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100화

Author: 유애
“그렇게 재밌는 얘기를 내가 잘 때 하면 안 되지! 그나저나 언니는 제왕이 주명취를 못 잊어서 싫은 거 아니야? 근데 왜 제왕을 떠나지 않는 거야?” 사식이가 말했다.

원용의는 입술을 깨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렴 같이 살았던 사람인데 금방 잊을 수 있겠어? 난 그에게 시간을 주는 거야. 반년 동안 그가 주명취를 잊지 못한다면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떠날 거야.”

사식이는 원용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언니, 주명취는 죽었어. 제왕이 주명취를 백날 그리워해봐 그 여자가 살아 돌아오나. 그리고 주명취가 좋아했던 건 제왕이 아니라 태자셨잖아? 그나저나 주씨 집안 여자들은 취향이 하나같이 다 똑같네. 주명양도 그렇고 주명취도 그렇고 다 태자를 흠모했잖아. 태자께서도 주명취를 좋아한 적 있으시고…… 아무튼 제왕은 주명취 때문에 죽을 뻔했으면서도 아직도 그 여자를 못 잊는다고? 그게 말이 돼?”

원경릉은 사식이가 우문호를 언급하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식아, 주명취 얘기를 하다가 왜 태자 얘기로 빠지는 것이야? 입 조심하거라.”

사식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아…… 말을 하다 보니 죄송합니다.”

사식이는 원용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언니, 제왕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여인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글렀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말이야. 제왕은 주명취의 관이 떠나는 날에 배웅도 갔잖아? 나 같으면 보러 가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무덤까지 말이야. 태자께서도……”

“사식! 너 말 조심해!”

원용의가 사식이에게 경고했다.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제왕도 태자께서도 주명취의 무덤을 찾아가다니 진짜 이해 안 되네.”

원용의는 원경릉의 표정을 살폈다.

“원누이, 사식이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사식이가 간혹 이렇게 말실수를 하곤 합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옵소서.”

“괜찮아. 난 태자를 믿어.”

원경릉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다섯째가 주명취의 무덤에 갔다고? 언제 간 거지? 주명취의 무덤은 꽤 멀리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101화

    마차가 멈춰 서자 우문호는 빠르게 마차에서 내려 원경릉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손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의 호의를 무시하고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려 식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그녀를 쫓아갔다. “왜 그래? 설마 내 손이 보이지 않은 거야?”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식이와 원용의는 불길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조용히 귓속말을 나눴다. “사식아…… 우린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거다. 알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이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화가 났다. 그는 그녀 앞을 가로막으며 “경릉아, 너 왜 그래?” 라고 물었다. 그녀의 까맣고 고요한 눈동자가 우문호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아래에서 위로 쓸었다. “비켜.”“너 화가 난 거야?” 그녀은 눈빛이 폭풍이 일기 전에 고요한 바다 같았다.그녀는 그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왜 화를 내겠어? 태자는 생각이 깊기도 하네.”우문호는 원경릉이 자신을 태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감지했다. 마차에서 내린 제왕이 두 사람 쪽으로 걸어오더니 무심하게 우문호를 보았다. “다섯째 형님, 형수님께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제왕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우문호는 인상을 쓰고 제왕을 보았다.“잘못이라니, 우리 걱정 말고 너나 잘해. 듣자 하니 원용의가 네 성격이 별로라고 하는 것 같던데.”“왜 갑자기 나한테 시비입니까?”우문호는 제왕을 노려보더니 휙 고개를 돌리고 가버렸다.제왕은 원용의를 보며 “너 설마 무슨 얘기 했어?”라고 말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원용의가 발끈했다. “무슨 얘기를 했다고 그럽니까?”“다섯째 형님이 나한테 시비를 걸잖아.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 나한테 저런 소리를 하는 거야? 너 혹시 나한테 불만족스러운 게 있으면 직접 말해. 형님들 귀에 들어가면 아주 골치 아프니까.”“제가 언제 당신 욕을 했다고 그럽니까?” 원용의는 억울한 표정으로 제왕을 보았다.“다섯째

