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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1화

“좋으신 분들도 계시잖아. 예를 들어 조모님과 태상황님 말이야.”“두 분이라도 계셔서 다행이지.”“그나저나 현비께서는 얼마나 횡령을 하신 거야?”“칠팔십만 냥 정도 될 것 같아.”“세상에! 그렇게 많은 은화를 횡령하셨단 말이야? 그럼 조정에서 원칙적으로 중간에서 횡령한 탐관오리들이나 관리, 후비(后妃)들은 어떻게 벌했어?” “관리의 경우에는 파직시키고 은화를 뱉어내게 했지. 그리고 형벌을 내리거나 더 심하게는 죽이기도 했지. 후비 같은 경우엔……”“후비는 어떻게 벌했는데?”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후비들은 선례가 없어.”원경릉은 수심이 가득 찬 우문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현비께서 횡령한 금액이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거야?”“십만 냥이 이상은 무조건 사형이야.”우문호의 목소리를 슬프고 처량했다.원경릉은 그런 우문호의 두 손을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황은 현비를 사형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섯째 때문이겠지…… 만약 태자의 생모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다면 조정의 하이에나들이 태자를 물고 뜯을 것이니까. 하지만 태후께서 현비가 중병에 걸렸다고 궁안에 소문을 내놨으니…… 어쩌면 조용히 처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원경릉은 골치가 아팠다. 현비가 문둥병 환자들에게 못된 짓을 한 것은 맞지만, 다섯째의 하나뿐인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비가 사형을 당한다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다섯째이다.“내일 부황께 이 일을 말씀드리려고 해.” 우문호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원경릉은 삼둥이들을 사이에 두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아이들은 심란한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근새근 잠을 잤고, 우문호와 원경릉은 한밤중이 되어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유모 상궁이 와서 새벽 수유를 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우문호는 뒤척이다가 유모 상궁이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들었다.전 같았으면 유모 상궁이 들어옴과 동시에 우문호는 잠에서 깼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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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2화

원경릉은 정자에 앉아 아이들과 여유롭게 햇볕을 쬐고 있었고 설랑들도 그들의 옆을 지키듯 엎드린 자세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아이들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낙엽,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원경릉은 마음이 편안해졌다.잠시 후, 사식이가 찾아와 원경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에는 기상궁의 명을 받은 시녀들이 시든 꽃들을 정리하기 바빴고, 만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라와 함께 수를 놓고 있었다.“원누이, 날씨도 좋고, 시간도 이른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사식아 네가 젊긴 젊구나.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쉬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나도 네 나이 때는 가만히 못 있었던 것 같아.”원경릉이 사식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사식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지개를 켰다. *서일이 돌아와 우문호가 아침 일찍 입궁했다가 지금은 관아로 들어갔다고 보고했다. “서일,전하의 기분은 어떠신 것 같으냐?”“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전하께서 궁을 나오자마자 한 마디를 하셨는데……”“뭐라고요?” 사식이가 물었다. “태자비께 자신의 행적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네. 그럼 가보게.”라고 말했다. ‘우문호의 성격상 사실 그대로를 명원제에게 전했을 것이다. 명원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초왕부에서 막 점심을 준비하려던 차에 궁 내시감(内侍監)이 원경릉을 데리러 왔다. 원경릉은 궁에서 자신을 부른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분명 자신을 부른 이유가 현비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근데…… 황상은 왜 이 일에 나를 부르시는 거지?’홀로 입궁한 원경릉은 내시감이 그녀를 동난각(冬暖閣)으로 안내하자 원경릉이 깜짝 놀랐다.“안에 황상께서 계십니까?”내시감이 대답을 하지 않자 목여 태감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태자비, 마침 잘 오셨습니다. 황상께서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십니다.”원경릉은 불편한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태자비 어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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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3화

