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 아가씨가 누군데요?”미간을 좁힌 최서준이 물었다.“가보시면 아실 겁니다.”검은 정장의 여자는 시원치 않은 대답을 내놓았다.주위를 가볍게 쓱 둘러본 최서준이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안 간다고 하면요?”“스르륵….”주위에 순간적으로 열댓 명 정도의 사람들이 우르르 등장했다. 모두가 가면을 쓴 채 최서준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왜? 납치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나 보지?”최서준이 뒷짐을 쥔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눈썹을 날카롭게 치켜뜬 여자가 큰 소리로 호통쳤다.“너 이놈들! 이게 지금 감히 최서준 씨한테 무슨 무례야!”“얼른 물러나지 못해!”그녀의 호통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순간적으로 주춤하던 그 가면을 쓴 사람들이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흩어졌다.보통 인간이 아니다.최서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나이는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여자의 몸으로 내경에 들어서다니, 보통 사람은 아닌 게 분명했다.순간적으로 최서준은 눈앞의 여자에게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앞장서요.”여자는 최서준을 데리고 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최서준이 발을 들이는 순간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총구가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배릿까지 있네….”대충 주위를 쓱 훑어본 최서준의 입꼬리가 살살 올라갔다.호화로운 저택의 정원은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밝은 조명을 켜놓았다. 자연스러운 꽃향기가 아니라 인조적인 향이 코를 찌르고 있었다.저 멀리 보이는 온천 속에는 물에 젖어 빛나는 피부를 반짝이고 있는 나체의 여자가 옅은 안개 속에서 아른거렸다.“아가씨, 최서준 씨께서 오셨습니다.”여자가 먼저 앞장서 온천 속에 있는 그 여인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말했다.“넌 이만 가봐.”귓가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정장을 입은 여자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갔다.“가봐, 주위에 배치해둔 킬러들도 다 철수시키고. 나랑 최서준 씨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거든.”“네, 알겠습니다!”잠시
최서준은 온천 쪽으로 걸어가 옆에 놓여있던 분홍색의 샤워 타올을 건네주었다.수건을 건네받는 최아현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교태 섞인 눈빛이 반짝였다.곧이어 그녀는 비음 섞인 신음을 내뱉으며 당장이라도 넘어질 듯한 모션을 취했다. 몸을 뒤로 젖히며 최서준의 손에 들려있던 샤워 타올을 힘껏 잡아당겨 최서준을 온천을 끌어들이려 했다.하지만 그런 최아현의 행동에 최서준은 곧바로 망설임 없이 손에서 샤워 타올을 놓아버렸다.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넘어졌다.다시 물 위로 떠 오른 최아현이 불쌍한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최서준 씨 진짜 매정하다, 어떻게 사람이 물에 빠지는데 구해줄 생각을 안 해요? 제가 수영 못 했어 봐요, 지금쯤 이미 물에 빠져 죽었을걸요?”“죽으면 대신 경찰에 신고 정도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최서준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최서준의 대답에 최아현은 짜증 난다는 듯 최서준을 째려보았다. 그 순간 최아현은 얻을 정보도 없겠다 본격적으로 최서준을 놀려주고 싶어졌다.최아현은 온천의 반대편으로 가 샤워 타올로 몸을 감싼 채 맨발로 온천에서 빠져나왔다.그녀는 아까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얼굴로 최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최서준 씨,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최아현이라고 해요. 방금 무례했다면 사과하죠.”“대답 안 해줄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조씨 가문이랑은 어떻게 악연이 생긴 건지 물어보고 싶었어요.”“그쪽은 조씨 가문이랑 무슨 사이인데요?”최서준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최아현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곧이어 입술을 꽉 깨문 최아현이 대답했다.“저도 굳이 숨기진 않을게요. 저는 조씨 가문이랑 철천지원수 같은 사이에요. 제 가족들을 다 죽였거든요. 복수할 기회만을 노리는 중이에요.””거짓말도 정도껏 하세요. 그게 사실이라면 방금 그 화경 대가 레벨의 여자 하나로 진작에 조씨 가문을 멸하고도 남았겠죠.”최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최아현의 말을 끊었다.