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내가 만아를 보내준 이유입니다. 생명에는 귀함과 천함이 없는데 왜 어떤 이들의 삶은 버러지만도 못하게 죽음을 맞이한단 말입니까? 밥 한 끼를 먹자고 하는데도 덜덜 떠는 저 자를 보세요. 저 사람이 배가 불러서 저러겠습니까? 저 자는 배가 고파서 던져주는 음식을 얻어맞으면서도 달려가 받아먹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배를 곯았으면 사람이 그러겠습니까? 근데 지금을 보세요! 곤장을 맞을지언정 자신의 신분이 천하다고 느껴져 저와 밥 한 끼도 먹지 않겠다고 하지 않습니까.”원경릉은 희상궁을 보며 울분을 토했다.“왕비님께서는 저 자와 같지 않습니다. 왕비께서는 존귀한 신분입니다.” 희상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원경릉을 타일렀다.원경릉은 이 세상은 자유와 평등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어나서부터 신분이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 나고 자랐으니 당연히 저럴 수 있다.하지만 원경릉은 공평한 사회에서 태어나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모든 사람은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배웠다. 눈 떠보니 왕비였던 원경릉은 왕부의 모든 하인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잡초 뽑듯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혼자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도 마찬가지다. 원경릉은 고만아가 초왕부로 온 이유를 알고 싶었을 뿐, 고만아에게 곤장 50대를 내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문호와 원경릉의 생각 차이로 다투면서 상황이 이렇게 크게 번졌다.원경릉은 우문호가 고만아를 벌주기 위해 곤장 50대를 때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원경릉이 그녀를 감싸는 게 화가 나서 화풀이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둘 중 어떤 이유라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정말 고만아 말대로 악의 없이 초왕부에 일을 하러 왔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왕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원경릉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자신을 불안
이 시대에 온 이상 예전의 나는 버려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쉽지 않다.이곳에 온 지 오래됐다. 가만 생각해 보아도 원주인 원경릉도 지금의 그녀도 그렇게 자상하거나 다정다감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어떻든 지금의 그녀는 생명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쉽게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사식이는 고만아 때문에 우문호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어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을 쉽게 결정하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희상궁이 들어와서는 침상에 올려진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왕비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몸 상하십니다.”“호명은?”원경릉은 몸을 추스르며 물었다.“녹주가 데리고 가서 밥을 먹였습니다. 왕비께서 호명이 눈에 밟히신다면 왕부에 사소한 일이라도 도맡아 하게끔 하겠습니다.”희상궁이 원경릉의 어깨를 다독였다.“상궁께서 전에 제게 물으셨죠. 왜 자신을 죽이지 않고 곁에 두었냐고요. 그때 제가 태상황님께서 희상궁이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대답했죠.”“예 기억합니다. 왕비님께서 그렇게 대답하셨습니다.”원경릉은 잠시 침묵했다. “태상황님께서 희상궁을 어여삐 여기는 것은 맞으나 최종 결정은 제가 했습니다. 저는 제가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심판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제 몫이 아닙니다. 그래서 희상궁을 살려두었습니다.”원경릉의 말을 듣고 희상궁은 원경릉이 고만아를 살려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허나 왕비……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상입니다. 이 또한 왕비께서 어쩔 방도가 없습니다.”“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사람은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꼬투리 잡아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버린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척박해지겠습니까.”“그래도 너무 위험한 선택입니다. 고만아를 죽인다면 적어도 왕비께서는 두 다리 뻗고 주무실 수 있잖습니까.”원경릉은 속절없이 한숨만 내뱉었다.“왕비의 마음이 여리고 착한 것…… 소인이 잘 압니다. 하지만 왕비께서는 단 한 번이라도
