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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애는 죽었어요

고청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심지안을 쳐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어보고 싶다면서요? 안 가요?”

심지안은 마른침을 삼키고 담담한 척 얘기했다.

“가요.”

민채린은 두 사람을 보다가 먼저 앞장 섰다.

“가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 한 건지 보여줄 겸.”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떠보았다.

“제경을 떠날 생각이에요?”

“모르겠네요. 일단 이쪽의 일은 거의 끝나니까 다음에 어디를 갈지 고민 중이에요.”

홍지윤의 병은 평범하지 않았고 또 만성이라 오랫동안 치료해야 한다.

완전히 나으려면 3년이 필요한데 3년 동안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문제가 없으면 된다.

모든 환자를 끝까지 지켜보는 건 민채린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건 간병인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심지안은 민채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송준이 투자한 새 영화가 상영해서 송준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들어보니 요즘 2년간 송준이 투자한 영화들이 대박 나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홍지윤은 눈이 새빨개졌다. 그는 송준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다.

“감정 좀 추슬러요. 우리는 은인이지 원수가 아니니까요.”

민채린은 여유로운 말투로 얘기했다.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홍지윤은 고개를 돌려 그들이 온 것을 확인했다. 가늘게 뜬 눈에 놀란 기색이 약간 어렸다. 그리고 고청민을 보면서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고청민의 하얀 얼굴에는 담담한 표정뿐이었다.

“당신의 목숨은 지안 씨가 준 거예요. 지금 지안 씨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으니 솔직하게 대답해요.”

홍지윤은 몸을 살짝 떨었다.

고청민은 홍지윤에게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홍지윤은 그의 눈에서 이게 협박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심장 앞에 칼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언제 심장을 찌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치솟았다.

얼굴은 순진무구한 대학생 같지만 사실은 극악무도한 사람이다.

홍지윤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

“애는 죽었어요.”

고청민은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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