“최아현 씨, 저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신경 안 씁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최서준은 최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최아현이라는 여자, 어떤 사람인지 좀 알아봐 줘.”그리고는 방금 자신이 다녀간 그 별장의 주소도 함께 보내주었다.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집어넣은 최서준의 눈동자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최아현이라고 하는 이 여자, 보통 여자가 아님이 틀림없었다.화경 대가 정도 되는 여자를 수하로 둔 것도 모자라 어둠 속에서 그녀를 지켜주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군인이었다.그뿐만 아니라 최아현의 별장 속에서 통맥경에 유능한 고수가 숨어있다는 것도 발견했다.아무리 잘 숨었다 해도 최서준의 감각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최우빈에게서 빠르게 답변이 돌아왔다.“도련님, 이 최아현이라는 여자 말이에요. 꽤 신비한 여자 같아요. 저희 쪽 수하가 찾은 바로는 구전 골동품 센터 운영자라는 것 빼고는 아무 정보도 나오지 않습니다.”“알았어.”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딱히 관심 없어. 하지만 내가 조씨 일가한테 복수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한밤중, 몇 대의 방탄 차량이 조용히 조씨 가문의 뒷마당으로 들어왔다.조훈은 조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차 문이 열리자 해외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경계하며 차에서 내렸다, 모두가 실탄을 소지하고 있었다.이윽고 남녀 한 쌍이 천천히 그 차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냈다.밀리터리 코트를 입고 입에는 큰 시가를 물고 있는 남자의 눈빛은 독사처럼 날카롭고 표독스러웠다.길고 하얀 코트를 걸친 채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여자는 기품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 둘은 조명휘의 외삼촌과 엄마인 도선호와 도선화였다.“선화, 선호야. 와줬구나.”조훈은 잔뜩 신난 얼굴로 둘을 맞이했다.그 순간, 수십개의 총구가 조훈을 겨누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십개의 총을 장전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여왔다.깜짝 놀란 조훈의 낯빛이 파리하게 질려 그 자리에
”선화야, 그 새끼는 우리 조씨 가문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가 진작에….”조훈은 얼얼한 뺨을 감싸 쥔 채 무어라 제대로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어찌 됐든 눈앞의 여자도 조훈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니.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의 대표이사로서 골든 특수부대를 손에 쥐고 있는 마약의 여왕으로 그녀의 사업은 전 세계 곳곳에 뻗어있었다. 그런 그녀를 다른 사람들은 즐랙 위도라는 말로 암암리에 지칭하고 있었다.도선호는 그녀의 친동생으로 골든 특수부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 중 하나인 부대를 이끄는 사람이었다. 수하에만 수십만의 군대를 두고 있는 그였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를 손에 묻혀왔을지 가늠이 안 갈 정도였다.조씨 가문의 주인인 조훈이 두 사람을 함부로 거역할 수 없는 이유였다.몇 년 전, 정부에 의해 지명 수배를 당하기 시작한 도선화 때문에 자신의 가문에게 불똥이 튈 것을 두려워한 조훈이 먼저 일방적으로 이혼을 해버렸다. 그 때문에 둘은 10년이 되는 시간 동안 연락 한 번 주고받지 않았다.“닥쳐!”도선화는 차갑게 조훈의 변명을 차단했다.“조씨 가문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명휘 죽인 그 새끼 하나 처지 못 한다니, 그 말은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도선호가 비릿하게 웃으며 옆에서 거들었다.“나도 다 찾아보고 왔어. 그 새끼 고작 스무 살 언저리더만. 그런 새끼가 어떻게 무술 종사야? 니들이 너무 X밥이라 그냥 걔를 신격화시켜놓은 거겠지.”“그래, 백번 양보해서 걔가 진짜 무술 종사라고 쳐. 그래서 뭐? 무술 종사면 총 맞아도 안 뒤진대?”“난 죽어도 안 믿어. 수백 개의 총구가 그 새낄 겨눠도 살아남을까?”“됐어!”도선화가 입을 열었다.“선호야, 네 수하들 다 남양시로 불러내서 철저하게 준비시켜.””알았어 누나. 그럴 줄 알고 이미 오기 전에 이미 800명 정도 배치 해 놨어. 다 무기로 무장하고 있을 거야. 몇 명 정도 죽이는 것쯤이야, 뭐. 남양 시를 풍비박산 내고도 남을걸.””비밀 유
