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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3213 챕터

제 1121화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사람 같지 않고 지옥의 귀신 같았다.서일이 작은 목소리로, “저 사람 말이 32살이라고 합니다.”순간 정적이 감돌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직 바람만 귓가에 계속 스치며 썩은 냄새만 풍겨왔다.어느 만큼 시간이 지난 후 원경릉은 서일을 시켜 그 사람에게 전병을 더 주게 했는데 그들은 전부 마른 식량을 챙겨 산을 올라서 서일이 한 덩이를 주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원경릉이, “천천히 드세요, 목 막혀요.”병자가 웃는데 공포스럽다, “목 막혀 죽으면 좋죠, 적어도 배는 부를 테니까.”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는데 우문호의 얼굴에 한번도 없던 엄숙함과 격동이 있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병자가 전병을 먹는 것을 보기만 했다.다 먹은 후에 우문호가 비로소, “이름이 뭔가? 당신들은 여기서 음식 공급이 부족한가?”병자는 손가락에 남은 찌꺼기를 빨며 다시 무감각한 얼굴로 돌아가, “전 이하(李賀)입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데 다 옥수수 개떡으로, 마른 거, 쉰 거, 쌀겨 죽을 먹을 때가 더 많고, 어제는 추석이라 밀가루 만두를 먹었는데 일년에 두 번 추석과 설날에 줍니다.”병자는 원래 영양보충이 필요한데 이렇게 개 만도 못하게 먹고 어떻게 영양이 있을 수 있을까?어쩐지 하나같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더라.“이 안에는 몇 명이나 있나?” 우문호가 다시 물었다.이하가, “구체적으론 모르고 300명 정도겠죠. 어쨌든 요 몇년간 죽은 사람도 많고 어쩌다가 사람이 올려 보내지기도 하지만, 여기는 살아있는 사람의 무덤이니 올라오는 순간 죽는 날을 세는데, 몇 명인지 누가 신경이나 씁니까?”원경릉이, “가족들이 당신을 보러 올라오나요?”이하가 놀라며, “가족?”이하가 웃기 시작하는데 웃는 게 우는 것 같다. “올라오게 하면 안 되지요, 올라와서 뭐 하게요? 병에 감염된 후 여기 다시 보내지라고요?”만아가 듣더니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이 그립죠?”이하가 진정하고 무뚝뚝하게 고개를 흔들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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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2화

주재상과의 대화경성으로 돌아오니 우선 사식이가 원경릉에게 보고하길 원용의가 돌아온 뒤 이사를 갔고 제왕도 순순히 이혼협의서를 써주어서 두 사람은 이혼한 셈이 되었다고 했다.제왕이 포기하다니 우문호에겐 의외였다. 일곱째가 동그란 얼굴 기지배에게 마음이 움직였다는 걸 일곱째 자신만 계속 모르는 것 같다.동그란 얼굴 기지배가 갔으니 일곱째는 분명 상처를 받고 누군가를 찾아 술 마시고 하소연할 게 뻔하다. 그리고 동생을 달래는 형의 책임을 다른데 전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우문호는 여러 번 생각해 보더니 서일에게 만약 제왕이 오면 자신이 없다고 하라고 했다. 술은 즐겁게 마셔야지 일곱째의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얘기를 듣는 건 고문이다.하지만 이번에 어찌 된 일인지 제왕이 오지 않는데 종일 코 빼기도 뵈지 않는 것이 모기에만 물려도 하늘이 무너진다고 소란을 떠는 제왕 성격이라 우문호는 구사를 시켜 가보도록 했다.구사도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게 벌써 해질 녘인데 집에 가서 새신부와 밥 먹으며 사랑을 속삭이면 좀 좋아? 아내를 잃은 데다 실연까지 한 남자를 굳이 건드려야 하느냐 말이지?그리도 그간의 정이 있어서 구사가 갔다. 하지만 제왕부 별채에 갔다가 돌아와서 우문호에게, “제왕 전하는 아직 살아 계시고, 웃으시고, 말씀도 하셔.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던데.”우문호가 믿을 수 없어, “일곱째는 동그란 얼굴 기지배한테 마음이 있었는데 어떻게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있지?”“어쨌든 아무일 없어 보였어.” 구사가 떠올리더니, “하지만 내가 갔을 때 눈을 비비고 있었던 거 같아,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확실하네!” 우문호가 단정하는게 그래야 일곱째의 성격에 맞는다.두 사람은 이윽고 안심했다.문둥산의 일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그래서 우문호는 주재상과 상의하기 위해 주재상의 집으로 갔다.재상은 듣자마자 반대하며 질책하길, “태자비 마마는 미래의 국모시고, 황태손의 생모신데 어찌 문둥산에 가시는 모험을 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우문호는 재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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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3화

