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으로서 그만한 고수가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고수가 없는 부족에서는 다른 종족의 고수를 모셔 와 부족을 지켜달라고 한다. 하지만 매 부족의 고수들도 실력 차이가 많았다.“최서준, 정말 대단하네. 젊은 나이에 부족의 사람들과 함께 나와서 사냥이라니.”그 남자는 최서준을 보고 그저 일반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고수들을 따라 사냥에 나와 시야를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최서준이 이어서 얘기했다.“어쩔 수 없죠. 우리는 아주 작은 부족이라 매일 식량을 위해 움직여야 하니까요.”대화를 나누면서 최서준은 이 남자의 이름이 진기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면서 비경 속의 사람들이 보통 야수를 사냥해서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야수들도 사람을 잡아먹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숲을 지나가던 최서준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게 되었다. 먼 곳에서 봤을 때는 그저 아무 감각도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무 밑에서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전율이 퍼지는 것만 같았다. 나무의 뿌리는 거의 빌딩 한 채 같았다. 아마 몇십 명이 두 팔을 벌리고 안아야 안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이곳에 도착하자 계속 입을 닫고 있던 야밤정령이 드디어 입을 열어 진기준에게 얘기했다.“일을 다 봤으면 나무에 와서 날 찾아. 시킬 일이 있어.”그의 목소리는 꽤 듣기 좋았다. 말을 마친 정령은 바로 나무 위로 날아갔다.진기준은 간단하게 대답한 후 최서준에게 얘기했다.“보지 마. 저기는 정령들이 사는 곳이야. 우리는 다 이곳에 살아. 오늘은 어쩔 수 없지만 나랑 같이 자야겠어.”말을 마친 후 바로 최서준을 끌고 가려고 했다.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은 다 각자의 처소로 움직였다.진기준은 최서준을 데리고 자연의 모습이 가득한 텐트로 왔다. 이름 모를 야수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텐트였는데 뒤에는 금방 야수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사람 네 명이 온몸에 피를 묻힌 채 들어오고 있었다.여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남
큰 나무 위에서, 한 야밤정령이 최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아까 만났던 야밤정령이었다. 그는 최서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최서준이 이곳까지 따라오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남몰래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언제부턴가 최서준은 비경 속에서 실력의 제한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인지할 수 있는 범위도 전보다 절반은 줄어든 것 같았다.최서준이 나무 위쪽의 기운을 읽으려고 할 때, 나무 위는 인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역시 이곳은 심상치 않은 것만 같았다.의심만 가득 안은 채, 최서준은 진기준과 저녁 인사를 하고 평범한 사람처럼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아무리 이곳에 영기가 짙어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는 하나 일반인처럼 행동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그러다가 새벽이 되었을 때, 최서준은 그 정령이 물러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최서준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연석진에게 물었다.“위쪽의 기운을 읽으실 수 있나요?”최서준이 머릿속에서 물었다.“나도 안돼.”최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연석진은 무황급 고수인데, 그도 위쪽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한다니.최서준은 저도 모르게 경각심을 세웠다.이 비경은 결코 평범한 곳이 아니다.게다가 밖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알고 있었다니. 설마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게끔 만든 것인가?최서준은 깊게 잠들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내 최서준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깨어났다. 일어나보니 어제 본 주민들은 하나같이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었고 그 주의에는 총과 칼을 든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한 야밤정령이 날개를 펼치고 하늘에 떠 있었다. 최서준은 그제야 야밤정령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걸어가 보니 가운데에 있는 것은 모두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진기준에게 목숨을 빌고 있었다.같은 사람들이지만, 최서준은 그 사람들이 바로 최서준과 같이 대하에서 비경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옷만 봐도 다르다는 것을
최서준과 아는 사이라고 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경계심을 풀었다.진기준이 물었다.“그래서 두 사람 같은 부족이라는 거야? 그리고 우연히 여기서 다시 만난 거고?”“네, 기막힌 우연이네요. 기준이 형, 정말 고마워요. 절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전 철수 형을 다시는 못 봤을 거예요.”최서준이 돌아가면서 얘기했다. 사람을 속이려면 끝까지 속여야 하니까 말이다.“기준이 형은 정말 제 귀인이에요. 기준이 형이 절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전 정말 철수 형 없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도 못 할 거예요...”최서준은 또 뭐라고 얘기했다. 예를 들면 부족의 사람들이 사냥을 나와서 어떻게 길을 잃은 것인지 말이다.이렇게 최서준의 구구절절한 설명 끝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실이 현실처럼 엮어졌다. 최서준 본인도 믿을 뻔한 스토리였다.결국 야밤정령은 잠시 경계심을 내려놓고 다시 그 나무 위로 날아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최서준은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최서준과 철수 형은 이제 진기준과 함께 텐트에서 잘 수 없었다. 진기준은 사람을 시켜 남은 텐트에서 두 사람을 자게 했다.깊은 밤, 사람들이 다시 잠에 들었을 때 최서준은 기운을 퍼뜨려 철수 형과 그 일행을 뒤덮었다. 그 사람들은 반항하려고 했다. 아무리 최서준이 그들을 도와줬다고 하나 낯선 사람에게 머리 숙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무후 네 번째 단계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또 기운은 사라졌다.최서준 앞에서 무후 네 번째 단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최서준은 억지로 그들을 기운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그들이 반항할 힘을 잃었을 때 다시 방음 결계를 치고 무후 네 번째 단계의 기운 아래에 자기 기운을 숨겼다.최서준은 야밤정령들 앞에서 자기 실력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야밤정령은 이 힘이 최서준이 아닌 무후 네 번째 단계의 힘인 줄 알 것이다.이후 최서준이 물었다.“말해. 어디서 온 누구인지.”그 사람은 약간 고민했다. 그러자 최서준이