잠시 후, 세 사람 앞에 요리가 연달아 차려졌다. 세 가지는 야채 요리였고, 나머지 하나는 고기볶음이었다. 호비는 입맛을 다시며 수저를 들었다. 말없이 밥만 먹던 명원제가 원경릉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너희들 초왕부 음식이 짐의 수채보다 더 푸짐하지 않느냐?”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설마 황제가 현비가 횡령한 은화가 모두 초왕부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건가?’원경릉은 그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부황, 초왕부 식사는 아주 간단합니다. 저와 다섯째 둘이 먹을 때는 항상 반찬 두 가지 이상은 두지 않습니다.”“그래?”명원제는 담담했다.“초왕부는 조금도 사치스럽지 않습니다. 지금 입추인데 저와 다섯째 그리고 삼둥이들의 새 옷도 만들지 않았습니다.”“왜 옷을 만들지 않느냐? 설마 초왕부의 은화가 부족한가?”그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은화야……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에 입던 옷들도 충분히 입을만합니다. 은화를 낭비하면 못 쓰지요.”“그래? 보아 하니 태자비는 살림을 잘 아는구나. 집안 살림을 맡아하는 사람이니 초왕부에서 은화를 얼마나 쓰는지 잘 알겠군. 금년 초왕부에 남은 은화가 얼마인지도 말해 보시오.”명원제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사실대로 말해야 할 뿐아니라, 초왕부에 있는 은화가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 똑똑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명원제는 현비가 횡령한 은화가 모두 초왕부에 있을 것이라고 오해할 것이다.원경릉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명원제를 보고 말했다.“밭과 집, 그리고 차용증을 제외하고 지금 수중에 있는 은화 이백만 냥 정도 됩니다.”“……”명원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마 그럴 겁니다.”원경릉이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차용증? 차용증이 있는가?”원경은 머리를 숙이고 천천히 말했다.“예, 부황께서 저에게 주신 차용증 말입니다.”그러자 원나라 황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보았다.“그 차용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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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4화

명원제의 물음에 원경릉이 즉답하지 않았다.“아, 며느리 현비 마마의 일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고…… 얼추 알고 있습니다.”명원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럼 이건 알았느냐 몰랐느냐? 이 일의 진실이 밝혀지면 현비는 사형에 처하게 될 것이야.”원경릉은 명원제의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 몰라 고개만 떨구었다. “태자비, 네 생각은 어떻느냐? 짐이 현비의 횡령을 낱낱이 조사해 그녀를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원경릉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부황, 모르옵니다. 며느리가 어찌 조정의 일에 간섭할 수 있겠습니까?”명원제는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짐이 네 의견을 묻는 것이니,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하게 답하거라.”원경릉은 명원제가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됐다. ‘현비가 사형을 당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다섯째의 생모니까…… 도대체 부황이 원하는 대답이 도대체 뭐지? 현비의 잘못을 눈감고 넘어가자고 하기엔 북당의 백성들을 볼 면목이 없는데.’원경릉은 두 눈을 꼭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부황, 너무 어려운 질문이십니다. 며느리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조정의 일은 부녀자가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짐이 지금까지 태자비를 과대평가했구나. 항상 대담하고 솔직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원경릉은 그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만약 현비에게 사형을 내린다면, 다섯째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야. 오점이 있는 모비를 가진 태자를 누가 환영하겠느냐? 그 말 즉슨 앞으로 다섯째의 미래에 훼방꾼이 많아질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현비의 죄가 가볍지 않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일단 복잡한 일이니 시간을 두고 더 생각을 해야겠다.”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어떠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명원제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그의 의견에 따를 생각이었다.“짐이 생각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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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5화

