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 지로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큰 형이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얼굴을 감싸고 주시현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주 아가씨, 변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제가 눈이 멀었습니다!”“죄송합니다!”“마음이 넓으신 대인들이시니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말을 마친 나카노 지로는 손바닥과 손등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그의 곁을 따르던 수행원들도 이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나카노 다로는 눈꺼풀이 펄쩍 뛰더니 이때 앞으로 나와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주 아가씨, 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조금 놀라고 두려워하는 눈으로 불안해하며 하현이 만족해 하는지 힐끗 쳐다보았다. “나카노 다로씨죠? 별말씀을요!”나카노 다로가 갑자기 겁을 먹은 것을 보고 주시현은 자신의 허리가 순간 곧게 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나카노 다로의 얼굴을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살고 있잖아요. 당신 동생이 누구에게 미움을 샀든 저는 상관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미움을 샀어도 성의가 충분하기만 하면 우리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다만 오늘은 제가 한 가지 가르쳐 드리죠. 앞으로 우리 대하에서 다니려면 그렇게 날뛰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만에 하나라도 실수로 도발을 하면 아무도 당신들의 목숨을 지켜줄 수 없어요!”“어쨌든 모든 사람이 저처럼 관대하지는 않거든요!”이때 주시현은 나카노 다로에게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도 나카노 다로 같은 사람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상대방이 지금은 변승욱을 꺼려하지만 변승욱이 영원히 그의 곁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 아가씨, 알겠습니다.”나카노 다로는 식은땀을 닦았다.“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이 말을 들은 주시현과 사람들은 모두 가냘픈 몸을 떨었고 변승욱의 대단한 기세에 겁을 먹었다. 하지만 나카노 다로는 이때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방금 보여준 존경심과 사과는 모두 전설의 대장을 향한 것이었다. 이 무슨 산타 왕은 뭐 하는 인물인가?작은 규모의 산타 리그에 참가해서 우승했다고 자기가 무슨 음식 재료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사실 소위 산타 왕의 타이틀에는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 나카노 다로는 자신이 원하면 한번의 검으로 이 잘난 체 하는 놈을 베어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때 하현이 입을 열지 않았으니 그는 감히 폭발할 수가 없었다. 전설의 대장이 엄지 손가락 하나로 자신을 죽일까 두려웠다. 주시현은 나카노 다로가 손을 움켜 쥐는 것을 보고 숨을 헐떡였다. 변승욱은 나카노 다로를 잘 몰랐다. 하지만 주시현은 대구 사람이라 이 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중시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찌질함을 인정한 것으로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녀는 이따가 나카노 다로가 부끄러워 화가 나서 죽기를 선택하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만 변승욱은 뒷짐을 진 채 싸늘한 기색을 보였다. 주시현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지금 그녀가 보기에 이곳은 변승욱의 홈그라운드였다. 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잔을 들고 술을 마셨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섬나라 사람들에 대해 그는 아무런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나카노 다로는 이렇게 하면 일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좀 순진한 생각이었다. “변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의 모든 일은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하현의 눈동자에 한 줄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나카노 다로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뺨을 두 대 때린 후 테이블에서 술병을 집어 들고는 ‘탁’하고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순간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나카노
주시현이 보기에 하현 이놈은 원래 능력이 없었다. 결국 슬기의 경호원인 척 하러 온 건가?결과는?양측이 이렇게 큰 충돌을 일으켰는데 하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서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에게 빨리 떠나라고 권했다! 폐물! 타고난 폐물! 그와 지금 위풍당당한 변승욱을 비교하려고 하자면 천지차이였다! 관건은 슬기가 뜻밖에도 이런 사람에게 홀렸다는 것이다! 주시현은 속으로 탄식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느꼈다. 하현과 자기 집이 얽히고 설켜있는 관계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슬기에게 하현을 걷어차라고 충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가 앞으로 변승욱이 곁을 떠나게 되면 만에 하나라도 슬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하현 이 놈은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가겠습니다!”이때 나카노 다로는 하현이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변승욱을 유심히 쳐다보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는 물러날 때 자세가 더할 나위 없이 공손했다. 