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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2화

손주만 사랑하는 명원제

적국구와 적위명의 일로 우문호와 원경릉이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 귀영위에 내통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그들도 한시름 놨다.

이 외에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조정의 일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데, 첫째 우문호가 원경릉이 너무 많은 정국에 관련된 일을 아는 걸 원하지 않지 때문이며, 둘째 원경릉이 지금 문둥산과 학교를 여는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 역시 원경릉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아녀자는 정치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도때문에 원 선생이 조정의 일을 묻는다는 것을 안왕 쪽에서 알게 될 경우 분명 황제에게 알릴 것이고, 알린다고 해도 무슨 큰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여행 날짜가 정해지자 명원제에게 추석에는 궁에서 보낼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 명원제가 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너희들이 가고 싶은 데로 가거라, 너희들이 오고 안 오고 누가 신경 쓴다고? 손주들 오면 됐어.”

우문호는 매정하기 짝이 없는 답을 듣고 상처받아서, “아바마마는 손자만 중히 여기시고 자식은 가벼이 여기십니다.”

명원제가 돌직구로, “썩 물러가.”

어리광을 부리고 싶던 태자는 아버지의 짜증난 얼굴을 보고, 전에 봤던 자상하고 온유한 미소는 세 꼬맹이를 대할 때만 나오고, 자신은 아버지의 기쁨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꼬리를 말고 썩 꺼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규정에 따라 태자는 추석에 궁에 있지 않으니 반드시 전에 가솔들을 데리고 입궁해 현비 마마와 먼저 추석을 쇠야 했다. 이건 고정불변의 규정은 아니고 단지 규례가 그렇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출장을 가서 경성을 떠날 예정인데 경성에 없는 동안 명절을 맞이할 경우 사전에 입궁해야 했다.

게다가 추석은 태자의 생일이니 현비 마마에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북당에서는 효(孝)를 상당히 중히 여겨 지금 현비가 금족령이든 다른 어떤 상황이든 태자는 더욱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경성을 떠나기 하루 전 우리 떡들을 데리고 현비와 한자리에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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