원경릉은 명원제의 의도를 알아차렸다.“태자비, 내 생각은 이렇다네. 벌금인 오십만 냥은 소씨 가문에게 물고, 나머지 팔십만 냥은 현비가 물게 할 것이야. 일단 소답화와 현비가 가지고 있는 게 얼마든 모두 몰수를 하고, 만약 그래도 은화가 부족하다면 그 금액은 초왕부에서 가져올 생각이네. 태자와 태자비도 그럴 책임이 있지 않나 싶은데?”원경릉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부황, 그럼 얼마나 초왕부에서 내야 할까요…….”“짐이 어림짐작하건대, 현비에겐 아마 만 냥 정도 남아있지 않을까? 나머지는 초왕부에서 내야 할 것이고.”명원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원경릉의 반응을 살폈다. 원경릉은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묻힌 느낌이 들었다. 빚 생각만으로도 속이 메스껍고 방금 먹은 밥이 다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태자비, 표정이 안 좋은데? 혹시 짐의 제안에 불만이 있는건가?” 명원제는 인상을 쓰고 원경릉을 보았다.“……”“현비는 다섯째의 어머니야. 그녀가 지금까지 다섯째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한 값이라고 생각하면 팔십만 냥이 전혀 아깝지 않을 걸세.”원경릉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횡령에 왜 연좌제를 지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명원제 앞에서 차마 시시비비를 따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초왕부에 있는 은화로 빚을 갚으면 삼둥이들은 뭘 먹고살라는 말인가?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명원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부황, 초왕부에 있는 은화는 태상황님께서 삼둥이들을 잘 키우라고 주신 은화입니다. 고로 은화의 소유는 삼둥이들에게 있는데 며느리가 어떻게 건드리겠습니까.”“그거야 걱정하지 말거라. 짐도 그건 알고 있다. 태상황께서 초왕부가 거덜 나는 것을 지켜보시겠느냐?”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부황의 말은 결국 빚을 다 갚고 나면, 태상황님께서 거듭 은화를 하사할 거라는 건가?’명원제는 원경릉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셨다. “부황, 혹시 이 일을 다섯째도 알고 있습니까?”“당연히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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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6화

왕부로 돌아오는 내내 원경릉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난 현비의 덕을 본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빚은 나보고 떠안으라는 거지? 도대체 팔십만 냥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거야…….’왕부로 돌아온 그녀는 회계방으로 들어가 주판을 들고 미친 듯이 계산기를 두들겼다. 잠시 후, 그녀의 계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목여 태감과 호부상서(戶部尚書)가 초왕부로 들어왔다. 태감은 어명이 적힌 종이를 꺼내어 읽었는데 그 내용이 태자비가 현비를 위해 칠십만 냥을 지불하고, 현비는 가지고 있는 십만 냥을 내라는 것이었다.원경릉은 회계방 안에 있던 금고 하나가 마차에 운반되어 실려나가는 것을 보고 얼굴이 죽상이 되었다. ‘내가 써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은화를 어처구니 없이 빼앗기는구나! 부황께서는 성격도 급하시지 어찌 바로 가져가시나! 우리가 어디 도망이라도 갈까 봐 그러시나?’목여 태감은 원경릉에게 다가와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태자비께서 효심이 참 깊으십니다.”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호부상서는 태자비가 북당을 위해 칠십만 냥의 은화를 기부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호부를 운영할 은화가 부족했는데 이렇게 태자비가 기부를 해주는 호부상서는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원경릉은 실성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마차를 바라보았다.“칠십만 냥이 이렇게 증발하는구나!”그녀의 서글픈 외침 또한 하늘로 증발했다.목여 태감은 타고 온 마차에 오르며 원경릉에게 들어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사식이와 만아의 부축을 받아 겨우 대청에 앉았다. 그녀는 말할 기운도 없다는 듯 대청 기둥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식이와 만아는 마음이 몹시 아렸다. 그러나 그녀들 또한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원경릉이 북당을 위해 은화를 기부했다고만 생각했다. 