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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네가 떳떳하게 허리를 곧게 편 채 평생을 살아가길 바라

성연신은 고청민보다 몇 걸음 앞섰는데 고청민은 바둑실 입구에 가로막혀버렸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집사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도련님, 무슨 일 있으세요?”

“내가 들어가면 안 돼요?”

“안 됩니다. 어르신께서 특별히 분부하셨습니다.”

고청민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을 보이더니 여전히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성연신도 안에 있는데 제가 왜 못 들어가죠?”

집사는 위압감을 느껴 코를 쓱 만지며 말했다.

“도련님, 저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어르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분부하셨는지 저도 모릅니다. 걱정하시지 말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십시오. 어르신도 결국 도련님의 편이시겠지요.”

고청민은 평소에 줄곧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을 보였는데 심지안과 관한 일이라면 어떤 발작 버튼이 작동한 것처럼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고청민은 끝내 물러서기로 했다.

“그럼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15분 후.

성연신과 성동철은 같이 바둑실에서 나왔다.

고청민은 성동철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성동철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어르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연신이 손을 휘저으며 안철수더러 움직이라고 했다.

성동철이 어금니를 깨물고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알겠다며 대답했다.

고청민은 안철수가 뒤편에 있는 다락방으로 가는 걸 지켜보더니 흠칫했다.

“할아버지.”

“그 사람, 데려가라고 해. 우리 집안은 비밀 조직과 얽히면 안 돼.”

“안 돼요!”

고청민이 바로 말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묻어났다.

“그러는 게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이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단번에 낚아채 가려고 하잖아요.”

‘사람을 거의 다 살렸는데 이제 와서 데려가다니, 정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네.’

성연신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홍지윤 씨는 원래부터 여기에 잠깐 머무르려고 하던 거 아니었어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가요?”

홀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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