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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091 - Chapter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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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1화

둘만의 생일 여행?노마님은 전에 초왕부에 며칠 묵으셨다가 다시 정후부로 돌아가셨는데 도저히 우리 떡들 때문에 마음이 안 놓여서 며칠 간격으로 찾아오느라 상당히 부산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맑아져서 병은 한결 호전되었다.탕양이 돌아와 원경릉에게 생신이 추석 당일이라고 말했다.원경릉이 흠칫 놀라며, 뭐가 이렇게 공교롭지? 현대의 원경릉 생일도 추석인데.우문호는 초열흘, 원경릉은 보름, 5일 간격이니 친구들을 부르지 않고 두 사람만 사적으로 축하해야 겠다고 원경릉은 생각했다.추석연휴가 3일간 단거리 여행도 다녀올 수 있고 문둥산이나 부근의 마을에 있는 명의를 방문해 볼 수도 있다.이것은 우문호의 생각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추석연휴엔 원경릉을 데리고 서주(西洲)에 갈 생각으로 서주는 경성에서 거리도 멀지 않은데 경치가 아름답고 유명한 만불산(萬佛山)이 있어 산책하고 놀기 좋으며, 호수에서 달을 감상하기 가장 아름답고 절묘한 장소다.원경릉을 설득하려고 우문호는 서주에 수많은 저명한 의사들이 있으며 우선 서주에 가서 이틀을 노는데 하루는 의사들을 찾아가고 하루는 호수에서 배를 띄우자,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겸사겸사 문둥산을 들르자고 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스케줄을 듣고 만족해서 자신의 소원도 달성하는 것이니 동의했다.부모가 되고 보니 여행도 전처럼 자유롭지 못해서 자기가 세 아이들을 집에 떨어뜨려 놓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우문호와 원경릉이 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사식이를 통해 원용의에게 전해졌고 원용의가 제왕에게 얘기해 제왕이 듣고 얼른 초왕부로 달려가서 원용의를 데리고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었다.우문호는 당연히 동의하지 않은 게 겨우겨우 밖으로 나가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제왕과 원용의가 따라와서 뭐하지는 거야?제왕이 징징 생떼를 부리며 ‘이번 여행으로 원용의와 감정을 깊게 만들고 싶다. 한방에 승부를 봐서 이 기회에 홀아비의 숙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우문호는 요지부동이었지만 원경릉은 설득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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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2화

손주만 사랑하는 명원제적국구와 적위명의 일로 우문호와 원경릉이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 귀영위에 내통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그들도 한시름 놨다.이 외에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조정의 일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데, 첫째 우문호가 원경릉이 너무 많은 정국에 관련된 일을 아는 걸 원하지 않지 때문이며, 둘째 원경릉이 지금 문둥산과 학교를 여는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 역시 원경릉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아녀자는 정치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도때문에 원 선생이 조정의 일을 묻는다는 것을 안왕 쪽에서 알게 될 경우 분명 황제에게 알릴 것이고, 알린다고 해도 무슨 큰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여행 날짜가 정해지자 명원제에게 추석에는 궁에서 보낼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 명원제가 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너희들이 가고 싶은 데로 가거라, 너희들이 오고 안 오고 누가 신경 쓴다고? 손주들 오면 됐어.”우문호는 매정하기 짝이 없는 답을 듣고 상처받아서, “아바마마는 손자만 중히 여기시고 자식은 가벼이 여기십니다.”명원제가 돌직구로, “썩 물러가.”어리광을 부리고 싶던 태자는 아버지의 짜증난 얼굴을 보고, 전에 봤던 자상하고 온유한 미소는 세 꼬맹이를 대할 때만 나오고, 자신은 아버지의 기쁨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꼬리를 말고 썩 꺼지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규정에 따라 태자는 추석에 궁에 있지 않으니 반드시 전에 가솔들을 데리고 입궁해 현비 마마와 먼저 추석을 쇠야 했다. 이건 고정불변의 규정은 아니고 단지 규례가 그렇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출장을 가서 경성을 떠날 예정인데 경성에 없는 동안 명절을 맞이할 경우 사전에 입궁해야 했다.게다가 추석은 태자의 생일이니 현비 마마에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북당에서는 효(孝)를 상당히 중히 여겨 지금 현비가 금족령이든 다른 어떤 상황이든 태자는 더욱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경성을 떠나기 하루 전 우리 떡들을 데리고 현비와 한자리에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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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3화

