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471 - 챕터 2480

3671 챕터

2471장

하현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그는 위험한 순간에 빠른 몸놀림으로 총탄을 피했다.하현을 향한 총탄이 계속 불발로 끝나자 화가 치밀어 오른 원소호는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자 그때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장전된 총알이 없는 것이다.원소호는 순간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하현을 죽일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하현은 바로 원소호의 곁으로 다가와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주먹을 쥐고 회오리처럼 다가오는 하현의 눈동자에서 원소호는 살기를 느꼈다.사방 천지 단 하나 하현의 주먹만이 그의 시야를 채웠고 순간 남양 킬러는 자신이 저 주먹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총을 들어 하현의 일격을 막아 보려고 했다.“퍽!”하현의 주먹이 그대로 날아와 총을 밀치고 남양 궁수의 얼굴을 향했다.원소호는 몸이 심하게 흔들거리다가 뒤뚱뒤뚱 뒤로 나자빠졌다.하지만 하현의 주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퍽!”원소호는 피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나뒹굴었고 입에서는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에너지가 마음같이 일어서질 못했다.덕분에 원소호는 엉거주춤 그대로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되어 버렸다.원소호는 얼굴이 거의 초주검이 되었고 자신이 지금 전설의 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은 그가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이미 앞으로 나와 원소호를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린 후 그의 머리를 밟았다.“이제, 나한테 말할 수 있겠어?”“누가 보낸 거야?”원소호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입가에는 파도처럼 경련이 몰아쳤다.잠시 후 심호흡을 한 원소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말할게...”...저녁 8시, 항성 남양회관.이곳은 황금빛 찬란한 불빛들이 서로를 견주듯 사방으로 촉수를 뻗치고 있었고 차가 그칠 사이 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불빛이 번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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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2장

”촤락!”쇳소리가 울린다 싶더니 하현의 손에서 커브칼이 모습을 드러내며 곧바로 사정없이 벽에 박혔다.하현은 손가락 한 번 튕겼을 뿐인데 남양 남자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남양 남자의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사태를 알아차린 남양 남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남양 남지권!이 권법은 태국의 무에타이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를 제압하는 데는 매우 유용하고 비범한 기술이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하현이었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복도에 있던 장식용 꽃병을 손에 쥐고 남양 남자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철퍽!”꽃병이 정확하게 남양 남자의 머리를 때렸고 남자는 피를 흘리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남양 남자가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려고 하자 하현은 틈을 주지 않고 발을 들어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풉!”남양 남자는 빨간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잘 쉬어. 30분 뒤에나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이미 당신은 아무 소용 없을 거야.”하현은 한 걸음을 내디디며 다른 발로 앞에 있는 나무 문을 걷어차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이 발을 들어 올린 순간 정교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는 나무 문이 양쪽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열렸다.하현의 시야가 순식간에 탁 트였다.바로 앞쪽에 남양 치파오를 입은 옥같이 아리따운 여자가 앉아 있었다.윤기가 흐르는 가느다란 그녀의 손, 완만하게 흔들리는 거문고 줄, 서로의 높이를 알맞게 뒤섞은 거문고 가락이 듣기에 참 좋았다.하현은 박수를 치며 조롱기가 가득한 미소를 날렸다.“여운이 사흘 동안은 계속 남겠는데.”“그렇지만 양유훤, 나 이미 문지기까지 처리했는데 아직도 거문고 줄이나 튕기고 있을 거야?”“대범하다고 해야 하나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남영 여인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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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장

