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심경이 가득한 하현의 눈빛이 화풍성을 향했다.독한 사람!속을 알 수 없는 이 늙은 여우가 독살스러워졌을 때 보이는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하지만 하현은 이 총성이 늙은 여우의 독살스러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적을 향한 화풍성의 도전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원대조를 죽인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화풍성의 이런 면모가 하현을 매우 흡족하게 했다는 것이다.“잘 하셨습니다!”하현은 손을 들어 화풍성의 어깨를 살며시 건드렸다.“어르신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저도 성의를 보여야죠.”“날이 밝기 전에 사람을 보내 사당을 모두 불태운 뒤 굴착기 한 대로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화풍성은 잠시 머뭇거렸다.아무래도 후환이 두려운 것이었다.그러나 만약 자신이 방금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거나 남양파가 두려워 하현을 팔았더라면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모를 일이었다.화풍성은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은 자네 뜻에 따르겠네.”그는 하현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화풍성은 우선 하인들을 불러 사당을 불지르게 했다.그리고 날이 밝아오자 굴착기 한 대가 도착했다.하현은 불에 탄 사당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가늘게 뜬 뒤 천장 아래를 손을 가리켰다.“여길 파헤쳐요.”비록 이곳은 화 씨 집안에서 가장 중요하고 명당인 곳이어서 화풍성은 가슴이 안타까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손을 흔들며 인부들에게 굴착기 작업을 시작하라고 손짓했다.바닥에 깔린 벽돌이 파헤쳐지자 조그마한 입구가 나왔다.그 입구는 점점 더 커지고 깊어져 얼마 지나지 않아 너비가 35미터나 되었다.한 시간쯤 지났을까.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뭔가가 있습니다!”동그란 지하 공간에서 사람과 동물의 썩은 시신들이 나왔고 중앙에는 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관이 놓여져 있었다.딱 보아도 묻은 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았다.옅은 음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보고 있던
화 씨 집안의 일을 해결하고 나자 하현은 그곳에 더 이상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소서림과 사송란 등도 더 이상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화풍성의 행동 스타일로 보아 분명 그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하현은 소서림과 사송란 등이 아마도 하구천의 사주를 받고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이 사람들이 살아 있든 화풍성의 손에 죽든 하구천은 도성 화 씨 집안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될 운명이었다.하현은 그들을 제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오히려 그 가시가 더 깊이 자신을 찌르도록 할 생각이었다....화 씨 집안을 나오니 벌써 정오가 가까워져 있었다.최영하는 오랫동안 하현이 오지 않자 직접 빨간 페라리를 몰고 화 씨 집안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음기가 사라진 화 씨 집안은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이제야 진정으로 대저택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은 것 같았다.눈앞에 있는 화 씨 집안을 바라보던 최영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하현, 정말 대단해.”“내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번 일의 주모자는 사송란이고 집행자는 소서림이래!”“그들의 목적은 간단해. 화풍성을 죽이고 도성 화 씨 집안을 완전히 장악하는 거였어.”“어쨌든 화 씨 집안의 수중에는 현재 세 개의 카지노가 있고 도성의 거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만약 사송란이 하구천에게 화 씨 집안을 넘겨준다면 하구천은 더 이상 자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역시 하구천 짓인가?”하현은 차에 올라타며 입을 열었다.“사송란이 하구천을 위해서 이런 짓을 했다고? 증거 있어?”“사송란은 오매 도교 사원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하구천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거지?”최영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빙그레 웃었다.예전에 보였던 냉랭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활짝 핀 오월의 장미 같은 매력적인 미소였다.“사송란도 여자야. 게다가 오매 도교 사원에서 수행하던 여자라구.”“수행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하구천 같은 걸출한 인물을 만났으니
”오매 도교 사원 성녀, 사비선...”하현은 그녀의 이름을 되뇌었다.이름과 작호만으로도 이미 범상치 않은 여자임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자, 하현. 다른 사람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 둘 얘기나 해.”최영하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활짝 웃었다.“우리 둘?”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최영하의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최영하의 요염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고 그녀는 액셀을 강하게 밟으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당신이 떠난 후 어떻게 하면 당신이라는 전차에 우리 최 씨 집안이 올라탈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어.”“어떻게 하면 당신이 우리 집안에 완전히 안심하고 마음을 열까, 우리 집안은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지. 그래서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어.”하현은 생수를 한 모금 꿀꺽 들이켜며 말했다.“무슨 좋은 방법인데? 말해 봐.”“내가 이래저래 많이 생각해 봤어. 세상에서 가장 불안전한 동맹은 이익이 걸려 있는 동맹이야.”“그런 동맹은 이익으로 맺어지고 결국 그 이익 때문에 깨지거든.”“마찬가지로 무력으로 맺은 동맹도 온당치 않아.”“우리 최 씨 집안이 지금 모든 것을 바쳐 당신한테 충성을 맹세하더라도 언젠가는 당신이 우리를 더 이상 믿지 않을 날이 올 수도 있잖아!”“또한 우리 최 씨 집안도 당신보다 더 강력한 대상이 나타나면 거기에 굴복할 수도 있고 말이야.”최영하는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이내 끄덕이며 최영하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시인했다.최영하는 액셀을 밟으며 달렸고 차는 송산 빌리지를 벗어나 서해안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해안 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최영하는 차창을 내리며 바람을 쏘였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입을 열었다.“그래서 밤새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하현, 당신 날 받아주면 안 돼? 날 비밀의 여자로 받아줘!”하현은 어안이 벙벙해서 벌린 입을 다물