방수민은 미리 준비해 둔 자료를 꺼내며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서준 씨, 계약서 확인하시고 이의 없으시면 서명 후 지장을 찍으시면 됩니다. 문제없으면 결혼증명서 저에게 주세요.”“더 볼 필요 없습니다.”최서준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바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이 모든 일을 끝낸 후 그는 바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방수민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 창가에 김지유가 앉아있다.“남편분이 확인도 하지 않고 서명하셨어요.”“저도 봤어요.”김지유가 슬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대답했다.아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였기에 최서준이 들어올 때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모두 봐버린 그녀였다.김지유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창백해 보인다.그녀는 최서준이 이토록 매정하고 단호한 사람일 줄 몰랐다. 이혼계약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서명해 버리다니.어쩌면 김지유가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예전의 그녀가 최서준에게 모질게 굴었으니 지금 그가 김지유에게 매정히 대하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왜인지 모르겠지만 최서준과 이혼한 이후 김지유는 마음이 훨씬 안정되었다.이혼은 그녀가 최서준을 완전히 마음에서 내려놓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김지유는 드디어 십수 년 동안 고대하며 기다려온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김지유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방수민에게 말했다.“방 변호사님, 저 유언장 만들고 싶은데, 내용은 이미 써두었으니 봐주세요. 이참에 다 해결해 버리게요.”김지유가 가방에서 계약서 한 부를 꺼내 방수민에게 넘겨주었다.방수민이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지유 씨, 아직 이렇게 젊으신데 유언장은 왜 작성 하려고 하는 거예요?”“이유는 묻지 말고 해주세요.”김지유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방수민은 어쩔 수 없이 유언장을 받았다. 첫 페이지를 펼쳐 몇 번 훑어본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유 씨, 회사 주식을 모두 최서준 씨에게 양도하시려고요? 지유 씨 명의의 부동산과 자동차들
“맞아. 지유야, 우리 집안은 똑똑하고 훌륭한 네가 이끌어야 더 번성할것 아니니.”가문의 셋째 김인걸이 맞장구를 쳤다.“지유야, 인제 그만 돌아와. 가문이 너 없이 어떻게 잘 되겠니. 할아버지 염원도 이루어 드려야지.”가문의 윗사람들이 다정한 얼굴로 그녀를 타일렀다. 거절하면 무릎까지 꿇을 기세다.“큰아버지, 아주버님들...”김지유는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그동안 자신을 원수 보듯 대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된 듯 구는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가 가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부탁하러 왔단다.“지유야. 우리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허락해 줄 거니?”김인웅이 급기야 무릎을 꿇으려 했다.최서준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김지유가 가주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타의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었다.김지유가 얼른 김인웅을 제지하고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큰아버지, 가주는 할 수 있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건지 알려주세요.”김인웅이 갑자기 우물쭈물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옆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길을 보냈다.흑운리에 있을 때, 최서준이 그들에게 절대 김지유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었다. 그들은 최서준의 명령 때문에 김지유에게 가주 자리를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김인호가 형님의 의중을 깨닫고 잠시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지유야, 우리가 꿈에서 네 할아버지를 만났어. 할아버지께서 가주 자리는 꼭 네가 맡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지 않으면 편히 눈 감을 수 없다고...”“그래, 그래. 지유야, 전에는 우리 집안 어른들이 네 말을 믿어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께서 직접 꿈에 나타난 뒤로는 그것이 정말 네 할아버지의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곁에 서 있던 사람들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김지유는 그들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일단 수긍하기로 했다.“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만 요구가 있어요. 제가 처리할 일이 있으니 3일
