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나는 왕실의 일원이 될 거니까. 하지만 당신에게는 염치없는 사생아 꼬리표가 영원히 달려있겠죠.”“그럼 행운을 빌게요.”심지안은 그녀와 더 얘기를 나누기도 귀찮아 뒤돌아보며 고청민을 찾기 시작했다.심지안의 심드렁한 태도를 보자 임시연은 단단히 준비한 한 방이 솜뭉치에 때려진 것 같아 짜증이 몰려왔다.이때, 심지안은 마침 성연신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하지만 심지안은 손으로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는 홀연히 시선을 옮겼다. 마치 성연신을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듯이 말이다.성연신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심지안이 전송된 문자를 확인했다.몇 글자뿐이었지만 성연신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나 따라와, 뒤편에 있는 정원으로.”심지안이 핸드폰을 꺼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제 좋은 생각을 하고 있네.’얼마 후, 변요석이 나타났다.역시 방매향의 생각대로 그는 심지안을 데리고 홀 중앙으로 가더니 정중하게 손님들에게 심지안은 그의 딸이라며 소개했다.또 당시에는 안나를 만나기 전이라는 상황까지 덧붙여 안나가 어색한 상황에 부닥치는 것을 방지했다.사람들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라 너무 크게 놀라지 않았다.“앞으로 누가 지안이를 괴롭히려 한다면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해도 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맞아요, 지안이는 앞으로 우리 딸이고 왕실의 일원이에요.”안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안아, 네 이름을 왕실 족보에 넣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공주님, 너그럽게 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외할아버지가 있고 성씨 가문이 있어요. 저는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공주님의 마음만 받을게요.”안나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심지안이 거절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왕실이야 당연히 좋죠. 하지만 저는 평범한 삶을 더 선호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셨을 거라 믿습니다.”그녀는 옆에 있던 변요석을 바라봤
그 대화를 들은 심지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간도 커, 감히 성연신에게 환각제를 쓸 생각을 하다니.’정아현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임시연보다도 한 수 위였다.그래도 임시연은 차근차근 진행하며 아이라는 핑계로 삼아 남자에게 접근했는데 정아현은 바로 몸을 쓸 생각을 하다니. 성연신이 몸매로 유혹되는 남자인 줄 아나? 참 순진해. 하지만 재미난 구경이 나게 생겼네.’심지안은 흥미를 느낀 듯 성연신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이 재미난 구경을 볼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가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에 ‘어디 있어요?’라는 문자를 쓰고는 전송했다.“당신 뒤에 있어요.”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목덜미 뒤에서 전해져 왔다.심지안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있었다.코끝에는 남자 특유의 차가운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다.심지안은 깜짝 놀라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발을 헛디뎌 갑자기 몸을 휘청거렸다.다행히 성연신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품에 안았다.“겁쟁이.”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심지안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심지안은 몸이 경직되었다.그녀의 허리를 감싼 성연신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심지안은 원래 적게 입은 데다가 두 사람의 몸이 찰싹 붙어 있으니 몸에서 점점 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힘 있게 뛰는 성연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강하게 전해져 와 그녀의 심장까지 벌렁벌렁 뛰게 만들었다.한여름의 밤,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심지안은 숨마저 가볍게 쉬었다.그녀는 성연신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을 움직였지만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아현의 주의를 끌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를 몇 번 가볍게 밀어내려고 했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놓아줘요.”하지만 성연신에게 있어서 그녀의 주먹은 불과 ‘냥냥펀치’에 불과했다. 성연신은 더 힘껏 심지안을 안았는데 몸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니 어찌 그녀를 놓
심지안은 눈을 희번덕거렸다.‘왜 예전에는 이렇게 뻔뻔한 거 몰랐지?’“입 다물어요! 정아현이 곧 찾아올 것 같은데.”“찾아오면 더 좋고요.”성연신은 옷을 정리하고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심지안이 눈을 깜빡거리다가 옆을 가리키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저기서 재미난 구경을 하고 있을게요.”성연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심지안이 살금살금 옆으로 걸어가고는 그늘진 곳에 숨어 몰래 관찰했다.“대표님, 여기 계셨어요?”곧이어 정아현이 그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저를 찾았어요?”“아니요, 마침 우연히 만나게 되었네요. 우리 참 인연이네요.”정아현은 성연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떠나기는커녕 스프레이를 꺼내면서 호의를 베푸는 척 말했다.“저녁에 모기가 많네요, 퇴치제 좀 뿌리는 게 좋겠어요.”성연신이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힐끔 봤는데 스프레이를 뿌리려는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하지만 심지안은 알고 있었다. 성연신을 분명 당하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을 것이다.“제가 뿌릴게요.”성연신이 갑자기 그녀에게서 스프레이를 뺏어오더니 무방비 상태의 정아현을 향해 뿌렸다.“악!”