현비의 가족 연회명원제가 있을 때는 현비는 밥상을 정리하는 등 본분에 만족하며 일가족이 화목하고 고부관계 사이도 좋았다.명원제는 가족들이 밥 먹을 때 한쪽에서 우리 떡들과 놀아주고 작은 수저를 가져 다가 떡들에게 맑은 국물을 떠먹여 주기도 하는데, 계속 젖만 먹고 사람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 떡들은 엄청 흥분해서 제비새끼처럼 입을 쫙쫙 벌리고 분홍색 혀로 숟가락을 쪽쪽 핥는다.명원제가 넋을 잃고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더니, “천하에 가장 좋은 것도 이 작은 녀석들에게 비할 바가 아니고, 울던지 웃던지 아무런 까닭 없이 사람을 기쁘게 하니 종일 아가들과 있으면 시름할 겨를이나 있을까?”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아바마마, 호비 마마께서 얼른 황자나 공주를 낳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땐 매일 아이를 어르실 수 있습니다.”오늘밤 모두 태평함을 꾸미며 일치단결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색조와 화기애애한 모습의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족을 연출했다.그런데 원경릉의 한 마디가 이 아름다운 그림을 쫙 찢어 놓고 말았다.현비의 얼굴이 순간 싸늘해 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밥 먹으렴, 말 안 한다고 아무도 널 벙어리라고 안 한다. 말만 많이 지껄여 봤자 헛소리밖에 더 하겠니, 예의도 모르느냐?”원경릉이 당황하며 그제서야 현비가 그 일이 신경 쓰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우문호는 술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원경릉이 억울한 걸 못 보겠기에 담담하게, “어마마마, 신경 쓰이시면 조용하라고 하시면 되지, 그렇게 엄하게 혼내실 필요 있습니까?”우문호가 말이 없을 때 그린 듯한 가족 모습으로 아직은 손 볼 여지가 있었지만, 그가 원경릉을 돕자고 나서는 순간 한 폭의 그림에 난 균열이 얼룩지다가 결국 갈가리 찢어지는 운명을 맞았다.현비가 ‘탁’하고 젓가락을 탁자에 내려놓더니 열 받아 몸을 떨며, “불효자 같으니, 지금 네 아내에게 말 한 마디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거냐? 네 눈엔 나란 어미가 있기나 하니? 아내를 얻으면 어미를 잊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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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4화

현비의 발악과 건곤전의 참사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화를 참을 수 없으나, 명원제는 일부러 우문호를 위해 모자의 정을 살펴주며 평소처럼, “다섯째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거라.”“아바마마!” 우문호가 명원제를 보니 명원제의 눈에 경고의 빛을 띠고 있어 우문호는 화를 가라앉히고, “예!”하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희상궁과 유모를 불러 아이들을 안게 하고 식사도 채 마치기 전에 다섯식구는 총총히 자리를 떴다.명원제가 의자에 앉아 현비를 바라봤다.현비는 고집을 부리고 서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로, “폐하께서 신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면 신첩을 벌하셔서 계속 금족령을 내리시면 됩니다.”명원제는 엄지 손가락에 끼고 있는 옥가락지(엄지 손가락의 옥가락지는 권력을 상징)를 돌리며 눈을 감고 있으나 날카롭고 명료하게 생각하며 얼음장 같은 말투로 쌀쌀맞게, “현비, 금족령이 두려운가?”현비는 눈물이 불쑥 터지자 닦으며 고집을 부리는데, “두려우면 어쩌겠어요? 폐하께서 신첩의 마음을 반이라도 느끼고 아파하실 수 있으십니까? 폐하께서는 신첩이 왜 그렇게 했는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기나 하신가요? 신첩도 고심했습니다. 태자는 나라의 근본으로 가볍게 사람들에게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되는데 다섯째는 지금 머리속이 온통 원경릉 생각 뿐입니다. 너무 위험해요, 원경릉을 없애야 폐하께서도 두 다리 쭉 뻗고 걱정이 없지 않으시겠습니까?”명원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얼굴이 얼음같이 차가워 지더니, “지나치게 고심했군, 고작 후궁의 일개 부녀자가 나라의 근본이 어쩌고 어째? 자네가 할 말인가? 만약 태자비가 태자의 일에 간여할 가능성이 있어도 그건 단지 가능성일 뿐이지만, 자네는 직접 태자에게 간여하고 그것도 모자라 네 친정 형제들이 관직과 작위를 도모하는데 태자를 제어하려고 들었어, 짐이 자네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이제 막 태자를 책봉했으니 태자의 체면을 봐서야, 태후 마마께서 자네에게 한 번 경고했고, 이번에는 짐이 두번째로 경고하지, 금족령 정도의 단순한 벌이 두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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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5화