하현이 순식간에 긴장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짓자 양유훤은 살짝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하현의 말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바로 그때 문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수십 명의 남양 남녀가 질서정연하게 다가왔다.손에는 총기를 하나씩 쥐고 있었다.이미 안전장치를 푼 총 외에도 열두 개의 석궁이 서슬 퍼런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양유훤은 여유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그의 심기를 관찰하는 듯했다.그리고 나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방금 나타난 남양 남녀들이 갑자기 모두 물러났다.하현이 지금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수십 명의 부하들이 그 자리에 있은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그녀는 알아차렸다.그렇다면 차라리 물러나는 게 낫다.양유훤은 차를 한 잔 마시고는 하현 앞에도 한 잔 내려놓았다.찻잔을 집어 든 양유훤이 한두 모금 마시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세 가지라는 게 무엇인지 말해 봐.”“일면식도 없는 하현이 나에게 와서 말하려는 게 대체 뭔지 궁금하군.”“첫째, 원대조가 죽었어. 내 손에.”하현은 화풍성이 직접 쏘긴 했지만 결코 개의치 않고 말했다.“그는 도박왕 화풍성을 죽이려 했지만 운이 없게도 날 만나고 말았지.”“저런, 정말 운이 없었군그래.”양유훤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말이야, 화풍성을 죽이라는 건 내 생각이 아니었어.”“원대조는 우리 남양회관 밑에 그 이름이 있긴 하지만 사실 난 그 사람한테 아무 권한이 없어.”“그가 한 일은 우리와 무관해.”양유훤은 소파에 유유히 기대어 앉아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하현이 입을 열었다.“이젠 두 번째 일에 대해 말해 봐.”“원소호가 죽었어.”“짐작했어.”양유훤은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당신이 날 찾아온 걸 보고 이미 짐작했어. 내가 아무리 머리가 없어도 그 정도도 생각 못 하겠어?”“당신의 능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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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4장

눈앞에서 도발하는 여인을 보며 하현은 남자로서의 충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는 다시 정신을 다잡고 눈앞의 여인에게 시선을 주시했다.양유훤은 유혹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홀리는 데 타고난 요물 같았다.아마 이 세상 남자 99%가 그녀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마음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 하현은 양유훤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세 번째 일에 대해 이야기할게.”“당신들 남양 사람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원대조는 화풍성을 죽이려고 했다가 목숨을 잃었어.”“그리고 당신들은 원소호를 보내 날 습격했어. 비록 실패했지만 화풍성에 이어 또 날 습격한 거야.”“두 번의 습격을 받은 내가 당신네 남양 사람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야?”“하지만 오늘 당신에게 기회를 줄게.”하현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앞에 놓인 뜨거운 차를 한 번에 다 마신 뒤 입을 열었다.“난 당신들한테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지금부터 당신들은 용전 항성 지부를 포함해 도성 화 씨 집안, 도성 최 씨 집안에 절대 손대지 마.”“내 말 알아들었어?”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마치고는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양유훤의 눈빛은 약간 굳어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도 사라졌다.그녀는 원대조가 그렇게 나선 것이 배후의 하구천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구천의 목적은 간단했다.화 씨 집안의 재산을 획득하려는 것이었다.누군가 하구천의 길을 막는다면 그 사람에겐 단 하나, 죽음의 선택밖에 없다.남양파가 이 일에 개입하게 된 유일한 이유는 항도 하 씨 가문의 입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하구천이 일을 하려고 하는데 누가 감히 그의 의지를 거역하겠는가?남양파는 홍성과 거의 대등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하구천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항성과 도성은 항도 하 씨 가문 천하였으니까.말하자면 항성 4대 가문, 도성 화 씨 가문, 여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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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5장

하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양유훤, 혹시 잊었어? 용전 항도 지부가 내 손에 떨어졌잖아. 나 이미 다 알고 왔어.”“원대조는 남양 원 씨 집안사람이긴 하지만 당신의 능력이나 배경도 만만치 않잖아!”“항성과 도성에서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당신은 남양파 최고봉일 뿐만 아니라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집안 장손녀이기도 하잖아.”“당신 같은 재주와 배경이라면 원대조 정도는 이제 잘라 버려!”“만약 당신이 나와 친구가 되길 원한다면 말이야.”“당신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어.”하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양유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내가 항성과 도성에서 모두의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네 남양파도 나와 끝까지 싸우시던가?”오늘 하현이 이곳에 온 목적은 화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솔직히 말해 남양파의 태도를 보려는 것이었다.상대방이 평화롭게 지내길 원한다면 하현도 이 시점에서 남양파를 더 이상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하지만 상대방이 어둠의 세계로 뛰어들길 원한다면 그도 남양파를 멸망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하현, 날 참 곤란하게 하는군!”하현의 말에 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웃었다.“하지만 하현, 당신이 이 정도로 나한테 제의하는 데 확답을 주지 않으면 내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걸 테지.”“그래. 화 씨 집안의 일을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 당신은 풍수와 관상에도 조예가 깊다더군.”“그래서 말인데, 당신이 날 좀 도와줬으면 해. 당신이 구해 줘야 할 사람이 있어.”“이 사람만 구해 준다면 원대조의 죽음에 대해서도 깔끔하게 해결이 될 거야.”“그리고 앞으로 남양인 중 누구도 이를 핑계로 당신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약속할게.”“심지어 필요할 때 우리 남양인이 당신 편에 서는 것도 잘 고려해 볼게.”“그리고 당신한테 특별히 100억을 더 줄게. 이건 내 성의로 생각해 줘.”양유훤은 하현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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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6장

