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명원제의 의도를 알아차렸다.“태자비, 내 생각은 이렇다네. 벌금인 오십만 냥은 소씨 가문에게 물고, 나머지 팔십만 냥은 현비가 물게 할 것이야. 일단 소답화와 현비가 가지고 있는 게 얼마든 모두 몰수를 하고, 만약 그래도 은화가 부족하다면 그 금액은 초왕부에서 가져올 생각이네. 태자와 태자비도 그럴 책임이 있지 않나 싶은데?”원경릉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부황, 그럼 얼마나 초왕부에서 내야 할까요…….”“짐이 어림짐작하건대, 현비에겐 아마 만 냥 정도 남아있지 않을까? 나머지는 초왕부에서 내야 할 것이고.”명원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원경릉의 반응을 살폈다. 원경릉은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묻힌 느낌이 들었다. 빚 생각만으로도 속이 메스껍고 방금 먹은 밥이 다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태자비, 표정이 안 좋은데? 혹시 짐의 제안에 불만이 있는건가?” 명원제는 인상을 쓰고 원경릉을 보았다.“……”“현비는 다섯째의 어머니야. 그녀가 지금까지 다섯째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한 값이라고 생각하면 팔십만 냥이 전혀 아깝지 않을 걸세.”원경릉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횡령에 왜 연좌제를 지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명원제 앞에서 차마 시시비비를 따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초왕부에 있는 은화로 빚을 갚으면 삼둥이들은 뭘 먹고살라는 말인가?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명원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부황, 초왕부에 있는 은화는 태상황님께서 삼둥이들을 잘 키우라고 주신 은화입니다. 고로 은화의 소유는 삼둥이들에게 있는데 며느리가 어떻게 건드리겠습니까.”“그거야 걱정하지 말거라. 짐도 그건 알고 있다. 태상황께서 초왕부가 거덜 나는 것을 지켜보시겠느냐?”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부황의 말은 결국 빚을 다 갚고 나면, 태상황님께서 거듭 은화를 하사할 거라는 건가?’명원제는 원경릉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셨다. “부황, 혹시 이 일을 다섯째도 알고 있습니까?”“당연히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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