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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2화

원경릉은 정자에 앉아 아이들과 여유롭게 햇볕을 쬐고 있었고 설랑들도 그들의 옆을 지키듯 엎드린 자세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아이들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낙엽,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원경릉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잠시 후, 사식이가 찾아와 원경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에는 기상궁의 명을 받은 시녀들이 시든 꽃들을 정리하기 바빴고, 만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라와 함께 수를 놓고 있었다.

“원누이, 날씨도 좋고, 시간도 이른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식아 네가 젊긴 젊구나.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쉬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나도 네 나이 때는 가만히 못 있었던 것 같아.”

원경릉이 사식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사식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지개를 켰다.

*

서일이 돌아와 우문호가 아침 일찍 입궁했다가 지금은 관아로 들어갔다고 보고했다.

“서일,전하의 기분은 어떠신 것 같으냐?”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전하께서 궁을 나오자마자 한 마디를 하셨는데……”

“뭐라고요?” 사식이가 물었다.

“태자비께 자신의 행적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네. 그럼 가보게.”라고 말했다.

‘우문호의 성격상 사실 그대로를 명원제에게 전했을 것이다. 명원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초왕부에서 막 점심을 준비하려던 차에 궁 내시감(内侍監)이 원경릉을 데리러 왔다.

원경릉은 궁에서 자신을 부른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분명 자신을 부른 이유가 현비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근데…… 황상은 왜 이 일에 나를 부르시는 거지?’

홀로 입궁한 원경릉은 내시감이 그녀를 동난각(冬暖閣)으로 안내하자 원경릉이 깜짝 놀랐다.

“안에 황상께서 계십니까?”

내시감이 대답을 하지 않자 목여 태감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태자비, 마침 잘 오셨습니다. 황상께서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십니다.”

원경릉은 불편한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태자비 어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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