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윤은 원래 도준한테 도윤을 맡기면 난장판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도준은 아이를 잘 돌보았다. 직접 기저귀도 갈아주고 저녁도 먹였다. 물론 시윤만큼 인내심 있게 먹이지는 못해서 도윤의 두 볼은 햄스터처럼 가득 찼다. 도윤은 질식되기라도 할까 봐 재빨리 입안의 음식들을 삼켰다. 하루가 그렇게 무사히 지나갔고 밤에 시윤은 도윤을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방안에 들어서기 전 옆에서 익살스러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도준은 시윤의 맞은편 방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자기야, 잘 때 문단속 잘하는 게 좋을 거야.”도준의 건들 건들한 충고를 들으니 시윤은 희롱당한 기분이 들어 이를 갈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잘 단속할 겁니다.”쾅! 문이 닫히자 도준은 웃으며 천천히 방으로 돌아갔다.시윤이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도윤은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감지 않고 엄마와 함께 자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윤은 눈을 비비는 도윤을 보자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시윤은 아기 침대 안의 도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졸린데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어서 자자.”도윤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꿈나라로 갔다. 시윤은 그가 잠든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도윤이는 아직 어리지만 아빠인 도준을 아주 좋아하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혈육으로 이어진 부자지간이니까 도준이가 곁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윤조차도 도준이가 곁에 있어서 기뻤다. 시윤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잠들었다.다음 날.시윤이가 씻고 나오자 아래층에서 계란프라이 냄새가 났다. 머리를 내밀어 보니 식탁에 이미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시윤은 도윤을 안고 내려가 도준이가 직접 차린 아침을 보자 깜짝 놀랐다.“도준 씨가 직접 만든 거예요?”도준은 우유를 탁자에 놓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 집에 나 말고 또 누가 있나?”시윤은 도준이가 자신에게 이렇
시윤이가 화를 내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도준은 아쉬운 듯 ‘쯧’ 소리를 냈다. 고개를 숙이자 도윤의 이마에 찍힌 분홍색 입술 자국이 보였다. 시윤은 평소에 화장을 연하게 하기에 그 자국이 아주 연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도준에게는 그게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몇 번 문질러서 자국을 지워버렸다. 도윤의 이마는 문질러져서 빨갛게 됐고 시윤이가 사라지자 도윤의 눈빛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그 후 며칠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 시윤은 연습을 하고 도준은 도윤을 돌봤다. 도준이가 가끔 화상 회의를 할 때면 도윤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아주 진지하게 듣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도준은 도윤이가 업무에 방해될까 봐 장난감 더미에 던져놓았지만 그가 항상 조용히 있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그래서 화상 회의에 참석했던 고위 간부들은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친 듯이 스크린을 캡처해서 서로 공유했다. 도준이가 맘에 안 드는 보고를 보며 눈썹을 찡그리면 뒤에 있던 도윤이도 똑같이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고 좋은 제안이 제기되면 부자 둘 다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회사 직원들은 그룹 채팅 내에서는 도윤에 관한 대화들이 오갔다.[도련님 너무 귀여워서 볼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싶어!][너 오늘 말 더듬었을 때 도련님이 널 향해 눈을 흘겼었어. 아마 널 싫어하고 있을 거야!][말도 안 돼! 다음에는 꼭 도련님의 인정을 받을 거야!]한편 시윤은 자신의 아들이 이미 모두의 노력 목표가 된 것을 모른 채 다가오는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두 댄스팀이 함께 무대를 꾸미기로 했기에 윤영미는 모두의 동작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저녁 10시까지 연습시켰다.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윤은 소파에 누운 채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도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도준은 그녀가 소파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옆에 앉았다. “왜 그래?” 시윤은 손을 들어 올리며 말
도윤은 도준이가 방에 잠깐 들렀다가 나가는 것을 보고 기대하던 눈빛이 실망으로 바뀌었다.한편 시윤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도준이가 문을 두드렸다. 도준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시윤은 그를 안으로 들였다. 도준은 그녀의 수수한 얼굴과 물기 있는 긴 머리를 보자 잠시 눈빛이 바뀌더니 여전히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깨끗이 씻었어?”시윤은 도준의 농담 같은 말투를 신경 쓰지 않고 물었다. “도윤이는 잠들었어요?”“잠들었어.”방 안의 도윤은 하품을 하며 엄마를 기다리는 중이었다.시윤은 그 말을 듣고 약간 실망했다. 원래 아들을 안고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도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엎드리라고 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시윤은 침대에 엎드렸다.연분홍색 잠옷 치마가 무릎 위까지 덮여 있었고 곧고 긴 다리가 드러났다. 실크 소재의 잠옷은 시윤의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시윤은 잠옷만 입고 있었기 때문에 도준의 손이 허리에 닿자마자 뜨거운 온기가 얇은 잠옷을 통해 차가운 피부에 전해졌다.도준의 손은 그녀의 척추를 따라 어깨까지 미끄러졌고 잠옷 아래 반쯤 가려진 견갑골을 쓸어내렸다.시윤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도준의 손이 민감한 부분에 닿지 않고 단지 마사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받아들였다.도준의 손은 크고 힘이 있었다. 처음에는 허리를 눌러서 조금 아팠지만 곧 그 통증은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으로 바뀌었다. 도준의 손이 가슴 옆을 스치자 시윤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시윤은 입을 막고 일어나 돌아보며 도준을 노려보았다.“방금 일부러 하신 거죠?”도준은 죄책감 없이 웃었다. “그럴 리가?”시윤은 계속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도준에게 끌려 그의 품에 안겼다. 도준은 그녀를 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 일부러 그런 거야.”시윤은 얼굴이 빨개져서 그의 품에서 몸부림쳤다.“마사지는 필요 없으니 이만 나가세요.”도준은 그녀가 자신의 품 안에서 몸부림치는 것을 느