“우리는 그제 두, 세 명이 왔을 뿐이다. 넌 왜 정양파의 사람들과 같이 오지 않았지?”최서준은 인씨 가문에서 몇 명을 보냈는지 잘 몰랐기에 대충 둘러댔다.“인서준 씨,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 비경 속에서 다들 혼자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누가 자기가 얻은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고 하겠습니까. 인서준 씨는요? 왜 다른 사람들이 없죠?”김표가 되물었다.“그거야 내가 다른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지.”최서준은 의미심장하게 얘기했다.“그렇군요, 그러면 인서준 씨는 어떤 정보들을 모았나요?”김표는 최서준의 실력이 자기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보 또한 최서준이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말하기 부끄럽지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는 건 하나도 없어. 기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번 임무를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래, 네 임무도 혹시...”최서준이 얘기했다.“결정을 찾기?”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그 결정이란 것 도대체 무엇이지?”정양파의 사람은 최서준보다 아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최서준은 그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저도 몰라요. 제가 들은 건, 결정만 있으면 무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무신이 될 수도 있다고 해요.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이 아니니까요.”김표는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최서준에게 알려주었다.“아, 그렇군. 하지만 그 몸에 있는 혈흔은 뭐죠?”최서준은 김표 덕분에 결정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이건 어제 숲에서 야수들을 만나서 싸울 때 남김 핏자국입니다. 숲을 보고 나무에서 쉬려고 이쪽으로 온 것인데 사람들에게 포위될 줄은 몰랐어요.”김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지만 최서준은 그가 격전을 벌렸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진기준과 얘기할 때 들은 것인데, 여기의 가장 약한 야수도 통맥경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몇십 명씩 몰려다니면서 사냥을 한다고 한다. 혼자서 야수를 만
최서준은 아까 자기가 김표 앞에서 김표를 쉽게 제압하는 실력을 보였기 때문에 김표가 이렇게 쉽게 대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두 사람의 실력이 비슷한 것이라면 김표는 같이 다니자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을 것이다.“맞다, 이곳에서는 실력을 숨기고 있는 중이니 들키지 말게 해야 한다. 내일은 당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인사를 드리고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정보를 모아야겠어.”최서준은 잠에 들기 전에 김표에게 얘기했다.김표는 다른 의견이 없었기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최서준 앞에서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니 말이다.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기운을 거두고 이튿날 아침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날이 밝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서준은 김표를 재촉해서 얼른 진기준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른 형제들을 찾아 떠나야겠다고 했다.진기준은 두 사람을 붙잡고 싶었지만 김표가 완강하게 자기의 의견을 밀어붙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건 김표의 의견이 아닌 최서준의 의견이다.하여튼, 그러자 진기준은 두 사람을 더 붙잡지 않고 배웅을 해주었다. 야밤정령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서준과 김표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 질문 한 번 하지 않았다. 떠날 때도 상관을 안 하는 것 같았다. 마치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최서준은 그 정령들이 계속해서 두 사람을 몰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기운은 진기준이 두 사람을 배웅해 주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그러다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사라지자 최서준은 그제야 김표를 데리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비경에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왔다.“이제 어디로 가죠?”김표는 최서준이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최서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루가 지났지만 유용한 정보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저 비경 속의 기본 상식을 조금 알았을 뿐이다.최서준은 이내 직감을 따라 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김표가 따라 나갔
