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청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지안을 지긋이 바라봤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내려는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몸을 약간 기울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얼굴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지안 씨. 솔직하게 말해 줘요.”심지안은 억지로 냉정을 유지하려고 했다. 본인 자신도 등 뒤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서 그와 시선을 마주치고 되물었다.“이게 솔직한 거예요. 왜 저 안 믿어줘요?”“당신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계획 밖의 문제를 만난 게 아니라면요.”“결혼이 무서워진 건 문제에 속하지도 않는다는 거에요?”심지안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말랑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보호 욕구를 자극했다.“할아버지가 저 이해 못 해주는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당신까지...”고청민은 이 말을 듣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아침에는 왜 보광 중신에 갔는데요?”“성연신 씨랑 약속 잡아서 결혼식 전에 성연신 할아버지 뵈러 가려고 했어요. 저한테 잘해주셨거든요. 저를 가족처럼 대해주셨는데 결혼식 전에 말씀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심지안은 온몸이 굳어서 어색하게 그의 가슴에 기댔다.듣기엔 가짜 같아도 어쩔 수 없이 성수광을 방패막이로 써야 했다.고청민은 눈빛이 미묘해졌다.“성수광 씨한테 전화로 말해도 되잖아요.”“어르신이라서 스마트폰을 잘 안 써요. 집 전화번호는 진작에 삭제했죠.”심지안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일부러 궁금한 척 물었다.“듣기로는 우주가 세움에 저 찾으러 왔다던데요?”“네.”고청민은 숨기지 않았다.“대여섯살 되는 애가 혼자 찾아왔을 리는 없고 성연신이 시킨 거 같더라고요. 당신 대신해서 거절했어요. 귀찮은 일 줄이려고요.”이 말은 꽤 조리 정연하고 자상한 것 같았다.심지안은 눈을 반짝였다.“고용인한테 계속 홍지윤 씨의 약 달여주라고 해요. 사람 목숨 구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물론 그녀의 죄가 많
이튿날 아침,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성우주는 발꿈치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다가 의아해서 중얼거렸다.“아빠. 고모 왜 아직도 안 와요?”약속 시간은 9시였는데 이미 9시 반이었다.성연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확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안 올 거야.”“왜요?”성우주의 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리고 성연신의 핸드폰이 울리자, 성우주는 빠르게 다가와서 같이 보려고 했다.당연하게도 심지안이 건 통화였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갈 거 같아요. 미안해요.”성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빠를 봤다.“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춰요? 고모랑 미리 연락 했어요?”“아니.”“그럼 왜...”“꼬맹이 주제에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성연신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자세히 보면 얇은 입술이 미묘한 호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성우주는 눈을 깜박이며 눈썹을 움직였다. 유치하고 귀여운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넘쳤다.“표정 엄청 이상해요. 저한테 숨기는 일 있죠?”누가 바람 맞고 화를 내기는커녕 기뻐한단 말인가? 특히 아빠처럼 늘 차가운 사람이 말이다.성연신은 큰 손을 그의 머리 위에 올려두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즐거운 듯이 말했다.“안 오는 게 좋은 거야.”이건 심지안 마음속에 그가 있고 성씨 가문을 중요시 생각한다는 거였다.심지안은 잘 알 것이다. 만약 송석훈이 성연신 엄마의 상황을 알게 된다면 성씨 집안과 비밀 조직에 한바탕 피바람이 불 건 당연지사였다. 어린 나이의 성우주는 그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여 일부러 준비해 입은 정장을 보며 순간 실망했다.그럼 자기는 괜히 꾸민 거 아닌가?하지만 실망은 실망이고 그는 심지안에게 미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이상하기도 하지.사실 성우주도 그의 아빠같이 시간 약속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간을 지키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아 왔다.하지만 심지안에게는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성연신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성우주를
