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고청민보다 몇 걸음 앞섰는데 고청민은 바둑실 입구에 가로막혀버렸다.그가 문을 두드리자 집사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도련님, 무슨 일 있으세요?”“내가 들어가면 안 돼요?”“안 됩니다. 어르신께서 특별히 분부하셨습니다.”고청민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을 보이더니 여전히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성연신도 안에 있는데 제가 왜 못 들어가죠?”집사는 위압감을 느껴 코를 쓱 만지며 말했다.“도련님, 저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어르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분부하셨는지 저도 모릅니다. 걱정하시지 말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십시오. 어르신도 결국 도련님의 편이시겠지요.”고청민은 평소에 줄곧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을 보였는데 심지안과 관한 일이라면 어떤 발작 버튼이 작동한 것처럼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고청민은 끝내 물러서기로 했다.“그럼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15분 후.성연신과 성동철은 같이 바둑실에서 나왔다.고청민은 성동철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할아버지.”성동철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어르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성연신이 손을 휘저으며 안철수더러 움직이라고 했다.성동철이 어금니를 깨물고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알겠다며 대답했다.고청민은 안철수가 뒤편에 있는 다락방으로 가는 걸 지켜보더니 흠칫했다.“할아버지.”“그 사람, 데려가라고 해. 우리 집안은 비밀 조직과 얽히면 안 돼.”“안 돼요!”고청민이 바로 말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묻어났다.“그러는 게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이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단번에 낚아채 가려고 하잖아요.”‘사람을 거의 다 살렸는데 이제 와서 데려가다니, 정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네.’성연신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홍지윤 씨는 원래부터 여기에 잠깐 머무르려고 하던 거 아니었어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가요?”홀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고청민은 그의 말을 새겨들었는지 아닌지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성동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넌 어려서부터 머리가 똑똑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었지. 이제 너는 지안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해, 제자리걸음만 걷지 말고. 그리고 지안이 요구라고 해서 모두 들어줄 필요 없어, 알겠어?”한 사람에게 줄곧 선의를 베풀면 동등한 보상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할아버지, 제가 제자리걸음만 걸으려는 게 아니고요.”“알아. 그래서 지안이를 이끌어달라는 거야. 남자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해. 넌 성격이 너무 온순해, 모든 걸 지안이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결혼할 텐데 두 사람 나가서 바람이라도 좀 쐐. 요즘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일 없도록 하고. 회사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세움은 이런 작은 여론으로 몰락할 리가 없어.”한쪽은 외손녀, 다른 한쪽은 어릴 때부터 키운 의손자. 두 사람 모두 성동철이 애지중지한 자식이었으니 그 누구도 꾸짖을 수 없었다.고청민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는데 그의 눈빛에는 이상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알겠습니다.”‘카리스마... 마치 성연시처럼 말이야? 성연신처럼 지안 씨를 가두면 지안 씨도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할까?”성동철은 수심에 잠겨 있어 고청민의 눈빛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비밀 조직의 존재에 대해 성씨 가문에서 꺼리는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성동철은 이미 나이가 들었고 앞으로의 생활은 젊은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굳이 비밀 조직을 건드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심지안은 계속 성연신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홍지윤을 순조롭게 데려갔다는 성연신의 소식을 받고 심지안은 기쁜 나머지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고, 또 아이처럼 신나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그러면 심지안은 곧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이다.‘정말 잘됐네.’늦은 저녁까지도 심지안은 흥분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
“팀장님은 돈도 많고 예쁘시고, 다 가지셨네요.”“오늘 파티를 마치면 왕실의 일원으로 되는 거 아니에요?”“서른이 되기도 전에 모든 걸 다 이루시네요. 예쁘시고 실력도 있으시고, 팀장님 너무 부러워요.”“팀장님은 원래 실력이 뛰어나시기도 하고 노력도 많이 하시잖아요.”심지안이 웃으면서 그들과 수다를 떨고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사람들이 흩어진 후 방매향은 사무실에 들어오고는 위로를 건넸다.“긴장하지 마요, 오늘 밤 주인공은 지안 씨니까요. 이 기회를 빌려 지안 씨를 업신여긴 사람들에게 제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요.”“긴장하진 않지만 강제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원래 심지안은 왕실과 엮이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터져버린 바람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해명해야 했다.만약 그녀가 변요석과의 관계를 인정한다면 아무래도 그녀의 이름이 왕실 족보에 들어갈 것이다.방매향이 웃으면서 말했다.“왕실과 엮이는지 안 엮이는지는 지안 씨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예요.”“그 말은 변요석과의 관계만 인정하고 왕실 족보에는 들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심지안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변요석이 동의하겠어요?”