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원용의가 아침식사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물었다.“밤새 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지 아침을 먹을 기운도 없다고 합니다.”“뭐라고?” 제왕은 사식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왜냐고 묻는 겁니까? 그걸 제왕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사식이는 제왕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원용의가 왜 밤새 울었냐고.”“그걸 저한테 묻는 것보다 제왕이 생각해 내는 게 더 빠를 텐데요.”“내가 이렇게 물을 이유도 없지. 제왕부를 떠난다는 사람인데 떠날 거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라고 전해라. 다른 사람 고생시키지 말고.”“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디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우문호가 분노했다.제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우문호를 보았다.“지금 원용의는 내가 주명취를 그리워하는지 아닌지에 혈안 되어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요!”“주명취가 네 마음에 없다고 하면 되잖아! 네 옆에 있는 여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진정한 남자가 아니야. 원후궁이 너와 혼인을 하고 네가 힘들 때 너를 돌봐주었잖아. 그런 여자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되지.”“나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섯재 형님처럼 여자를 기쁘게 하려고 내 양심에 반하는 말은 뱉을 수 없다고요.”“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문호는 제왕의 가시 돋친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원경릉 쪽을 보았다.원경릉은 제왕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썼다. 우문호는 어렵사리 원경릉과 오해를 풀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제왕이 재를 뿌리자 화가 나서 껑충껑충 뛰었다.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이 개똥만도 못한 자식!” 우문호는 의자를 들어 제왕에게 던졌다. 순간 문 앞에 있던 사람이 빠르게 뛰어와 제왕의 옷깃을 끌어 그를 감싸 안았고, 의자는 그 사람의 머리에 떨어졌다. 의자는 바닥으로 널브러졌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아침을 먹으려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질렀고 사식이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부축했다. “이게
제왕은 끝끝내 원용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원용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순간적인 충동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는 그녀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하고 싶었다. 원용의는 제왕이 아무 말이 없자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나가계세요. 옷에 피가 다 묻어서 갈아입어야 합니다.”제왕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식이와 원경릉을 보고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끝까지 무심한 제왕의 모습에 원용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원경릉은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바르며 원용의에게 조용히 말했다. “보아하니, 넌 정말로 제왕을 좋아하고 있구나.”원용의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누이, 저도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쭉 그를 마음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정말 제왕을 떠나려는 것이야?”원경릉의 질문에 원용의는 대답을 주저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원누이께서 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겁니까?”“음…… 잠시 떨어져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해? 제왕도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말이야.”원경릉의 말에 원용의는 미소를 지었다.“시간이 해결해 준다면 참 좋겠네요. 전 원누이가 참 부럽습니다. 제왕과 태자께서는 형제인데 어쩜 이리 다를까요?”“다섯째와 주명취는 친구 사이였지만, 제왕과 주명취는 부부였지 않느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그리고 다섯째는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야. 