다락방에 씨씨티비가 있어서 다락방만 나오면 홍지윤에게 아무거나 물어볼 수 있었다.성연신을 바람맞히고 나서 사흘이 지났다.사흘 동안 그는 고청민과 웨딩드레스 매장에 가서 웨딩드레스를 예약하고 결혼식에 관한 다른 일에는 아무 의견도 내비치지 않았다.원래 예정대로 5월 6일에 진행하기로 했는데 지금 4월 20일이었다.16일 남았다.그녀에겐 시간이 없었다. 머리 위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이 떠 있는 기분이다. 같은 침대를 쓰는 게 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를 느낌이었다.긴장과 황망함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오늘의 행동을 숨기고 고청민이 안심하게 하기 위해 그녀는 일부러 세움에 가지 않았다.민채린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마음대로 하세요. 제 직책은 병을 치료하는 것뿐이에요.”“저 대신 고용인한테 말 좀 전해줘요. 저는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을게요.”심지안은 웃으면서 물에 젖은 옷을 털어냈다.“그래요.”민채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녀는 넘쳐흐르는 기쁨을 억누르면서 안방으로 갔다.“잠시만요.”그때 민채린이 그녀를 불렀다.심지안은 뜨끔해서 잠깐 멈칫하고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죠?”“성연신 전처가 누군지 알아요?”민채린은 빨간 입술을 재밌다는 듯이 올리면서 도발하듯이 물었다.“그 사람이 예뻐요, 아니면 제가 더 예뻐요?”심지안은 입이 벌려졌다. 이걸 물을 줄 생각도 못 했지만 평온하게 대답했다.“당신이 더 예뻐요.”민채린은 만족해서 흥얼거리며 돌아가서 고용인을 불렀다.고용인이 휠체어를 밀고 3층에서부터 홍지윤을 데리고 나오는 걸 보고, 심지안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내려 앉히며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었다.다시 나왔을 때, 민채린은 이미 운전해서 떠난 뒤였다.심지안과 홍지윤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고용인으로부터 휠체어를 넘겨받았다.“제가 하죠.”고용인은 휠체어를 넘겼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먼저 들어가 보세요. 혼자 있기에 적적해서요. 돌아갈 때 부를게요
“저도 몰라요...”심지안은 손에 힘을 더 주면서 더 초조해졌다.“아직도 나를 속여요? 살기 싫어졌나 봐?”“켁...”목에 졸려오면서, 홍지윤은 기침을 참지 못했다. 창백한 얼굴은 어느새 보라색으로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발버둥 쳤지만, 빌어먹을 몸뚱아리에는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그 순간 그녀는 가장 가치 있는 정보가 비밀 조직의 비밀도 아니고, 고청민도 아니고, 심지안과 성연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걸 깨달았다.만약 입 밖에 꺼내면 고청민은 그녀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었다.어떻게 해도 죽는다면 지금 타협할 필요도 없었다.홍지윤도 일반인이 아니다. 비밀 조직으로부터 버려지는 일까지 겪어본 사람이었다. 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심지안은 그 꼴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그래요. 그럼 만족시켜 드릴게요.”두 사람은 모두 도박을 하고 있었다. 모두 상대방이 그럴 용기는 없으리라는 도박을 말이다.심지안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의 악마가 머리를 쳐들어, 진심으로 홍지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비밀 조직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왜 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친자식과 떨어져야 했겠는가.홍지윤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두렵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도박할 수밖에 없었다.고청민, 성연신, 심지안. 이 셋 중 심지안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심지안을 손에 넣으면 다른 두 남자는 모두 심지안 말을 들을 게 뻔했다.숨이 적어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져 모든 게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았다. 홍지윤의 몸도 이미 한계였다.더 버티면 죽는다.“도련님, 돌아오셨네요.”멀리서 고용인의 소리가 들리자 심지안은 손이 떨렸다. 겨우 남은 이성으로 홍지윤을 놓아줬다.홍지윤은 숨을 몰아쉬면서 공포에 싸여 심지안을 쳐다봤다. 다시 공격할까 봐 무서워서 급하게 말했다.“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는 없어도 다
