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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1화

마차가 멈춰 서자 우문호는 빠르게 마차에서 내려 원경릉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손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의 호의를 무시하고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려 식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그녀를 쫓아갔다. “왜 그래? 설마 내 손이 보이지 않은 거야?”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식이와 원용의는 불길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조용히 귓속말을 나눴다. “사식아…… 우린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거다. 알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이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화가 났다. 그는 그녀 앞을 가로막으며 “경릉아, 너 왜 그래?” 라고 물었다. 그녀의 까맣고 고요한 눈동자가 우문호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아래에서 위로 쓸었다. “비켜.”“너 화가 난 거야?” 그녀은 눈빛이 폭풍이 일기 전에 고요한 바다 같았다.그녀는 그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왜 화를 내겠어? 태자는 생각이 깊기도 하네.”우문호는 원경릉이 자신을 태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감지했다. 마차에서 내린 제왕이 두 사람 쪽으로 걸어오더니 무심하게 우문호를 보았다. “다섯째 형님, 형수님께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제왕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우문호는 인상을 쓰고 제왕을 보았다.“잘못이라니, 우리 걱정 말고 너나 잘해. 듣자 하니 원용의가 네 성격이 별로라고 하는 것 같던데.”“왜 갑자기 나한테 시비입니까?”우문호는 제왕을 노려보더니 휙 고개를 돌리고 가버렸다.제왕은 원용의를 보며 “너 설마 무슨 얘기 했어?”라고 말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원용의가 발끈했다. “무슨 얘기를 했다고 그럽니까?”“다섯째 형님이 나한테 시비를 걸잖아.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 나한테 저런 소리를 하는 거야? 너 혹시 나한테 불만족스러운 게 있으면 직접 말해. 형님들 귀에 들어가면 아주 골치 아프니까.”“제가 언제 당신 욕을 했다고 그럽니까?” 원용의는 억울한 표정으로 제왕을 보았다.“다섯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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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2화

사식이는 아무도 음식을 시킬 생각이 없어 보이자 벌떡 일어나서 음식을 시켰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네 사람은 서로 말 한마디 없었고, 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서로 눈치만 살폈다. 음식이 하나 둘 나왔다. 우문호가 닭 다리를 하나 집어서 원경릉의 그릇에 덜어 주자 원경릉은 자신의 그릇을 서일과 바꿨다. 그 모습을 본 서일은 깜짝 놀라서 우문호의 눈치를 살폈다. ‘이 닭 다리를 먹자니 태자의 눈치가 보이고, 안 먹자니 태자비의 눈치가 보이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서일은 한참 고민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소인,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 닭 다리는 고맙습니다 태자비……”서일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닭 다리를 보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먹지를 못하다니…… 두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우문호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식탁을 쾅 내리치며 일어나서 원경릉을 쳐다봤다. “너 정말……!”원경릉도 이에 질세라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내가 뭐!”우문호는 원경릉의 살벌한 눈빛에 기가 꺾여 자리에 앉았다.“뭐가 먹고 싶은지 말을 하라고! 내가 덜어줄게.” “나도 손 있거든?”“아……”우문호의 젓가락이 허공을 맴돌다가 이내 멈추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우문호를 쳐다보았고 그는 민망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해? 구경났어? 밥이나 먹어!”서일과 만아 그리고 사식이는 그릇에 코를 박고 음식을 먹었다. 원경릉은 속에서 천 불이 끓었지만 사람이 많아 참고 있었다. ‘주명취는 죽었어. 우문호가 친구로서 그녀의 무덤에 갈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 있어……’원경릉은 마음속으로 수십 번이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그럴수록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눈물이 터질 것 같아 밥을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갔고 우문호는 얼른 그녀를 쫓아나갔다. 제왕은 원용의의 눈치를 살피다 사식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다섯째 형수님께서 왜 저러는지 넌 알지? 늘 점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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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3화

