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 지로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큰 형이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얼굴을 감싸고 주시현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주 아가씨, 변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제가 눈이 멀었습니다!”“죄송합니다!”“마음이 넓으신 대인들이시니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말을 마친 나카노 지로는 손바닥과 손등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그의 곁을 따르던 수행원들도 이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나카노 다로는 눈꺼풀이 펄쩍 뛰더니 이때 앞으로 나와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주 아가씨, 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조금 놀라고 두려워하는 눈으로 불안해하며 하현이 만족해 하는지 힐끗 쳐다보았다. “나카노 다로씨죠? 별말씀을요!”나카노 다로가 갑자기 겁을 먹은 것을 보고 주시현은 자신의 허리가 순간 곧게 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나카노 다로의 얼굴을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살고 있잖아요. 당신 동생이 누구에게 미움을 샀든 저는 상관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미움을 샀어도 성의가 충분하기만 하면 우리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다만 오늘은 제가 한 가지 가르쳐 드리죠. 앞으로 우리 대하에서 다니려면 그렇게 날뛰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만에 하나라도 실수로 도발을 하면 아무도 당신들의 목숨을 지켜줄 수 없어요!”“어쨌든 모든 사람이 저처럼 관대하지는 않거든요!”이때 주시현은 나카노 다로에게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도 나카노 다로 같은 사람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상대방이 지금은 변승욱을 꺼려하지만 변승욱이 영원히 그의 곁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 아가씨, 알겠습니다.”나카노 다로는 식은땀을 닦았다.“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이 말을 들은 주시현과 사람들은 모두 가냘픈 몸을 떨었고 변승욱의 대단한 기세에 겁을 먹었다. 하지만 나카노 다로는 이때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방금 보여준 존경심과 사과는 모두 전설의 대장을 향한 것이었다. 이 무슨 산타 왕은 뭐 하는 인물인가?작은 규모의 산타 리그에 참가해서 우승했다고 자기가 무슨 음식 재료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사실 소위 산타 왕의 타이틀에는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 나카노 다로는 자신이 원하면 한번의 검으로 이 잘난 체 하는 놈을 베어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때 하현이 입을 열지 않았으니 그는 감히 폭발할 수가 없었다. 전설의 대장이 엄지 손가락 하나로 자신을 죽일까 두려웠다. 주시현은 나카노 다로가 손을 움켜 쥐는 것을 보고 숨을 헐떡였다. 변승욱은 나카노 다로를 잘 몰랐다. 하지만 주시현은 대구 사람이라 이 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중시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찌질함을 인정한 것으로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녀는 이따가 나카노 다로가 부끄러워 화가 나서 죽기를 선택하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만 변승욱은 뒷짐을 진 채 싸늘한 기색을 보였다. 주시현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지금 그녀가 보기에 이곳은 변승욱의 홈그라운드였다. 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잔을 들고 술을 마셨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섬나라 사람들에 대해 그는 아무런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나카노 다로는 이렇게 하면 일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좀 순진한 생각이었다. “변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의 모든 일은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하현의 눈동자에 한 줄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나카노 다로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뺨을 두 대 때린 후 테이블에서 술병을 집어 들고는 ‘탁’하고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순간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나카노
주시현이 보기에 하현 이놈은 원래 능력이 없었다. 결국 슬기의 경호원인 척 하러 온 건가?결과는?양측이 이렇게 큰 충돌을 일으켰는데 하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서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에게 빨리 떠나라고 권했다! 폐물! 타고난 폐물! 그와 지금 위풍당당한 변승욱을 비교하려고 하자면 천지차이였다! 관건은 슬기가 뜻밖에도 이런 사람에게 홀렸다는 것이다! 주시현은 속으로 탄식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느꼈다. 하현과 자기 집이 얽히고 설켜있는 관계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슬기에게 하현을 걷어차라고 충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가 앞으로 변승욱이 곁을 떠나게 되면 만에 하나라도 슬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하현 이 놈은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가겠습니다!”이때 나카노 다로는 하현이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변승욱을 유심히 쳐다보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는 물러날 때 자세가 더할 나위 없이 공손했다. 