그는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거든. 지금은 서로에게 화가 나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을 거야. 너도 조급해하지 말고, 제왕에게 시간을 줘. 제왕도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겠지.”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식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경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바로 조모를 찾아가 이 사실을 말할 겁니다! 언니, 이제 울지 마. 이혼 준비하고 새로운 신랑감을 찾을 준비하면 되니까! 제왕은 제 발로 복을 차버린 걸 평생 후회할 거야!”“한 번 혼인을 했
“언니도 서일과 매일매일 부딪히면 알 거야. 서일은 사람이 단순하고 바보 같아서 금방 파악이 가능하거든.” 사식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원용의에게 말했다.“지금 네 모습을 보니, 네 혼사는 이미 정해진 것 같네.” 원용의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사식이를 보았다.원경릉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설마 사식이와 서일?”원용의의 말에 사식이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언니는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서일과 내가 무슨 혼인을 해! 언니는 내가 저런 바보와 혼인을 해도 좋다는 거야? 방금 한 말 빨리 취소해! 부정탄다고!”“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나 본데, 바보 같은 남자가 신랑감으로는 최고야! 서일같이 둔한 사람이 살기에도 편해! 잔머리 굴리는 남자는 같이 살면 얼마나 피곤한데.” 원용의는 원경릉을 보며 “원누이, 제 말이 맞죠?”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지금까지 사식이와 서일 사이에 묘한 기류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원용의의 말을 듣고 나니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서일과 혼인하면 평생 골머리 썩을 일은 없겠네. 근데 원씨 집안에서 서일이 눈에 차기나 하려나? 서일 집안도 뭐 그리 나쁘진……” 서일 집안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씨 집안에 갖다 대기에는 한없이 초라했다. 그가 비록 태자의 보필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신분으로 큰 공을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모께서는 집안이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십니다.” 원용의가 말했다.“노부인께서 통찰력이 있으시구나.”사식이는 두 사람이 자신의 의견은 무시하고 서일과 엮자 화가 났다. “원누이! 언니!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서일하고 엮어!”사식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원경릉과 원용의는 웃음이 터졌다.*원용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오늘 배를 타고 호수를 유람하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우문호는 시간을 죽이는 게 아까워 서주의 만불산(萬佛山)이라도 등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만불산은 서주의 유명한 관광
만불산을 오르며우문호가 갑자기, “맞다, 당신 원래 어떤 모습이었어?”원경릉이 자기 얼굴을 만지며, “비슷했어, 지금보다 약간 키가 컸고 좀더 나이가 들었지만 IQ는 좀 좋았던 편이야.”“아이큐는 또 뭐야?”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바꿔 잡는데,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추석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이 한껏 상쾌하다.“그러니까 고상해 보이고 아는 게 많은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아, 왕선생같이.” 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하지만 왕선생은 눈에 띄게 못 생겼잖아, 아이큐란 게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구나.”원경릉이 ‘어’하더니, “왕선생이 못 생겼다고? 적어도 전진장군보다는 훨씬 잘 생겼는데.”그런데 이 사람들 얘기를 꺼내자 ‘사촌 소형이 제일 잘 생겼다.’ ‘위아래 흰옷을 입고 태도에 품위가 있는 게 약간 영락한 초류향(楚留香)같은 느낌이다.’ 품평이 연달아 나왔다.우문호는 수탉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외모로 따지면 날 따라올 자가 없지.”원경릉은 오늘은 얌전히 시비 걸지 않기로 하고, “그러게, 우리 태자 전하 외모는 독보적이지.” 원경릉이 이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니, 확실히 안구가 정화된다.어두운 구름무늬 바탕의 푸른 비단옷을 위아래로 빼 입고 별처럼 찬란한 눈동자, 다문 입술에 초승달처럼 가볍게 떠오르는 미소, 금관을 단정하게 쓰고 있으니 한층 잘 생기고 귀티가 난다. 황실의 기품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완벽한 낭군이다.원경릉이 눈 호강을 하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데, 우문호는 갈수록 뻔뻔해 져서 주변에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람같이 다가와 발그레해 진 원경릉의 볼에 입을 맞췄다.“아효!” 서일이 멀리서 보고 기분 나쁜 걸 못 참고 비명을 질렀다.“너 잡히기만 해봐!” 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씹어 먹을 듯이 서일을 노려봤다.서일은 의식적으로 눈을 가렸는데 어젯밤 두들겨 맞은 얼굴에 아직 멍이 들어 있으므로 안 맞으려면 당분간 조신하게 지내야 겠다고 생