홍지윤은 그녀의 기척이 너무 커서 고청민이 올까 봐 무서워 쭉 화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고청민은 차를 고용인에게 맡기고 이미 올라갔다.홍지윤은 한숨을 내쉬었다.“고청민한테 저 좀 잘 봐달라고 해줘요. 그리고 외국으로 도주하고 나면 아이 어딨는지 알려줄게요. 어때요?”심지안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난 지금 아이가 어느 도시에 있는지 알아야겠어.”홍지윤은 이를 악물었다.“제경에 있어요. 지금 당신을 속이면 저도 곱게 죽진 못하겠죠.”...고용인은 홍지윤을 데리고 다락방에 돌아갔다. 심지안은 돌아가서 얼굴을 씻어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현실감 있는 아픔이 느껴졌다.이불 안에 들어가자 분명히 따뜻했지만, 그 어떤 온도도 느낄 수 없었다.저녁이 되고 고청민이 그녀를 밥 먹으라고 부르러 왔다가 열이 나는 걸 발견했다.하얀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붉어졌고 푸딩처럼 말랑하던 입술이 갈라졌다. 몸을 옹송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는 상처 입은 강아지 같았다.고청민은 마음이 아파서 다정하게 물었다.“아픈데 왜 저한테 말을 안 했어요?”심지안은 그제야 눈을 떴다. 차가운 눈동자에는 안개가 낀 것 같았다. 그녀는 고청민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너무 알고 싶었다.세움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라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그녀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고청민과 뺏지 않을 것이었다.그녀에게 잘해준 건 쭉 가짜였나? 아니면 그녀가 쭉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인가.고청민은 심지안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많이 아픈 줄 알고 마음이 급해져서 몸을 돌려 전담 의사를 부르러 직접 갔다.의사가 와서 진료를 보고 말했다.“도련님. 아가씨는 괜찮으세요. 그저 감기라서 약만 드시면 됩니다.”“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나요?”“그럴 필요는 없어요. 약만 잘 드시면 내일이면 나을 겁니다.”고청민은 의사가 남기고 간 약을 쥐고 다정하게 심지안을 일으켜 앉혔다.심지안은 그와의 스킨십을 밀어내면서 약을 받아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고청민은 어리둥절했다.“배고파요
심지안은 김민수의 SNS를 끝까지 다 봤지만 발견한 건 많지 않았다. 유일하게 의심 가는 점은 그의 딸의 이목구비와 홍지윤이 했던 말이었다.심지안은 자기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그 여자애는 김민수와 임시연의 아이였다.사진만 봐서는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많아 봤자 여섯 살 좌우인 모양새였는데 임시연이 성연신에게 붙어 다닌 건 오 년쯤이었다.그 뒤로 심지안은 잘 숨기고 다녔다. 회사를 가는 횟수를 줄여 고청민과의 만남을 줄였다.그녀는 결혼 전에 솔로 파티를 즐기고 싶다 핑계를 대고 진유진을 성씨 가문 별장에 데리고 와서 며칠 놀게 했다.그리고 심지안은 매일 고청민에게 일정을 보고했다. 연속 사흘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그녀는 고청민이 더는 의심을 하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점심에 진유진과 밥을 먹고 두 사람은 검색해 낸 김민수의 주소로 향했다.아파트 단지의 보안이 엄격해서 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진유진과 심지안은 차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다가 마침내 김민수가 여자애를 데리고 간식 사러 나온 걸 발견했다.“내가 내려가 볼게. 사진도 몇장 찍을게.”진유진이 말했다.“이거 써.”심지안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건넸다.그녀는 김민수와 몇 번만 만났었다. 김민수는 고청민의 측근으로서 심지안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진유진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건네받고 김민수 방향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은밀한 위치를 찾아서 김민수가 아이에게 간식을 골라주는 틈을 타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진유진은 차에 돌아와서 기쁘게 심지안에게 말했다.“말도 마. 그 여자애 청순하고 순진해 보이는 게, 확실히 임시연이랑 닮았어. 근데 좀 멍청해 보여.”말을 들은 심지안은 급하게 방금 찍은 사진을 살펴봤다.작은 얼굴에 아이 같은 천진함과 영특함은 보이지 않고 대신 어리벙벙하게 멍청한 모양새였다. 게다가 쭉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심지안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얘 뭔가 이상해.”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예 내려서 김민수랑 물어보자.
