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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44화

기왕비가 듣고 온 소문

우문호와 원경릉이 화해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태도가 미묘해서 과거의 일은 들추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애를 썼고, 심지어 우문호조차 다리 저는 거지 호명(胡名)에 대해 묻지 않다가, 원경릉이 호명을 초왕부에 거두었다는 얘기를 서일에게 들었을 때도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아침에 우문호가 관아에 갈 때 원경릉의 얼굴에 입맞추며, “오늘은 조금 일찍 와서 저녁 같이 먹을 게.”

원경릉이 우문호의 소매의 각을 잡고 일어나 옷깃을 정리해 주며, “좋아.”

우문호가 나가는 것을 눈으로 배웅하며 원경릉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우문호는 어젯밤 밤새 원경릉을 안고 잠이 들어 놔주지 않았는데, 그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소심하기 그지 없어서 행여나 원경릉에게 밉보일까, 원경릉 기분이 나빠지는 건 아닐까 신경을 썼다.

원경릉은 사실 이런 거는 싫고, 이전처럼 서로 지지고 볶으며 싸우는 게 두사람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한 뒤로, 원경릉은 우문호의 사랑과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우문호도 더욱 원경릉에게 신경을 쓰지만, 한밤중에 원경릉이 몸을 뒤척이면 우문호가 번쩍 눈을 뜨고 원경릉을 살피게 됐다.

무슨 원칙이니 가치관이니 하는 것들이 사실 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비슷한 일을 최대한 피하면 된다.

원경릉도 소빈의 죽음이 가져다 준 공포를 최대한 잊으면 된다.

초왕부를 나온 뒤의 일을 원경릉은 잊으려고 노력했으며 누구에게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그것은 한차례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사건이 마지막에 어떻게 처리되는지 원경릉은 관여하지 않았다.

약 상자에 안경이 한 쌍 있었는데 여덟째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경릉은 당분간 그것을 전해주기 위해 입궁하지 않았다.

“왕비마마, 기왕비가 오셨습니다.” 희상궁이 들어와 말했다.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갈게.”

기왕비는 오늘 호수 빛 푸른 비단 옷을 입고 여우 털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는데, 눈에 띄게 정신이 돌아왔고 안색도 전처럼 그렇게 창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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