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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1화

정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억울하다 억울해! 너희들이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동안 나는 타향에서 비렁뱅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겠네……”원경릉은 그의 말을 딱 잘랐다.“부친, 진짜 비렁뱅이처럼 살게 해줘요? 원한다면 지금 당장 내가 탕양에게 말해서 준비된 거처를 팔아버리라고 할 테니 모친하고 둘이 비렁뱅이처럼 살아보세요. 구걸하기 편하게 바가지 하나씩은 제가 마련해 드릴 테니!” 그제야 정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원경릉은 그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조모를 보았다. 그녀는 손씨 아주머니에게 밖에 나갔다 오라고 한 후 조모의 옆에 앉았다. 조모는 검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짝였다. 조모는 원경릉을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이 늙은이는 신경 쓸 것 없다.” 노부인이 원경릉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까지 정후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원경릉도 조모의 말에 금방 숙연해졌다. 원경릉은 문득 정후가 멀리 떠난 후 조모가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삼둥이를 낳은 후로부터는 가끔 생사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원경릉은 슬퍼하는 조모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조모, 나중에 제가 삼둥이들을 데리고 찾아오겠습니다.”’원경릉은 고개를 들어 조모를 보았다. “데리고 오면 너무 소란스러울까요? 아니면 조모께서 왕부로 오셔서 지내시는 것도 좋습니다.”노부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았다. “그래, 이참에 왕부로 가자.” 원경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있는 손씨 아주머니에게 짐을 싸라고 했다.노부인은 정후 내외가 보기 싫은 듯 대문이 아닌 뒷마당에 딸린 작은 문으로 나왔다. 마차에 올라탄 노부인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왕부로 향했다. 왕부로 가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후는 자신의 모친이 원경릉을 따라 왕부로 갔다는 말을 듣고 대성통곡을 하며 황씨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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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2화

초왕부에 도착한 노부인은 방금까지의 근심은 어디 갔는지 삼둥이에게 돌진했다. 삼둥이들은 마치 할머니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그녀와 즐겁게 놀았다. 조그마한 손과 발로 침상의 이불을 힘껏 차는 모습을 보니 노부인은 잠시나마 정후를 잊을 수 있었다.노부인의 진심 어린 미소를 보자 원경릉은 안심이 되었다. ‘삼둥이가 복덩이야 복덩이!’희상궁의 감염 경로는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당시 너무 경황도 없었을뿐더러 만아의 증언만 듣고 여성을 특정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탕양은 답답한 마음에 문둥산을 지키는 수위를 사적으로 연락해 만나 술을 마셨다. 탕양은 수위가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자 조용히 본심을 드러냈다.“어이 형씨, 혹시 전에 문둥병 환자가 실종되거나 도망을 갔던 적이 있었나?”“음…… 있었지요! 몇 달 전에 병자가 실종됐는데, 시체도 못 찾았어요.”“그래? 생긴 거나 체구는 어떤가?”“여자였는데 그냥 보통 체격이었던 것 같은데…… 딸국!”탕양은 그에게 꼬치꼬치 캐물었고 수위는 곧잘 대답했다. ‘실종됐다는 그 여자가 만아가 말한 여자의 특징과 부합한데?’“근데 탕대인, 그 여자는 왜요?”“아닐세.”“그 제가 듣자 하니 북쪽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가족들도 못 보고 맨날 병자들끼리 모여있지…… 나 같아도 살아있는 게 죽는 것만 못할 것 같아 정말!” 수위가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계략을 실행한 후에는 여자가 필요 없어지니 절벽으로 던진 건가?’ 탕양은 술을 마시면서도 수위의 말을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희상궁은 주수보의 끈질긴 설득 끝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로 했다. 원경릉은 희상궁을 치료한 후 곧장 나와 샤워를 하고 옷도 뜨거운 물에 삶았다. 9월 중순이 되자, 궁에 좋은 소식이 들렸다. “호비(扈妃)가 임신을 했답니다!”호비는 임신 소식을 알자마자 궁 전체에 이를 알리고 그 후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진북후는 딸의 임신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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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3화