우문호가 탁자를 내리치자 술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왕비를 믿으라고? 자신의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여인을 어떻게 믿겠어?”그는 술잔을 새로 꺼내 술을 가득 담아 마시고는 입을 닦았다.“나도 이렇게 말다툼하는 거 지겨워. 왕비가 본왕에게 주명취가 달려들었을 때 즐겼지 않았냐고 하더라…”“왕야, 주명취가 아니라 주명양 아닙니까?” 냉정언이 그의 말을 고쳐주었다.우문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냉정언을 보며“주명취가 누구야? 아! 아!”라고 말했다.그는 다시 탁자를 내리치며 “주명양이지! 내가 방금 주명취라고 했느냐? 아닌데?”라고 말하자 냉정언이 그의 말실수를 지나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주명취라고 했습니다.”우문호는 그를 노려보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왜 그렇게 말이 많아?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원경릉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봐.”냉정언은 손을 저으며 “아니, 왕야께서 말을 해보세요.”라고 말했다.“몰라… 본왕은 모르겠다…” 그는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저으며 “본왕이 미쳐버릴 것 같아. 왕비가 나를 화나게 해서 미쳐버리겠다고! 오늘 왕부에 돌아가면 내가 반드시 뺨을 올려부칠 것이야!”라고 말했다.그는 두 손으로 탁자의 가장자리를 잡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술에 취해 혀가 꼬였지만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은 냉정언에게 모두 말했다.우문호의 말을 듣고 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얘기를 들어보니 왕야가 일을 괜히 크게 키우셨군요. 초왕비가 무슨 말을 했든 제 생각엔 별 뜻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왕야가 과민반응한 것 같네요. 으휴…… 거기서 공주부 얘기는 왜 꺼내가지고…… 원래 지난 일은 덮어두는 것이지 자꾸 꺼내면 독이 됩니다. 왕야의 말대로 고만아를 살려둔 일은 왕비께서 지나치게 자애로웠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전쟁 나가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보지 않았습니까? 만약 왕야 뜻대로 고만아에게 곤장을 내리쳤다면 초왕부의 뜰에서 사람이 죽는 것 아니겠습니까? 감옥에서 처형당한 수빈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취한 우문호가 원경릉을 찾아가다우무호가 입을 삐죽거리며 차갑게: “안 먹으면 안 먹는 거지, 누가 신경 쓴데?”“예, 한 끼 안 드셔도 별 일 없지만, 희상궁 말이 왕비마마께서 목욕하실 때 부딪혀서 넘어지셨는데 그 뒤로 계속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의원을 부르지 않으신다는 군요.”우문호가 눈썹을 찡그리며, “죽든 말든 상관 마라.”“예,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그럼 왕야는 오늘밤 어디 묵으시겠습니까? 왕야께선 왕비마마와 같은 침실에 묵고 싶어하지 않으실 테니.” 탕양이 물었다.“누가 걔랑 같이 있고 싶데? 난……” 우문호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서, “왜 의원을 안 불러? 넘어져서 어디를 다쳤는데? 아주 그냥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좀 내야겠어.”말을 마치고 저벅저벅 안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박차자 ‘뻥’하고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가 났다. 희상궁이 안에서 우문호가 분노에 찬 얼굴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우문호를 만류했지만 우문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갔다.우문호는 곧바로 원경릉 앞까지 가서 여전히 취기가 도는 눈으로 원경릉을 한참 노려보다가 완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원경릉 곁에 앉아 쫑알쫑알 고자질하며: “원 선생, 구사가 내 가슴을 발로 찼어, 돌아올 때 가슴이 엄청 아팠거든, 빨라 좀 봐줘, 심장까지 다친 거 아닌지 어쩌면 뼈가 부러졌을지도 몰라.”우문호의 노기등등한 모습에 허둥지둥 따라 들어온 탕양이 이 말을 듣고 천천히 가리개를 내렸다. 왕야는 왕비 앞에선 원칙이고 나발이고 없었다.원경릉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우문호를 보더니 약 상자에서 청진기를 꺼내더니 “누워!”우문호는 얌전히 누워서 고요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는데 여전히 억울한 얼굴이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심장 소리를 듣더니 청진기를 내려 놓고, “괜찮아.”“괜찮아?” 우문호는 손으로 가슴을 쓸어보더니 고통스런 표정으로, “하지만 아직도 아파, 이렇게 살살 만져도 엄청 아프다고.”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니 얼굴이 귀까지