사식이는 원경릉의 대담한 결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칠십만 냥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하시다니! 태자비 정말 대단하십니다!”“지금 몇 시지?”원경릉은 사식이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유시(저녁 6시)가 지났으니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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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7화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들고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보았다.“무슨 일이야? 기분 안 좋아? 누가 건드렸지?”원경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기분 나쁜 거 없는데? 저녁을 많이 먹었더니 체했나 봐.”우문호는 그녀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거짓말, 너 오늘 저녁밥도 안 먹었다며, 왜 한순간에 돈이 없어지니까 속이 뒤집혔어?”우문호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하마터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써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칠십만 냥을 그냥 빼앗겼는데 어찌 속이 뒤집히지 않겠는가?“아니라니까. 아까 부황과 호비 마마와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체한 것 같아.”원경릉이 말했다.“오늘 입궁했었어?”“응. 부황께서 입궁하라고 하셨어.”“부황이 분명 너에게 은화를 달라고 했지? 내가 부황께 말씀 다 드렸는데 왜 또 너를 부르신 거지? 내가 이틀이면 은화를 마련할 수 있다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말이야. 오늘 저녁에 구사와 냉정언에게 각각 십만 냥의 은화를 빌렸어.”“은화를 빌렸다고?”“응. 두 사람 모두 3년 안에 이자 없이 원금만 갚으라고 했으니 걱정 마. 그나저나 은화가 마련되는 대로 부황께 말씀드린다고 했더니…… 성격도 급하시지. 부황께은 내 마음이 바뀔까 봐 너를 불렀나 봐.”“……”원경릉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설마 부황께서 은화를 가져가셨어?”“응.” 원경의 낯빛이 이내 어두워졌다.“그럼 내가 내일 이십만 냥을 다시 왕부 금고에 채워둘게.”“근데, 왜 이십만 냥이야?”“나더러 처음엔 오십만 냥을 내라고 하더라고? 내가 그만한 은화가 어딨겠어? 먹고 죽어도 없다고 했지.”“뭐? 오십만 냥?”“그렇다니까! 내가 부황께 현비도 부황의 부인이지 않냐며, 현비가 잘못했으면 부황도 일정 부분 보조를 해야 한다고 했지. 나는 죽어도 이십만 냥 이상은 보조하지 못한다고 했어. 그리고 남은 벌금은 소씨 가문이 부담하게 했지.”“뭐라고? 이십만 냥?”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십만 냥…… 너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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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8화

원경릉은 침상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 복식호흡으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야…… 돈이라는 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야. 일단 의학원 규모는 크게 할 필요가 없으니 작게 만들어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고 조어의 보고 운영을 해보라고 해야지. 그리고 졸업한 학생들은 혜민의서에서 일할 수 있게 체계를 확립하고 그 후에 규모를 늘리고 학생들을 많이 모으면 돼.’ 원경릉은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자기합리화를 했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우문호를 보았다.“이제 자자!”우문호는 아까보다 표정이 나아진 그녀의 손을 잡고 침상에 누웠다. 그 역시도 현비 때문에 지출되는 은화가 아까웠지만, 지금 은화보다 중요한 것은 옆에 누워있는 원경릉이었다. 십만 냥을 더 주었다고 해도 원경릉이 줬다면 충분히 용서가 됐다. 우문호는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을 땐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경릉에게 침상 운동을 하자며 허리에 손을 얹으려던 찰나 그녀가 휙 고개를 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줘야 해?”“뭘 얼마나 줘?”“됐다. 너랑 나랑 이런 얘기를 해서 뭐해. 네 돈이나 내 돈이나 그게 그건데. 초왕부의 은화를 채우려면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꺼내와야 한단 말이지……”“뭐라는 거야?”“다섯째…… 사실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원경릉은 그와 눈을 맞추고 조용히 말했다.“그게 뭔데?”“부황께서 나를 속였어. 부황은 초왕부에서 칠십만 냥을 가져가셨어.”우문호는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칠십? 칠십만 냥이라고?”원경릉은 우문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응. 처음엔 팔십만 냥을 요구하셨고, 내가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더니 칠십만 냥을 가져가셨어.”