정아현은 피할 틈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저에게 뿌리지 마세요!”어둠에 가려져 성연신에게서 뿜어져 나온 냉기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정아현을 보며 말했다.“왜 그렇게 흥분해요? 찔리는 게 있어요?”정아현은 다급하게 입을 가로막더니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아니요... 스프레이가 좀 차서요. 제가 추위 타거든요.”어차피 성연신도 흡입했으니 본인이 조금 흡입한 건 별 상관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어쩌면 서로가 더 몰입할 수도 있으니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정아현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성연신 쪽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였다.성연신이 손으로 그녀를 말리고는 알면서도 모른 척 물었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약효가 빨리 나타났다.정아현은 몸에 열기가 달아올라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상대
임태현은 얼마 전에 생식기를 잃었기에 이렇게 빨리 대중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분명 그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테니 그건 치욕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아니고, 변요석이에요.”왕실에 대한 조사는 어려웠다. 성연신은 가능한 방법이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심지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변요석이 왜 그녀에게 잘해주는지 그녀는 지금 분석할 생각이 없었다.과연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연기에 불과한지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연회장에 돌아가기 전에 심지안은 메이크업을 수정했다.특히 립스틱은 번질 대로 번졌다.고청민과 송준은 아직도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심지안이 나타나자 송준은 곧바로 얘기를 멈췄다.고청민은 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가시 발린 생선을 그녀 앞에 놓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길을 잃었어요.”심지안이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고청민이 잠깐 멈칫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밖에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요. 일부러 사람 없는 휴식 구역으로 가지 않는 이상 길 잃을 일이 없겠는데요?”심지안은 미간을 구기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지금 나 의심하는 거예요?”솔직히 그녀는 휴식 구역이 있는지도 몰랐다.어쩐지 정아현이 거기에 있더라니, 안전할 뿐만 아니라 시선을 피하기도 쉬우니 말이다.“아니요, 그냥 물어본 거였어요.”고청민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심지안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지안 씨,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흥분한 거 같죠?”“도둑이 제 발 저리겠죠.”송준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심지안은 긴장했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그의 말에 대답했다.“쳇, 내가 오니까 두 사람 얘기를 멈췄던데.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 아니에요?”송준은 고청민과 눈을 마주쳤다.고청민은 그저 차를 마시며 송준이 대답하기를 기다렸다.송준이 그에게 부탁하
민채린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는 임시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그러니까 저 사람이 첫사랑일 뿐이지, 전처는 아니라는 거죠?”전처 얘기에 심지안은 어색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대답했다.“어떤 여자가 성연신 씨의 마음을 빼앗았는지 궁금해했잖아요. 성연신 씨는 첫사랑과 5년도 넘게 얽혀있었어요, 전처와 얽힌 시간보다도 더 길죠.”“일리가 있네요.”민채린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참, 초대장이 없는데 어떻게 들어왔어요?”“송준 씨가 주던데요?”“송준 씨요?”심지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사람이 왜 채린 씨에게 초대장을 줘요?”왕실의 초대장은 구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한 번 만난 사이였다.민채린이 립스틱을 꺼내서 매혹적인 표정으로 입술에 바르기 시작했다.“나에게 부탁을 청한 사람은 지안 씨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나 엄청 바쁜 사람이거든요?”“그 사람이 무엇을 부탁하던가요? 혹시 병을 봐달라고 하던가요?”“안 알려줄 건데요.”심지안이 한숨을 푹 쉬고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저랑만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과도 사이가 좋으시네요.”“됐어요, 나 그런다고 넘어갈 사람이 아니에요.”민채린이 손가락을 굽히더니 심지안의 뽀얀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그리고 씩 웃더니 매혹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안 씨가 잘생긴 남자였다면 넘어갔을 텐데요.”심지안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어차피 민채린이 얘기를 안 할 것이니 더 물어도 소용없는 짓이었다.그런데 송준이는 민채린을 찾았으면서 왜 고청민도 찾아간 것일까?연회가 거의 끝날 무렵.변요석이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서 말했다.“여러분, 방은 이미 준비되었으니 피곤하시면 일찍 돌아가서 쉬셔도 됩니다. 아직 체력이 더 남은 청년들은 저녁 캠프파이어에 참가하셔도 좋고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인이 성연신에게 다가가며 물었다.“성 대표님, 대표님의 방은 01번입니다. 제가 모셔다드릴까요?”“이따가 갈 테니까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하인에게 집중되었다.변요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무슨 일이 일어났어?”“방에 사람이 있어요...”하인은 애써 감정을 추슬렀지만 그녀의 얼굴은 새빨개졌다.“정아현 씨와 태현 도련님이 안에 계세요...”“헛소리 그만해! 어딜 감히 손님 방에 들이닥쳐? 당장 나오라고 해!”변요석은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단순히 두 사람이 주제 파악을 못 하고 손님 방에 들어가 호사를 누렸다고 생각했다.