  • 명의 왕비   제 1102화

    사식이는 아무도 음식을 시킬 생각이 없어 보이자 벌떡 일어나서 음식을 시켰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네 사람은 서로 말 한마디 없었고, 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서로 눈치만 살폈다. 음식이 하나 둘 나왔다. 우문호가 닭 다리를 하나 집어서 원경릉의 그릇에 덜어 주자 원경릉은 자신의 그릇을 서일과 바꿨다. 그 모습을 본 서일은 깜짝 놀라서 우문호의 눈치를 살폈다. ‘이 닭 다리를 먹자니 태자의 눈치가 보이고, 안 먹자니 태자비의 눈치가 보이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서일은 한참 고민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소인,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 닭 다리는 고맙습니다 태자비……”서일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닭 다리를 보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먹지를 못하다니…… 두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우문호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식탁을 쾅 내리치며 일어나서 원경릉을 쳐다봤다. “너 정말……!”원경릉도 이에 질세라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내가 뭐!”우문호는 원경릉의 살벌한 눈빛에 기가 꺾여 자리에 앉았다.“뭐가 먹고 싶은지 말을 하라고! 내가 덜어줄게.” “나도 손 있거든?”“아……”우문호의 젓가락이 허공을 맴돌다가 이내 멈추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우문호를 쳐다보았고 그는 민망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해? 구경났어? 밥이나 먹어!”서일과 만아 그리고 사식이는 그릇에 코를 박고 음식을 먹었다. 원경릉은 속에서 천 불이 끓었지만 사람이 많아 참고 있었다. ‘주명취는 죽었어. 우문호가 친구로서 그녀의 무덤에 갈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 있어……’원경릉은 마음속으로 수십 번이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그럴수록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눈물이 터질 것 같아 밥을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갔고 우문호는 얼른 그녀를 쫓아나갔다. 제왕은 원용의의 눈치를 살피다 사식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다섯째 형수님께서 왜 저러는지 넌 알지? 늘 점잖

  • 명의 왕비   제 1103화

    원경릉은 살며시 우문호가 잡은 손을 뺐다. “너는 잘못한 게 없어. 난 그저 나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이야.”원경릉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그는 확실히 아무 잘못이 없다. 두 사람은 원경릉을 알기 전부터 오랜친구였다. 오랜친구가 죽었으면 당연히 가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주명취가 살아서 두 사람의 관계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은 지금 사이도 좋다. 뭐가 문제인가?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원경릉은 우문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명취는 살아있을 때 원경릉을 많이 힘들게 했고, 하마터면 죽일 뻔했다. ‘만약 우문호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주명취의 무덤에 간 사실을 내가 알았을 때, 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원경릉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한순간에 태도가 바뀐 원경릉을 보는 우문호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식당에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모두 마차에 올라탔다.원경릉, 원용의, 사식이 모두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원용의는 제왕에게 사식이는 서일에게 모두 제각기의 사연으로 분노에 가득 찼다.이번에는 서일과 우문호 그리고 제왕이 같은 마차에 탔다.우문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자 서일은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서일은 시간을 되돌려 당시 자신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당시에 사식이에게 그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사식이를 믿은 내가 바보 천치다! 사식이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할 남자는 얼마나 재수가 없는 거야? 성격도 괴팍하고 입도 가볍고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네!’저녁 무렵 마차는 서주(西洲)에 위치한 호화로운 휴양 정원에 도착했다.제왕은 왕부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서주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 휴양 정원에서 먹고 마실 음식을 준비해두었다. 정원은 매우 아름답고 넓어서 많은

