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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1화

강책은 조연진을 차에 태웠다.이때 곽현민이 선뜻 다가오며 말했다.“그 사칭자는 강책 씨께서 잘 해결해주세요.”“물론입니다.”“연진 씨는 제가 직접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그래요. 제가 차로 배웅해드릴게요.”강책이 손짓하자 곧바로 차 여러 대가 호송하러 왔다. 곽현민은 직접 운전하여 조연진을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그들의 차가 멀리 떠난 후 강책도 다시 회사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는 사칭자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상세하게 조사할 계획이었다.바로 이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여보세요?”“강책 씨, 저희가 이미 제리 마스터가 묵고 있는 호텔을 조사해 봤는데 강책 씨 예상대로 마스터가 납치를 당했어요. 제리 마스터는 줄곧 방안에 갇혀있고 옷과 서류 등은 전부 그 사칭자가 가져갔어요.”“알았어.”모든 것이 강책이 추측한 대로이니 그다지 놀랄 것도 없었다.이 일은 이쯤에서 끝나야만 했다.강책이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또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아 참 강책 씨, 제리 마스터의 말에 의하면 그를 납치한 사람은 남자 한 명 외에 여자도 한 명 더 있는 것 같대요. 한 사람의 짓이 아니라 일당이 있는 것 같아요.”일당이라고?순간 강책의 머릿속에 아주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그는 놀란 눈빛으로 조연진의 차가 떠난 방향을 쳐다봤다. 생각하면 할수록 소름 끼쳤다.“망했어!”사실 그는 좀 전에도 매우 수상했다. 사칭자는 뭇사람들 앞에서 라이터를 꺼내 조연진과 함께 죽으려 했는데 이런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현장에는 수많은 경호원과 소화기가 놓여 있어 사람이 불에 타죽을 가능성은 너무 낮았다.그는 드디어 알아챘다. 사칭자는 단지 속임수를 쓴 것에 불과했다.진정 조연진과 함께 ‘한줄기 불꽃’ 이 되려던 자는 사칭자가 아니라 또 다른 여자인 곽현민이었다!“젠장, 이렇게 어리석은 실수를 하다니!”강책은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사실 그를 탓할 것도 없었다.누구든 변태 범인이 당연히 남자일 거로 여길 테니까. 여자일 줄을 대체 누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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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조씨 가문의 저택에서 조해인은 한창 아내 기윤미와 함께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과일도 먹여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었다.조해인은 전국 각지에 수많은 애인을 두고 있지만 아내한테 여전히 매우 충실했다. 밖에서 아무리 기고만장하게 날뛰어도 집에 들어오면 얌전하고 성실할 따름이었다.어쩌면 집에서 너무 갑갑한 나머지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푸는지도 모른다.그도 그럴 것이 기윤미의 기세는 사납기 그지없었다.조해인은 밖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얌전한 고양이가 되어 아내의 말에 절대복종한다.“여보, 다리 좀 어때?”조해인이 아부하며 물었다.“괜찮아졌어.”기윤미는 다른 한쪽 다리를 그에게 내뻗더니 계속 과일을 먹으며 TV를 시청했다. 마치 궁중의 대비마마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조씨 일가에서 기윤미는 세대주 외엔 거의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녀는 불같은 성격에 능력도 출중하다.조씨 일가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올라온 데에는 기윤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조해인이 실패에 부딪힐 때마다 기윤미가 힘을 써서 구해줬고 조씨 일가에서 따내지 못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도 기윤미가 아이디어를 짜서 전부 해결해 주었다.기윤미는 조씨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빅 브레인’ 이었다.하여 집안에서 이토록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문득 조해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아내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상대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부회장님, 큰일 났어요. 연진 씨가 사람들에게 잡혀갔어요!”“뭐?!”조해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한 무리 사람들을 보내 철통 보호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어떻게 잡혀갈 수 있단 말인가?상세한 보고를 들은 후 조해인은 좌불안석이 되어 어쩔 바를 몰랐다. 조씨 일가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여동생 조연진이었다.만약 조연진이 잘못되면 그는 대체 어찌 살아가란 말인가?