두 사람 화해한 걸까우문호가 한 손으로 원경릉을 너무 꼭 끌어 안아서 원경릉은 숨도 못 쉴 지경이다. 우문호는 ‘어’하더니, 온 몸에 긴장이 풀리며 “너 화 난 거 아니지? 내가 한 말은 전부 헛소리였어, 마음에 두지 마.”우문호의 온 몸에서 술 냄새가 뿜어져 나와 원경릉도 약간 취할 지경이다.원경릉은 몸부림을 쳐도 벗어나질 못하고 우문호의 가슴팍에서 허물어지고 말았다. 우문호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원경릉은 밤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매끄러운 옷에 얼굴을 묻자 코가 시큰거리더니 눈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원경릉이 흐느끼는 것을 느낀 우문호는 자신의 두 손으로 눈물을 다 닦아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화가 가라앉은 후 우문호는 비로소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병신 같았는 지 깨달았다.원경릉이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두 손을 치우고 우문호는 손가락으로 살살 그녀의 눈물을 닦으며 마음 깊이 후회하며: “미안해, 내가 잘못 했어,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말 하는게 아니었는데.”원경릉이 우문호의 거칠거칠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인 채, “나도 잘못 했어. 하지만 우리가 어떤 걸로 싸우든지 그런 말은 다시는 하지 말자. 마음이 너무 아파.” “맹세해, 다시는 그런 말 하지 않을 게. 다시는 안 해.” 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안자 냉정언부(冷靜言府)에서 들끓던 분노가 거기서 한바탕 쏟아내서 뒤라 그런지 눈 녹듯이 싹 사라졌다. 단지 체면때문에 구사와 냉정언 앞에서는 고자세를 취했지만, 사실 문을 박차던 순간부터 우문호는 계속 후회하며 걱정이 됐다.“너 밥 안 먹었다고 탕양이 그러더라.” 우문호가 원경릉을 놔주고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배가 안 고파서 못 먹겠어.”“나도 안 먹었어, 너도 나랑 같이 좀 먹자.” 우문호가 반대할 틈도 없이 얼른 나가 준비시켰다.희상궁이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놔서 ‘배고프다’는 한 마디에 바로 대령했다.서일이 밖에서 몰래 듣다가 사식이한테 쫓겨나며, “뭐하는 거예요?”“왕야께서 그 녀석 일
우문호와 원경릉의 맹세와 희상궁우문호는 원경릉이 아직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다.“원, 화내지 마, 그런 말 한 거 정말 후회하고 있어.” 우문호가 후회막급이라 깊은 시름에 잠긴 표정이다.원경릉은 복도에 의자를 놓고 앉았는데 복도 앞에 양 뿔로 된 풍등이 스무 걸음 앞에 걸려 있다. 황혼 같은 불빛에 우문호의 멀끔하고 온화한 얼굴을 비추고, 눈썹뼈에서 귀부근까지 일직선으로 선명하게 그어졌던 흉터도 상당히 흐려졌다.원경릉이 우문호를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 화 안 났어, 정말로.”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그녀는 전혀 생기가 없고 정숙한데 눈빛은 쓸쓸하고 얼굴 윤곽이 부드러운 빛에 포위되어 일종의 환각을 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했다.원경릉의 입술이 스마일 모양을 그리며 미소를 띠려고 노력하지만 이 미소도 쓸쓸하기만 하다.원경릉의 이런 모습을 보고 우문호의 마음이 갑자기 아파왔다.“나 정말 화 안 났어.” 원경릉이 우문호의 얼굴을 매만지며 손가락으로 우문호의 흉터를 덮으며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난 그냥 어떤 일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 좀 우스운 원칙 문제인데 그 문제가 내 사랑을 방해하지 못해.”우문호의 마음이 무엇인가에 격렬하게 부딪혔다.그는 빠르게 고개를 들고 원경릉을 보니 눈에 무언가 밀물처럼 가득 차 있고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너……뭐라고 했어?”원경릉이 웃으며 우문호를 보고, 가볍게 탄식하며 물방울 떨어지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래, 내가 왕야를 좋아한다고 말했 적이 아마 없었을 거야.”우문호가 순식간에 원경릉을 품 안에 넣고 자신의 숨결로 그녀 전부를 덮으며, 우선 입술로 그녀의 이마에 도장을 찍고 그녀의 입술을 찾아 내려갔다.한참 뒤 우문호는 숨을 내 쉬고 원경릉을 꼭 끌어 안은 채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만지며 맹세와 다름 없이 침착하게 말하는데: “사랑해, 평생 네 손만 잡기를 원해. 다른 사람은 없어, 만약 어느 날 나 우문호가 너 원경릉을 배신하면 지옥에 떨어져서