다음 날, 시윤은 도준과 말을 섞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물을 따를 때 도준은 그녀를 주방 카운터와 팔 사이에 가두었다.“또 뭐 하시려는 거예요!”도준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공연 있잖아. 내가 도준이 데리고 같이 가서 볼까?”시윤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도윤이가 울면 어떡해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될 텐데.”도준은 소파에서 졸고 있는 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을 그렇게 못 믿어? 울면 내가 입을 막아버리면 되잖아.”시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뭐라고요? 제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하시려는 거예요!”“농담이야.” 도준은 주방 카운터에 기대어 시윤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당신이 요즘 너무 바쁜 탓에 도윤이가 매일 기다리느라 지쳤거든. 이렇게라도 엄마를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시윤은 아들이 자기 품에 안기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도윤이가 운다면 꼭 데리고 집으로 가야 해요.”출발하기 전 시윤은 도윤을 안고 말했다.“도윤아, 엄마가 춤추는 거 보러 갈래?”도윤은 눈이 반짝이며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윤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아빠가 도윤이 데리고 갈 테니까 아빠 말 잘 들어야 해.”아빠라는 말을 듣자 도윤의 두 작은 눈썹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싫어, 싫어.”시윤은 놀라서 물었다.“왜 그래? 도윤이 아빠 좋아하잖아?”도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지만 너무 어린 탓에 손발을 흔들기만 할 뿐 말을 할 수 없었다.시윤은 그가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도윤아, 그게 무슨 뜻이야?”도윤이 한창 제스처를 취하고 있을 때 도준이가 그의 겨드랑이를 잡아들어 올리며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기쁘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도준의 무서운 얼굴을 마주한 도윤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오후.시윤은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도준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기자들이 도준을 인터뷰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윤은 위험을 감지하고 시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 순간 도준이가 그를 들어 올렸다. 마치 병아리를 잡듯 아들을 잡은 도준은 눈썹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 “정말 겁이 없나 보네.”도윤은 엄청난 위기를 느꼈다....아래층.시윤은 한참을 기다려도 두 사람이 내려오지 않자 그들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 이때 도준이가 도윤을 안고 내려왔는데 도윤은 왠지 축 처진 것처럼 보였다.“도윤아, 왜 그래? 어디 아파?”도준은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졸려서 그래. 맞지?”방금 전 도준의 표정을 떠올린 도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졸려요.”시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자러 가.”방해가 되는 도윤을 방으로 돌려보낸 후 식탁에는 도준과 시윤 두 사람만 남았다.이번 공연이 끝난 후 시윤은 마침내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몸매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서 탕수육 두 조각을 입안에 넣었다.도준의 시선은 시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시윤은 입안의 탕수육을 오물거리며 울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도준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휴가 때 무슨 계획 있어?”“최근에 도윤이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으니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도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도윤이는 아직 멀리 나가본 적 없잖아. 다 같이 어디 놀러 갈까?”시윤은 여행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설렌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요, 어디로 갈까요?”“강원은 어때?”강원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시윤은 고민 없이 동의했다. 두 사람은 도윤이를 위해 직접 차를 몰기로 선택했다.다음 날 아침, 시윤은 도윤을 안고 조수석에 앉아 창밖의 풍경이 고층 빌딩에서 푸른 산과 맑은 물로 바뀌는 것을 보며 기뻐했다.생각에 잠긴 시윤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도준은 핸들을 돌리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시윤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도윤은 '아빠'라는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투지가 생긴 듯 네 발로 일어났지만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다시 박았다. 도윤의 작은 엉덩이는 귀엽게 들려 있었다.시윤은 잠에 취한 도윤을 안고 나왔다. 도준은 그녀의 방문 앞에 기대어 서 있다가 도윤을 보고 눈썹을 찡긋거렸다. “졸리다면 그냥 다시 재우면 되잖아.”