양유훤은 군말 없이 하현을 데리고 남양회관 깊숙한 곳으로 데려갔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따라섰지만 어이없어하는 표정은 사라졌다.비록 양유훤이 킬러를 배치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지만 하현은 그녀가 총명한 여자일 거라고 믿었다.똑똑한 여자는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두 사람은 곧 중무장한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홀을 지나 남양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뜰에 도착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다가가자 마당 한쪽 구석에 거무스름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여자가 나와 하현의 앞길을 막았다.이 여자는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에 근육이 아주 빼곡히 들어차 있는 다부진 몸이었다.그녀가 그곳에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을 주었다.여자가 숨을 내쉬자 주변에서는 마치 수많은 벌레들이 꺼리는 듯 하현의 주변을 둘러싸고 기괴한 울음소리가 스산하게 깔렸다.하현은 이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그의 몸 안에 잠들어 있던 세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드는 것 같았다.모래밭에서 갈고닦은 짙은 살기가 하늘로 치솟았다.비록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이 까만 피부의 여자는 온몸을 움찔하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그녀는 하현을 보며 뜻을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그녀의 왼쪽 눈에서 옅은 핏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주변에서 울리던 기괴한 벌레 소리는 사라졌지만 땅에는 쌀알만 한 검은 벌레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남양파의 수법인가? 재미있군.”하현은 한 걸음 내디디며 검은 벌레 사체들을 밟아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이런 잔꾀는 내 앞에서 쓰지 마. 망신만 당할 뿐이니까.”하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듣는 여자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그녀는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다시 손을 쓸 것처럼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만해, 아묵. 이제 물러서.”양유훤은 아묵이 갑자기 손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 조용히 말했다.“이분은 내가 모시고 온 전신이야. 할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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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7장

”그런데 무덤에 가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남양 제일의 고수라 불릴 만큼 전신급 거물이셨어.”“좀비 같은 시체가 그를 마치 다른 사람처럼 만들어 놓았어!”“내가 몇 년 동안 할아버지를 모시고 항성에 머문 것은 전 세계 좋은 의사를 찾아주기 위해서였어.”“하지만 결국 양약이든 한약이든 그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병이 아니라 악의 기운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들었어.”“그를 살리려면 몸속에 있는 악의 기운을 빼내는 것이 최선이야.”“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풍수사가 와도 그걸 해내지는 못했어.”“항성 제일의 풍수사라던 소서림조차도 할아버지의 상황을 보고는 얼굴빛이 하얗게 변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하고 떠났어.”“오매 도교 사원 성녀가 나서면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었어.”“그런데 문제는 우리 남양 사람이 오매 도교 사원에게 손을 내밀 힘이 어디 있겠냐는 거야.”“그래서 오늘 밤 당신을 만났을 때 그 생각이 났어. 소서림도 당신 앞에서 무릎을 굽혀야 했고 우리 남양 궁수도 당신이 쉽게 처단했으니 혹시 할 수 있지 않을까...”“안 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당신한테 아까 그런 시험을 한 거야.”양유훤은 하현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그녀의 예쁜 얼굴에 애교와 환한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걱정과 불안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항성과 도성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는 양유훤도 결국 여린 여인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하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할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걱정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하현은 그녀에 대한 적개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걱정하지 마. 난 풍수사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의 살인술은 다 알아.”“하겠다고 했으니 최선을 다해 볼게.”주고받는 말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온기가 감돌았다.따뜻하고 향긋한 기운이 방 안에서 흘러나와 작을 뜰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이 방은 매우 특이하게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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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8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는 깨어 있었는데.”“요즘은 깨어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더 이상 치료법을 찾지 못하면 할아버지는 오래 살지 못할 거야.”양유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은 견문이 넓은 사람이잖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병은 아니지만 단순히 시체가 뿜은 기운이 이렇게 세지는 않을 거야.”“우선 한번 볼게.”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양유훤은 급히 안쪽으로 안내했다.“하현, 이쪽으로.”하현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의 열기를 참아가며 양제명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서 그를 유심히 살폈다.노인의 몸은 마를 대로 말라 있었다.지금 당장 숨이 끊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그의 용모를 찬찬히 살펴보니 잘생기고 점잖게 생긴 얼굴이 젊었을 때는 뭇 여성들의 가슴깨나 설레게 했을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양제명의 맥을 짚어보려고 손을 뻗었다.그때 양제명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순간 옅은 살기가 얼굴을 덮쳤고 하현의 눈앞에서 피바다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담력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 눈앞에서 이런 광경을 보았다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까무러쳤을 것이다.그러나 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한 얼굴로 양제명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곧이어 양제명의 얼굴에는 의아한 빛이 희미하게 감돌기 시작했다.양제명은 가벼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기침일 줄로 알았는데 횟수를 더할수록 무릎이 절로 구부러질 정도의 큰 파동이 번졌다.양제명의 이런 변화에도 하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고 죽음이 임박한 노인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양제명의 두 번째 도발도 하현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그러나 하현은 두 번의 도발을 보면서 노인에 대한 한 가지 판단이 섰다.전쟁의 신의 경지에 올랐던 이 노인은 비록 절정의 전신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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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9장