”휙휙휙!”화살 깃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화살은 그대로 끝 모를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만약 조금만 더 반응이 느렸더라면 아마 지금쯤 그들이 탄 차는 고슴도치가 되었을 것이다.“당신은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나가 볼게.”하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어색하고 애매한 분위기를 타파하려는 의도도 다분했다.그는 얼른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온 후 바로 몸을 굴려서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최영하도 얼른 정신을 차렸다.이 정도 일로 위축될 그녀가 아니었다.그녀는 얼른 총을 꺼내들고 예리한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했다....백 미터 떨어진 언덕 위.삿갓을 쓴 중년 남자가 하현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의 손에는 화살이 쥐여져 있었고 그의 등에는 오래된 화살들이 빼곡히 들어앉은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이미 화살 절반은 쓴 듯했다.자세히 보니 이 남자는 160센티미터로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손은 가늘고 유난히 길쭉했다.그의 시선은 매의 눈처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하현의 흔적을 찾지 못하자 그는 즉시 화살을 거두어 바로 뒤돌아 맹그로브 숲속으로 들어갔다.경험이 풍부한 킬러로서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한 발에 맞추지 않으면 천리까지 도망갈 수 있다.비록 그는 궁수로서 매우 자신감이 넘쳤지만 지금 그의 눈에 하현은 발견되지 않았다.하지만 발각될 가능성이 단 1퍼센트만 있어도 그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게다가 방금 그 많은 화살에도 하현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서 그는 내심 불안했다.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목표물을 죽이는 것은 결국 화살촉 하나면 된다.생각이 이에 미치자 남자는 매우 날쌘 몸놀림으로 그곳을 떠났다.그는 얼른 맹그로브 숲을 떠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해변에 가득한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이면 절대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솨아!”이때 하늘이 갑자기
남양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눈동자를 하현에게 떨어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들은 소식이 틀림없었군. 당신이 원대조를 죽인 장본인이구만.”남양인은 이른 아침에 원대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게다가 죽인 사람은 요 며칠 항성과 도성을 휩쓸고 다니는 하현임이 틀림없을 거라는 소문도 자자했다.그래서 남양파의 두목은 잘못 죽일지언정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남양 최고 궁수를 시켜 하현을 습격한 것이다.하현을 반드시 습격한 뒤 남양파의 체면을 세워야 했다.다만 남양 궁수조차도 하현이 스스로 원대조를 죽인 장본인임을 밝힐 줄은 몰랐다.“당신들 조직이 이렇게 체계적일 줄은 몰랐군.”“이렇게 빨리 날 찾아오다니.”비록 원대조를 죽인 사람은 화풍성이었지만 화풍성이 원대조에게 총을 쏜 것도 하현 때문이었으니 하현은 굳이 지금 그 사실을 부인할 의사가 없었다.“배후에서 누가 시킨 게 틀림없어, 그렇지?”“이렇게 하자구. 배후에서 당신에게 이 일을 지시한 사람 이름을 대고 나한테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면 오늘 일은 여기서 덮어둘게.”“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 거라구. 앞으로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고 난 나의 길을 가는 거야, 어때?”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큰 소란 없이 여기서 끝내려고 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남양 궁수는 하현의 태도가 약간 의외인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남양 사람들은 항상 약한 사람한테 강하고 강한 사람한테 약하다.하현이 자신을 설득하려고 하자 남양 궁수는 냉소적으로 말했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고 빚을 졌으면 빚을 갚아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란 걸 몰라?”“원대조가 당신 손에 죽었으니 나도 목숨으로 그 원한을 갚아야지!”“게다가 당신이 날 죽인다면 난 당신 가족들까지 모조리 죽이는 게 우리 남양 스타일이야!”“하현, 원래는 당신을 그냥 며칠 더 살려 두다가 며칠 후에 처리하려고 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어, 그렇지?”“이렇게 자
원소호는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비록 우리 남양의 국력은 아직 빈약하지만 그래도 당신들 대하인들과 일전을 벌였어!”“태국인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배짱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구!”“하긴.”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 얘기를 하니까 나도 비밀 한 가지 말해 줄게.”“당신들 남양은 미국을 등에 업고 우리 대하를 침략하려고 했지만 내가 모두 무찔렀지.”“남양 군대를 인솔한 사람이 그 무슨 원 뭐라고 하는 전쟁의 신이라는 거 기억나지?”“명성은 큰데 실력이 안 따라줘서 내 주먹에 죽었잖아.”“아, 참. 그놈도 칼 두 자루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그가 혹시 당신 누구라도 돼? 형인가?”“당신 도대체 누구야?”원소호는 안색이 확 흐려졌다.하현이 말한 것은 남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것이었다.그리고 원 씨 집안의 전쟁의 신은 당시 남양의 젊은 세대 유일한 전신이자 원소호의 선배였다.그는 대하와의 싸움에서 장렬히 전사했다.그때 원 씨 집안 전신과 싸운 사람이 한 대하 젊은이라고 들었다.그리고 그 젊은이는 곧바로 대하 병부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그 비밀을 어떻게 당신이 알아?”“설마 당신 당도대 사람이야?”“아니야, 아니야. 설마 당신이 우리 선배를 죽인 그 젊은이...”원소호는 자신이 말해 놓고도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그는 갑자기 안색이 일그러졌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만약 눈앞의 서 있는 이 사람이 전설의 그 젊은이라면 오늘 그의 행동은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럴 리가 없어!”극도의 공포가 원소호의 온몸을 휘감았다.순간 그는 이를 갈며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그대로 하현에게 돌진했다.“솩! 솨솩!”부메랑처럼 꼬부라진 두 칼자루가 엇갈리며 허공에서 칼춤을 추었다.하현은 한 걸음 내디디며 오른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쓸어버렸다.하현의 손바닥이 남양 궁수의 얼굴을 향해 떨어졌지만 남양 궁수는 가까스로 하현의 손을 피했다.남양 궁