“세상에…… 내가 미친 듯이 그를 설득해서 이십만 냥으로 떨어뜨려놨는데, 여우 같은 부황이 너를 속이다니. 넌 그걸 믿고 그냥 줘버린 거야? 전에 십 원 한 장에 덜덜 떨던 원경릉은 어디가고 칠십만 냥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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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9화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부황이 칠십만 냥을 초왕부에서 가져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황과 원경릉 두 사람에게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십 원 한 장에도 벌벌 떠는 원경릉이 우문호의 모친인 현비의 죄를 덮기 위해 칠십만 냥을 내준 것을 생각하니 그녀에게 매우 감동했다. 특히 지금같이 의학원을 지어야 하는 시기에 은화도 부족할 텐데, 원경릉은 큰 결심을 하고 은화를 보조했을 것이다. “이미 끝난 일이니 생각하지 말자. 나중에 황조부께 은화 좀 보태달라고 하지 뭐.”“황조부께서는 금광을 가지고 계시잖아. 근데 왜 거기서 나오는 자금은 조정에 쓰지 않으시는 거야? 부황께서 오죽하면 자식인 우리의 등골을 빼먹으려 하겠어?”“금광은 만약 일어날 전쟁을 대비해 남겨둔 거야. 현재 금광에서 나온 자금은 군사비용으로 일정 부분 사용되고 있어.”“아, 그렇구나.”“응. 매년 쓰이는 군사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그 비용을 줄이려면 대주와의 동맹이 필요해. 두 나라가 함께 힘을 합쳐 북방과 선비를 방어한다면 군사비용에 쓸 돈을 백성들에게 쓸 수 있지. 지금 북당에 자금이 필요해.”원경릉은 부황이 가져간 칠십만 냥의 은화가 백성들에게 쓰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좀 풀렸다. 하지만 부황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은 여전히 용서되지 않았다.*다음날 경여궁. 명원제는 목여 태감을 시켜 경여궁에 자신의 뜻을 선포했고, 성지를 받은 현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우문호…… 이 일을 정말 황상에게 알렸단 말이야? 정신 나간 놈!’목여 태감은 주저앉은 현비에게 다가가 말했다.“마마, 황상께서는 그래도 마마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횡령하신 금액에 벌금 오십만 냥만 몰수하고 다른 형벌은 면하신 겁니다. 만약 다른 관리가 횡령을 저질렀다면 바로 사형이 내려졌을 겁니다.”“……”“맞다! 마마님, 태자비께서 칠십만 냥을 마련해 주었으니 이 금액은 제외하고 마마님께서 마련하시면 됩니다.”현비는 태감의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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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40화

목여태감은 명원제에게 현비가 성지를 확인했고 오십만 냥을 뱉어낼 것이라고 전했다.명원제는 머리가 아픈 듯한 손으로 두 눈을 감싼 채 태감에게 말했다.“태자비의 칠십만 냥은 북당이 태자비에게 빚을 진 것으로 기록해두고, 호부(戶部)에게 현비와 소답화가 벌금을 내면 그 즉시 병부(兵部)에 보내라고 해라. 겨울이 오기 전에 장병들에게 두툼한 겨울옷을 만들어 줘. 그리고 연말에 세금이 거둬지면 첫째로 태자비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두 사람이 검소하니 망정이지 다른 왕부였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야.”목여 태감은 명원제의 말을 듣고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폐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이미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했으니 월말이면 대부분의 세금이 걷힐 겁니다.”명원제는 태감의 말을 듣고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 올해 남쪽에는 수재가 들었고 북쪽에는 한재가 들어 백성들이 많은 피해를 입어 주와 현들에서는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 한 해 세금을 감면했으며 조정에서도 많은 은화를 써 집을 잃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본 백성들을 구제하였다. 북당은 대흥(大興), 대양(大梁), 대월(大月)과 함께 전성기에 이름을 날렸고, 비옥한 평야에 강을 끼고 있어 경작지로 적합해 단시간에 큰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명원제가 황제가 된 후에는 해마다 재해가 들어 농작물 피해가 심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자 국고는 텅 비었고, 명원제는 매일이 근심으로 가득했다. 이러한 상황에 현비와 그의 친족이 백성들의 피 같은 돈으로 장난을 치다니. 명원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 두 사람의 목을 단두대로 끌고 가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죽으면 횡령한 은화는 누가 채울 것이냔 말이다. 명원제는 은화를 돌려받기 위해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둔 것이다. 게다가 우문호가 태자가 된 마당에 현비를 처형하면 우문호의 명예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만약 조정의 관리들이 우문호를 끌어내리고 다른 친왕을 태자로 만들려고 한다면 당파는 또 나뉘게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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