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사당으로 가서 화풍성 어르신을 살펴봐야겠습니다.”“사람을 구하기만 한다면 화풍성 어르신이 기꺼이 곳간을 열어 주실 테고 그것은 아마도 이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많을 거라고 믿어요.”하현은 돈다발이 가득 든 트렁크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에이!”하면의 모습을 보고 소서림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시가를 물고 연기를 내뿜었다.“어린놈이, 내가 자기 체면을 세워주는 줄도 모르고 건방지게!”“결국 젊은 놈은 잘난 척만 할 줄 알았지 세상 물정을 모른다니까!”“저놈이 날 무시했어!”“흥! 반드시 혼쭐을 내주고 말 거야!”“사람 위에 사람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순간 소서림의 얼굴에서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은 온데간데없었다.표독한 발톱을 드러낸 사나운 맹수의 얼굴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하현은 다시 뒤로 돌아서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소서림을 바라보았다.“풍수사님, 날 어떻게 해 보려는 겁니까?”“어떻게 해 보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위치인지 똑똑히 가르쳐 주려는 거야.”소서림은 손짓을 하며 옆에 있던 여자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예니, 하현이 제대로 반성 좀 하게 해 줘.”“제대로 반성하고 피를 흘려 귀신을 쫓는 비술을 우리에게 전수하고 내 문하로 들어오게 만들어.”말을 마친 후 소서림은 하현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재를 떠났다.하현이 한 발자국 떼려 하자 이예니가 손을 뻗어 하현을 저지했다.“하현, 멈춰.”“여길 떠나려면 풍수사님의 조건을 들어주어야 해.”하현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예니는 하현을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손바닥 위에 노란색 부적을 보여 주었다.동시에 그녀는 다른 손으로 뒤에 있던 복숭아나무 검을 집어 들며 하현에게 말했다.“풍수와 관상술은 사람을 구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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