설마 아까 본 것은 다 환각이었던 건가? 이곳으로 사람을 유혹해 오기 위함인가?야수들이 가득하고 초라한 왕성 하나가 있는 곳은 아무 사람도 없는 곳이라고 오해하기 쉬웠다.하지만 만약 이곳이 일부러 이렇게 설계된 함정이라면, 이곳의 주인이 일부러 그런 환각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불러온 것이라면.그 주인은 분명 심상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일 것이다.게다가 수련을 거친 사람이 봤을 때도 환각인 줄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니. 이곳의 주인은 생각보다 더욱 실력이 강하고 섬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만약 연석진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최서준도 정신을 못 차리고 그저 본인의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서준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김표가 물었다.“인서준 씨, 저 왕성에 있는 것이 영석 아닙니까?”김표의 말에 최서준이 시선을 돌렸다. 밖에서 보았을 때, 왕성의 테두리는 모두 영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높은 급의 영석이었다.들어가서 영석을 갖고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연석진의 말에 최서준은 경계심을 낮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석이 하나뿐인 최서준은 결국 영석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사람은 원래 본인한테 없는 것을 탐내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보면 최서준이 영석을 탐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한 번 해보는 거야.’비경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좋은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최서준이 왕성에 들어가서 바로 바닥에 있는 영석을 잡아들려고 할 때, 밖에 있던 김표가 외쳤다.“인서준 씨, 조심하세요!”최서준도 그와 동시에 이름 모를 위압감을 느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때, 최서준은 이 왕성 안에서 실력이 제한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경 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기에 방심했던 것이다.지금 이곳에서는 날아오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옆으로 피하는 것도 어려웠다. 일촉즉발의 순간, 최서준은 각도를 약간 비틀어 치명상을 피했다.쿵.소리와 함께 최서
“여기가 네 집도 아닌데. 네가 올 수 있는 곳은 나도 올 수 있지, 안 그래?”진원태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얘기했다.그 사이에 최서준의 부상은 이미 말끔하게 나았다.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이곳에서의 실력 제한은 확실히 심각했다.대충 통맥경 정도의 힘밖에 쓸 수 없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기운을 읽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진원태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만약 밖이었다면 진원태는 공격을 하기도 전에 최서준한테 들켰을 것이다.“보니까 너도 이곳에 갇힌 것 같은데? 날 기다린 게 아니라 말이야.”대문은 열려있었지만 최서준은 저 대문을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흥, 그러면 뭐 어때서. 너도 마찬가지로 갇혔잖아.”최서준이 자기 상황을 얘기하자 진원태는 신경이 곤두서서 차갑게 웃었다.“네가 내 신분을 알게 되었으니 일단 너부터 죽여야겠어.”최서준은 주변 환경에 익숙해진 후 공격을 날렸다. 최서준은 원한을 바로바로 갚는 편이었다. 괜히 시간이 지나 상대를 용서하고 싶어지면 안 되니까 말이다.하지만 최서준을 놀라게 한 것은, 진원태도 통맥경의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이나 싸웠지만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최서준이 약간 더 강한 것 같았지만 진원태도 열심히 최서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모두 체력이 다 해서 숨을 몰아쉬었다.“힘 낭비하지 마. 최서준, 넌 어차피 날 어쩌지 못해. 내가 충고하나 하는데,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이따가 체력이 회복되면 얼마나 힘든지 알 거야.”진원태가 얘기했다.최서준은 무후였던 본인이 통맥경이 되었으니 진원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원태의 말을 듣고 멈춰서서 얘기했다. “그렇다면 잠시 널 놓아주지. 하지만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어. 나도 널 죽일 거야.”진원태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하, 네 그 입도 오늘까지만 나불거릴 수 있을 거야.”최서준은 진원태의 말을 듣고
최서준은 약간 놀랐다. 오늘 의외인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서준은 자리에 앉아 기운을 회복했다. 그의 밑에는 극상품의 영석이 가득했지만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 기운을 흡수할 수 없게 되었다.게다가 이곳의 지리적 원인 때문에 왕성 안에는 영기가 없었다. 그래서 기운을 회복하려면 그저 스스로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진원태가 말하던 것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기운이 회복되지 않자 확실히 어려웠다. 심지어 용문비경의 영기를 끌어 쓸 수도 없었다.이런 상황에 놓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방법이 없었기에 최서준은 그저 자리에 앉아 천천히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진원태는 최서준이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같이 자리에 앉아 기운을 가다듬었다.그러다가 밤이 깊었을 때, 최서준은 그제야 통맥경의 기운을 되찾았다.성 밖에 김표는 밖에서 계속 지켜보았다. 최서준의 말대로 성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최서준이 통맥경 정도의 힘밖에 못 쓴다는 것을 알자 저도 모르게 고민이 되었다.이때를 틈타서 최서준을 해치울지 생각하다가 결국 마음을 접게 되었다. 최서준은 그를 많이 도와준 사람이 아니던가. 야밤정령의 손에서 도망칠 수 있게 해준 것도 최서준이다.최서준은 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할 사이도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기운을 회복한 후 그는 성의 안 쪽으로 들어가 한 바퀴 돌아보았다.대문만 굳게 잠겨있을 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한 바퀴 돈 후, 최서준은 다시 대문 앞으로 와 입구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관찰했다. 그러다가 노란 빛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그 곁에는 세 개의 회색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외에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진원태는 먼저 이곳에 들어왔었기에 이곳의 이상한 점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여유로운 태도로 최서준을 향해 농담을 건넸다.“그만 봐. 내 생각에는 다섯 명이 모여야 문이 열릴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이곳에 오랫동안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