우문호의 결심우문호가 가볍게 받아 치며, “신경 안 써요!”주재상이 기가 막혀서, “신경 안 쓴다고요? 전하께서 신경 안 쓰신다는 건 황조부께서 전하를 위해 계획하신 걸 저버리는 겁니다.”우문호가 주재상을 보고 웃으며, “황조부께서 저를 위해 세우신 계획이라면 그건 북당 강산과 종묘사직을 위한 것이니 백성을 근본으로 삼으실 게 분명합니다. 제가 백성을 위해 하는 일은 황조부의 기대와 약속이나 한 듯 딱 들어맞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주재상이 눈을 부라리며, “갈수록 능구렁이 담 넘어 가십니다.”“어쨌든 이치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재상이 궁리한 게 그거 아닙니까. 만약 제가 태자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북당의 복이 될 수 없습니다. 재상은 지난날 굉장히 박력 넘치게 일하더니 요즘 겁이 많아지신 게 늙으셨나 봅니다. 패기가 떨어졌다 싶으면 희상궁을 자주 찾아가서 얘기를 좀 나누세요, 자극이 돼서 어쩌면 젊었을 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웃으며 작별을 고했다.주재상이 유유자적 하게 떠나가는 걸음을 보고 비록 문둥산에 가는 건 동의하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문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말을 준비해라, 입궁할 것이야!” 주재상이 하명했다.태자가 아침 조정회의에서 이 안건을 제출할 거라고 했으니 반드시 할 게 틀림없다. 주재상은 그보다 먼저 폐하에게 넌지시 말을 던져 놔야 한다.하지만 주재상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게 황제는 동의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 명원제는 주재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화를 내더니, “간도 크구나, 감히 사사로이 문둥산을 가? 아직 덜 바쁜 모양이군, 자네가 경고하게, 이 일은 입도 뻥긋하지 말 것이며 특히 아침 조정회의에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서는 아니될 것이네.”주재상이, “폐하, 태자 전하는 말을 잘 듣는 분은 아니십니다.”이 말에 명원제는 수심에 잠겼다.그렇다, 우문호는 어릴 때부터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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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4화

문둥산 비리주재상이 출궁해 초왕부로 와서 먼저 희상궁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우문호에게 황제가 이 일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우문호에게 ‘함부로 설치지 말고, 급식을 조사해서 중간에서 떼먹은 자를 찾는 일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우문호는 일단 급식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로 도대체 어떤 개자식이 병자의 급식비와 약값까지 떼먹었는지 알아내기로 했다.그런데 이게 웬 걸, 조사를 안 했으면 모를까, 해보니 어이없게도 문둥산 병자를 관리하는 것은 뜻밖에 우문호의 셋째 외삼촌 소답화였다.소답화는 자질이 평범한 사람으로 호부에 있을 때 원외랑(員外郎)이었는데 그나마도 겨우 청탁으로 들어온 것인데 몇 년을 일해도 일하는 수완이 늘지 않아 계급이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승진도 못했다.문둥산을 설립할 때 아무도 가서 관리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소답화가 자진해서 가서 일을 맡고자 하여 산 위에 집을 짓고 사람을 산꼭대기로 보내 파수하고 밥을 지었다. 매달 조정에서 보내주는 은자는 천 냥으로 급식과 산 위에서 필요한 각종 지출 용도로 별도로 약재를 사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영수증으로 정산을 올리고 사람이 죽으면 장례비용은 인당 열 냥을 받았다.문둥산에 천여명이 있어 천냥으로 한달 비용을 충당하기 충분한 것이, 사 놓아야 하는 생활용품이 전부 전에 사 놓았기 때문에 지금 매달 나가는 천냥은 온전히 급식과 의복 비용이다.지금 남은 사람은 300명이며, 산위에서 옥수수 개떡이나 찐빵 같은 급식이 그것도 하루 한번만 주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대략 열 냥의 은자가 들며 그것도 굉장히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이 일은 처음부터 소답화가 관할하고 있어 전수조사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우문호는 사람들에게 은밀히 장부를 초왕부로 가지고 오게 해서 봤다.그날 밤, 우문호와 탕양, 서일 등은 자시(자정 12시)가 되어서야 정산을 마칠 수 있었다.정산을 마치고 우문호의 얼굴이 검어 지며 분노로 모든 장부를 바닥에 내던지며 일갈하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5년동안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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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5화