원경릉은 살며시 우문호가 잡은 손을 뺐다. “너는 잘못한 게 없어. 난 그저 나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이야.”원경릉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그는 확실히 아무 잘못이 없다. 두 사람은 원경릉을 알기 전부터 오랜친구였다. 오랜친구가 죽었으면 당연히 가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주명취가 살아서 두 사람의 관계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은 지금 사이도 좋다. 뭐가 문제인가?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원경릉은 우문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명취는 살아있을 때 원경릉을 많이 힘들게 했고, 하마터면 죽일 뻔했다. ‘만약 우문호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주명취의 무덤에 간 사실을 내가 알았을 때, 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원경릉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한순간에 태도가 바뀐 원경릉을 보는 우문호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식당에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모두 마차에 올라탔다.원경릉, 원용의, 사식이 모두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원용의는 제왕에게 사식이는 서일에게 모두 제각기의 사연으로 분노에 가득 찼다.이번에는 서일과 우문호 그리고 제왕이 같은 마차에 탔다.우문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자 서일은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서일은 시간을 되돌려 당시 자신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당시에 사식이에게 그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사식이를 믿은 내가 바보 천치다! 사식이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할 남자는 얼마나 재수가 없는 거야? 성격도 괴팍하고 입도 가볍고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네!’저녁 무렵 마차는 서주(西洲)에 위치한 호화로운 휴양 정원에 도착했다.제왕은 왕부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서주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 휴양 정원에서 먹고 마실 음식을 준비해두었다. 정원은 매우 아름답고 넓어서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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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4화

우문호는 서일의 말을 듣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고, 원경릉은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지우고 있었다.우문호는 청동 거울에 비친 그녀의 차가운 표정에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일단 의자 하나를 가져와 그녀 옆에 앉았다. “경릉아, 무슨 일이 있으면 다 얘기하기로 했잖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내가 설명을 할 것 아니냐. 네가 하루 종일 입을 꾹 닫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으면 일이 해결되는 줄 아는 것이냐? 방금 서일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네가 왜 화가 났는지 몰랐을 것이야.”“아냐, 괜찮아. 주명취는 이미 죽었고 이미 끝난 일이야.”“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원경릉은 머리를 말리고 젖은 수건을 화장대로 던지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속에서 천 불이 끓어! 주명취의 무덤에는 도대체 왜 간 거야? 내가 주명취 손에 죽을 뻔한 것을 잊기라도 한 거야?”우문호는 혀를 끌끌 찼다. “거봐, 이렇게 화가 났으면서 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건데? 화가 나면 차라리 화를 내라고 속으로 썩히고 있으면 해결이 되냐고!”“대답하라고! 왜 주명취의 무덤에 갔냐니까?” 원경릉은 우문호가 동문서답을 하는 것을 보고 분명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분에 못 이겨 힘껏 우문호의 정강이를 발로 찼고, 우문호가 큰 손으로 원경릉의 허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 그는 그녀에게 벌을 주듯 거칠게 입을 맞추었고, 두 손으로 그녀의 등과 허리를 세게 감쌌다.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감히 태자를 발로 차다니, 네가 간이 아주 부었구나!”“이거 놔!” “네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원경릉은 순식간에 그의 밑에 깔렸고, 거칠게 물어 뜯긴 입술이 퉁퉁 부어 고통스러웠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우문호가 아직도 주명취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우문호는 붉어진 그녀의 두 눈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왜 울어? 아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그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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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5화

“화 안 났다니까? 맹세해!” 원경릉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래 그럼 됐어.” 우문호는 두 손으로 그녀를 껴안았다.원경릉은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화가 났든 안 났든 지금은 괜찮다는 거잖아. 그럼 됐어.”“…….”“할 건 마저 해야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을 번쩍 들어 침상 위로 던졌고 원경릉도 아까와는 다르게 반항하지 않았다.*제왕과 원용의의 방 안에는 냉기가 흘렀다. 두 사람은 어쩌다가 싸우게 됐는지 영문도 모른 채 서로에게 화가 나있었다. 원용의는 침상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제왕은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시를 읊었다. 그녀는 제왕이 일부러 그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시를 읽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사식이랑 잘게요.” 원용의가 침상에서 일어났다. 제왕은 후다닥 문으로 달려가 그녀를 막아섰다. “가지 마.”“이거 비켜요!” “도대체 왜 화가 났는지 말을 해줘야 알지! 다섯째 형님 내외랑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너까지 덩달아 나한테 성질을 부리는 거야?”“나 화 안 났어요.” 원용의가 바닥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제왕은 차가운 원용의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용의야, 본왕이 너에게 믿음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너도 느끼는 게 있을 거야. 하지만 가끔 네가 이럴 때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딱 한 번만 물을게.”“……”“진심으로 나를 떠나고 싶은 거야?”원용의는 제왕이 이별에 대해 묻자 깜짝 놀라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자존심을 굽힐 수가 없었다. “맞습니다! 난 당신을 떠나려고 해요. 그래도 당신은 아무렇지 않겠죠? 우리는 진짜 부부도 아니니까요.”제왕의 어깨는 축 내려앉았고, 얼굴에는 실망과 슬픔이 가득했다. “넌 어쩜 그렇게 모진 거니…… 우리가 겪은 수많은 나날들이 물거품이 되는구나. 진심으로 떠나고 싶은 거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원용의는 눈물을 머금고 제왕을 보았다. “나보고 모질다고요? 그럼 당신은 나에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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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6화

