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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민도준이 조연으로 되다

민승현이 떠나간 뒤 민도준은 또다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창가에 서있는 그의 눈에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민승현의 모습이 보였다.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민승현의 뒷모습을 보자 불현듯 예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권하윤이 자기와 관계를 가진 뒤로 민승현과 관계를 맺은 적 있는가라는 생각.

그리고 언뜻 전에 민승현을 너무 사랑해서 지금 더 밉다고 하던 권하윤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권하윤은 그를 건드리면서까지 민승현한테 복수하려 했고.

‘그러니까 나랑 바람피우면서 한편으로는 민승현과도 지지고 볶고 한다 이건가? 내가 조연이 된 거네.’

민도준은 혀로 볼을 꾹 밀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는 광기가 언뜻 지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고민도 하지 않고 차 키를 집어들더니 곧바로 아래층으로 나려 갔다.

초인종이 울릴 때 권하윤은 와인을 마시며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이 순간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솔직히 강민정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본색을 드러내게 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제 발로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다.

따뜻한 물속에서 기분 좋은 생각을 하니 권하윤의 마음은 여느 때보다도 더 편안했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은 다급한 초인종 소리에 깨져버렸다.

민승현이 따지러 돌아왔나 하는 생각에 기쁜 심정이 모두 사라진 권하윤은 대충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

“민승현, 너…….”

하지만 문 앞에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

“도, 도준 씨가 여기엔 왜 왔어요?”

할 말을 제대로 정리하기도 전에 그녀는 민도준의 손에 이끌린 채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온 순간 뜨거운 열기로 벌겋게 달아오른 권하윤의 얼굴과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쇄골이 민도준의 눈에 들어왔다.

민승현을 반기기 위해 권하윤이 일부러 이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의 미소는 더욱 섬뜩해졌다.

권하윤의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은 순간 어깨로 옮겨지더니 엄지로 그녀의 쇄골을 느긋하게 만져댔다.

“나는 오면 안 되나?”

권하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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