원경릉은 호비에게 본래 신체 조건도 좋고 젊고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호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리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만졌다. “태자비는 임신 사실을 알고 기분이 어땠습니까? 저는 말입니다. 너무 기뻐서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습니다. 꿈인가 생시인가 몰라 잠도 몇 날을 설쳤다고요!”“음…… 전 사실을 알고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몸도 마음도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애가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나중엔 받아들였습니다.”“그래요? 아무튼 전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호비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따듯한지 마치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근데 태자비 당시에 내가 혼인 때문에 궁에 들어왔을 때 말입니다. 태자비께서는 많이 긴장을 하셨지요?”“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에이, 태자비는 처음에 내가 초왕에게 시집을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호비가 원경릉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때 일이라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태자비.” 호비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태자비, 비록 우리 사이에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난 황실에 친구가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궁중의 다른 왕비님들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해도 나를 애 취급하며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말인데…… 나는 태자비가 마음에 듭니다. 나와 친구가 되어 주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진실한 호비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예, 그래요. 적보다는 친구가 많은 게 좋죠!” 라고 말했다.“태자비 걱정 마세요. 나는 절대로 당신과 적이 되지 않을 겁니다!”원경릉은 감정에 솔직하고 당찬 호비를 보고 내심 부러움에 미소를 지었다. 호비는 그런 원경릉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글거리며 웃었다.원경릉은 호비를 떠나 건곤전에 가 태상황의 상태를 살폈다. 태상황은 며칠 내내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가 며칠 동안 참다가 담배를 꺼내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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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4화

“말이라도 못 하면! 넌 아주 여우구나 여우!” 태상황이 말했다. 원경릉은 태상황이 돌계단에 앉는 것을 보고 문득 자신의 조모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렇게 나를 걱정하고 보살펴주는 두 분이 있으니 든든하네. 그나저나 두 분 다 오래오래 사셔야 할 텐데…… 맞다, 현대에 내 진짜 할머니는 어떻게 되셨으려나?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원경릉은 슬픔을 형용할 수도 없었고, 현대의 자신의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만약 하늘이 허락해 그녀가 다시 현대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자신의 가족들 생각에 원경릉의 눈가가 붉어졌다. 태상황은 줄곧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놀라서 그녀에게 말했다. “됐다! 알겠어! 과인이 담배를 적게 피겠다! 이게 뭐라고 울 것까지 없잖느냐!”원경릉은 눈물을 닦으며 “예! 말씀하신 것 꼭 지키십시오!” 라고 말했다.“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다! 남자가 뱉은 말은 꼭 지켜야지!”상선은 태상황의 말을 듣고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젊었을 때보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가끔 눈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계속 갸우뚱갸우뚱하기도 하고, 손을 떨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태상황은 사납게 상선을 노려보았고, 상선은 그제야 바짝 긴장하고 자세를 고쳤다. 원경릉은 두 사람의 관계가 불 보듯 뻔한 사이이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지만 두 사람은 주종 관계를 뛰어넘어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태상황은 원경릉에게 희상궁의 안부와 의학원 진행이 얼마나 됐는지 물었다.원경릉은 희상궁의 병세를 사실대로 고했다. 태상황은 의외로 놀라는 기색 없이 희상궁을 잘 돌보라고 말하며 그녀가 운이 좋지 않았다며 불쌍히 여겼다. 원경릉도 희상궁이 운이 없었다며 태상황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길에서 사람을 부축해 주다가 문둥병을 옮는 사람이 있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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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5화

원경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상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돼!”“왜 안됩니까? 이것은 백성들을 위한 일이잖습니까?”원경릉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과인의 나이가 몇인데 내가 그거까지 신경 써야 해? 그리고 세상 어느 어의가 네가 차린 의료관에 선생이 되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앞으로 의학원 학생들이 나오면 혜민서도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럼 지금 잘 먹고 잘 사는 어의들이 가만있겠는가? 의학원은 모든 어의들이 반대할 일이야.”“저도 그 문제를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북당에는 환자에 비해 혜민서가 너무 적습니다. 혜민서를 제외한 의원들은 일반 백성들은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을 요구하고 있고요. 어의가 많아지면 백성들이 삶의 질이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 백성들은 질병에 걸려도 의원에 못 가니 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의학원을 짓겠다는 것은 민생을 위해서입니다.”태상황은 손을 저었다. “민생을 위함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느냐? 민생을 위한다면 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야.”“예, 그러니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죠.” 원경릉이 말했다.“그럼 네가 해!” 태상황이 이 일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이 일을 부탁하면 그가 해결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태상황이 두 손을 들어버렸고, 원경릉은 앞길이 막막했다. 그녀는 문득 지금까지 태상황에게 너무 많이 의지했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문둥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은 나중에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궁을 나온 원경릉은 왕부로 가는 마차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왕부가 아닌 기왕부로 가주시게.”그녀는 하인에게 마차를 돌려 기왕부로 가라고 했다. 그냐가 막 기왕부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주명양이 보였다. 주명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주와 비취로 아주 화려하게 치장을 했다. 입술은 불이 난 듯 빨갛고 높게 쪽 진 머리가 반짝였다. 반면 원경릉은 피곤으로 눈 밑이 시커멓고 피부도 푸석하고 까무잡잡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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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6화