“강책 이 망할 자식, 아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 같은 녀석!”기윤미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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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이젠 어떡해야 하는 걸까?조연진이 물었다.“현민 씨,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곽현민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고 있어요.”“낙운강이요?”“네. 우리 함께 낙운강에 뛰어들어 사랑을 승화해요!”조연진은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사랑이 웬 말이야고? 그녀는 이성에게만 호감을 느낄 뿐 곽현민과 같은 변태에겐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현민 씨, 차 세워요. 나 진짜 현민 씨한테 호감 없다고요.”곽현민은 낯빛이 변했지만 차의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괜찮아요, 연진 씨. 혼자만의 사랑이라도 좋아요.”이런 일방적인 ‘사랑’ 이 가장 골치 아프다. 상대는 전혀 아무 느낌 없다는데 한사코 매달리고 집착하고 심지어 함께 죽으려 하다니.이게 정말 사랑인 걸까?이건 엄연한 이기적인 행위이다!그들의 차는 낙운강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몇십 초 뒤엔 바로 난간을 뚫고 도로에서 낙운강으로 떨어질 기세였다.경찰이 곽현민의 위치를 파악한다 해도 이젠 더는 막을 수 없다.“안돼!!!”조연진은 울며 애원했다. 그녀는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마음속엔 또 다른 남자가 자리하고 있었으니.“강책 씨, 어디 있어요? 제발 나 좀 구해줘요!”그녀의 진심이 닿았던 걸까, 이때 갑자기 길옆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튀어나왔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옆에서 뛰쳐나왔다.그가 바로 강책이었다!본인이 한 잘못이니 직접 만회해야 한다.“강책 씨?!”조연진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강책이 나타나다니, 정말 짜릿할 따름이었다.곽현민도 강책을 보았다.그녀는 하찮다는 듯 코웃음 치며 말했다.“혼자서 사람을 구하려고? 꿈도 꾸지 마! 연진아, 넌 오늘 내 여자야. 우린 반드시 함께 뛰어내려야 해!”그들의 차는 순식간에 난간 쪽으로 돌진했다.이때 강책이 재빨리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려 자동차 위에 안착했다.곽현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차는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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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도끼가 이제 막 강책의 팔에 꽂히려던 순간, 조연진은 서슴없이 자신의 몸으로 곽현민을 들이받았다. 이에 곽현민은 머리가 띵해졌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좌석 사이에 그대로 끼었다.마냥 착한 조연진을 이 지경으로 몰아붙이다니, 강책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연진아, 올라와 얼른!”강책은 다른 한 손을 내뻗어 조연진을 힘껏 잡아당겨 차 위로 잡아당겼다.그 시각 헬기 한 대가 그들 쪽으로 날아오더니 사다리를 내려보냈다.강책은 한 손으로 조연진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흔들리는 사다리를 꽉 잡은 후 헬기에 매달린 채 위로 날아올라 갔다.차 안에는 곽현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녀는 차창 너머로 구출되는 조연진을 바라보며 절망 섞인 표정을 지었다.“안돼, 안돼!”남을 해치려 들면 본인도 무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 셈이다. 오랫동안 계획한 꼼수에 결국 본인만 넘어갔고 정작 조연진은 안전히 구출되었으니,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이란 말인가?몇 초 후, 차가 낙운강에 빠져 굉음을 내며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경찰이 나중에 차를 건졌을 때 곽현민은 일찌감치 익사했다.그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계획이라 여겼는데 이토록 쉽게 강책에게 파괴당하다니.그도 그럴 것이 오직 강책만이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만약 일반인이라면 조연진의 시체만 건질 뿐, 그녀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강책은 조연진을 꼭 안고 헬기에 탄 채 안전한 곳에 착륙했다. 조해인이 한 무리 사람을 거느리고 자리에 도착했다. 그는 걱정 어린 말투로 조연진에게 안부를 물은 후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의사들을 데려와 그녀를 진찰하게 했다.다만 그녀는 모든 사람을 돌려보냈다.조연진은 강책만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품 안에서만 따뜻한 온기와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강책은 매우 난처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를 밀쳐낼 순 없었다.