제왕은 원용의 입에서 주명취의 이름이 나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죽은 사람을 왜 들먹이는 거야?”“제왕은 제가 왜 이러는지 알 리가 없지요. 어쩌면 제가 쪼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꼭 제왕에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은 주명취를 못 잊고 있는 거죠?”제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 여자 얘기는 안 하면 안 되겠어? 도대체 죽은 사람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가 뭐야?”“그건 제왕이……”“용의야 왕부로 돌아가면 너를 정비로 맞이할게. 난 앞으로 너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어.”“제가 지금 정비가 되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제왕은 화를 억누르고 원용의의 어깨를 잡았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네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다 해주려고 그러는 거야.”“그 말 참 모순적이네요. 제가 묻는 말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으면서 제 믿음을 얻으려는 거죠? 제왕이 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네요.”원용의는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내가 그녀를 잊고 못 잊고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그럼 제왕은 제가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어도 괜찮겠네요?”“뭐? 감히 어떤 새끼야?”원용의는 눈을 흘기며 제왕을 보며 허탈한 듯 웃었다. “거봐요. 역지사지를 해보니 제 마음이 좀 이해가 되나요?”원용의는 제왕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제왕이 대답을 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원용의는 사식이가 있는 방으로 가기 위해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 우리 나가서 얘기를 하는 건 어때?”제왕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제왕, 당신은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일단 나가서 얘기를 좀 하자고.”“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당신입니다! 간단명료하게 대답해 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합니까?”“……”“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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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7화

제왕은 원용의가 항상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명취가 아무리 악녀라고 해도 제왕과는 부부였던 사이인데, 제왕이 그녀를 어찌 그리 쉽게 잊겠는가?그가 주명취를 한순간에 잊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그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냉혈한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원용의가 상심한 얼굴로 사식이의 방에 들어오자 사식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언니, 왜 우는 거야?”“아무것도 묻지 마. 나 오늘 너랑 잘 거야.”사식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뜻한 물을 한잔 건네었고, 원용의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원용의는 아무리 제왕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1년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자신을 죽이려고 한 주명취를 아직도 그리워하다니……’주명취가 제왕부에 불을 질러 제왕이 죽을 뻔했을 때도 원용의가 제왕을 데리고 손왕부에 가서 보살폈다. 그가 가장 아프고 힘들어할 때 누가 그의 곁을 지켰는가? 바로 원용의다. 원용의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일에 밤낮으로 최선을 다했다. 주명취가 다른 남자에 빠져 제왕을 등한시하는 동안에도 원용의는 그의 곁을 지켰다. 원용의는 생각할수록 제왕이 괘씸했다. ‘내 마음도 모르고, 뭐? 정비로 만들어준다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거잖아.’원용의는 정비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제왕의 흔들림 없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원통하고 분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원용의는 주명취가 죽었을 때 바로 제왕을 떠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때 제왕을 떠났다면 지금처럼 마음의 상처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사식이는 처음 보는 원용의의 모습에 주위를 맴돌며 손톱만 물어뜯었다. 원용의는 코를 훌쩍이며 퉁퉁 부은 눈으로 사식이를 보았다. “내가 오늘 이 모양인 거, 조모께는 절대 말씀드리지 마.”“제왕 때문에 우는 거야?” 사식이가 조용히 물었다. 원용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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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8화