도윤은 잠에서 깼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아침 공기는 조금 쌀쌀했다. 시윤이가 코를 훌쩍이자 따뜻한 외투가 그녀의 등 위에 덮였다.시윤은 고개를 숙여 미소를 지으며 멀리 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도준을 불렀다. “도준 씨.”도준이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만약 오늘 날씨가 맑다면 우리 재혼해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입술이 뜨거워졌다. 도준이가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강하게 입을 맞췄다. “약속했어.”하지만 도준이 저지른 죄 때문인지 밝아야 할 하늘이 계속 어두워지기만 했다. 오히려 흐린 날씨가 될 기세였다.도준은 혀끝으로 뺨을 살짝 찌르며 시윤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야?”시윤은 맹세했다. 정말로 일기 예보를 보지 않았다고. 일출을 보지 못하게 된 시윤은 도윤을 안고 테라스의 흔들의자에 앉아 발끝으로 지면을 살짝 밀며 흔들렸다. “아마도 하늘이 제가 그렇게 빨리 동의하는 것을 반대해서 일부러 그런 것 같네요.”도준은 흔들의자가 앞으로 흔들릴 때 시윤의 등받이를 잡고 몸을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직 아침이잖아. 하루가 남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시윤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수수한 얼굴은 새벽의 어두운 빛 속에서 매우 선명해 보였다. “도준 씨는 흐린 날씨를 맑게 바꾸는 능력이 있나 봐요?” 도준은 가볍게 웃으며 시윤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시윤은 도준이가 자신이 생각해낸 꾀에 넘어가자 몰래 기뻐했다.일출을 보지 못하게 되자 시윤과 도윤은 다시 잠에 들었다. 아침에 잠깐 잠에서 깼던 도윤은 다시 깊이 잠들
오늘 이 비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았고 점심이 다 지나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윤은 오늘 하루 종일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웃으며 말했다. “도준 씨도 못하시는 게 있나 봐요.”도준은 시윤의 도발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보여?”이때 밖에서 우원준과 장욱이 들어왔다.“민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장욱은 도준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도준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말았다. 장욱은 입을 삐죽 내밀며 물러났다. “정말 무정해요.”원준은 소파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이 아이, 설마 네 아이야?”도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 내 아내가 낳아준 아이야.”원준은 도준의 자랑스러운 표정을 보고 애써 욕설을 참았다. 그리고 도윤을 보며 질투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이 하나 낳는 거야 나도 할 수 있어.”그때 도준의 시선이 원준을 향했다. “아이 낳는 것보다 잘 돌보는 게 더 중요해.”“아이 돌보는 게 뭐가 어려워?”“안 어렵다 이거지. 마침 나 좀 볼 일이 있어서 너희 둘이 하루만 아이를 돌봐줘야겠어.”“뭐?”원준은 매우 당황했다. 분명 아이 낳는 얘기였는데 갑자기 보모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도준은 원준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시윤을 데리고 나갔다.시윤은 계속 뒤를 돌아보며 걱정했다. “저 두 사람은 아이를 돌본 적이 없잖아요. 정말 두 사람한테 도윤을 맡겨도 괜찮을까요?”“우리도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잖아. 걱정 마. 문제가 생기면 전화할 거야.”시윤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거예요? 왜 도윤은 두고 온 거죠?”도준은 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맑은 하늘을 찾으러 갈 거야.”“네?”...잠시 후, 시윤은 도준에게 이끌려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했다. 시윤은 헬리콥터에 오르면서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설마 강원에 비가 오니까 맑은 하늘을 보러 다른 도시로 가는 건가요?”“응.”시윤은 깜짝 놀랐다.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도
시윤과 도준이 다정하게 있는 동안 원준 쪽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도윤은 자신의 젖병을 꺼내 원준에게 건넸고 배가 부르자마자 자신의 기저귀를 가리키며 장욱에게 갈아달라고 했다.두 사람이 모두 일을 마치자 도윤은 장난감 자동차를 하나씩 건네며 자신과 함께 놀아달라고 했다. 원준은 요즘 장난감들을 다뤄본 적이 없어 설명서를 찾으려던 중 도윤의 경멸 어린 눈초리를 마주쳤다. 원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장욱아, 이 아이가 나를 욕하는 것 같지 않냐?”장욱은 도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 맞아요. 이 아이가 형을 깔보는 것 같아요.”원준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너, 너, 너! 두고 봐. 내가 금방 알아낼 거야!”결국 원준은 설명서를 찾아 장난감 자동차의 작동 방법을 알아낸 후 쉽게 도윤의 장난감 자동차를 이겼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때, 그래도 내가 더 잘하지?”도윤은 천천히 자신의 자동차를 들어 올리며 더욱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도윤의 표정은 한 살짜리 아이를 이겨서 자랑스럽냐고 묻는 것 같았다.원준의 표정이 굳어졌고 옆에 있던 장욱이 덧붙였다. “보스, 아직도 보스를 깔보는 것 같아요.”“닥쳐! 닥쳐!”“사장님이라고 불러! 이 자식아!”...시윤과 도준이 돌아왔을 때, 원준은 몇 살은 더 늙어 보였다. 그가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자신에게는 작은 악마 같았던 도윤이가 천사처럼 변해 시윤을 향해 손을 뻗으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아야.”시윤은 도윤이가 작은 팔을 흔들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도윤이 그래도 저희 없는 동안 말 잘 들었죠? 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착해서 돌보기 쉬웠을 거예요.”원준과 장욱은 서로를 쳐다보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지친 몸을 이끌고 떠났다. 들어올 때는 평범한 남자들이었지만 나갈 때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 되었다. 문을 나서자마자 도윤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