그렇게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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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그래, 로라야. 이번 일은 너에게 맡길게. 강책에게 꼭 알려야 해. 걔는 이미 끝장났다는걸!”“나만 믿어!”로라는 편지를 챙기고 회의를 마친 후 곧장 사람들을 거느리고 모리 하이테크로 향했다.그 시각 강책은 조씨 일가의 일을 마무리하고 이제 막 모리 하이테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는데 비서 정단이 부랴부랴 안으로 달려왔다.“회장님, 사고가 났습니다.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몰려와 선전포고를 하려는 모양입니다.”선전포고?강책은 눈을 가늘게 뜨고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요.”“네.”정단은 곧바로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람들을 사무실 입구로 오게 했지만 로라만 안으로 들였다.“정단 씨, 먼저 나가봐요. 문 꼭 닫으시고요.”“네.”정단은 강책의 분부대로 사무실을 나서며 문을 굳게 닫았다. 그녀는 밖에 서 있는 어게인 하이테크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며 만에 하나 부적절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바로 경호원을 불러 전부 쫓아낼 예정이었다.현장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전’ 이 곧 시작될 것 같았다.사무실 안.강책은 조용히 로라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서로의 눈빛 속에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연진 씨는 괜찮죠?”“그래.”로라는 한숨을 돌리고 선전 포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강책 씨, 우리 어게인 하이테크가 당신들 모리 하이테크에 정식으로 선전포고합니다. 경주의 최강자는 단 한 명이어야 해요!”강책은 선전 포고서를 꺼내 읽어보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담담하게 말했다.“얌전히 살면 될 것을 뭣 하러 죽고 싶어 안달인데?”정말 그런 걸까?로라가 하찮은 듯 대답했다.“강책 씨, 본인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군요! 이젠 예전과 달라요. 형세가 많이 바뀌었다고요. 당신은 더이상 도씨 일가의 지원을 못 받지만 도리어 우리가 도씨 일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죠. 우리 양쪽의 실력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났어요. 아직도 옛날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면 비참하게 죽을 뿐이에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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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로라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조심스럽게 부검 보고서를 펼치고 열심히 읽었다.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전부 읽었다.실은 내용의 5분의 1을 읽었을 때 그녀는 이미 결론을 얻었지만 이 보고서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끝까지 정독했다.서술부터 편집, 도장, 사인까지 여러 방면을 모아볼 때 이는 경찰의 부검 보고서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사실 이런 부검 보고서는 조금만 손을 써도 쉽게 구할 수 있다.다만 로라가 어게인 하이테크에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갖은 방법으로도 구하지 못했다.로라는 그때 이미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에게 진실을 숨기는 듯한 느낌이었다.그러던 중 진짜 부검 보고서를 보게 되자 로라는 대체적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이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오영감은 화재로 숨진 것이 결코 아니다.비록 큰불에 타버려 화상이 매우 심했지만 시신의 가슴과 호흡기관은 전혀 불에 타지 않았다.즉 오영감은 화재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죽임을 당했다.그 밖에 경찰은 오영감의 뒤통수에서 한 치 안 되는 상처를 발견했는데 무언가에 찔린 듯한 흔적이었다. 이게 바로 오영감의 진짜 사인이었다.사람은 직접 자신의 뒤통수를 찌를 수 없다.다시 말해 누군가 오영감의 뒤통수를 찔러 숨지게 하고는 일부러 불을 질러 화재를 일으킨 후 사람들에게 오영감이 화재로 죽은 거로 착각하게 했다.그 외에 화재 현장에서 경찰들이 발견한 의문점도 꽤 많았다.오영감이 불에 탄 속도는 다른 사물보다 명색이 빨랐는데 이는 누군가가 인화성 물질을 그에게 얹어 연소 속도를 높인 게 틀림없다.이 또한 오영감이 화재로 죽은 것이 아님을 더욱 확인시켜주었다.온전한 부검 보고서를 확인한 후 로라는 제자리에 내려놓으며 마음이 뒤숭숭해졌다.강책이 물었다.“이젠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겠어?”로라가 차갑게 말했다.“의부님이 화재로 숨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밖에 없어요. 