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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9화

이 시대에 온 이상 예전의 나는 버려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곳에 온 지 오래됐다. 가만 생각해 보아도 원주인 원경릉도 지금의 그녀도 그렇게 자상하거나 다정다감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어떻든 지금의 그녀는 생명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쉽게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식이는 고만아 때문에 우문호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어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을 쉽게 결정하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희상궁이 들어와서는 침상에 올려진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왕비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몸 상하십니다.”

“호명은?”원경릉은 몸을 추스르며 물었다.

“녹주가 데리고 가서 밥을 먹였습니다. 왕비께서 호명이 눈에 밟히신다면 왕부에 사소한 일이라도 도맡아 하게끔 하겠습니다.”

희상궁이 원경릉의 어깨를 다독였다.

“상궁께서 전에 제게 물으셨죠. 왜 자신을 죽이지 않고 곁에 두었냐고요. 그때 제가 태상황님께서 희상궁이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대답했죠.”

“예 기억합니다. 왕비님께서 그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원경릉은 잠시 침묵했다.

“태상황님께서 희상궁을 어여삐 여기는 것은 맞으나 최종 결정은 제가 했습니다. 저는 제가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심판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제 몫이 아닙니다. 그래서 희상궁을 살려두었습니다.”

원경릉의 말을 듣고 희상궁은 원경릉이 고만아를 살려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왕비……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상입니다. 이 또한 왕비께서 어쩔 방도가 없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사람은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꼬투리 잡아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버린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척박해지겠습니까.”

“그래도 너무 위험한 선택입니다. 고만아를 죽인다면 적어도 왕비께서는 두 다리 뻗고 주무실 수 있잖습니까.”

원경릉은 속절없이 한숨만 내뱉었다.

“왕비의 마음이 여리고 착한 것…… 소인이 잘 압니다. 하지만 왕비께서는 단 한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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