하현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그는 위험한 순간에 빠른 몸놀림으로 총탄을 피했다.하현을 향한 총탄이 계속 불발로 끝나자 화가 치밀어 오른 원소호는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자 그때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장전된 총알이 없는 것이다.원소호는 순간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하현을 죽일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하현은 바로 원소호의 곁으로 다가와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주먹을 쥐고 회오리처럼 다가오는 하현의 눈동자에서 원소호는 살기를 느꼈다.사방 천지 단 하나 하현의 주먹만이 그의 시야를 채웠고 순간 남양 킬러는 자신이 저 주먹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총을 들어 하현의 일격을 막아 보려고 했다.“퍽!”하현의 주먹이 그대로 날아와 총을 밀치고 남양 궁수의 얼굴을 향했다.원소호는 몸이 심하게 흔들거리다가 뒤뚱뒤뚱 뒤로 나자빠졌다.하지만 하현의 주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퍽!”원소호는 피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나뒹굴었고 입에서는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에너지가 마음같이 일어서질 못했다.덕분에 원소호는 엉거주춤 그대로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되어 버렸다.원소호는 얼굴이 거의 초주검이 되었고 자신이 지금 전설의 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은 그가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이미 앞으로 나와 원소호를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린 후 그의 머리를 밟았다.“이제, 나한테 말할 수 있겠어?”“누가 보낸 거야?”원소호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입가에는 파도처럼 경련이 몰아쳤다.잠시 후 심호흡을 한 원소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말할게...”...저녁 8시, 항성 남양회관.이곳은 황금빛 찬란한 불빛들이 서로를 견주듯 사방으로 촉수를 뻗치고 있었고 차가 그칠 사이 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불빛이 번진 거
”촤락!”쇳소리가 울린다 싶더니 하현의 손에서 커브칼이 모습을 드러내며 곧바로 사정없이 벽에 박혔다.하현은 손가락 한 번 튕겼을 뿐인데 남양 남자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남양 남자의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사태를 알아차린 남양 남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남양 남지권!이 권법은 태국의 무에타이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를 제압하는 데는 매우 유용하고 비범한 기술이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하현이었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복도에 있던 장식용 꽃병을 손에 쥐고 남양 남자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철퍽!”꽃병이 정확하게 남양 남자의 머리를 때렸고 남자는 피를 흘리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남양 남자가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려고 하자 하현은 틈을 주지 않고 발을 들어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풉!”남양 남자는 빨간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잘 쉬어. 30분 뒤에나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이미 당신은 아무 소용 없을 거야.”하현은 한 걸음을 내디디며 다른 발로 앞에 있는 나무 문을 걷어차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이 발을 들어 올린 순간 정교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는 나무 문이 양쪽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열렸다.하현의 시야가 순식간에 탁 트였다.바로 앞쪽에 남양 치파오를 입은 옥같이 아리따운 여자가 앉아 있었다.윤기가 흐르는 가느다란 그녀의 손, 완만하게 흔들리는 거문고 줄, 서로의 높이를 알맞게 뒤섞은 거문고 가락이 듣기에 참 좋았다.하현은 박수를 치며 조롱기가 가득한 미소를 날렸다.“여운이 사흘 동안은 계속 남겠는데.”“그렇지만 양유훤, 나 이미 문지기까지 처리했는데 아직도 거문고 줄이나 튕기고 있을 거야?”“대범하다고 해야 하나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남영 여인은 고개
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형나운도 틀림없이 이 사기꾼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자신을 풍수대사라 할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건가?이런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누가 사기꾼이란 말인가?임단이 참지 못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럼 당신은 음양학을 배운 학생이에요?”하현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아니요. 난 굴착기를 배웠어요. 기술도 좋고 자격증도 있어요.”“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지금 뭐라는 거예요?”“굴착기를 배운 사람이 무슨 풍수를 본단 말이에요?”“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대하에서 풍수지리가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몰라요?”“우리를 속이려 들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요?”나천우의 말에 형나운의 안색이 새까맣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다급하게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면 안 돼!”“우리 두 집안의 친분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두고 오빠를 속였을 거라고 생각해?”“내가 바보야?!”“너 나 속이는 거 아냐?”나천우의 얼굴은 냉랭하게 식었다.“너도 자세히 봐 봐. 이 젊은 사람은 풍수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믿으란 얘기야?!”“이 사기꾼을 만나려고 내가 금정은행 투자 포럼도 안 나가고 여기 왔겠냐고!”임단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형나운, 당신 정말 경솔했어!”예전 같았으면 두 집 사이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형나운이 하현에 대해 거의 신처럼 말했다는 것이다.나천우와 임단은 자신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줄로 알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여기 왔다.다만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나 사장님?”형나운은 하현의 목소리에 그에게 눈길을 떨구며 손을 내저었지만 하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담담한 눈