어쩌면 강책 씨 부하가 의부님을 살해한 후 화재로 위장하여 경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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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강책도 전혀 걱정될 게 없었다. ‘의심’ 의 불씨가 이미 생겨버렸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의문점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진실의 나무’ 는 언젠가 커버리게 될 테니까.문이 열리고 로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정단은 얼른 안으로 들어가 강책에게 물었다.“회장님, 로라 씨한테 무슨 얘기를 하셨길래 저렇게 화났어요?”강책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화난 게 아니라 갈팡질팡하는 거예요.”로라는 어게인 하이테크로 돌아간 후 사무실에 틀어박혀 오영감의 생전 사진을 손에 쥐고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의부님, 대체 진실이 뭐죠? 정말 오빠가 그런 거예요? 정말 그런 거라면 난 이젠 어떡해야 하죠?”로형민이 범인이라면 로라는 절망에 빠질 것이다. 그녀의 목숨은 그해 로형민이 바꿔온 것이니까.이 세상 사람들을 전부 죽일 수 있어도 로형민만은 절대 안 되었다.“의부님, 제발 정답을 알려주세요.”로라는 괴로운 마음을 부둥켜안고 사진을 바라보며 계속 되물었다.이때 문이 열리고 로형민이 안으로 들어왔다.“로라야.”“오빠?”로라는 얼른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추슬렀다.로형민은 가까이 다가와 그녀 손에 쥔 사진을 보며 물었다.“또 의부님 생각하신 거야?”로라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응, 난 아직도 의부님이 우릴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로형민이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우린 이 슬픔을 꼭 기억하고 강책 그 악마를 법으로 다스려야 해! 하늘에 계신 의부님의 영혼을 위로해 드려야지.”예전 같으면 로라는 로형민의 이런 말에 연신 맞장구를 칠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그녀는 감격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의심의 눈길로 물었다.“오빠, 의부님이... 정말 화재로 숨진 걸까?”뭐라고?로형민의 눈가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왜 이렇게 묻는 걸까?로라가 뭐라도 발견한 걸까?로형민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강책의 부하가 의부님을 불에 태워 죽였어. 내가 똑똑히 봤다니까.”똑똑히 봤다고?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부검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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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다음 날 아침, 강책은 조씨 일가로부터 감사연회에 참석하라는 초대장을 받았다.그동안 강책이 조씨 일가에 적잖은 도움을 주어 조성열이 친히 감사연회를 열었는데, 그의 진정한 의도는 강책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강책과 조연진을 이뤄주기 위함이다.점심때가 다 될 무렵, 강책이 시간을 맞춰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조성열이 친히 그를 마중하며 가장 고급스러운 룸으로 향했다.여기서 밥 한 끼 먹으려면 무려 2억 원 가까이 든다.조씨 일가와 같은 재벌 가문만이 이런 곳에서 손님을 초대할 실력이 된다. 일반인들은 아예 잠깐 앉아있을 능력도 없을 것이다.다들 자리에 앉아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오늘 조성열, 조연진, 조해인 등 조씨 일가의 임원들 외에 또 한 명의 특별한 사람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그녀는 바로 조해인의 아내 기윤미였다.모두가 그녀를 조씨 가문의 빅 브레인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그녀가 참석하다니, 그야말로 조씨 가문의 체면을 한껏 세워준 셈이다.강책의 감사연회에 기윤미가 친히 참석한 것은 조씨 일가에서 강책을 매우 중시한다는 뜻이다.조씨 일가에서 조성열의 지위가 가장 높지만 그런 그라도 기윤미에게 깍듯이 대한다.조씨 일가에 조성열이 없어도 되지만 기윤미가 없어서는 안 된다.그녀의 지혜와 담력은 조씨 일가의 여느 남정네들보다 훨씬 강하여 모두 그녀의 계략에 의지해야만 조씨 일가가 더욱 번창할 수 있다.곧이어 액세서리가 서로 부딪치는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기윤미가 왔다는 걸 눈치챘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엄청 추구하는 사람이다.색조 화장품과 기초 화장품이 방안을 가득 채웠고 조씨 일가의 별장에 궁전을 지어 그녀의 액세서리와 옷을 보관하고 있다. 그녀는 외출할 때마다 수많은 액세서리를 착용한다.말 그대로 부귀영화 그 자체였다.외출 때마다 진주, 마노, 다이아몬드, 황금 등 온갖 장신구를 착용하여 걸을 때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아름다움은 둘째치고 엄청 돈이 많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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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현장의 자리 배치로 볼 때 조성열이 메인 석에 앉고 그다음이 기윤미, 그다음이 조해인이다.