비리의 핵심 인물소씨 집안에 지금 사람들에게 말발이 서는 건 그래도 소후(蘇侯) 나리다.소후는 현비의 부친으로 현 태후의 친동생이다.소후는 지금 군에 경차도위(輕車都尉)의 직임을 맡고 있으나 실제로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진정으로 조정에 공을 세운 적도 없이 지금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데 그저 그의 여동생이 현 태후이고 딸이 현비이기 때문이다.소후는 최근 2년동안 중용된 적이 없으며 이것도 현비가 상당히 조급해 하던 원인으로 우문호가 태자가 되면 소씨 집안 사람을 뽑아 올릴 심산이었다. 소씨 집안이 가족이 크고 자손이 많으니 만약 절반이 조정 관리로 임용되면 얼마나 큰 세력이겠는가?탕양이 작은 목소리로, “전하, 만약 소씨 집안을 건드리시면 현비 마마 쪽엔 송구할 뿐 아니라 태후 마마쪽에도 송구할까 두렵습니다.”우문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해도 할 건 해야지. 내일 자네는 소답화를 초왕부로 불러라, 내가 먼저 사적으로 물어보고 만약 죄를 인정하면 아바마마 면전에 데려가 돈을 토해내게 하면 그만이나 만약 자백하지 않으면 이부에 연락을 취해 그를 처리하고 다시 얘기하지.”“예!” 탕양은 이 일이 사적으론 할 말이 없음을 알았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서일에게 분부하길, “소후부에 가서 소룡을 오라고 해라.”서일이 놀라며, “이렇게 늦은 시간에요?”“그래, 소룡은 야행성이라 아직 자기엔 일러.”서일은 명을 받고 바로 갔다.하지만 반 시진 후에야 소형을 데리고 왔다. 역시 사촌형은 아직 자지 않고 있었으며 산뜻하게 비단옷을 차려 입고 약간 취기가 돈 채 문을 들어서며, “중요한 일이 아니면 사촌동생이라도 사적으로 할 말 없네.”우문호도 아무 말 없이, 장부와 탕양이 총결산한 공책을 던져주고, “직접 봐, 셋째 큰아버지가 얼만 좋은 일을 했는지.”소형이 장부를 넘겨보는데 특히 숫자에 민감해서 한 눈에 열 줄에서 문제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정도다. 장부를 다 본 뒤 탕양의 총결산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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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6화

“전하,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궁중에서 현비 마마 앞으로 된 지출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지금 마마께 급여되는 은화로는 턱도 없는 금액의 지출입니다.” 탕양이 말했다. “본왕이 모친께 물어보니 외가에서 은화를 줬다고 하더라고.” 우문호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소로(蘇老)가 입을 떼었다.“아우야, 소씨 가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너도 잘 알겠잖아. 가문 내에서도 은화가 부족한 상황인데 고모에게 줄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이 얘기는 내일 소답화(蘇答和)에게 물어보고 얘기하는 게 좋겠어.” 우문호는 마음이 착잡했다.“내일 일은 내일이고, 지금 대충 윤곽은 잡아놔야지 되지 않겠어? 넌 만약에 고모가 이 일에 개입된 게 확실하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뭘 어떻게 하겠어? 자신의 몫이 아닌데 횡령한 은화를 당연히 뱉어내는 것이 맞지.” 우문호는 현비 생각에 머리가 아픈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현비가 그 많은 은화를 더 써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만약 이 은화 중의 20만 냥이 문둥산에 쓰였다고 해도 남은 80만 냥은 현비가 뱉어내야 했다.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부황이 이 사실을 알고 현비를 용서하겠느냐는 것이다.*이튿날 우문호는 소답화를 부중으로 초청했다. 소답화는 당연히 우문호가 문둥산의 장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그러나 우문호는 소답화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외삼촌 행세를 하며 그가 현비의 뜻을 거스르고 불효를 저지른다고 꾸짖었다.우문호는 소답화의 말을 듣고 그가 현비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문호는 소답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장부를 보여주었다.장부를 건네받은 소답화는 담담하게 우문호를 보았다.“이 장부들 중에 일부는 내가 적은 것인데 태자는 이 장부가 무슨 문제라도 있다고 생각하는가?”“문둥산에 들어간 은화는 20만 냥인데, 여기에 적힌 것 5년간의 기록은 그것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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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7화