심지안은 성격 좋은 사람처럼 웃었다.“임시연은 ‘골칫거리’ 네 글자로 표현할 사람이 아니죠.”변혜영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변혜영에게 있어서 심지안과 임시연은 똑같은 사람이었다.한 명은 아빠를 빼앗았고 한 명은 오빠를 빼앗았다.짜증 나 죽을 지경이었다.“아직 보름이에요. 골치라뇨.”임시연은 안나를 향해 고개를 젓고는 뒤에서 선물함을 꺼내 공손하게 말했다.“기가 허하다고 하시는데 뭘 가져올지 모르겠더라고요. 왕실에 부족한 게 없으니까요. 마침 예전에 친구가 선물해 준 천 년 된 인삼이 있어서 가져왔는데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안나는 어리둥절해서 변석환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받아서 들었다.변석환은 기회를 타서 말했다.“어머니. 이 인삼, 시연이가 몇 년 동안 아껴둔 거예요. 항암 치료할 때도 아까워서 안 먹던 거라고요.”“쳇. 그래봤자 인삼이지. 주방에 두면 무랑 다를 게 뭐람. 하늘의 별도 아니고 그렇게 억지로 띄워줄 게 뭐야?”변혜영은 끊임없이 비아냥거리면서 조금의 체면도 살펴주지 않았다.변석환은 난처했다.“혜영아.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연이 마음이잖아.”“네네네. 인삼 하나랑 배 속에 아이 하나로 왕실에 들어오다니, 아주 좋은 거래네요.”임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에서는 진주 같은 눈물이 흘렀다. 제법 피해자 같은 모양새였다.주변이 모두 왕실의 사람이라 안나는 변혜영이 실수 할까 봐 딸을 쫓아냈다.“저리 가서 앉아있어.”변혜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이 눈앞의 구미호를 계속 보기도 싫었다. 그래서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 어깨로 임시연을 힘껏 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변혜영은 제일 먼저 변요석을 찾았지만 변요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오빠가 굳이 이 시간을 골라서 임시연을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대화 좀 할래요?”심지안은 갑자기 변혜영 등 뒤에 나타나 차가운 눈으로 웃고 있었다.변혜영은 팔짱을 끼고 고고하게 턱을 쳐들었다.“나는 사생아랑 할 말 없어요.”심지안은 애매하게 웃었다.“그럼, 앞으로 사
심지안은 어깨를 으쓱했다.“지금으로써는 임시연의 혈육인지 확신할 수 없어요. 가능성이 크긴 하죠.”두 번째 결혼인지 아닌지는, 김민수도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첫번째 결혼은 성연신과 한 것이 아니다.“가능성이 크다뇨! 자세히 몇 번 보기만 해도 알겠던데요? 생긴 게 아주 붕어빵이더구만!”눈이 멀지만 않으면 다 보아낼 수 있다.변혜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끓어올랐다. 그녀는 재빨리 심지안의 핸드폰을 빼앗았다.“저 못 기다리겠어요. 지금 당장 오빠한테 임시연의 본 모습을 밝혀야겠어요!”무방비 상태였던 심지안은 변혜영이 멀리 간 뒤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다시 표정을 폈다.그 시각, 변혜영은 변석환을 아무도 없는 방으로 끌고 와 심지안의 핸드폰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똑똑히 봐. 오빠가 그렇게 사랑하는 임시연의 아이야! 오빠는 아직 모르지?”변석환은 사진을 눈여겨보았다. 조금은 익숙한 얼굴과 그때 김민수의 이상했던 행동이 떠올랐다.“무슨 뜻이야?”변혜영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조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말 그대로야. 임시연은 순한 토끼 같은 여자가 아니라고. 꾸며낸 모습에 속지 마. 성연신은 그냥 그중 한 남자일 뿐이야. 얼마나 많은 남자의 아이를 낳았는지 몰라. 수치심 없는 걸레 같은 년. 오빠 같은 순진한 남자나 속지.”“변혜영.”“왜?”그녀는 말을 멈추고 변석환의 화로 휩싸인 눈을 마주치고 깜짝 놀랐다.“시연이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어. 지금부터 우리 가족의 일원이야. 네 새언니고. 네가 시연이를 존중하고 잘 대해줬으면 좋겠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시연이를 괴롭히지 마. 이러면 나 너한테 실망할 거니까. 그리고, 이거 심지안 핸드폰이지. 넌 심지안이 한 말을 믿어?”변혜영은 입술을 뻐끔거렸다. 눈에는 슬픈 기색이 보였다.“오빠, 난 오빠 가족이야.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넌 내 가족 맞지. 시연이도야. 자꾸 선 넘지 마.”말을 마치고 변석환은 핸드폰을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