”그리고 방금 내가 갑작스러운 반응을 보였을 때도 자네는 잘 막아 내었네. 이 세상에는 전신급의 고수만이 그런 의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네.”“자네가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늙은이는 잘 알고 있어.”양제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나도 젊었을 때는 역사학을 많이 읽었지만 줄곧 인정하지 않았다네.”“어느 시대의 역사든 대하는 증흥의 땅이었고 걸출한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지.”“나중에 자네 대하 땅에서는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인물들이 나왔지.”“당도대 총교관.”“이 사람이 나타나서 무엇이 천명이고 무엇이 천년 대국인지 깨닫게 되었어!”“대하에 전설적인 총교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자네 같은 걸출한 인물이 또 나올 줄은 몰랐네그려!”“대하는 머지않아 강대국이 될 걸세.”감탄하는 듯한 양제명의 기색을 보니 하현의 실력에 제대로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양유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현의 바라보았다.자신의 할아버지는 항상 안목이 좋은 분이셨다.처음 항성에 왔을 때 항성의 4대 가문과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그를 방문했었다.남양 제일의 고수가 자기 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회유의 발걸음을 한 것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이 다 떠난 후 양제명은 이 사람들에 대해 그리 좋은 평가를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하현을 대하는 양제명의 모습은 달랐다.말을 아끼지 않으며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늘어놓을 줄은 양유훤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이 전쟁의 신급 고수라는 것을 양제명이 알아봤다는 것이다.순간 양유훤은 자신이 하현과 끝까지 싸우지 않고 중도에 방향을 튼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진심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세상에 병왕도 찾기 어렵지만 전쟁의 신은 그 이상의 존재였다.전신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전신밖에 없다.하현은 젊은 나이에 전쟁의 신급 고수가 되었다.아마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전설적인 총교관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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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0장

하현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대하 총교관을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다만 총교관께서는 여러 곳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하전에서 이긴 것은 병부 전체의 공이지 본인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구요.”“대하가 총교관을 만들었지 총교관이 대하를 만든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양제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래. 대하 총교관은 실력과 인품이 모두 대단하실 뿐만 아니라 겸손함이 뭔지 몸소 보여주셨군. 오늘날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네!”“만약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콜록콜록!”하현은 그만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여러 번 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어르신, 이제 비행기 그만 태우십시오.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애써 화제를 돌렸다.“어르신, 이제 어르신 상황에 대해 말씀을 좀 해 주십시오.”양제명은 하현을 빤히 쳐다보았다.“젊은이가 참 강인하군. 하지만 자네의 총교관과는 비교할 수 없네.”“그러나 자네의 천부적인 재능이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전설적인 총교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어. 난 그렇게 믿네!”“그러니 자네 너무 으쓱해하지 말고 계속해서 착실히 실력을 쌓게. 그게 중요해.”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가르쳐 주신 말씀, 유념하겠습니다.”양제명은 자신의 말이 누군가의 가르침이 되었다는 흐뭇함 때문인지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살인술을 아는 것은 자네가 비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세상에 자네 같은 젊은이는 많지 않아.”“하지만, 그런 자네도 날 살릴 수는 없을 것이네!”“이 세상에서 날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저세상 문턱에 있는 늙은 요괴들 외에 오직 한 사람 총교관뿐일 걸세!”“총교관이라면 날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양제명의 얼굴에 씁쓸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담담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니 자네 여기서 시간 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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