뒷걸음질치며 걷는데 아무리 봐도 기가 꺾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변승욱은 뒷짐을 진 채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결국은 폐물이네. 만약 이 아가씨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나는 너희들을 전부 불구로 만들었을 거야!”나카노 다로와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았고 침묵 속에 재빨리 자리를 떴을 뿐이다. “변 도련님, 이번 일은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나카노 다로 등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주시현은 재빨리 변승욱 곁으로 가서 빙긋이 웃었다. “당신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또 슬기를 향해 눈짓을 하며 말했다. “슬기씨, 변 도련님이 이렇게 우리를 보호해 주셨는데 감사해야 하지 않겠어요!”슬기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가 아무런 사인을 보내지 않는 것을 보고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변 선생님, 감사합니다.”“별 거 아니에요.”변승욱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제
요즘 주시현이 인터넷 스타가 된 후 정말 많은 돈을 벌었기에 그들은 11호 별장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하현이 개가죽에 발라 만든 고약처럼 자기 집에 쫓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현 때문에 이렇게 격양이 되자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향산 별장이라는 몇 글자를 듣고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난 후 웃으며 말했다. “나도 같이 가자. 나는 슬기씨를 보호해야 하거든.”다른 곳이었다면 그는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기왕 향산 별장 11호라고 하니 하현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신이 배치한 인력들은 모두 그쪽에 있었다. 그리고 1호 별장은 최근 때리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져 안이 깨끗하지 않았다. 하현은 당분간 며칠 동안 슬기를 주시현네 집에서 머물게 하고 조남헌을 보내 다시 청소를 시켜복원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도 주시현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저씨, 시현이한테 향산 별장 11호로 이사 갔다고 들었어요!”“축하 드려요!”“아저씨 집에 며칠 묵으려고 하는데 별 문제 없죠?”“네. 네. 곧 가겠습니다!”하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주시현은 매우 유감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현이 슬기에게 접근하기 위해 체면도 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니, 우리 가족이 향산 별장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 나에게 기대려고 한 거 아니야?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을 쳐다보는 주시현의 얼굴엔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이 뻔뻔한 녀석이 우리 아버지에게 청혼을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이 생각에 미치자 주시현은 하마터면 땅이 쓰러질 뻔했다. ……나카노 다로의 일로 하현은 주시현 등 사람들과 함께 떠나지 않고 슬기에게 먼저 그들을 따라 향산 별장으로 가라고 했다. 어쨌든 그곳은 자신의 인력들이 충분하기에 슬기는 그곳에서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리고 하현은 태연한 기색으로 벨라루스 회장 사무실로 들어간 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멀리서 온 손님이 기왕 대구에 왔고, 또 외교 여권을 가지고 있으니 얌전히 검도를 가르쳐주고 다른 일에 참여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너를 쫓아내지는 않을 거야!”“전쟁터에서는 너와 내가 각각 주인이니 당연히 적이지.”“하지만 여기는 대구야. 대구 국제 도시에서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어.”“네가 나에게 네 가치를 알려주기만 하면 그럼 네가 대구에서 섬나라에서 보다 천 배 만 배 더 잘 살게 해 줄 거라고 내가 보증하지.”“너의 가치를 보여줄지 말지는 네 자신에게 달려있어.”말이 끝나자 하현은 아무 생각 없이 찻잔을 집어 들고는 손가락을 구부렸다. 이 찻잔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나카노 다로 앞에 놓았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나카노 다로는 식은땀이 ‘쓱’ 나더니 물에 잠긴 듯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섬나라 천황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지켜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그리고 유라시아 전투는 그에게 눈 앞의 이 분은 결코 그가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심지어 섬나라 전설에 나오는 검술사, 닌자왕, 음양사가 함께 손을 써도 이 분 앞에서는 그저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하현은 그의 마음을 간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나카노 군, 어떤 일은 선택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한 순간의 생각으로 천국이 되느냐 지옥이 되느냐가 결정 돼.” “이 차를 마시면 너는 죽지 않을 거야.”“안 마셔도 죽지 않을 거고.”“다만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나카노 다로는 끊임없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후 그는 부들부들 떨며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을 때 안의 차는 이미 다 없어져있었다…………저녁 8시, 향산 별장 11호. 11호 별장은 비록 향산 별장 구역의 별장이었지만 최악의 별장이었다. 1호 별장의 가치는 2천억이었지만, 11호 별장은 150억 밖에 안되었다.