원경릉은 주명양의 태도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예전의 주명양은 있는 그대로 매력이 넘치는 그런 여자였는데 어찌 이리 한순간에 피해 망상과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 여자가 되었던가…… 사람이 궁핍한 상황에 놓이면 본성이 드러난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원경릉은 주명양을 보며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어떤 때는 자신이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망할 사람은 알아서 망한다.“주후궁, 괜찮나? 정신이 멀쩡한 것 같지 않은데, 본비가 괜찮은 어의를 소개해 줄까?”“자만은 금물이네요. 내가 말한 것을 허투루 듣지 마세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사람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그래, 오지 않은 미래에 매달려봐.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지금 내 꼴이 우스우면 마음껏 웃어! 겉으로 착한 척 고귀한 척하는 네 모습 꼴 같지도 않으니까! 두고 봐! 내가 네 코를 납작하게 해줄 테니까! 나는 너랑 출신부터가 다르다고!”원경릉은 주명양의 눈빛에서 질투를 느꼈다. “주후궁, 그래.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공짜니까. 마음껏 해.”원경릉이 차를 따라 마시려고 하자 주명양이 탁자를 손으로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감히 나를 비웃어?”원경릉은 깜짝 놀라서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내가 언제 너를 비웃었다고 그래?”“네 눈빛이 나를 비웃고 있어! 내가 모를 것 같아?”원경릉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하고는 상종하지 말자는 표정으로 조용히 일어났다. ‘기왕비는 도대체 어딜 간 거야?’그순간 다행스럽게도 기왕비의 발소리가 들렸다. “주씨 집안에서 사람이 왔으니 주후궁은 거기로 가보게.”주명양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씩씩거리며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기왕이 어찌 됐든 나는 주씨 집안의 사람이야! 네가 태자비가 되었다고 해도 너의 미천한 집안은 영원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테니!”말을 마친 후 주명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원경릉은 놀란 표정으로 주명양의 뒷모습을 보았다. “주명양 쟤 왜 저럽니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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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7화

원경릉은 자리를 고쳐잡고 앉아 기왕비에게 얘기했다. “그…… 이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의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의 수준이면 꽤나 경험도 많고 유명한 어의일 텐데, 그런 어의가 학교로 오고 싶어 하겠습니까? 자신이 의원을 차리면 훨씬 많은 돈을 받을 텐데요. 게다가 의학원 개설을 어의들이 환영하겠습니까? 자신이 얼마나 어렵게 배운 의술인데 그걸 공짜로 배우게 해준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예, 기왕비의 말대로 이 일은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그리고 한 명의 어의를 가르치는데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텐데…… 의학원에서 나온 어의들도 혜민의서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의원을 차릴 텐데. 그럼 지금 있는 어의들이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어의가 많아지면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요?”원경릉은 기왕비의 말을 듣고 작게 탄식했다.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안 그래도 탕양을 시켜서 어의를 알아보라고 했어요. 근데 지금까지도 무소식입니다.”“그럼 태자비는 혹시…… 혼자 수업을 할 생각입니까? 태자비도 어의잖아요.”“전 안 됩니다.” 원경릉은 한의학을 하나도 몰랐다.“그래요. 태자비 신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건 위험하죠.”기왕비가 원경릉의 말을 오해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설명할 기운이 없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의학원이 잘 진행되면 다섯째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가만 보면 다섯째가 복덩이를 얻었어요.”원경릉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다섯째를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불쌍한 환자들을 위해서예요. 지금 북당의 의료는 너무 엉망입니다. 의원도 많이 없고, 의료비도 너무 비쌉니다. 저는 백성들이 돈이 없어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태자비, 진심으로 백성을 위해 의학원을 열겠다는 겁니까? 정말…… 정말……”기왕비는 원경릉을 칭찬하고 싶었지만 낯간지러운 말은 부끄러워 말을 멈추었다. “그럼 기왕비께서도 신경을 좀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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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8화

기왕비의 병은 제때 발견해 한 달 남짓의 치료를 거쳐 많이 좋아진 상태다.그녀의 얼굴에 흉하게 남아있던 붉은 반점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원경릉은 처음으로 약상자에 현미경을 꺼내 희상궁의 상처조직을 채취해 검사했다. 검사 후, 희상궁의 흉터에서 채취한 조직에서는 문둥병 균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는 희상궁의 병에는 전염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 병은 호흡이나 접촉으로 전염이 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항체를 가지고 있고 개인 면역력이 다르기에 접촉 후에도 감염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당시 희상궁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기에 그녀가 감염이 된 것이지 평소의 상태였다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원경릉은 희상궁에게 달려가 전처럼 삼둥이들을 볼 수 있다고 하자 희상궁은 눈물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원경릉은 한 걸음 물러나 그녀가 마음껏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한 달 동안의 치료 기간 동안 원경릉도 물론 힘들었겠지만, 당사자인 희상궁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겠는가.아마 말은 안 했어도 마음속으로는 무척 혼란스러웠을 것이다.원경릉은 희상궁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하지만 희상궁의 병이 전염성을 잃었다고 해도 완벽히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원경릉은 그녀의 병이 완전히 낫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안왕은 남영에 있었지만 가끔 경중으로 돌아왔다. 안왕은 곧 다가오는 귀비의 탄신일을 맞아 경중으로 와 선물을 건넸다. 그는 안왕부에 돌아와 안왕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안왕부 서재로 아라를 불렀다. “다섯째 쪽에서 무슨 얘기가 없느냐?” 안왕이 아라에게 물었다. 그의 남영에서 까맣게 탄 피부로 얼굴이 전보다 많이 야위어 보였다. “왕야, 태자가 대주와 동맹을 맺으려 한 후부터, 지금 조정의 모든 백관들이 태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습니다. 전에는 중립을 지키던 관원들도 주국공이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설득을 한다고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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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9화