백년된 여아홍은 누가 훔쳐갔나?몰래 튀려고 했는데 우문호가 이렇게 부르니 안에 있던 경대공주가 명원제를 보고 순간 짚고 있던 지팡이로 문턱을 두드리며 소리를 꽥 지르는데, “황제 폐하가 오셨군, 잘 오셨네, 어서 와서 고모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게.” 명원제가 우문호를 죽일듯이 째려보더니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 백발이 성성한데 광광 대며 화를 내는 경대공주에게 예를 올렸다.태상황은 구린 얼굴로 앉아 있는 게 억울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명원제가 가서 예를 취한 뒤 목소리를 낮춰 작은 소리로, “아바마마, 가져 가신 거예요 아니예요? 가져가신 거면 돌려드리세요, 제가 다시 마련해 드릴 테니까.”태상황이 몰래 경대공주를 째려보는데 경대공주가 문밖에 우문호와 원경릉을 발견한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는지 손을 펼쳐, “과인이 술을 탐하는 사람도 아니고, 경대공주의 여아홍을 어디다 쓰려고 원한단 말이야? 과인이 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술이나 훔쳐 마시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인가?”명원제가 상선을 보니 상선도 감출 수 없는지 명원제를 감히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빛이 어지럽고 두 손으로 소매를 쥐고는 돌돌 말고 있다.명원제가 생각이 있어 계속 작은 목소리로, “아바마마, 그만 하시고 돌려주세요, 안 그러면 평안하긴 글렀다고요.”태상황이 순식간에 탁자를 치고 명원제를 가리키며, “알고 보니 네가 가져간 것이구나? 왜 미리 얘기를 안 해? 결국 네 고모 할머니가 여기서 반나절을 소리소리 지르셨지 않느냐, 과인이 가져간 줄 알고 말이다.”명원제는 어이가 없고 자기 아버지라는 걸 믿을 수가 없는데 아직 변명의 말도 꺼내기 전에 경대공주의 지팡이 소리가 재촉하며 울렸다.명원제는 천천히 뒤로 돌아 미소를 그려 붙이고는 경대공주의 분노한 얼굴을 뒤로 한 채 우문호에게 걸어가려고 했다.우문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명원제의 눈빛을 봤는데, 우문호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으며, 안돼!과연 친애하는 아바마마께서 우문호를 가리키며 종소리가 울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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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6화

경대공주(慶大公主)는 나이도 많고 정신도 온전치 않아서 이것이 진짜 우문호가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하여 탄식했다. “됐다 됐어! 아직 어려서 철이 들지 않은 게야. 오늘 돌려주면 그만이다.”명원제는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보며 손을 저었다. “빨리 물러가지 못할까?”우문호는 실망한 표정으로 원경릉과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마차에 올라탄 원경릉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경대공주의 존재를 지금까지 몰랐네? 저렇게 나이가 많은 노인이 황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 여아홍(女兒紅)을 아직 있는 걸 보니…… 설마 아직 시집을 가지 않으신 거야?”희상궁은 웃으며 원경릉을 보았다. “아직 미혼이십니다. 젊었을 때 수양딸을 얻으셨는데 그게 바로 수씨 집안의 셋째 아가씨입니다.”“루신(落神)이라는 말씀이십니까?”원경릉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희상궁에게 물었다. “소요공의 사부이며, 태상황님의 짝사랑 상대인데다 경대공주의 수양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루신께서는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길래 하나도 하기 힘든 걸 세 가지나…… 한 번 만나 뵙고 싶네요.”“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희상궁이 웃었다. “그럼 그 루신께서 어디에 계신지 아는 사람은 없나요?”우문호는 원경릉과 희상궁의 대화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황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서러움에 고개를 돌리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우문호, 루신께서 어디에 있는지 너도 몰라?”“몰라.”원경릉은 축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걱정이 됐다. “너 괜찮아……?”“응. 그냥 모비의 말이 생각나서 그래.”잠시 후,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경릉아,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해. 이제부터 별일 아니면 모비를 뵈러 가지 마.”“에이, 난 또 뭐라고! 20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들인데 그런 아들을 며느리가 가져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괜찮아. 난 네 생각보다 속 좁지 않거든.”원경릉 역시 현비를 싫어했지만, 피로 이어진 모자 관계를 어떻게 끊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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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7화