변승욱이든 이슬기든 그들이 빌붙을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현에 대해서는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다. 이소연은 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와 말했다. “하현, 너 여긴 어쩐 일이야?”“우리가 너를 초대했어?”하현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아저씨께서 오라고 하셨는데 어디 계신지 모르겠네요? 가서 인사를 드려야겠네요.”이소연은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2층 응접실에서 몇몇 용문 대구 지회의 거물들과 합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그 사람들은 대구에서 위신이 있는 분들이라 네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올라가지 마.”하현은 그 말을 듣고 알았다. 그는 지회장이 된 후 주건국을 언급했었다. 보아하니 진주희가 이쪽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주건국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그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현의 차분한 모습을 보자 이소연은 순간 조금 불쾌한 기색이었다. 이때 그녀는 주변 장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현, 너는 이런 수준의 집에 들어가본 적 없지?”“우리 이 별장은 비록 향산 별장 11호지만 가격은 150억이나 돼!”“네가 150억이 어떤 개념인지 알아? 만약 현금으로 바꿔서 여기에 쌓아두면 아마 너는 옮길 수도 없을 거야. 알겠어?”“참, 이 집은 시현이가 라이브 방송 수입으로 산 거야. 게다가 지금 시현이가 가지고 있는 현금까지 합치면 우리 시현이의 재산은 몇 백억대야!”이소연은 말을 마친 후 팔짱을 끼고 하현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뜻은 간단했다. 단 한 가지. 하현은 지금 절대 주시현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들 이미 두 범주의 인물들이었다. 그녀는 이 기회를 틈타 하현이 정신을 조금 차리기를 바랬다. 멀지 않은 곳에서 슬기는 하현을 유심히 쳐다보았고 하현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하현은 진지하게 별장을 보았고 그리고 난 후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네요. 이 별장
“시현씨, 지금 어쨌든 몇 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니 이름난 규수 집 따님인 셈이네요.”“당신이 사귀는 사람은 세자 아니면 도련님일 텐데.”“어떻게 이따위 어중이떠중이를 집에 데리고 올 수가 있어요?”“망신당할까 무섭지 않으세요? 우리는 이런 어중이떠중이의 궁상기가 우리의 고귀한 기품을 더럽힐까 두려워요!”바로 이때 전방에서 몇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는데 하나같이 늘씬하고 예쁜 얼굴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도음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인터넷 스타들이었다. 이 인터넷 스타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가난뱅이는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무리들은 모두 키가 170cm에 가까웠고 얼굴은 비교적 예뻤다. 콧구멍으로 사람을 쳐다보는 버릇이 있는 이 아리따운 여자들은 하현 앞으로 다가와 괴상야릇하게 말했다. “너 경비원이야? 아니면 배달원이야?”“이런 고급스러운 자리에 너 같은 사람이 올 수는 없을 텐데?”그녀의 말을 듣고 다른 인터넷 스타들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재미있다는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한번 손을 흔들면 몇 억인 부잣집 오빠들에 익숙하니 어떻게 이런 평범한 백성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보기에 그들이 하룻밤 한번 몸을 흔들어 벌 수 있는 돈은 하현 같은 사람은 평생 벌 수 없는 것이었다. 하현을 밟으러 나온 사람을 보고 주시현은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자, 하현, 내가 소개할게. 이분은 우리 도음 플랫폼에서 내 친한 친구이자 몇 달 동안 인기랭킹 1위를 차지한 후지와라 미우 아가씨야.”“물론 후지와라 미우는 예명이고, 본명은 뭔지 나도 몰라.”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 앞의 후지와라 미우를 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분은 아마 섬나라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섬나라 사람의 예명을 가지고 있다니 조금 재미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막 나타나자마자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분명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다. 하현은 사주한 사람
후지와라 미우는 이때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남원 같은 촌구석에서 살기가 어려워 대구로 달려왔구나.”“네 집에서 먹고 마시고 일 자리도 너한테 기대서 찾고!”“너네 집이 새로운 별장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뻔뻔하게 들어와 살려고 하는 거야?”“거기다 내가 듣기로는 이 사람이 염치가 없다고 하던데!”후지와라 미우는 멀리 있는 1호 별장을 가리켰다. “대구 전체에서 1호 별장이 소남 임가의 산업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 대구 1인자 임복원의 저택이지.”“그런데 이 놈이 그곳을 자기 것이라고 했다고?”“가난해도 가난한 기개가 있어야지!”“가난하면서 기개도 없고, 뻔뻔하기까지 하다니!”후지와라 미우는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그리고 그녀 주변의 인터넷 스타들은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방송에서 너무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겪어보았다. 몇 백 원 쥐어 주고 그들에게 춤추고 노래하라고 시키는 거야? 그들을 뭘로 보는 거야?”하현의 이런 가난뱅이 자태는 라이브 방송의 그 가난뱅이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옆에 있던 슬기는 눈에 거슬려 무슨 말을 하려다 하현에게 제지를 당했다. 오늘 밤 이 대극은 분명 자신을 겨냥한 것이었다. 주건국은 아마 몰랐을 것이고 분명 이소연과 주시현 모녀의 걸작일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하현이 직접 나서서 그들과 잘 놀아줘야지. 하현의 태도를 보고 후지와라 미우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자신이 이미 하현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계속 하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 “하현 맞지?”“듣기로 너는 자기가 향산 1호 별장에 산다고 허풍 떠는 거 말고도 경호원이 되겠다고 나섰다던데?”“너는 딱 봐도 팔다리에 힘이 없어 보이는데 누구를 경호하겠다는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 시현이한테 접근하려고 그렇게 머리 굴리지 마!”“너 같은 사람은 차원이 너