“희상궁이? 정말로?” 안왕이 눈을 크게 떴다.“예, 최근에 나온 건 원경릉과 주국공부에 갔던 게 다 입니다. 그 후로는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전에 희상궁이 책임지고 하던 왕부 내 물품 조달을 사식이와 만아가 하고 있습니다.’안왕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 앞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눈을 반짝였다. “혹시 설마 병이라도 난 건가?”“겨우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아니, 반년이라도 걸릴 수 있지. 전에 어의가 말했는데 병자와 접촉한 후 몇 년 후 발병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몇 달 만에 발병하기도 한다더라.”안왕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아라를 보았다. “아라야 너는 초왕부에 사람을 심어 내부 상황을 좀 알아보거라. 희상궁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꼭 알아내야 해.”아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왕의 무릎 위에 앉아 요염하고 그에게 기대었다. “왕야, 만약 희상궁이 문둥병에 걸렸다면 초왕부를 폐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문호는 경조부윤에서 물러야 할 겁니다.”안왕은 핏대를 잔뜩 세웠다. “본왕은 우문호가 경조부윤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아.”’“그렇다면……?”“난 우문호를 철저하게 무너뜨릴 거야.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아라는 안왕의 품에 안겨 그의 가슴을 쓸었다. “왕야 말씀이 맞습니다. 차라리 죽여버리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안왕은 아라의 허리를 감싸며 조용히 읊조렸다. “조어의는 지금 초왕부의 어의잖아. 만약 희상궁이 문둥병에 걸린 게 맞다면 조어의도 지금 원경릉을 도와 희상궁을 치료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문둥병 같은 불치병은 치료 방법이 없으니, 일단 조어의 쪽을 공략해 보자고.”“좋습니다. 그럼 안왕께서 오늘 밤 저와 같이 있어주시는 겁니까?” 안왕은 아름다운 아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아니, 본왕이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왕비와 있어야지.” “아, 예……” 아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안왕의 무릎에서 내려와 실의에 찬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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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80화

안왕비는 안왕 옆에 누워 뜬 눈으로 뒤척이다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왕야, 아라는 당신과 함께 한 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를 후궁으로 들이는 게 맞지 않을까요?”안왕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아라가 본처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나보다 아라를 더 의지하고 모든 일은 아라에게 맡기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안왕부에서도 그녀가 훨씬 더 활개를 치고 다니고…… 요즘은 제가 아라의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안왕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안왕에게 말했다. “바보야. 본왕에게 아라는 그저 시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찌 시녀 주제에 내 후궁이 될 수 있겠느냐?”“그래도…… 당신과 아라는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또 함께한 세월이 깊지 않습니까?”“그래서 우리 왕비가 나와 시녀 사이를 질투라도 했다는 건가?” 안왕이 그녀의 턱을 위로 올렸다. 안왕비는 자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질투를 안 했다면 거짓이겠지요. 하지만 질투해서 뭐 합니까? 어쨌든 안왕에게는 후궁이 필요할 텐데……”라고 말했다. “본왕은 후궁 따위는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된다.” 안왕이 그녀를 껴안았다. “정말요?” 안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당연하지. 본왕이 후궁이 필요했다면 진작에 후궁을 들였을 것이야. 근데 보아라, 난 너에게 후궁 얘기를 꺼낸 적도 없지 않느냐? 본왕에겐 오직 너뿐이야. 설마 혼인 때 했던 약속을 잊은 것이야?”안왕의 말을 들은 안왕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예. 왕야께서 이번 생은 후궁을 들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그래, 난 뱉은 말을 지킨다.” 안왕이 말했다. 안왕비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었다. “왕야 그거 아십니까? 초왕도 후궁을 들이지 않고 한결같이 초왕비만 사랑하겠다고 했답니다. 그 얼마나 순결하고 귀한 사랑입니까? 저는 내심 그 둘을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왕야께서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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