오늘은 최서준과 조씨 가문이 원한의 끝장을 보는 날이다. 그러나 최서준은 별다른 기색 없이 태연했다.그는 여느 때와 같이 허란희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그녀를 눕혀 혈액순환을 돕도록 전신 마사지를 해주었다.“란희 이모, 지금은 좀 어때요?”최서준이 쭈그리고 앉아 허란희를 바라보았다.“많이 나아졌어. 전에는 다리가 쑤셨는데 이 며칠 네가 안마해 주니 통증이 사라졌네.”허란희가 흐뭇한 얼굴로 최서준을 바라본다.그녀는 자신의 과거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서준은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정 있는 아이였다.이 아이는 수백억대가 되는 대저택에 살면서 다른 고용인을 시켜 시중들게 할 수 있음에도 저 같은 늙은 아주머니를 한결같이 대하며 안마해 준다.최서준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시간 나면 임 집사님과 함께 산책이라도 하세요. 오랜만에 몸 좀 움직이시고요.”허란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얘야, 넌 언제 나한테 며늘아기 보여줄 거니?”최서준이 저도 모르게 잠시 멈칫했다.“왜? 이모한테 보여주긴 아직 쑥스러워?”그가 수줍어하는 줄 아는 허란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너와 며늘아기에 대한 이야기는 임 집사에게서 들었었다. 애가 그렇게 예쁘다던데...”최서준은 이혼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란희 이모, 저 일이 바빠서 나가봐야 해요. 돌아와서 다시 얘기해요.”“그래, 그래. 일이 바쁘면 가야지.”허란희가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최서준이 떠난 후, 허란희는 몸을 일으켜 집사 임미윤을 찾았다.“윤아, 좀 걷고 싶은데 같이 가주련?”“네. 언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옷만 갈아입고 같이 갈게요!”임미윤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승낙했다.이 며칠간 함께 지낸 두 사람은 사이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사석에서 서로 자매처럼 대할만큼 말이다....나인원의 출구에 수백 대의 고급 차량이 길가에 주차되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인근 주민들이 저도 모르게 멈춰서서 입을 떡 벌렸다.차량 밖에는 정
“두렵지 않습니다!”맨 앞에 선 애꾸눈 사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도련님, 저희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들입니다. 우리 중에는 지능이 낮은 사람도 있고, 절름발이도 있고, 맹인도 있습니다.”“우리는 이 세상에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습니다.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에서 버려졌었지요.”“그런 우리를 거두고 치료해 주어, 존엄을 지켜주고 살길을 만들어주신 사람이 바로 스승님입니다.”“우리의 목숨은 사제 두 사람의 것입니다. 우리에게 죽는 것이 대수겠습니까.““그래. 좋아.”최서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원한이 담긴 흑색 눈동자에 살기가 흘러나왔다.“출발!”위엄 있는 명령이 떨어졌다.그는 최우빈의 안내에 따라 중앙의 승용차를 탔다.“쾅쾅쾅!”수백 명의 정장 차림 사내들이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차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곧이어 자동차 엔진소리가 천둥 치듯 남양 시를 뒤흔들었다.이어서 수백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검은 먹장구름처럼 남원 추모 공원을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차에 앉아있는 최서준의 눈에는 복수의 불길이 마구 치솟는듯했다.이제 12년이 지났다.한성 보육원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떴던 아이들, 너희들은 곧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될 것이다....롤스로이스 차 안에서, 주하은이 옆을 지나가는 검은 차량 행렬을 보며 입술을 짓씹었다.“할아버지, 서준 씨 출발했어요. 우리 정말 안 따라가는 거예요?”주동필이 할 수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어쩔 수 없지. 신의님은 우리가 방해할까봐 걱정해서 그런 걸 거야. 우리 주씨 가문은 어려서부터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오는 데 익숙했잖니. 어떤 사람은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숨을 헐떡이는데, 가도 혼란만 주고 도움은 되지 못할 거야.”“기다리는 수밖에.”그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입을 열었다.“난 신의님이 반드시 승리하고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주하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