”기껏해야 보름이라고?”형나운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더니 버럭 화를 내었다.“개자식, 재주도 없으면서 뭐라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저주를 퍼붓는 거야?!”“당신 정말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군!“정말 사람이 그러면 안 돼!”“당장 꺼져!”“여기서 더 이상 농간 따위 부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언니의 체면을 봐서 목숨을 살려 두지! 그렇지만 사지는 멀쩡하지 못할 거야!”하현의 충고가 형나운에게 치욕과 분노를 안긴 것이 틀림없었다.“붕!”바로 그때 바깥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렸고 밝고 노란 불빛을 빛내며 도요타 엘파가 멈춰 섰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여러 명의 젊은 사람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손에 오래된 나무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그들 사이를 비집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무도복을 입은 모습이 기이하고 범상치 않은 것이 딱 봐도 오랜 연륜이 배인 풍수지리사의 풍모였다.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한 번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바로 알아차렸다.이 사람이 바로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라고 불리는 장 대사였다!“장 대사님! 드디어 오셨군요!”형나운은 가족들을 거닐고 감격에 겨워 앞으로 나섰다.“마침 딱 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집은 사기꾼한테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어요!”“하 씨! 이분은 장 대사님이야! 장천중 대사님!”“국가 공인 풍수지리사인데 큰 행사도 많이 주관하셨지!”“도교의 정수 용호산에서 풍수지리술을 전수받으셨어. 당신 같은 사기꾼이랑은 완전히 달라!”“당신 따위? 흥! 어림도 없지!”“당신은 장 대사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걸!”“그런데도 감히 우리 집안에 망신을 주려고 하다니!”“빨리 썩 안 꺼져! 어서 꺼지라고!”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하현을 사납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형나운, 당신은 말끝마다 나더러 사기꾼이라고 하는데.”“그럼 사기꾼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진단하는지 어디 한번 보여줘 봐!”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하현은 형나운의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의 상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음기가 몸에 들어온 것뿐입니다.”“그 뿌리만 뽑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예요.”“음기가 몸에 들어왔다고?”형홍익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난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지금까지 음험한 곳에 간 적도 없어.”“게다가 내 집 마당도 모두 풍수지리사의 손을 거쳐서 특별히 설계된 거야. 애초에 지하 공사할 때도 음기가 배어들 만한 음험한 곳은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음기가 들어왔을 수가 있어?”“난 여기서 수십 년을 산 사람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하현은 돌리지 않고 사실대로 솔직히 말했다.“이 음기가 이 댁에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죠!”“최근에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형나운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아니, 하 씨! 우리 집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인 줄 알아?”“음기라는 것은 보통 더럽고 음험한 곳에서 생겨나는 거야.”“우리 집처럼 깨끗한 저택에 어떻게 그런 몹쓸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거야?!”“게다가 그 음기가 최근에 들어온 거라고?”“왜? 그 음기의 근원이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그래?”하현은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음기의 근원은 어르신이 아닙니다. 그게 언제쯤이라고 한다면, 말하기 좀 그렇지만...”형나운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의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아서 우리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러 다니는 입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바보는 아니야!”“할아버지의 몸속에 음기가 뿌리내렸다면 지금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형나운은 얼굴 가득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른 데다 간민효에 대한 원망도 불쑥 치솟았다.이런 헛소리나 하는 사기꾼을 감히 형 씨 가문에 데려오다니!형 씨 가문이 아무리 은둔의 집안이라고 해도 무슨 개나 고양이나 다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허무맹랑한 말로 사람을 치료해