”형나운, 정말 축하해!”“우릴 속이지 않았군!”“그런데 그 대사님은 어디에 계셔?”“얼른 좀 소개해 줘!”나 사장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병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명의들한테 보여줬어. 국수인 장북산 선생님도 보셨지!”“어르신은 우릴 보고 병이 아니라 악에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풍수에 정통한 사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하지만 수많은 풍수지리사를 만나봤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어.”“어쨌든 형나운, 당신이 대사님한테 말 좀 잘 해 줘!”나 사장의 부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나운, 우리를 살릴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이 일이 잘 해결되면 최고 가문에서 기가 막힌 남편감을 물색해 줄게.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해 줄 거야!”옆에 살짝 비켜서 있던 하현의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드리워졌다.기가 막힌 남편감?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지?형나운은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나 사장님, 그 대사님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나천우 사장님, 그리고 이쪽은 나 사장님 사모님, 임단.”“나 사장님은 나 씨 가문 출신이에요.”“나 씨 가문은 형 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금정에 토박이로 아주 뿌리가 깊은 가문이죠.”“예로부터 은행업을 해 왔고 지금도 금정에서 가장 큰 은행인 금정은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지주이자 실세죠.”“나 사장님 부부는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자식이 없어요. 그래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어서 결국 풍수지리술에 기대 보려고 하고 있어요.”“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셨고요.”“우리 형 씨 가문과 나 씨 가문은 사이가 좋아서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당신한테 말도 없이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형나운은 조금 찔리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이렇게 불쑥 말을 꺼내면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만 제발 나 사장님 부부를 좀 도와줬으면
하현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말로 하면 되지!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거냐고?”“내가 그런 사람이야?”“하현, 치료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형나운은 미안한 듯 겸연쩍어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주동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인 거예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다고.”“아무튼 당신이 날 고쳐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강하면 강할수록 난 더 좋아요.”“당신 정말...”“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퍽’하고 내리쳤다.“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어?”“지난번에 난 기혈과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줬어.”“그런데 지금 당신 문제는 완전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호전되지 않아!”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얼굴이 벌게졌다.그녀는 얼른 엉덩이를 내리고 똑바로 선 다음 서랍 속에서 노란 가죽으로 싼 고서적 한 권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영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집안을 다스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인 ‘영춘’은 여자아이의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하지만 진짜 ‘영춘’은 기본적으로 무학의 성지에서 내려오는 비법서 같은 것이고 방금 형나운이 꺼낸 책은 남은 자투리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투리 잡서에 가까운 책으로 수련을 하는 바람에 자주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하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리며 빠진 부분을 보충해서 써 준 뒤 그녀에게 책을 던져주며 말했다.“이 책은 영춘의 상반부에 불과해. 그래서 내가 상반부만 보충해 줬어. 이렇게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후반부는 당신이 기회를 봐서 오매 도교 사원에 가서 문의해 봐.”“만약 내가 당신한테 준다면 오매 도교 사원이 아마 날 죽이려고 들 거야.”“아, 알겠어요.”형나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이 보충해 놓은 부분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돌아서서 형나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집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훨씬 성숙하고 듬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 철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노련한 기질이 더해져 함부로 나서지 않고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하현은 잠시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어. 여기서 잠깐 봐 봐”“보고 나서 바로 가게 물색하러 가 봐야 해.”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참고 있는데 그게 할 소린가?그러나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유하고 정숙한 척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했다.