마마께 문안하시지요.”원경릉은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가 안되는 걸 알지만 문이 잠겨 있으니 들어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럼 좋아요, 상선은 가서 황조부께 말씀 드리세요, 제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태후마마께 문안 드린 후 바로 돌아올 테니 안에 들여보내 달라고요.”상선이 미소 지으며: “알겠습니다! 왕비마마 먼저 가시지요, 오늘 태상황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신 데 더 즐겁게 해 드려야 지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잠시 후 원경릉이 말할 내용은 태상황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니 아예 셋이 좀 더 마시게 내버려 두자. 태후전에 도착하니 마침 덕비도 거기에 있고 태후가 기뻐하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는데 특히 배를 한참을 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배가 빨리 나오는 구나, 게다가 둥글둥글한데.”덕비가 웃으며: “태후마마, 둥글둥글하면 안 좋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돌려 덕비를 째려보더니: “모르는 소리 마라, 자식을 안 낳아봐서 그래, 배가 이렇게 둥그러면 대부분 딸이고, 배가 봉긋해야 아들이야.”덕비가 ‘아하’하더니 여전히 웃고 있으나 약간 쓸쓸한 눈빛으로, “그런 거였군요, 신첩은 정말 몰랐네요.”태후는 자기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덕비의 손을 두드리며, “자네야 황제의 시중을 드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 않은가, 그런 건 신경 쓸 거 없네.”덕비가 웃으며: “신첩은 복이 없는지 신경을 써도 돼지를 않네요.”“사람의 복이 어디 자식 뿐인가, 다른 것도 있지. 자네가 지금 잘 지내고, 황제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네를 소홀히 여긴 적이 없으니 황은이 망극해야 마땅하지.” 태후가 말했다.“맞습니다, 신첩 알고 있어요. 신첩이 지금 매일 태후마마와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걸요.” 덕비가 말했다.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원경릉에게
희상궁 소문의 진실, 방우는 누구인가‘그걸 얼마나 여러 번 가르쳤어? 성은의 비는 공평하게 내려야 한다고. 주씨 집안 그 기지배만 싸고 도니 원.’못난 놈!원용의는 정직하게: “저랑 주무신 적 없어요, 시집온 이래로 제 방에서 주무신 적이 없으셨어요.”태후가 약간 노해서, “어찌 이런 일이? 다섯째 그때와 똑같지 않은가? 시집와서 일년동안 합방을 한 적이 없었던. 그걸로 모자라던가? 내가 한 마디 해야겠구나.”“그러지 마세요, 제왕께서 와서 주무시는 거 싫어요. 혼자 자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원용의가 얼른 말하며 원경릉을 흘깃 보는데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딱이야, 원용의와 초왕비 언니가 같은 상황이었다니.원경릉이 원용의의 이 눈빛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이 기지배 진짜 기특하네!하지만 지금 제왕과 원용의의 상태는 그때 자신과 다섯째의 모습과 닮았다. 당시 다섯째의 마음속엔 주명취만 있었고 지금 제왕의 마음속에도 주명취만 있다.정말 형제가 쌍으로 눈이 멀었어!원경릉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으로 이 얘기에 흥미가 없고 어서 주재상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게다가 여기서는 태후가 줄곧 자신의 배를 쳐다보고 있어 심각하게 불편하다.다행히 덕비가 이 때 일어서며: “태후마마 오수 드실 시간입니다. 초왕비 나와 저쪽에 좀 가지 않을 텐가?”원경릉이 바로 일어서며, “예!”원용의도 일어서며, “저도요!”세사람이 태후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나와 같이 태후전을 나왔다.밖으로 나와 덕비가 원경릉에게, “초왕비 어째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무슨 일 있는 거야?”원경릉도 감추지 않고, 바로 희상궁 일을 덕비에게 알렸다. 덕비가 듣고 경악하며: “뭐라고? 밖에서는 방우가 희상궁때문에 곤장을 맞아 죽었다고 한단 말이야?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이 소문을 낸 자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원경릉이 서둘러 묻길: “이 일을 아세요? 그 금군 방우는 왜 죽은 거예요?”덕비가 분노하며: “방우는 당시에 태상황 폐하 측근의 어전 시위였는