기윤미의 자리는 조해인보다 더 높았다.이 광경을 본 강책은 문득 조해인이 왜 밖에서 수많은 애인들을 만나고 인당 별장 한 채씩 장만해 주는지 알 것 같았다.왜냐하면 그는 기윤미한테서 ‘사랑’ 이란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기윤미의 앞에만 서면 조해인은 비겁한 하인으로 변하니까.조씨 일가의 장남이자 차기 상속자, 지금의 부회장인 그가 어찌 이런 수모를 견뎌내겠는가?그러니까 밖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자리에 앉은 기윤미는 바로 강책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오늘 연회에 참석한 목적이 바로 강책을 알기 위해서였다.극단적인 조건에서 조연진을 구출하다니, 강책의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만 기윤미는 강책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닌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압력을 가하며 자신의 위치를 더 확고히 할 생각이었다.조성열이 강책을 눈여겨보며 조연진을 그에게 시집보낼 의향이란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만약 강책이 조씨 일가의 훌륭한 사위가 된다면 추후에 기윤미의 자리도 조금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강책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이후에 조성열이 강책을 이용하여 기윤미를 제압할 수도 있다!하여 그녀는 오늘 강책에게 기선제압을 하며 조씨 일가에서 제멋대로 굴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처음 뵙네요 강책 씨, 반가워요.”기윤미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네, 반가워요.”강책도 간결하게 인사했다.이때 기윤미가 불쑥 난감한 발언을 했다.“강책 씨가 도씨 집안 어르신의 친손자라고 하던데? 정말인가요?”장내에 있던 모든 이가 표정이 얼어붙었다.강책이 도영승의 친손자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 속에 얽힌 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할아버지와 손주의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져 불쾌한 이 일을 먼저 언급하는 자가 거의 없었다.보아하니 기윤미는 일부러 강책의 심기를 건드릴 모양이다.다만 강책은 제법 교양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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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강책이 수저를 들기도 전에 기윤미가 선뜻 닭고기를 집어 자기 그릇에 담았다. 그녀는 강책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은 채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기윤미는 그릇 안의 닭고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아버님, 이 닭 혹시 반년 전에 아버님이 먼 산에서 거금을 들여 사 온 후 전문 인사를 찾아 정성껏 키운 그 닭이에요? 그 닭이 지금 닭볶음탕으로 변한 거예요?”조성열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호탕하게 웃었다.“맞아! 내가 이 닭들에 심혈을 적잖게 기울였지. 웬만해선 꺼내지 않는다고.”조성열은 닭의 소중함을 말하며 오직 강책에게만 이 닭을 대접한다는 마음을 표하고 싶었다.다만 기윤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아무리 예쁘고 소중한 닭도 결국 닭일 뿐이죠. 평소에 잘 먹이고 잘 키워도 나중에 삶아서 고기를 먹기 위해서잖아요. 어떤 이는 자신의 위치를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해요. 닭은 닭일 뿐, 절대 하늘을 날 수 없어요.”이는 엄연히 강책을 겨냥한 말이었다.기윤미는 닭으로 강책을 비유하며 제 분수를 지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절대 ‘봉황’ 이 될 수 없으니 조씨 일가의 권력을 탐내지 말라는 뜻이었다.조씨 일가에서 지금 그에게 친절해도 언젠가는 식탁 위의 ‘고기’ 가 될 것이다.적절한 시기에 무조건 그를 잡아먹는다는 뜻이었다.사실 기윤미의 말은 조성열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그는 강책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정중하게 초대하고 싶었는데 그녀의 말 때문에 오히려 강책에게 압력만 가하는 꼴이 되었다.조성열은 졸지에 양쪽에게 모두 미움을 사버렸다.“아니, 난... 그게 아니라...”조성열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주위 사람들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조해인은 몰래 웃음을 훔쳤다. 강책이 드디어 곤경에 빠지다니, 그는 마냥 깨고소할 따름이었다.한편 강책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자신이 조씨 일가를 도와준 것 때문에 기윤미의 시기와 질투를 받다니, 그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기윤미는 그릇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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