신선에게 빌기를우문호가 원경릉의 말을 듣고 웃으며, “걱정 마, 당신은 마음이 착한 사람이니 신불이 반드시 마음의 소리를 들어 주실 거야, 나로 말 할 것 같으면, 북당의 태평성대와 원경릉과 아이들의 평안, 그리고 우리가 일평생 함께 있길 빌 거야.”서일이 참다못해, “나리, 이런 얘기는 발설하시면 안됩니다. 신선 앞에서 빌어야 지요, 묵념으로.”신선에 참배하는 것도 규칙이 있는데 나리는 모르시나?우문호가 뾰로통하게,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마음에 원하는 걸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소원을 비는데 신선이 하나하나 사람들의 마음을 추측하다가 피곤해서 죽을 걸? 우리라도 명쾌하게 빌어주면 안돼? 신선들이 일 좀 편하게 하게.”서일이 들어보니 이게 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리는 어디까지나 일리일 뿐, 규칙은 규칙이지, 좌우간 여기는 이치를 따지는 곳이 아니니까.하지만 서일은 슬쩍 우문호의 주먹을 보며 생각했다. 나리와는 이치고 규칙이고 다 안 통하고, 그냥 입다무는 게 최고다.산을 오르며 끝없이 펼쳐지는 풍광도 일품이지만, 한 쌍의 그림 같은 부부도 참배객과 문인묵객의 이목을 끄는데, 어떤 사람들은 슬쩍 훑어보고,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뚫어지게 보고, 심지어 어떤 여자들은 일부러 우문호의 몸에 쓰러지며 약한 척 우문호가 부축해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우문호는 여색의 참 맛을 1도 모르는지, 분명 이제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아주머니, 길을 잘 보고 다니셔야죠, 저랑 부딪힌 건 괜찮지만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제 아내한테 부딪히시면 안돼요.”미인은 당황해서 마음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진 채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산을 내려갔다.원경릉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깔깔 웃고 떠들며 엄청 지쳤지만 정상에 올랐다.정상엔 신전이 한 채 지어져 있는데 모셔진 것이 옥청 신선이다.여기는 참배객이 가장 몰리는 장소로, 빽빽해서 거의 들어갈 틈이 없는데 어떻게 서일이 향을 사와서 불을 붙이더니 손에
경호의 신비원경릉은 옆에 우문호를 보더니 눈물이 났다.우문호도 원경릉을 보고, “좌우간 당신은 이 생에 날 못 떠나.”우문호의 크고 따스한 손이 원경릉의 손을 꽉 감싸주는 것을 느끼며, 따듯하고 단단해서 가슴속이 행복으로 가득차는 느낌이 들었다. “난 자기를 절대 떠나지 않아.”“거래 성립!” 우문호가 갑자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졸지에 부부 두 사람이 초점의 대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부러움과 온정의 눈길로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두런두런 속삭였다. ‘이 부부는 얼마나 다정해’, ‘얼마나 행복해’, ‘얼마나 보기 좋아.’기도하고 나와서 신전 밖을 몇 바퀴 도는데 풍경은 수려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어디도 차분한 곳이 없어 우문호가, “옥청전(玉清殿) 뒤에 경호(鏡湖)가 있다 던데 우리 가 보자.”원경릉이 좋아하며, “좋아, 나 산 속에 있는 호수 좋아하는데, 그게 그렇게 그윽하고 아름답더라.”우문호가, “하지만 꼭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거기엔 일년 내내 운무가 자욱해서 본 사람이 극소수 중에 극소수라고.”“그럼 천지(天池)랑 같은 거 아닌가?”“천지? 천지가 뭔데?”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앞으로 가며 물었다.“응, 천지는 천지지. 자기는 가 본적 없어.”“그럼 나중에 나 데리고 가.” 우문호가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막상 말하고 나니 정말 가보고 싶어 졌다. 사실 원경릉이 자신이 모르는 일이나 장소를 언급하면 우문호는 무조건 한 마디를 추가하는데 바로 ‘같이 가자’이다.경호는 신전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걸어서 대략 30분 정도로 샛길을 따라 단풍나무 숲을 지나니 이윽고 다다랐다.경치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좋은데, 호수 좌우 90~120평 전체가 단풍나무로 둘러쳐져 있어 지금 마침 가을이라 단풍잎이 붉게 물들었고, 호수는 자욱한 운무에 가려져 있는데 운무는 마치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흰색 화전옥(和田玉) 덩어리처럼 어려서 경호를 감싸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선경인양 느껴지게 했다. 저 운무가 자욱한 곳을