북당은 청나라 시대가 아니기에 황실의 아이들이 친 어머니 곁에서 자랄 수 있었다. 20여 년 된 모자간의 정을 어찌 그리 쉽게 끊을 수 있겠는가? 우문호는 현비가 원경릉을 해하려고 했다는 것에 분노한 것은 맞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현비에 대한 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원경릉은 생각했다.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희상궁이 조용히 입을 떼었다. “태자비께서 현비마마와 마찰을 줄이시려면 이제부터 생신이나 연말 행사가 아니면 현비 마마를 찾아뵙지 않으시면 됩니다.”“예, 상궁. 그렇게 하겠습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상궁은 속으로 현비를 욕했다. 만약 현비가 소란을 피우거나 사고를 쳐 죄를 받게 된다면 당연히 아들인 우문호에게도 불똥이 튈 것이다. 이 점을 현비가 모를리 있겠는가?궁 안에서 현비의 입지는 항상 단단했으며 황상도 한달에 두세 번은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공주부 사건 이후로 우문호가 원경릉과 혼인을 하게 되고, 원경릉이 자식을 낳게 되면서 모든 일이 그녀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비는 수십번 자신이 한 일을 곱씹어보았지만 결코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태자는 장차의 북당의 책임자가 될 사람이다. 그런 중요한 인물이 여인의 말에 휘둘린다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북당을 지키기위해서 그녀는 심혈을 기울여 말한 것인데 왜 아무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 현비는 그녀의 고모인 태후마저 그녀를 나무라자 반성을 커녕 태후를 원망했다.현비는 지금 총대를 매고 비난을 받는 것이 북당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현비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자 화가 났고, 당시에 원경릉을 죽이지 못한것이 한으로 남았다. ‘황실 사람들은 원경릉이 바르고 선한 여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야. 원경릉의 실체는 나만 알고 있는데…… 왜 아무도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거야!’추후에 이 일이 주후(褚后)에 귀에 들어갔다. 주후는 총명한 사람으로 사람을 시켜 태후궁의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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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8화

현비가 태후의 저의를 모르겠는가? 현비는 궁안에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화가 나 충동을 못 이기고 가위를 집어 들어 자신의 목에 갖다 댔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놀랐고, 현비는 가위로 목을 살짝 그었다. “황상에게 가겠다! 본궁을 막는다면 본궁은 오늘 여기서 죽을 것이야!”궁안의 사람들은 하는 수없이 어서방으로 가서 황상에게 현비의 상황을 전했다. 내일은 추석이기에 오늘은 궁안이 한가했다. 명원제가 오랜만에 좋아하는 책을 읽으려고 하는 찰나에 현비가 자살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내려놓았다. “현비가 자살하려고 한다고? 그럼 이 소식을 황후에게 보고하거라. 황후에게 날카로운 단도가 있으니 그것을 가져다가 현비에게 갖다주면 된다.”그 말을 들은 하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명원제를 바라보았다.“뭐 하고 있어? 감히 명령을 거절하려는 것이냐?”하인은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명원제의 성지를 어떻게 황후에게 전해야 할지, 정말 명원제의 말을 그대로 전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가 무슨 권리가 있겠는가.주후는 하인의 말을 전해 듣고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본궁이 어젯밤 악몽에 시달려 지금도 머리가 깨질 것 같으니, 너는 귀비를 찾아가 이 사실을 전하고 귀비가 가지고 있는 단도 중에 가장 날카로운 것을 현비에게 가져다 주거라.”주후는 하인이 전한 말을 듣고 명원제가 화가 나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만약 그녀가 명원제의 말대로 단도를 꺼내 하인에게 건넸다면, 이는 자신이 태자의 친모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하인은 어쩔 수 없이 명원제의 성지를 가지고 귀비에게 갔다. 귀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의 하인을 보고 인상을 쓰며 손톱을 다듬었다. “얘! 넌 왜 그렇게 멍청하니? 황상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뭐겠어? 그냥 현비에게 가서 황상이 일이 바빠 갈 수가 없으니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하면 되잖아!”하인도 귀비의 말대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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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9화