형나운은 형홍익의 면전에서 그날 밤의 일을 한 번 더 언급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했다구요.”“그때 할아버지가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당신 같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떠벌리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 상대 안 해!”말을 하는 형나운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 내가 벤츠 차량의 철골 골격을 들지 않았더라면 이 어르신은 차량 밑에 깔렸을 거야.”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 감히 우리 할아버지 목숨을 두고 뭐라고 하는 거야?”“당신이 한 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임질 수 있어?”“당신이 그러지 않았더라면 우리 할아버지는 이틀 동안 입원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형나운은 얼굴 가득 한기를 드러내며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날 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하현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형나운, 하현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의 힘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세. 그가 손을 쓴 이상 분명 자신이 있었을 거야.”간민효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손을 쓴 것은 호의로 한 것이지 돈 몇 푼 때문에 한 것이 아닐 거야. 하현은 인격적으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장할 수 있어.”“게다가 그는 풍수지리에도 아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신사 상인 연합회의 엄도훈이 하마터면 불운하게 죽을 뻔했는데 그를 구한 사람도 하현이고.”“바로 그 때문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하현을 데리고 온 거야.”“돈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마! 하현이 필요하다면 내가 언제든지 그에게 백억이든 천억이든 줄 수 있어!”“비행기에서 날 구해 줬기 때문이야!”간민효가 하현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하현의 인품을 인정해서이
그런데 간민효가 이 노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뒤에 서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뭔가 언짢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지금 이런 상태라면 아마도 이 노인은 머지 않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노인은 자신이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민효야. 나 때문에 슬퍼할 필요없어. 생사는 운명이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난 진작에 내 몸이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참, 너 며칠 전에 비행기 안에서 피격당했다면서?”“그건 괜찮아?”“나한테 백 년 산삼이 몇 뿌리 있으니 가져가서 기운을 차리는데 써.”노인은 간민효에게 애정이 깊은 듯했다.간민효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삼촌,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괜찮아요.”말을 하면서 간민효는 하현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삼촌, 소개할게요. 이분은 하현이에요. 바로 이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날 구해 줬어요.”“하현, 이분은 내 삼촌, 형홍익 어르신이야.”“형 씨 가문은 금정 은둔가 중 하나이며 조상 중에는 어느 황실을 모신 적도 있어.”“형 씨 가문은 조용하지만 금정의 정상급 왕 씨 가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집안이야.”“오늘 내가 당신을 여기 데리고 온 건 당신이 이분의 증상을 좀 도와줄 수 있는지 어떤지 좀 봐줬으면 해서였어.”간민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하현, 당신이 비행기 안에서 우리 민효를 구했단 말이야?”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마워. 우리 민효의 친구라면 앞으로 우리 형 씨 가문의 친구가 되는 거야.”하현은 서둘러 손을 뻗어 형홍익의 손을 잡았다.“어르신, 그런 말씀 마십시오. 민효한테 소중한 사람은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잠시 후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형혹익의 양미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하현의 눈에는 형홍익의
”붕!”15분 후 빨간 페라리 한 대가 설 씨 집안 앞에 멈추었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갔고 간민효의 아름다운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세련된 선글라스를 낀 그녀의 얼굴은 고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었다.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하현! 여기!”하현은 이전에 간민효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햇빛 아래서 빛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흠칫 놀랐다.설은아가 절세미인이긴 했지만 간민효도 절대 설은아에게 밀리는 얼굴은 아니었다.둘 다 절세미인에 한 떨기 아리따운 꽃이었지만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누가 더 예쁘다고 감히 말할 수 없었다.정상적인 남자라면 절대 둘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단지 딱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둘 다!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차 문을 열고 안으로 올라탔다.차 안은 그윽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고 힐끔힐끔 보이는 간민효의 긴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설은아에게 인사 안 해도 될까?”간민효는 설은아와 친한 사이라도 되는 양 싱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하현은 인사는 무슨 인사냐는 듯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설은아가 질투라도 하면 어쩌려는 것인지?!하현의 맑은 눈빛과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 간민효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자신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고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었다.금정은 말할 것도 없고 연경 사람들조차 자신의 외모에 군침을 흘리기 일쑤였다.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얼굴을 보이다니!정말 이 남자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번이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에 간민효도 별다른 말 없이 선글라스를 낀 채 액셀을 밟았다.30분 후 페라리는 고즈넉한 호숫가 주택지에 들어섰다.이곳은 넓은 부지를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