경호가 시공의 입구?서일은 도인이 그들을 가지 말라고 하자 화가 나서, “뭘 잘못 봤다는 거예요? 우리가 분명히 호수에 작은 배가 떠 있는 걸 봤어요, 나중에 가운데로 가는 거까지, 그땐 아마도 아직 뭍에 올라오지 않은 모양이지만 못 믿겠으면 저랑 같이 가서 보시던 가요.”도인이 손을 내젓고 웃으며, “불가능합니다. 모두 분명 잘못 보신 거예요, 저희가 배를 못 타게 하는게 아니라, 아무도 못 띄우는 거예요, 오래 전에 어떤 사람이 경호에 배를 띄웠는데 호수에 들어가긴 했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죠.”만아가 겁을 먹고, “어? 물에 빠진 거예요?”도인이 고개를 저으며, “아닌 게 확실합니다. 경호는 1년에 두 번 열리는데 제가 직접 호수에 가서 시체와 배를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산 위에는 배가 없어요, 배를 띄우려 해도 할 수 없지요. 여러분들은 잘못 보신 게 확실합니다.”원경릉이 의심에 차서 눈썹을 치켜 뜨고, “도사님, 우리 네 사람이면 눈이 8개인데 결코 잘못 볼 수가 없습니다. 정말 누가 호수에서 배를 타고 있었어요. 누가 호수에 내려가거나 배를 가지고 왔는데 모르셨던 게 아닐까요?”도인이 웃으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습니까? 경호를 계속 지키고 있는 걸요, 일부 담대한 참배객이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기이함에 이끌려 물에 들어가서 노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제가 여기서 이미 30여년 있었으나 물에 들어간 사람은 딱 두 명 봤습니다. 이 두사람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지요, 배도 없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더는 없었어요. 그래서 경호는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실제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도인은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 앞에 이 부부의 신분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상당히 공손한 태도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경호의 위험을 그들에게 얘기했으며, 그들이 물에 들어가 목숨을 잃을 까봐 걱정했다.원경릉은 도인이 말을 돌리거나 속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금 작은 배를 본 건 네 명이 동시에 집단적 환각을 본 걸까?
사라진 나뭇잎우문호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도사님이 말씀하신 거 못 들었어? 1년에 2번 개인다잖아.”우문호는 화전옥 같은 경호를 보며 마음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져서, “시간 늦었다, 우리 내려가자, 안 그러면 밥 시간 놓치겠어.”원경릉은 마치 여기가 정말 그녀의 고향으로 통할 수 있기라도 하듯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다.하지만 우문호는 한사코 원경릉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끌려 가며 작은 오솔길을 지나 모퉁이를 도는데, 딱 한번 더 뒤를 돌아 보는데 운무가 거의 걷혀가고 있었다.얼른 우문호의 손을 꼭 누르며, “자기야 봐, 운무가 곧 사라지는 거 아냐?”우문호가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산바람이 홀연히 불어오며 운무가 점점 걷히고 이미 경호의 한쪽이 드러났다.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가는데 우문호가, “그렇게 빨리 뛰지 마.” 소리친다.우문호가 바로 쫓아가서 원경릉의 손을 잡은 건 원경릉이 갑자기 뛰어들 까봐 두려워서 였다.운무가 점점 많이 걷히고 원경릉은 호수가에 서서 짙푸른 경호를 바라보는데 한 조각의 벽옥처럼 아름답다.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순간 넋을 놓고 쳐다봤다.관광객들이 점점 몰리며 경호가 개이는 것에 환호작약했다.우문호가 보기엔 여긴 이상하기 그지없는 곳이라며 투덜대는데,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창공의 흰 구름이 수면 위에 비치지 않는 거야? 아무것도 안 보이네 뭐.”원경릉은 흥분해서 그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문호의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과연 짙푸른 물만 보이고 호수가의 어떤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분명 경호 주변엔 수많은 단풍나무가 있고 심지어 푸른 하늘의 흰 구름조차 조금도 호수에 비치지 않는 것이다.하지만 호수는 맑고 투명했다. 적어도 사람이 느끼기엔 그런데 왜 안에 아무런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걸까?그리고 호수 물결은 거울처럼 산바람이 저렇게 강하게 불어와도 호수 표면엔 한 가닥 작은 물결조차 일지 않았다. 원경릉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손에 단풍잎을 한 장 따서 호수에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