뒷걸음질치며 걷는데 아무리 봐도 기가 꺾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변승욱은 뒷짐을 진 채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결국은 폐물이네. 만약 이 아가씨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나는 너희들을 전부 불구로 만들었을 거야!”나카노 다로와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았고 침묵 속에 재빨리 자리를 떴을 뿐이다. “변 도련님, 이번 일은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나카노 다로 등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주시현은 재빨리 변승욱 곁으로 가서 빙긋이 웃었다. “당신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또 슬기를 향해 눈짓을 하며 말했다. “슬기씨, 변 도련님이 이렇게 우리를 보호해 주셨는데 감사해야 하지 않겠어요!”슬기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가 아무런 사인을 보내지 않는 것을 보고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변 선생님, 감사합니다.”“별 거 아니에요.”변승욱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제
요즘 주시현이 인터넷 스타가 된 후 정말 많은 돈을 벌었기에 그들은 11호 별장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하현이 개가죽에 발라 만든 고약처럼 자기 집에 쫓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현 때문에 이렇게 격양이 되자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향산 별장이라는 몇 글자를 듣고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난 후 웃으며 말했다. “나도 같이 가자. 나는 슬기씨를 보호해야 하거든.”다른 곳이었다면 그는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기왕 향산 별장 11호라고 하니 하현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신이 배치한 인력들은 모두 그쪽에 있었다. 그리고 1호 별장은 최근 때리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져 안이 깨끗하지 않았다. 하현은 당분간 며칠 동안 슬기를 주시현네 집에서 머물게 하고 조남헌을 보내 다시 청소를 시켜복원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도 주시현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저씨, 시현이한테 향산 별장 11호로 이사 갔다고 들었어요!”“축하 드려요!”“아저씨 집에 며칠 묵으려고 하는데 별 문제 없죠?”“네. 네. 곧 가겠습니다!”하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주시현은 매우 유감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현이 슬기에게 접근하기 위해 체면도 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니, 우리 가족이 향산 별장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 나에게 기대려고 한 거 아니야?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을 쳐다보는 주시현의 얼굴엔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이 뻔뻔한 녀석이 우리 아버지에게 청혼을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이 생각에 미치자 주시현은 하마터면 땅이 쓰러질 뻔했다. ……나카노 다로의 일로 하현은 주시현 등 사람들과 함께 떠나지 않고 슬기에게 먼저 그들을 따라 향산 별장으로 가라고 했다. 어쨌든 그곳은 자신의 인력들이 충분하기에 슬기는 그곳에서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리고 하현은 태연한 기색으로 벨라루스 회장 사무실로 들어간 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멀리서 온 손님이 기왕 대구에 왔고, 또 외교 여권을 가지고 있으니 얌전히 검도를 가르쳐주고 다른 일에 참여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너를 쫓아내지는 않을 거야!”“전쟁터에서는 너와 내가 각각 주인이니 당연히 적이지.”“하지만 여기는 대구야. 대구 국제 도시에서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어.”“네가 나에게 네 가치를 알려주기만 하면 그럼 네가 대구에서 섬나라에서 보다 천 배 만 배 더 잘 살게 해 줄 거라고 내가 보증하지.”“너의 가치를 보여줄지 말지는 네 자신에게 달려있어.”말이 끝나자 하현은 아무 생각 없이 찻잔을 집어 들고는 손가락을 구부렸다. 이 찻잔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나카노 다로 앞에 놓았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나카노 다로는 식은땀이 ‘쓱’ 나더니 물에 잠긴 듯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섬나라 천황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지켜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그리고 유라시아 전투는 그에게 눈 앞의 이 분은 결코 그가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심지어 섬나라 전설에 나오는 검술사, 닌자왕, 음양사가 함께 손을 써도 이 분 앞에서는 그저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하현은 그의 마음을 간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나카노 군, 어떤 일은 선택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한 순간의 생각으로 천국이 되느냐 지옥이 되느냐가 결정 돼.” “이 차를 마시면 너는 죽지 않을 거야.”“안 마셔도 죽지 않을 거고.”“다만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나카노 다로는 끊임없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후 그는 부들부들 떨며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을 때 안의 차는 이미 다 없어져있었다…………저녁 8시, 향산 별장 11호. 11호 별장은 비록 향산 별장 구역의 별장이었지만 최악의 별장이었다. 1호 별장의 가치는 2천억이었지만, 11호 별장은 150억 밖에 안되었다.
