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075화

원경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상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왜 안됩니까? 이것은 백성들을 위한 일이잖습니까?”

원경릉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과인의 나이가 몇인데 내가 그거까지 신경 써야 해? 그리고 세상 어느 어의가 네가 차린 의료관에 선생이 되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앞으로 의학원 학생들이 나오면 혜민서도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럼 지금 잘 먹고 잘 사는 어의들이 가만있겠는가? 의학원은 모든 어의들이 반대할 일이야.”

“저도 그 문제를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북당에는 환자에 비해 혜민서가 너무 적습니다. 혜민서를 제외한 의원들은 일반 백성들은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을 요구하고 있고요. 어의가 많아지면 백성들이 삶의 질이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 백성들은 질병에 걸려도 의원에 못 가니 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의학원을 짓겠다는 것은 민생을 위해서입니다.”

태상황은 손을 저었다.

“민생을 위함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느냐? 민생을 위한다면 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야.”

“예, 그러니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죠.” 원경릉이 말했다.

“그럼 네가 해!” 태상황이 이 일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이 일을 부탁하면 그가 해결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태상황이 두 손을 들어버렸고, 원경릉은 앞길이 막막했다. 그녀는 문득 지금까지 태상황에게 너무 많이 의지했다고 생각했다.

원경릉은 문둥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은 나중에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궁을 나온 원경릉은 왕부로 가는 마차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왕부가 아닌 기왕부로 가주시게.”

그녀는 하인에게 마차를 돌려 기왕부로 가라고 했다.

그냐가 막 기왕부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주명양이 보였다.

주명양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주와 비취로 아주 화려하게 치장을 했다. 입술은 불이 난 듯 빨갛고 높게 쪽 진 머리가 반짝였다.

반면 원경릉은 피곤으로 눈 밑이 시커멓고 피부도 푸석하고 까무잡잡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