  • 명의 왕비   제 1104화

    우문호는 서일의 말을 듣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고, 원경릉은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지우고 있었다.우문호는 청동 거울에 비친 그녀의 차가운 표정에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일단 의자 하나를 가져와 그녀 옆에 앉았다. “경릉아, 무슨 일이 있으면 다 얘기하기로 했잖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내가 설명을 할 것 아니냐. 네가 하루 종일 입을 꾹 닫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으면 일이 해결되는 줄 아는 것이냐? 방금 서일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네가 왜 화가 났는지 몰랐을 것이야.”“아냐, 괜찮아. 주명취는 이미 죽었고 이미 끝난 일이야.”“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원경릉은 머리를 말리고 젖은 수건을 화장대로 던지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속에서 천 불이 끓어! 주명취의 무덤에는 도대체 왜 간 거야? 내가 주명취 손에 죽을 뻔한 것을 잊기라도 한 거야?”우문호는 혀를 끌끌 찼다. “거봐, 이렇게 화가 났으면서 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건데? 화가 나면 차라리 화를 내라고 속으로 썩히고 있으면 해결이 되냐고!”“대답하라고! 왜 주명취의 무덤에 갔냐니까?” 원경릉은 우문호가 동문서답을 하는 것을 보고 분명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분에 못 이겨 힘껏 우문호의 정강이를 발로 찼고, 우문호가 큰 손으로 원경릉의 허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 그는 그녀에게 벌을 주듯 거칠게 입을 맞추었고, 두 손으로 그녀의 등과 허리를 세게 감쌌다.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감히 태자를 발로 차다니, 네가 간이 아주 부었구나!”“이거 놔!” “네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원경릉은 순식간에 그의 밑에 깔렸고, 거칠게 물어 뜯긴 입술이 퉁퉁 부어 고통스러웠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우문호가 아직도 주명취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우문호는 붉어진 그녀의 두 눈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왜 울어? 아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그래? 아

  • 명의 왕비   제 1105화

    “화 안 났다니까? 맹세해!” 원경릉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래 그럼 됐어.” 우문호는 두 손으로 그녀를 껴안았다.원경릉은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화가 났든 안 났든 지금은 괜찮다는 거잖아. 그럼 됐어.”“…….”“할 건 마저 해야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을 번쩍 들어 침상 위로 던졌고 원경릉도 아까와는 다르게 반항하지 않았다.*제왕과 원용의의 방 안에는 냉기가 흘렀다. 두 사람은 어쩌다가 싸우게 됐는지 영문도 모른 채 서로에게 화가 나있었다. 원용의는 침상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제왕은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시를 읊었다. 그녀는 제왕이 일부러 그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시를 읽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사식이랑 잘게요.” 원용의가 침상에서 일어났다. 제왕은 후다닥 문으로 달려가 그녀를 막아섰다. “가지 마.”“이거 비켜요!” “도대체 왜 화가 났는지 말을 해줘야 알지! 다섯째 형님 내외랑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너까지 덩달아 나한테 성질을 부리는 거야?”“나 화 안 났어요.” 원용의가 바닥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제왕은 차가운 원용의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용의야, 본왕이 너에게 믿음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너도 느끼는 게 있을 거야. 하지만 가끔 네가 이럴 때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딱 한 번만 물을게.”“……”“진심으로 나를 떠나고 싶은 거야?”원용의는 제왕이 이별에 대해 묻자 깜짝 놀라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자존심을 굽힐 수가 없었다. “맞습니다! 난 당신을 떠나려고 해요. 그래도 당신은 아무렇지 않겠죠? 우리는 진짜 부부도 아니니까요.”제왕의 어깨는 축 내려앉았고, 얼굴에는 실망과 슬픔이 가득했다. “넌 어쩜 그렇게 모진 거니…… 우리가 겪은 수많은 나날들이 물거품이 되는구나. 진심으로 떠나고 싶은 거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원용의는 눈물을 머금고 제왕을 보았다. “나보고 모질다고요? 그럼 당신은 나에게 모

  • 명의 왕비   제 1106화

    제왕은 원용의 입에서 주명취의 이름이 나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죽은 사람을 왜 들먹이는 거야?”“제왕은 제가 왜 이러는지 알 리가 없지요. 어쩌면 제가 쪼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꼭 제왕에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은 주명취를 못 잊고 있는 거죠?”제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 여자 얘기는 안 하면 안 되겠어? 도대체 죽은 사람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가 뭐야?”“그건 제왕이……”“용의야 왕부로 돌아가면 너를 정비로 맞이할게. 난 앞으로 너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어.”“제가 지금 정비가 되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제왕은 화를 억누르고 원용의의 어깨를 잡았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네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다 해주려고 그러는 거야.”“그 말 참 모순적이네요. 제가 묻는 말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으면서 제 믿음을 얻으려는 거죠? 제왕이 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네요.”원용의는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내가 그녀를 잊고 못 잊고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그럼 제왕은 제가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어도 괜찮겠네요?”“뭐? 감히 어떤 새끼야?”원용의는 눈을 흘기며 제왕을 보며 허탈한 듯 웃었다. “거봐요. 역지사지를 해보니 제 마음이 좀 이해가 되나요?”원용의는 제왕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제왕이 대답을 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원용의는 사식이가 있는 방으로 가기 위해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 우리 나가서 얘기를 하는 건 어때?”제왕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제왕, 당신은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일단 나가서 얘기를 좀 하자고.”“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당신입니다! 간단명료하게 대답해 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합니까?”“……”“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 명의 왕비   제 1107화