변승욱이든 이슬기든 그들이 빌붙을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현에 대해서는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다. 이소연은 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와 말했다. “하현, 너 여긴 어쩐 일이야?”“우리가 너를 초대했어?”하현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아저씨께서 오라고 하셨는데 어디 계신지 모르겠네요? 가서 인사를 드려야겠네요.”이소연은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2층 응접실에서 몇몇 용문 대구 지회의 거물들과 합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그 사람들은 대구에서 위신이 있는 분들이라 네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올라가지 마.”하현은 그 말을 듣고 알았다. 그는 지회장이 된 후 주건국을 언급했었다. 보아하니 진주희가 이쪽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주건국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그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현의 차분한 모습을 보자 이소연은 순간 조금 불쾌한 기색이었다. 이때 그녀는 주변 장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현, 너는 이런 수준의 집에 들어가본 적 없지?”“우리 이 별장은 비록 향산 별장 11호지만 가격은 150억이나 돼!”“네가 150억이 어떤 개념인지 알아? 만약 현금으로 바꿔서 여기에 쌓아두면 아마 너는 옮길 수도 없을 거야. 알겠어?”“참, 이 집은 시현이가 라이브 방송 수입으로 산 거야. 게다가 지금 시현이가 가지고 있는 현금까지 합치면 우리 시현이의 재산은 몇 백억대야!”이소연은 말을 마친 후 팔짱을 끼고 하현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뜻은 간단했다. 단 한 가지. 하현은 지금 절대 주시현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들 이미 두 범주의 인물들이었다. 그녀는 이 기회를 틈타 하현이 정신을 조금 차리기를 바랬다. 멀지 않은 곳에서 슬기는 하현을 유심히 쳐다보았고 하현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하현은 진지하게 별장을 보았고 그리고 난 후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네요. 이 별장
“시현씨, 지금 어쨌든 몇 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니 이름난 규수 집 따님인 셈이네요.”“당신이 사귀는 사람은 세자 아니면 도련님일 텐데.”“어떻게 이따위 어중이떠중이를 집에 데리고 올 수가 있어요?”“망신당할까 무섭지 않으세요? 우리는 이런 어중이떠중이의 궁상기가 우리의 고귀한 기품을 더럽힐까 두려워요!”바로 이때 전방에서 몇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는데 하나같이 늘씬하고 예쁜 얼굴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도음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인터넷 스타들이었다. 이 인터넷 스타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가난뱅이는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무리들은 모두 키가 170cm에 가까웠고 얼굴은 비교적 예뻤다. 콧구멍으로 사람을 쳐다보는 버릇이 있는 이 아리따운 여자들은 하현 앞으로 다가와 괴상야릇하게 말했다. “너 경비원이야? 아니면 배달원이야?”“이런 고급스러운 자리에 너 같은 사람이 올 수는 없을 텐데?”그녀의 말을 듣고 다른 인터넷 스타들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재미있다는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한번 손을 흔들면 몇 억인 부잣집 오빠들에 익숙하니 어떻게 이런 평범한 백성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보기에 그들이 하룻밤 한번 몸을 흔들어 벌 수 있는 돈은 하현 같은 사람은 평생 벌 수 없는 것이었다. 하현을 밟으러 나온 사람을 보고 주시현은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자, 하현, 내가 소개할게. 이분은 우리 도음 플랫폼에서 내 친한 친구이자 몇 달 동안 인기랭킹 1위를 차지한 후지와라 미우 아가씨야.”“물론 후지와라 미우는 예명이고, 본명은 뭔지 나도 몰라.”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 앞의 후지와라 미우를 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분은 아마 섬나라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섬나라 사람의 예명을 가지고 있다니 조금 재미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막 나타나자마자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분명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다. 하현은 사주한 사람
후지와라 미우는 이때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남원 같은 촌구석에서 살기가 어려워 대구로 달려왔구나.”“네 집에서 먹고 마시고 일 자리도 너한테 기대서 찾고!”“너네 집이 새로운 별장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뻔뻔하게 들어와 살려고 하는 거야?”“거기다 내가 듣기로는 이 사람이 염치가 없다고 하던데!”후지와라 미우는 멀리 있는 1호 별장을 가리켰다. “대구 전체에서 1호 별장이 소남 임가의 산업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 대구 1인자 임복원의 저택이지.”“그런데 이 놈이 그곳을 자기 것이라고 했다고?”“가난해도 가난한 기개가 있어야지!”“가난하면서 기개도 없고, 뻔뻔하기까지 하다니!”후지와라 미우는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그리고 그녀 주변의 인터넷 스타들은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방송에서 너무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겪어보았다. 몇 백 원 쥐어 주고 그들에게 춤추고 노래하라고 시키는 거야? 그들을 뭘로 보는 거야?”하현의 이런 가난뱅이 자태는 라이브 방송의 그 가난뱅이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옆에 있던 슬기는 눈에 거슬려 무슨 말을 하려다 하현에게 제지를 당했다. 오늘 밤 이 대극은 분명 자신을 겨냥한 것이었다. 주건국은 아마 몰랐을 것이고 분명 이소연과 주시현 모녀의 걸작일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하현이 직접 나서서 그들과 잘 놀아줘야지. 하현의 태도를 보고 후지와라 미우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자신이 이미 하현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계속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 “하현 맞지?”“듣기로 너는 자기가 향산 1호 별장에 산다고 허풍 떠는 거 말고도 경호원이 되겠다고 나섰다던데?”“너는 딱 봐도 팔다리에 힘이 없어 보이는데 누구를 경호하겠다는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 시현이한테 접근하려고 그렇게 머리 굴리지 마!”“너 같은 사람은 차원이 너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