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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기다리다

시윤은 핸드폰을 잡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흥, 알면서 뭘 물어요.”

핸드폰 너머 들려오던 도준의 웃음소리에 시윤은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만 웃어요. 내일 올 거죠?”

[아니.]

시윤의 배배 꼬던 다리는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안 온다고요?”

[응, 내일은 안 가.]

시윤은 화가 나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요,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요! 전 졸려서 이만 잘 게요!”

막 전화를 끊으려던 참에 맞은편에서 남자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날 못 만나서 화난 거야?]

“화나긴요, 그럴 리가요. 너무 좋아서 그래요. 하하하, 이제 만족해요?”

화가 나서 펄쩍 뛰는 시윤과 반대로 도준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엄마라는 사람이 그렇게 인내심이 없어서 되겠어?]

“네, 저 인내심 없어요. 됐죠?”

도준은 시윤이가 정말 화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달래듯이 말했다.

[내일 안 온다고 한 게 무슨 뜻인지 알아맞혀 봐.]

“내일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뭘 알아맞히...”

시윤은 갑자기 뭔가 알아차린 듯이 물었다.

“설마 오늘 해원에 도착한 거예요?”

[그래.]

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 기침을 두 번 하였다.

“그럼 내일 몇 시에 올 거예요?”

[난 다 괜찮으니 네 맘대로 해.]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진 시윤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제가 몇 시라고 하면 몇 시에 올 거예요? 그럼 지금 오시든지.”

시윤이가 복수하듯이 말하자 도준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문 딸 줄은 모르니까 내려와서 문 좀 열어.]

시윤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지금 저희 집 밑에 있어요? 어, 언제 오신 거예요?”

아래층의 남자는 손목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얼마 되진 않았어, 방금 도착했어.”

‘방금 도착했다는 건 방금 내가 보낸 동영상을 보자마자 출발했다는 거잖아.’

시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은 채 외투를 걸치고 집 밑으로 내려갔다.

집 밑.

도준은 차 옆에 기댄 채 굳게 닫힌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직 여름이 되지 않았는데, 늦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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