희상궁의 자결 소식원경릉과 원용의는 덕상궁에 오래 머무를 겨를도 없이, 다시 건곤전으로 갔다. 태상황과 둘은 안에서 아주 통쾌하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문을 잠가 놓고 아무도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고 말이다.어쩔 수 없이 원경릉은 현비에게 문안 인사를 가고, 황후에게 문안하고 이렇게 한바탕 돌고나서 마지막엔 다시 덕상궁으로 돌아와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선에게 태상황이 다 드시거든 덕상궁에 알리라고 했다.한참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던 상선은 오지 않고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급한 전갈을 보내더니 덕상궁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우문호가 급한 전갈을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들어갔다.잠시 후 사식이가 정신없이 뛰어 들어오더니 덕상궁에 들어와 덕비에게 문안을 여쭐 겨를도 없이 바로 울며, “왕비마마, 어서 돌아가요, 희상궁이 목을 맸어요!”이 말에 놀란 원경릉이 하마터면 혼절할 뻔 한 것을 얼른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한 손에 원용의 손목을 잡고 사식이에게, “살아있어?”사식이가 울며: “몰라요, 피를 토하고 독주를 마셨다고만 해서, 바로 사람을 시켜 왕야를 찾아서 왕야께서 와서 보셨는데 친서를 써주며 어서 들어가 왕비를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부르러 온 사람은 갔고 제가 밖에서 서신을 받았어요.”덕비가: “초왕부에 어의가 있지 않느냐?”사식이가 눈물을 훔치며, “있어요, 조어의가 있어요, 하지만 왕야께서 왕비마마께서 돌아오셔야 한다고, 광이(光二)가 그러는데 희상궁 얼굴이 새하얗고 혈색이 하나도 없었데요, 죽은 것처럼. 서일이 방금 말을 몰아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괴로워요, 왕비마마, 희상궁이 만약 죽으면 어떡해요.”말을 마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원경릉이 한 소리하며: “울지 마, 우리 어서 출궁하자.”세사람이 같이 나오는데 마침 상선이 직접 오는 것이 보였다. 원경릉을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왕비마마, 태상황 폐하와 두분 다 마치셨습니다. 가셔도 됩니다.”원경릉이 초조함을 겨우 억누르고
희상궁 소식을 듣고상선이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아, 아닙니다. 왕비께서는 무탈하십니다.”주재상이: “태상황 폐하 고정하시지요, 우선 상선의 말을 들어봅시다.”상선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이때 덕비가 앞으로 나와 예를 취하고: “태상황 폐하, 초왕부에서 사람을 보내 희상궁이 자신하였다고 알려와서 왕비는 바로 돌아갔습니다.”주재상이 벌떡 일어나 눈알이 튀어 나와 머리 꼭대기에 가서 달릴 듯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며: “덕비마마 뭐라고요? 희상궁이 자진을? 지금 어떤가요? 왜 자진을 했답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초왕부에서 수모를 당한 거 아닙니까?”소요공이: “주대인, 고정하시게, 우선 덕비마마가 하시는 말을 들어봅시다.”주재상이 긴 세월 쌓아온 위신이 하루아침에 다 물거품이 되고 미친 몰골로, “덕비마마, 말해요, 어서 말해요!”덕비가 숨을 삼키고 요점을 간추려, “요즘 밖에 나도는 소문에, 희상궁이 당시 재상과의 일이 있을 때 그녀가 염치도 없는 인간이라 태상황 신변의 수석 궁녀란 신분을 무기로 주재상을 색으로 유혹하고 재상에게 버림받자 목을 매고 죽겠다며 재상을 협박 했으나 태상황에게 호되게 혼났다. 그래서 희상궁은 대상을 바꿔 방우와 사통하여 방우는 태상황에게 매를 맞아 죽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희상궁은 떠도는 소문이 너무도 추악하고 더러워서 견디지 못한 듯 합니다. 어찌 알았겠습니까. 왕비가 오늘 입궁한 것은 바로 이 일 때문이었던 것을요.”주재상은 바로 이순간 건곤전에서 사라졌다.태상황이 노발대발하며, “방우? 밖에서 희상궁이 방우와 사통했다고 한단 말이냐? 게다가 방우가 나에게 맞아서 죽었다?”덕비가 어쩔 줄 몰랐지만 답할 수 밖에 없어: “이것은 왕비가 한 말 그대로입니다. 왕비가 사람을 시켜 물어본 것으로 밖에는 이렇게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소요.” 태상황이 불같이 소리치며, 분노로 태산이라도 뽑을 듯한 기세로, “당장 조사해라, 소문을 퍼트린 자는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소요공이 어명을 받들고 조용히 나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