분명 왕실을 디딤돌로 삼는 거나 다름없는데 말이다.“변요석이 어떻게 생각하기에 달렸죠. 지안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을 거니까 한 번 시도해 볼 수는 있잖아요.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외부에 지안 씨 어머니의 결백도 증명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동시에 지안 씨도 부귀영화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잖아요. 변요석이 친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도 권세에 미혹되지 않은 채 여전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여자, 너무 멋있지 않나요?”심지안은 눈을 깜빡거리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말했다.“그러니까 지금 저보고 이미지를 만들라는 말씀이신 거죠?”“그렇다고 할 수 있죠. 며칠 전의 여론 때문에 지안 씨 이미지는 영향받았을 거예요. 이번 일로 대중
와인잔을 쥔 성연신의 손에는 힘이 점점 더 들어가더니 뼈마디까지 약간 푸르스름해졌다. 그는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송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을 텐데.”송준은 거침없는 웃음을 터뜨렸다.“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너에게서 처음으로 선명한 감정을 보아낸 것 같아. 너도 질투라는 걸 할 줄 아는군. 재밌어.”심지안을 향한 성연신의 소유욕 때문에 성연신은 심지안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을 모두 도려내고 싶을 정도였다. 심지안을 향한 그의 마음은 절제되면서도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아버지는 그때 실수하셨어. 심지안을 찾으면 되지. 왜 임시연 같은 여자를 찾은 거야.”성연신이 생각을 가다듬고는 잘생긴 얼굴로 피식 웃고는 말했다.“네 걱정이나 해. 어느 날에 갑자기 죽게 될지 누가 알아.”송준의 얼굴색은 조금 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랑곳하지 않은 듯이 말했다.“만성 약일 뿐이야. 죽지는 않아. 홍지윤도 이렇게 오랫동안 연명했잖아.”“홍지윤만큼 행운을 빌게.”성연신이 차갑게 말하고는 홀에 들어갔다.송준은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가는 눈으로 연회장에 도착한 손님들을 훑어봤는데 민채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옆 사람에게 물었다.“그 사람은? 안 왔어?”“아마 오셨을 겁니다. 어제 Z의사께서 초대장을 받으신 후에 제가 일부러 한마디 물어봤어요. 분명 오신다고 했는데. 그리고 또...”“또 뭐라고 했어?”“또... 남자 낚시하러 온댔어요...”송준은 이마가 지끈거렸다.민채린이 전 세계에 신출귀몰하는 신의 Z인지 특별히 조사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Z가 여자일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젊은 여자 말이다.변혜영이 걸어오더니 그의 시선을 따라 보며 물었다.“누굴 찾아?”“응.”송준이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는 말했다.“내 사랑인 너를 찾고 있었지.”변혜영은 쑥스럽다는 듯이 웃고는 괜히 투덜대며 말했다.“됐어, 사탕발린 말은 잘하네. 나랑 같이 들어가자.
변석환이 미간을 구겼다. 눈앞의 남자가 동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박함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변혜영은 더 얘기를 나누기도 귀찮았다.“얼른 들어가. 연회 곧 시작할 텐데.”“맞아요, 이제 들어가요. 혜영 씨와는 나중에 얘기를 나눠도 되잖아요, 여자들에게 체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임시연이 분위기를 풀면서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를 드러냈다.변요석이 어금니를 깨물고는 불쾌한 얼굴로 알겠다고 대답했다.홀 안에서.의도된 건지 아닌지 심지안은 안나와 함께 왕실의 멤버에 대해 소개받고 있었다.심지안은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 그들과 반갑게 인사했다.“공주님, 정말 심성이 고우세요. 평민이 낳은 아이잖아요, 심지어 족보에 들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신경 쓰세요?”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이 심지안을 내려다보더니 아니꼬운 표정으로 말했다.안나가 미간을 구기고는 약간의 경고가 담긴 말투로 말했다.“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죠.”“원래 그렇잖아요. 이건 모르셨죠? 이 여자, 예전에 금관성에서 거저 줘도 가질 사람이 없는 여자였어요.”심지안이 눈썹을 치켜들고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악언을 쏟아부은 여인에게 물었다.“혹시 우리 구면이에요? 제 과거를 조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 사이에요?”그 말을 들은 뚱뚱한 여인의 얼굴에는 분노가 스쳤다.심지안을 아무 말 없이 노려보기만 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강렬한 원한을 보아낼 수 있었다.안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분은 임태현의 어머니셔.”그 이름을 듣자마자 심지안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설마 파파라치에게 녹음 펜을 넘겨준 사람이 임태현이 아닐까... 동기도 있고 충분히 그런 짓을 할만한 놈이잖아.’“임태현은 어디에 있어요?”그 얘기를 듣더니 여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곧이어 억울하다는 듯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우리 아들을 그렇게 만든 것도 모자라 아직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거야?”그 얘기를 듣자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심지안 씨, 지금 태현이도 엄청