하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우물쭈물 대답했다.“저는 감히 들어가지 못하겠습니다... 어르신께서 직접 들어가 보세요.”사람들이 아직 손님 방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멀리서 신음과 함께 남자의 비명이 은은하게 들려왔다.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 같지만 또 그렇지 않은 것 같다.잠자리를 가질 때 이렇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변요석은 하인더러 문을 열게 했다.문이 열린 그 순간, 몰려온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고 이내 장내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움과 경악의 기색이 역력했다.일찌감치 반응한 여인들은 보기 민망한 장면 때문에 다급하게 눈을 가리더니 몸을 돌려 섰다.심지안도 무심코 뒤로 몇 발짝 물러섰지만 부끄러운 것보다 놀란 감정이 앞섰다.머리가 헝클어진 여자가 발가벗은 채로 미친 듯이 다른 한 남자를 쫓아다니고 있었는데 마치 언제든지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귀신과도 같았다.임태현의 옷은 모두 벗겨졌고 온몸에 달랑 속옷 하나 남아 있었다. 여자에게 잔뜩 긁혔는지 붉은 자국이 가득한 그는 필사적으로 방 안을 뛰어다니면서 존재하지도 않은 가랑이 밑을 양손으로 꼭 감쌌다.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상황 때문에 분위기는 점점 더 해괴망측해졌다.“뭘 계속 봐요? 안 민망해요?”성연신이 어금니를 깨물고는 심지안의 가는 허리를 몰래 꼬집었다.“뭐가 민망해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처녀도 아니고.”심지안은 당연하
“씁...”심지안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정아현이 임시연의 편이 아니었어?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네.’임시연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휘청거리더니 언제라도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다른 걸 고려할 여유도 없이 문을 박차고 도망치듯이 나가버렸다.구경꾼들이 워낙 많았으니 심지안은 갑자기 좋은 방법이 떠올라 슬그머니 팔꿈치로 민채린을 건드렸다.민채린은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임시연이 달려올 때 무심코 발을 내밀었다.워낙 화가 치밀어 올라 민채린의 움직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임시연은 발이 삐어서 하마터면 걸려 넘어질 뻔했다.민채린이 마침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걱정하는 얼굴로 말했다.“어머, 괜찮으시죠? 좀 조심하시지.”임시연은 단 1초도 이곳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 민채린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계속 뛰어나갔다.“맥박 짚었어요? 시간이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심지안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두 사람이 부딪힌 시간은 5초도 되지 않았다.민채린은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보통 한의사랑 비교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게 뭐 대수라고.”‘문외한들이야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그럼 어때요? 결론이 났어요?”심지안이 목소리를 낮추고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임신했어요? 아니면 안 했어요?”“다른 사람 좀 존중해줘요. 지금 홀딱 벗고 있잖아요, 구경을 마저 해야죠.”민채린은 방 안에 있는 정아현을 보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변요석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명령했다.“멍하니 서 있기만 해? 당장 안 내보내지 않고 뭐해?”경호원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떡 벌어진 입을 다물고는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여인이 임태현을 뒤로 보호하면서 아무도 그를 건들지 못하게 했다.경호원은 달리 방법이 없어 먼저 하인더러 옷을 한 벌 가져와 정아현에게 입히라고 하고는 그녀를 기절시킨 후
민채린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물었다.“임신한 거면 좋겠어요? 아니면 안 한 거면 좋겠어요?”“했으면 좋겠네요. 임시연 씨와 변석환 씨가 워낙 서로 잘 어울려서요.”무엇보다 임시연이 임신했다고 해도 변요석은 절대 그녀를 왕실에 들이지 않을 것이다.민채린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추측에 영 소질이 없네요.”“임신 안 했어요?”“네.”심지안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혼잣말을 했다.“그럼 어떻게 모두를 속인 거죠?”왕실은 전문적인 의료진과 의료기기가 있었다. 그리고 변석환은 분명 임시연을 데리고 왕실에서 검사를 진행했을 것이다.임시연이 짧은 한 달 동안 왕실의 의료진과 결탁할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민채린이 두 손을 내밀고는 말했다.“그건 나도 모르죠. 하지만 절대 임신한 사람의 맥박은 아니었어요.”게다가 방금 생리를 끝낸 듯했다.“의료진과 결탁했을 가능성은 작지만, 다른 사람과 결탁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고청민이 배가 부른 어떤 하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말했다.심지안이 그의 시선을 따라 보더니 바로 그의 뜻을 알아챘다.“그럼 다른 사람의 검사 결과로 어물쩍 넘겼다는 말이에요?”“아마도 왕실에서 이미 임신한 다른 사람의 소변으로 검사를 진행한 것 같아요.”왕실의 하인을 설득하면 어렵지 않게 결과를 조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심지안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청민 씨 말에 일리가 있네요. 변혜영 씨더러 지금 왕실에서 이미 임신한 하인이 몇 명이 있는지, 그들 중 최근에 임시연과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할게요.”고청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임시연 씨를 해결하면 안심하고 나와 결혼할 수 있죠?”심지안이 멈칫했다.애써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가장 진실한 반응을 보였다.“먼저 그 얘기는 하지 말죠.”“왜요?”고청민의 맑고 초롱초롱한 눈은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약간 빨개졌고 불쌍한 느낌을 줬다.“처음부터 나랑 결혼하기 싫었죠?”심지안이 저도 모르게 눈을 피하고는 덤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