눈먼 장님에게 아무리 눈빛을 보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형나운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천천히 자신의 코트를 벗고 하현이 보는 앞에서 앞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아침 무술을 연마할 때 여기가 답답해져서 죽을 뻔했어요.”“한번 봐 보세요.”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은근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단추 풀지 않아도 돼.”“그러다가 험상궂은 당신 경호원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왜요? 무서워요?”형나운은 놀리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내가 지금 누가 날 추행한다고 소리 지르면 내 경호원들이 쫓아와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할까 봐요?”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봐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옷 입어.”“딱 3초 줄게.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난 그냥 갈 거야!”하현이 약간 화가 난 것을 보고 형나운은 비로소 다소곳해졌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난 정말 이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안 입고 싶은데요. 이
형나운의 말을 듣고 우다금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정말로 하현이 자신의 딸을 뒷문으로 들여보냈을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하현이 없었다면 자신의 딸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우다금은 갑자기 난처한 듯 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우소희는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깔보던 데릴사위의 도움을 받았다니!그걸 인정한다면 앞으로 설은아의 집에 가서 어떻게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어제 설은아 앞에서 얼마나 큰소리 떵떵 치고 나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기세를 꺾지 않았다.“형 대표님, 인사팀 팀장님이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이 회사가 사람의 외모나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 아니겠어요?”“데릴사위가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소희는 나름 상류사회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섞어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몇몇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경비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어했다.그들은 우소희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우소희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형나운, 이 사람이 데릴사위인 내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그럼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줘!”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홀연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형나운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무 팀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하현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부대로 해. 우소희 씨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신하니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채용하도록 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야지.”“누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스스로의 능력이 가장 중요해.”형나운의 말을 듣고 무 팀장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우소희 씨. 스스로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선생님, 여기는 형 씨 가문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기업이죠.”“만약 당신이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몇몇 경비원도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왔다.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2분 남았어요.”우소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그만해요. 센 척 좀 그만해요!”“당신이 그런다고 누가 내려올 줄 알아요?”“잘 들어요. 당신이 설령 간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해도, 혹은 김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할지라도 이럴 자격은 없어요. 알겠어요?”우다금도 하현을 한심스러운 듯 노려보며 냉소를 연발했다.“하현, 우리 앞에서 허풍 떠는 짓 그만해!”“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래? 어?”“여기 대표님이 내려와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묻힐 곳도 없이 이승을 떠돌 거야!”“내가 한마디 충고할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썩 꺼져! 얼른!”“그리고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대표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생겼다고!”“우리 딸은 앞으로 연봉 이억을 받을 인재야!”“당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우다금은 하현이 자신들을 등에 업고 뭔가 이득을 볼 심산으로 여기 왔다고 확신했다.그런 목적이 들통났으니 이판사판으로 사람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놈이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고약한 놈!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1분 전.”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내가 당신이라면 벌써 전화를 걸었을 거예요.”“일이 잘못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당신이 형나운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갈 텐데?”하현이 기세 좋게 몰아붙이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가 못마땅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하현, 이제 그만해. 충분히 했잖아!”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