“좋을 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나는 왕실의 일원이 될 거니까. 하지만 당신에게는 염치없는 사생아 꼬리표가 영원히 달려있겠죠.”“그럼 행운을 빌게요.”심지안은 그녀와 더 얘기를 나누기도 귀찮아 뒤돌아보며 고청민을 찾기 시작했다.심지안의 심드렁한 태도를 보자 임시연은 단단히 준비한 한 방이 솜뭉치에 때려진 것 같아 짜증이 몰려왔다.이때, 심지안은 마침 성연신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하지만 심지안은 손으로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는 홀연히 시선을 옮겼다. 마치 성연신을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듯이 말이다.성연신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심지안이 전송된 문자를 확인했다.몇 글자뿐이었지만 성연신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나 따라와, 뒤편에 있는 정원으로.”심지안이 핸드폰을 꺼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제 좋은 생각을 하고 있네.’얼마 후, 변요석이 나타났다.역시 방매향의 생각대로 그는 심지안을 데리고 홀 중앙으로 가더니 정중하게 손님들에게 심지안은 그의 딸이라며 소개했다.또 당시에는 안나를 만나기 전이라는 상황까지 덧붙여 안나가 어색한 상황에 부닥치는 것을 방지했다.사람들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라 너무 크게 놀라지 않았다.“앞으로 누가 지안이를 괴롭히려 한다면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해도 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맞아요, 지안이는 앞으로 우리 딸이고 왕실의 일원이에요.”안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안아, 네 이름을 왕실 족보에 넣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공주님, 너그럽게 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외할아버지가 있고 성씨 가문이 있어요. 저는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공주님의 마음만 받을게요.”안나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심지안이 거절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왕실이야 당연히 좋죠. 하지만 저는 평범한 삶을 더 선호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셨을 거라 믿습니다.”그녀는 옆에 있던 변요석을 바라봤
그 대화를 들은 심지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간도 커, 감히 성연신에게 환각제를 쓸 생각을 하다니.’정아현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임시연보다도 한 수 위였다.그래도 임시연은 차근차근 진행하며 아이라는 핑계로 삼아 남자에게 접근했는데 정아현은 바로 몸을 쓸 생각을 하다니. 성연신이 몸매로 유혹되는 남자인 줄 아나? 참 순진해. 하지만 재미난 구경이 나게 생겼네.’심지안은 흥미를 느낀 듯 성연신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이 재미난 구경을 볼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가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에 ‘어디 있어요?’라는 문자를 쓰고는 전송했다.“당신 뒤에 있어요.”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목덜미 뒤에서 전해져 왔다.심지안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있었다.코끝에는 남자 특유의 차가운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다.심지안은 깜짝 놀라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발을 헛디뎌 갑자기 몸을 휘청거렸다.다행히 성연신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품에 안았다.“겁쟁이.”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심지안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심지안은 몸이 경직되었다.그녀의 허리를 감싼 성연신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심지안은 원래 적게 입은 데다가 두 사람의 몸이 찰싹 붙어 있으니 몸에서 점점 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힘 있게 뛰는 성연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강하게 전해져 와 그녀의 심장까지 벌렁벌렁 뛰게 만들었다.한여름의 밤,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심지안은 숨마저 가볍게 쉬었다.그녀는 성연신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을 움직였지만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아현의 주의를 끌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를 몇 번 가볍게 밀어내려고 했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놓아줘요.”하지만 성연신에게 있어서 그녀의 주먹은 불과 ‘냥냥펀치’에 불과했다. 성연신은 더 힘껏 심지안을 안았는데 몸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니 어찌 그녀를 놓
심지안은 눈을 희번덕거렸다.‘왜 예전에는 이렇게 뻔뻔한 거 몰랐지?’“입 다물어요! 정아현이 곧 찾아올 것 같은데.”“찾아오면 더 좋고요.”성연신은 옷을 정리하고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심지안이 눈을 깜빡거리다가 옆을 가리키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저기서 재미난 구경을 하고 있을게요.”성연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심지안이 살금살금 옆으로 걸어가고는 그늘진 곳에 숨어 몰래 관찰했다.“대표님, 여기 계셨어요?”곧이어 정아현이 그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저를 찾았어요?”“아니요, 마침 우연히 만나게 되었네요. 우리 참 인연이네요.”정아현은 성연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떠나기는커녕 스프레이를 꺼내면서 호의를 베푸는 척 말했다.“저녁에 모기가 많네요, 퇴치제 좀 뿌리는 게 좋겠어요.”성연신이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힐끔 봤는데 스프레이를 뿌리려는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하지만 심지안은 알고 있었다. 성연신을 분명 당하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을 것이다.“제가 뿌릴게요.”성연신이 갑자기 그녀에게서 스프레이를 뺏어오더니 무방비 상태의 정아현을 향해 뿌렸다.“악!”정아현은 피할 틈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저에게 뿌리지 마세요!”어둠에 가려져 성연신에게서 뿜어져 나온 냉기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정아현을 보며 말했다.“왜 그렇게 흥분해요? 찔리는 게 있어요?”정아현은 다급하게 입을 가로막더니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아니요... 스프레이가 좀 차서요. 제가 추위 타거든요.”어차피 성연신도 흡입했으니 본인이 조금 흡입한 건 별 상관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어쩌면 서로가 더 몰입할 수도 있으니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정아현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성연신 쪽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였다.성연신이 손으로 그녀를 말리고는 알면서도 모른 척 물었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약효가 빨리 나타났다.정아현은 몸에 열기가 달아올라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