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멀리서 온 손님이 기왕 대구에 왔고, 또 외교 여권을 가지고 있으니 얌전히 검도를 가르쳐주고 다른 일에 참여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너를 쫓아내지는 않을 거야!”“전쟁터에서는 너와 내가 각각 주인이니 당연히 적이지.”“하지만 여기는 대구야. 대구 국제 도시에서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어.”“네가 나에게 네 가치를 알려주기만 하면 그럼 네가 대구에서 섬나라에서 보다 천 배 만 배 더 잘 살게 해 줄 거라고 내가 보증하지.”“너의 가치를 보여줄지 말지는 네 자신에게 달려있어.”말이 끝나자 하현은 아무 생각 없이 찻잔을 집어 들고는 손가락을 구부렸다. 이 찻잔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나카노 다로 앞에 놓았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나카노 다로는 식은땀이 ‘쓱’ 나더니 물에 잠긴 듯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섬나라 천황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지켜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그리고 유라시아 전투는 그에게 눈 앞의 이 분은 결코 그가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심지어 섬나라 전설에 나오는 검술사, 닌자왕, 음양사가 함께 손을 써도 이 분 앞에서는 그저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하현은 그의 마음을 간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나카노 군, 어떤 일은 선택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한 순간의 생각으로 천국이 되느냐 지옥이 되느냐가 결정 돼.” “이 차를 마시면 너는 죽지 않을 거야.”“안 마셔도 죽지 않을 거고.”“다만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나카노 다로는 끊임없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후 그는 부들부들 떨며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을 때 안의 차는 이미 다 없어져있었다…………저녁 8시, 향산 별장 11호. 11호 별장은 비록 향산 별장 구역의 별장이었지만 최악의 별장이었다. 1호 별장의 가치는 2천억이었지만, 11호 별장은 150억 밖에 안되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