    제왕은 원용의가 항상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명취가 아무리 악녀라고 해도 제왕과는 부부였던 사이인데, 제왕이 그녀를 어찌 그리 쉽게 잊겠는가?그가 주명취를 한순간에 잊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그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냉혈한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원용의가 상심한 얼굴로 사식이의 방에 들어오자 사식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언니, 왜 우는 거야?”“아무것도 묻지 마. 나 오늘 너랑 잘 거야.”사식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뜻한 물을 한잔 건네었고, 원용의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원용의는 아무리 제왕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1년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자신을 죽이려고 한 주명취를 아직도 그리워하다니……’주명취가 제왕부에 불을 질러 제왕이 죽을 뻔했을 때도 원용의가 제왕을 데리고 손왕부에 가서 보살폈다. 그가 가장 아프고 힘들어할 때 누가 그의 곁을 지켰는가? 바로 원용의다. 원용의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일에 밤낮으로 최선을 다했다. 주명취가 다른 남자에 빠져 제왕을 등한시하는 동안에도 원용의는 그의 곁을 지켰다. 원용의는 생각할수록 제왕이 괘씸했다. ‘내 마음도 모르고, 뭐? 정비로 만들어준다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거잖아.’원용의는 정비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제왕의 흔들림 없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원통하고 분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원용의는 주명취가 죽었을 때 바로 제왕을 떠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때 제왕을 떠났다면 지금처럼 마음의 상처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사식이는 처음 보는 원용의의 모습에 주위를 맴돌며 손톱만 물어뜯었다. 원용의는 코를 훌쩍이며 퉁퉁 부은 눈으로 사식이를 보았다. “내가 오늘 이 모양인 거, 조모께는 절대 말씀드리지 마.”“제왕 때문에 우는 거야?” 사식이가 조용히 물었다. 원용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뭐

  • 명의 왕비   제 1108화

    다음날 아침. 원용의가 아침식사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물었다.“밤새 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지 아침을 먹을 기운도 없다고 합니다.”“뭐라고?” 제왕은 사식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왜냐고 묻는 겁니까? 그걸 제왕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사식이는 제왕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원용의가 왜 밤새 울었냐고.”“그걸 저한테 묻는 것보다 제왕이 생각해 내는 게 더 빠를 텐데요.”“내가 이렇게 물을 이유도 없지. 제왕부를 떠난다는 사람인데 떠날 거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라고 전해라. 다른 사람 고생시키지 말고.”“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디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우문호가 분노했다.제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우문호를 보았다.“지금 원용의는 내가 주명취를 그리워하는지 아닌지에 혈안 되어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요!”“주명취가 네 마음에 없다고 하면 되잖아! 네 옆에 있는 여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진정한 남자가 아니야. 원후궁이 너와 혼인을 하고 네가 힘들 때 너를 돌봐주었잖아. 그런 여자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되지.”“나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섯재 형님처럼 여자를 기쁘게 하려고 내 양심에 반하는 말은 뱉을 수 없다고요.”“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문호는 제왕의 가시 돋친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원경릉 쪽을 보았다.원경릉은 제왕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썼다. 우문호는 어렵사리 원경릉과 오해를 풀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제왕이 재를 뿌리자 화가 나서 껑충껑충 뛰었다.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이 개똥만도 못한 자식!” 우문호는 의자를 들어 제왕에게 던졌다. 순간 문 앞에 있던 사람이 빠르게 뛰어와 제왕의 옷깃을 끌어 그를 감싸 안았고, 의자는 그 사람의 머리에 떨어졌다. 의자는 바닥으로 널브러졌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아침을 먹으려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질렀고 사식이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부축했다. “이게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