다음날 아침. 원용의가 아침식사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물었다.“밤새 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지 아침을 먹을 기운도 없다고 합니다.”“뭐라고?” 제왕은 사식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왜냐고 묻는 겁니까? 그걸 제왕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사식이는 제왕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원용의가 왜 밤새 울었냐고.”“그걸 저한테 묻는 것보다 제왕이 생각해 내는 게 더 빠를 텐데요.”“내가 이렇게 물을 이유도 없지. 제왕부를 떠난다는 사람인데 떠날 거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라고 전해라. 다른 사람 고생시키지 말고.”“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디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우문호가 분노했다.제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우문호를 보았다.“지금 원용의는 내가 주명취를 그리워하는지 아닌지에 혈안 되어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요!”“주명취가 네 마음에 없다고 하면 되잖아! 네 옆에 있는 여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진정한 남자가 아니야. 원후궁이 너와 혼인을 하고 네가 힘들 때 너를 돌봐주었잖아. 그런 여자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되지.”“나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섯재 형님처럼 여자를 기쁘게 하려고 내 양심에 반하는 말은 뱉을 수 없다고요.”“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문호는 제왕의 가시 돋친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원경릉 쪽을 보았다.원경릉은 제왕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썼다. 우문호는 어렵사리 원경릉과 오해를 풀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제왕이 재를 뿌리자 화가 나서 껑충껑충 뛰었다.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이 개똥만도 못한 자식!” 우문호는 의자를 들어 제왕에게 던졌다. 순간 문 앞에 있던 사람이 빠르게 뛰어와 제왕의 옷깃을 끌어 그를 감싸 안았고, 의자는 그 사람의 머리에 떨어졌다. 의자는 바닥으로 널브러졌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아침을 먹으려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질렀고 사식이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부축했다.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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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9화

제왕은 끝끝내 원용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원용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순간적인 충동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는 그녀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하고 싶었다. 원용의는 제왕이 아무 말이 없자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나가계세요. 옷에 피가 다 묻어서 갈아입어야 합니다.”제왕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식이와 원경릉을 보고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끝까지 무심한 제왕의 모습에 원용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원경릉은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바르며 원용의에게 조용히 말했다. “보아하니, 넌 정말로 제왕을 좋아하고 있구나.”원용의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누이, 저도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쭉 그를 마음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정말 제왕을 떠나려는 것이야?”원경릉의 질문에 원용의는 대답을 주저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원누이께서 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겁니까?”“음…… 잠시 떨어져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해? 제왕도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말이야.”원경릉의 말에 원용의는 미소를 지었다.“시간이 해결해 준다면 참 좋겠네요. 전 원누이가 참 부럽습니다. 제왕과 태자께서는 형제인데 어쩜 이리 다를까요?”“다섯째와 주명취는 친구 사이였지만, 제왕과 주명취는 부부였지 않느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그리고 다섯째는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야. 그는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거든. 지금은 서로에게 화가 나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을 거야. 너도 조급해하지 말고, 제왕에게 시간을 줘. 제왕도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겠지.”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식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경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바로 조모를 찾아가 이 사실을 말할 겁니다! 언니, 이제 울지 마. 이혼 준비하고 새로운 신랑감을 찾을 준비하면 되니까! 제왕은 제 발로 복을 차버린 걸 평생 후회할 거야!”“한 번 혼인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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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10화

“언니도 서일과 매일매일 부딪히면 알 거야. 서일은 사람이 단순하고 바보 같아서 금방 파악이 가능하거든.” 사식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원용의에게 말했다.“지금 네 모습을 보니, 네 혼사는 이미 정해진 것 같네.” 원용의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사식이를 보았다.원경릉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설마 사식이와 서일?”원용의의 말에 사식이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언니는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서일과 내가 무슨 혼인을 해! 언니는 내가 저런 바보와 혼인을 해도 좋다는 거야? 방금 한 말 빨리 취소해! 부정탄다고!”“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나 본데, 바보 같은 남자가 신랑감으로는 최고야! 서일같이 둔한 사람이 살기에도 편해! 잔머리 굴리는 남자는 같이 살면 얼마나 피곤한데.” 원용의는 원경릉을 보며 “원누이, 제 말이 맞죠?”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지금까지 사식이와 서일 사이에 묘한 기류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원용의의 말을 듣고 나니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서일과 혼인하면 평생 골머리 썩을 일은 없겠네. 근데 원씨 집안에서 서일이 눈에 차기나 하려나? 서일 집안도 뭐 그리 나쁘진……” 서일 집안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씨 집안에 갖다 대기에는 한없이 초라했다. 그가 비록 태자의 보필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신분으로 큰 공을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모께서는 집안이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십니다.” 원용의가 말했다.“노부인께서 통찰력이 있으시구나.”사식이는 두 사람이 자신의 의견은 무시하고 서일과 엮자 화가 났다. “원누이! 언니!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서일하고 엮어!”사식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원경릉과 원용의는 웃음이 터졌다.*원용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오늘 배를 타고 호수를 유람하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우문호는 시간을 죽이는 게 아까워 서주의 만불산(萬佛山)이라도 등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만불산은 서주의 유명한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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