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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36화

왕부로 돌아오는 내내 원경릉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난 현비의 덕을 본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빚은 나보고 떠안으라는 거지? 도대체 팔십만 냥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거야…….’

왕부로 돌아온 그녀는 회계방으로 들어가 주판을 들고 미친 듯이 계산기를 두들겼다.

잠시 후, 그녀의 계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목여 태감과 호부상서(戶部尚書)가 초왕부로 들어왔다. 태감은 어명이 적힌 종이를 꺼내어 읽었는데 그 내용이 태자비가 현비를 위해 칠십만 냥을 지불하고, 현비는 가지고 있는 십만 냥을 내라는 것이었다.

원경릉은 회계방 안에 있던 금고 하나가 마차에 운반되어 실려나가는 것을 보고 얼굴이 죽상이 되었다.

‘내가 써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은화를 어처구니 없이 빼앗기는구나! 부황께서는 성격도 급하시지 어찌 바로 가져가시나! 우리가 어디 도망이라도 갈까 봐 그러시나?’

목여 태감은 원경릉에게 다가와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태자비께서 효심이 참 깊으십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호부상서는 태자비가 북당을 위해 칠십만 냥의 은화를 기부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호부를 운영할 은화가 부족했는데 이렇게 태자비가 기부를 해주는 호부상서는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

원경릉은 실성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칠십만 냥이 이렇게 증발하는구나!”

그녀의 서글픈 외침 또한 하늘로 증발했다.

목여 태감은 타고 온 마차에 오르며 원경릉에게 들어가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사식이와 만아의 부축을 받아 겨우 대청에 앉았다.

그녀는 말할 기운도 없다는 듯 대청 기둥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식이와 만아는 마음이 몹시 아렸다. 그러나 그녀들 또한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원경릉이 북당을 위해 은화를 기부했다고만 생각했다.

사식이는 원경릉의 대담한 결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칠십만 냥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하시다니! 태자비 정말 대단하십니다!”

“지금 몇 시지?”원경릉은 사식이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유시(저녁 6시)가 지났으니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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