말을 마친 후 그는 우아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곁눈질하더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우문호는 그의 뻔뻔한 태도에 치가 떨리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장부를 조정에 공개하지 않아도 당신의 죄를 묻기에는 충분한 상황입니다. 도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은화를 횡령한 겁니까? 문둥산에 사는 환자들에게 다 쉬어가는 시큼한 냄새가 나는 떡을 먹게 하다니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대체 양심이 있기는 한 겁니까?”소답화는 우문호의 말을 듣고 단번에 낯빛이 바뀌었다. “다섯째, 우리는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아닌가? 삼촌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이러지 말게! 그리고 그 아무 쓸모 없는 병자들을 북당에서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지금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병자들보다 배고픔에 굶주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태자는 장차 이 나라의 황제가 될 텐데 백성들을 살펴야지 한낱 병자들에게 연민을 느껴서 되겠는가?”“당신이 중간에서 횡령한 은화가 과연 얼마나 될지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몇 년 동안 분수에 맞지도 않는 몇 십만 냥의 은화를 먹고 마시는데 흥청망청 쓰다니, 조정에서 문둥산관련 얘기를 꺼려 한다고요? 난 내 방식대로 이 일을 처리할 테니 알아서 하세요.”“……”’“아, 가장 좋은 방법은 당장 관아로 들어가 이 일을 자백하는 것일 겁니다.”소답화는 우문호의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마음대로 해. 난 죽어도 절대 혼자 죽지 않을 테니까. 그 많은 은화를 설마 나 혼자 꿀꺽했을까? 내일 관아에 들어가기 전에 네 모친을 찾아가 은화의 행방을 물어보거라. 적지 않은 은화가 지금 너에게도 쓰였을 거니까 말이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참나 어이가 없어서는 원!”소답화는 가슴을 쳐들고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노려보더니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우문호는 소로의 말대로 현비가 이 일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초조해졌다. ‘모친, 도대체 왜 이런 일에 휘말린 겁니까……’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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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8화

다음 날 아침.우문호는 입궁해 현비가 있는 경여궁으로 갔다.현비는 이전에 한바탕 자살 소동을 일으켰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 명원제마저 거들떠보지 않았다. 화가 치밀던 차에 우문호가 찾아와 문둥산 횡령에 대해 물으니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사실을 시인하였다.“그래, 내가 네 셋째 삼촌하고 그랬다 왜? 설마…… 너 모비를 단죄하려는 것이냐? 좋아, 이렇게 된 거 네 맘대로 하거라! 어디 한번 네 손으로 모친을 죽여보거라!”우문호는 악을 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실망한 듯 침통해했다. “모비,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왜냐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모두 널 위해서 그런 것이야! 네가 2년 전에 싼 똥을 치우느라 네 어미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현비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주먹을 쥐며 분노했다.“제가 언제 모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까? 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고요! 모비가 굳이 외삼촌과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제 살길 찾았을 겁니다! 모비는 외삼촌이 문둥병 환자들에게 하루에 한 끼만 줬다는 거 알고 있었습니까? 그것도 개떡을요?”“아, 그 옥수수 개떡? 병자들에게 그것도 감지덕지지 어디서 반찬투정이야? 문둥병이면 곧 죽을 판인데 그들이 억울할게 뭐 있어? 그리고 너희 외할아버지와 네 삼촌이 아니었다면 병자들은 이미 다 불에 타 죽었을 것이야!”“그게 무슨 말입니까?”“그때 누군가 문둥병의 싹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병자들을 한데 모아 태워버리자고 했는데, 너희 외할아버지가 부황께 문둥산을 운영하자고 설득해서 병자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야! 오히려 그들을 우리 가문에게 고마워해야 해.”현비의 말을 들은 우문호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몰랐던 사실에 놀랐느냐? 그러니까 내가 중간에서 좀 떼어 먹어도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거야. 난 지금까지 내 부친이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 값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 그들도 이에 대해 불만 없을걸?”우문호는 현비의 차가운 얼굴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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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9화