제왕은 자신과 원용의가 한 마차에 그리고 우문호 내외가 한 마차에 타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마차에 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식이가 언니와 함께 타겠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제왕과 우문호가 같이 타고 원경릉과 원용의 그리고 사식이가 한 마차에 탔다.우문호는 제왕과 단둘이 마차에 탄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연신 한숨을 내쉬다가 제왕을 노려보며 호되게 질책했다. “본왕이 모처럼 네 형수를 내리고 바깥 구경을 하려고 했더니만 왜 따라오겠다고 난리를 쳐서 이 사단을 만드는 거야?”제왕도 인상을 쓰고 우문호를 보며 반박했다. “누구는 이러고 싶어서 이런 줄 아십니까? 저도 원용의랑 같이 마차를 타고 가고 싶었다고요. 마차가 덜컹거리니 손도 잡아주고 피곤하면 어깨에 기대기도 하면서 가려고 했더니만! 누가 다섯째 형님이랑 가고 싶겠습니까?”“시끄럽다!”“형님이 형수님한테 잘 좀 얘기해 보세요! 우리 둘이 마차를 타고 가면 뭐 합니까?”우문호는 세 여인이 타고 있는 마차에서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저렇게 재밌어하는데 내가 어떻게 말을 꺼내냔 말이야!”우문호는 이 순간 원경릉이 너무 미웠다. 원용의랑 사식이 그리고 제왕이 한 마차에 타고, 원경릉은 자신과 함께 마차에 타면 될 것을 왜 굳이 좁은 마차에 셋이 타겠다고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됐다.제왕과 우문호가 탄 마차에는 차가운 기류가 가득했다. 두 사람 모두 왕부를 떠나기 전부터 마차 안에서 각자의 부인과 할 일들을 계획을 했던지라 이 상황이 무척 짜증 났다. 제왕은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우문호의 얼굴을 보았다. 우문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하나 꺼내 얼굴을 덮고 마차 귀퉁이에 누웠다. *우문호와 제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경릉과 원용의 그리고 사식이를 태운 마차 안은 화기애애했다. 세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사식이가 피곤하다며 마차 구석에 엎드렸다. 그러자 원경릉이 원용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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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0화

“그렇게 재밌는 얘기를 내가 잘 때 하면 안 되지! 그나저나 언니는 제왕이 주명취를 못 잊어서 싫은 거 아니야? 근데 왜 제왕을 떠나지 않는 거야?” 사식이가 말했다. 원용의는 입술을 깨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렴 같이 살았던 사람인데 금방 잊을 수 있겠어? 난 그에게 시간을 주는 거야. 반년 동안 그가 주명취를 잊지 못한다면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떠날 거야.”사식이는 원용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언니, 주명취는 죽었어. 제왕이 주명취를 백날 그리워해봐 그 여자가 살아 돌아오나. 그리고 주명취가 좋아했던 건 제왕이 아니라 태자셨잖아? 그나저나 주씨 집안 여자들은 취향이 하나같이 다 똑같네. 주명양도 그렇고 주명취도 그렇고 다 태자를 흠모했잖아. 태자께서도 주명취를 좋아한 적 있으시고…… 아무튼 제왕은 주명취 때문에 죽을 뻔했으면서도 아직도 그 여자를 못 잊는다고? 그게 말이 돼?”원경릉은 사식이가 우문호를 언급하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식아, 주명취 얘기를 하다가 왜 태자 얘기로 빠지는 것이야? 입 조심하거라.”사식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아…… 말을 하다 보니 죄송합니다.”사식이는 원용의를 보며 말을 이었다.“언니, 제왕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여인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글렀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말이야. 제왕은 주명취의 관이 떠나는 날에 배웅도 갔잖아? 나 같으면 보러 가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무덤까지 말이야. 태자께서도……”“사식! 너 말 조심해!” 원용의가 사식이에게 경고했다.“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제왕도 태자께서도 주명취의 무덤을 찾아가다니 진짜 이해 안 되네.”원용의는 원경릉의 표정을 살폈다.“원누이, 사식이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사식이가 간혹 이렇게 말실수를 하곤 합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옵소서.”“괜찮아. 난 태자를 믿어.” 원경릉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웠다.‘다섯째가 주명취의 무덤에 갔다고? 언제 간 거지? 주명취의 무덤은 꽤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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