기왕비가 듣고 온 소문우문호와 원경릉이 화해했다.하지만 두 사람 다 태도가 미묘해서 과거의 일은 들추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애를 썼고, 심지어 우문호조차 다리 저는 거지 호명(胡名)에 대해 묻지 않다가, 원경릉이 호명을 초왕부에 거두었다는 얘기를 서일에게 들었을 때도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아침에 우문호가 관아에 갈 때 원경릉의 얼굴에 입맞추며, “오늘은 조금 일찍 와서 저녁 같이 먹을 게.”원경릉이 우문호의 소매의 각을 잡고 일어나 옷깃을 정리해 주며, “좋아.”우문호가 나가는 것을 눈으로 배웅하며 원경릉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우문호는 어젯밤 밤새 원경릉을 안고 잠이 들어 놔주지 않았는데, 그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소심하기 그지 없어서 행여나 원경릉에게 밉보일까, 원경릉 기분이 나빠지는 건 아닐까 신경을 썼다.원경릉은 사실 이런 거는 싫고, 이전처럼 서로 지지고 볶으며 싸우는 게 두사람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그 말을 한 뒤로, 원경릉은 우문호의 사랑과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우문호도 더욱 원경릉에게 신경을 쓰지만, 한밤중에 원경릉이 몸을 뒤척이면 우문호가 번쩍 눈을 뜨고 원경릉을 살피게 됐다.무슨 원칙이니 가치관이니 하는 것들이 사실 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앞으로 비슷한 일을 최대한 피하면 된다.원경릉도 소빈의 죽음이 가져다 준 공포를 최대한 잊으면 된다.초왕부를 나온 뒤의 일을 원경릉은 잊으려고 노력했으며 누구에게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그것은 한차례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사건이 마지막에 어떻게 처리되는지 원경릉은 관여하지 않았다.약 상자에 안경이 한 쌍 있었는데 여덟째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경릉은 당분간 그것을 전해주기 위해 입궁하지 않았다. “왕비마마, 기왕비가 오셨습니다.” 희상궁이 들어와 말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갈게.”기왕비는 오늘 호수 빛 푸른 비단 옷을 입고 여우 털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는데, 눈에 띄게 정신이 돌아왔고 안색도 전처럼 그렇게 창백하지 않다
희상궁에 대한 모욕원경릉이 걱정돼서 희상궁에게, “희상궁, 바깥 사람들 주둥이는 썩어 빠졌으니 신경 쓰지 마요.”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 “왕비마마 걱정 마세요. 마마께서 하신 말씀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문이란 자기가 거기에 신경 쓰기 때문에 자신을 상처 입히는 거라고,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말을 마치고 희상궁은 예를 취하고 나갔다.원경릉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식이를 시켜 가보라고 했다.기왕비는 수액을 걸고 미소를 지으며 재미난 연극이라도 보는 듯한 모습이다.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즐거워 보이네요.”기왕비가 고개를 저으며, “이게 뭐가 즐거워요? 그냥 좀 재밌다 뿐이지. 그때 일을 잘 모르겠지만 이렇지 않았다는 건 알아요.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재밌지 않아요?”원경릉이 기왕비에게, “기왕비는 사람들에게 두루 발이 넓으니, 누가 이 소문을 퍼트렸는지도 아시겠군요.” 기왕비가 입을 비쭉거리며, “그건 모르겠네요.”원경릉이 쌀쌀맞게 웃으며, “그래요? 제가 기왕비 치료 첫날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을 못하셨나 보군요.”기왕비가 고개를 들어, “무슨 뜻이죠?”원경릉이 수액 바늘을 누르며 얼음 같은 눈빛으로, “기왕비, 당신이 나한테 쓸모가 하나도 없다면 내가 왜 당신을 구해줘야 할까?”기왕비가: “내가 그랬잖아요, 다섯째를 도울 수……”“그건 당신이 돕지 않아도 돼요.” 원경릉이 말을 자르고, “난 누가 퍼트린 말인지 확실히 알아야 겠어요, 증거를 원한다고요, 만약 그 증거를 못 찾으면 내일 오실 필요 없어요.”기왕비가 조금 화가 나서, “날 위협하는 건가요?”“네!” 원경릉이 눈도 하나 깜박하지 않고 대답했다.“당신……”기왕비가 싸늘하게 원경릉을 쏘아보며 두사람의 눈빛이 대치하더니 기왕비가 항복하고는, “내가 가서 조사할 필요도 없이 누가 소문을 냈는지 알 잖아요.”“내가 아는 건 아는 거고, 당신이 나한테 증거를 가져오는 건 별개죠. 나는 증거가 필요하고 기왕비는 일처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