우문호가 떠난 후 왕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비를 보았다.“현비 마마, 태자가 정말로 이 일을 조정에 폭로할까요?”현비는 우문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렇지는 못할걸? 태자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내가 태자의 모친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가 죄인이 되면 분명 그의 명성도 나빠질 것이야.”“어휴, 문둥산은 소씨 가문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존재였는데…… 태자는 왜 갑자기 문둥산에 관심이 생긴 겁니까?”“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소답화하고는 얘기를 해보았느냐?”현비가 화를 내자 왕씨는 우물쭈물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조사는 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들이 문둥산에 갔다면 분명 서주를 통해 갔을 텐데…… 그때 태자비도 같이 갔을 겁니다.”현비는 왕씨의 말을 듣고 기함을 토했다.“이 일에 또 원경릉이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야? 그 계집이 얼마나 신통방통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불치병인 문둥병까지도 관여하려고 한단 말인가? 이래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어!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했는데 말이야! 원경릉 이 몹쓸 계집이 내 아들을 망치고 있어!”“현비 마마 고정하시옵소서……”“그래서 그 두 사람이 문둥산에 갔다 온 게 확실한 것이냐?”“예, 거의 확실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쪽에서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무슨 방법?” “태자비는 사사건건이 소씨 집안의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태자비는 기왕비하고도 왕래가 잦다고 합니다! 태자비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를 사람입니다. 현비 마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 태자비를 처리하지 못하면 조만간에 소씨 집안이 큰 화를 입을 것입니다.”“본궁이 그걸 모르겠느냐? 하지만 태상황과 황제가 모두 그녀를 아끼니 본궁이 어떻게 손을 쓸 수 있겠어!”근심스러운 현비의 표정과는 다르게 왕씨의 눈에는 독기가 스쳤다.“현비 마마, 전과는 다르게 저돌적으로 나가야 합니다.”“무슨 좋은 수라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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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0화

초왕부의 소월각.삼둥이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서로 앞다투어 울었고, 우문호와 원경릉은 어쩔 수 없이 세 아이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왔다. 우문호는 경단이와 만두를 원경릉은 찰떡이를 안아 달랬다. 시간이 흐르고 세 아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삼둥이를 나한 침상에 살포시 올려두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누웠다. 그것도 잠시 삼둥이들은 또 울음을 터뜨렸다. “애들이 왜 저렇게 울지? 전에는 저렇게 소란스럽지 않았는데 오늘 어디 아픈 것 아니야?” 우문호는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원경릉에게 물었다.“그럴 리 없는데…… 아프면 이것보다 더 심할걸? 어쩌면 환절기라 그런가?”“그럼 계절이 바뀔 때까지 매일 이런다고? 손 타면 힘든데!”우문호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이 하나도 무거운데 둘을 안아 재우려니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우문호의 불평을 듣고, 원경릉은 웃으면서 말했다“부모가 되는 게 그렇게 쉬울 줄 알아? 아이를 낳기 전에는 건강한 아이가 아니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낳고 나면 잘 커야 할 텐데 걱정하고, 좀 크면 공부는 잘 하나 걱정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매일매일이 걱정의 연속이야.”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예쁜 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걱정 자체가 아이에게 기대를 하기에 생기는 것이야. 그건 걱정이 아니라 욕심이지. 우리 삼둥이는 나비가 되든 그냥 벌레가 되든 상관없어. 난 삼둥이가 행복하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우문호의 말을 듣던 원경릉은 문득 문둥산 일이 생각났다.“참, 일은 아직 안 끝났어? 꽤 어려운 일인가 봐.”우문호는 만두의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렵다고 하기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어렵지 않아도 하기에도 좀 그래……”“어? 그게 무슨 말이야?”원경릉이 이불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우문호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한참을 망설였다.“사실 모비가 문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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