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에 씨씨티비가 있어서 다락방만 나오면 홍지윤에게 아무거나 물어볼 수 있었다.성연신을 바람맞히고 나서 사흘이 지났다.사흘 동안 그는 고청민과 웨딩드레스 매장에 가서 웨딩드레스를 예약하고 결혼식에 관한 다른 일에는 아무 의견도 내비치지 않았다.원래 예정대로 5월 6일에 진행하기로 했는데 지금 4월 20일이었다.16일 남았다.그녀에겐 시간이 없었다. 머리 위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이 떠 있는 기분이다. 같은 침대를 쓰는 게 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를 느낌이었다.긴장과 황망함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오늘의 행동을 숨기고 고청민이 안심하게 하기 위해 그녀는 일부러 세움에 가지 않았다.민채린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마음대로 하세요. 제 직책은 병을 치료하는 것뿐이에요.”“저 대신 고용인한테 말 좀 전해줘요. 저는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을게요.”심지안은 웃으면서 물에 젖은 옷을 털어냈다.“그래요.”민채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녀는 넘쳐흐르는 기쁨을 억누르면서 안방으로 갔다.“잠시만요.”그때 민채린이 그녀를 불렀다.심지안은 뜨끔해서 잠깐 멈칫하고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죠?”“성연신 전처가 누군지 알아요?”민채린은 빨간 입술을 재밌다는 듯이 올리면서 도발하듯이 물었다.“그 사람이 예뻐요, 아니면 제가 더 예뻐요?”심지안은 입이 벌려졌다. 이걸 물을 줄 생각도 못 했지만 평온하게 대답했다.“당신이 더 예뻐요.”민채린은 만족해서 흥얼거리며 돌아가서 고용인을 불렀다.고용인이 휠체어를 밀고 3층에서부터 홍지윤을 데리고 나오는 걸 보고, 심지안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내려 앉히며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었다.다시 나왔을 때, 민채린은 이미 운전해서 떠난 뒤였다.심지안과 홍지윤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고용인으로부터 휠체어를 넘겨받았다.“제가 하죠.”고용인은 휠체어를 넘겼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먼저 들어가 보세요. 혼자 있기에 적적해서요. 돌아갈 때 부를게요
“저도 몰라요...”심지안은 손에 힘을 더 주면서 더 초조해졌다.“아직도 나를 속여요? 살기 싫어졌나 봐?”“켁...”목에 졸려오면서, 홍지윤은 기침을 참지 못했다. 창백한 얼굴은 어느새 보라색으로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발버둥 쳤지만, 빌어먹을 몸뚱아리에는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그 순간 그녀는 가장 가치 있는 정보가 비밀 조직의 비밀도 아니고, 고청민도 아니고, 심지안과 성연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걸 깨달았다.만약 입 밖에 꺼내면 고청민은 그녀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었다.어떻게 해도 죽는다면 지금 타협할 필요도 없었다.홍지윤도 일반인이 아니다. 비밀 조직으로부터 버려지는 일까지 겪어본 사람이었다. 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심지안은 그 꼴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그래요. 그럼 만족시켜 드릴게요.”두 사람은 모두 도박을 하고 있었다. 모두 상대방이 그럴 용기는 없으리라는 도박을 말이다.심지안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의 악마가 머리를 쳐들어, 진심으로 홍지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비밀 조직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왜 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친자식과 떨어져야 했겠는가.홍지윤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두렵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도박할 수밖에 없었다.고청민, 성연신, 심지안. 이 셋 중 심지안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심지안을 손에 넣으면 다른 두 남자는 모두 심지안 말을 들을 게 뻔했다.숨이 적어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져 모든 게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았다. 홍지윤의 몸도 이미 한계였다.더 버티면 죽는다.“도련님, 돌아오셨네요.”멀리서 고용인의 소리가 들리자 심지안은 손이 떨렸다. 겨우 남은 이성으로 홍지윤을 놓아줬다.홍지윤은 숨을 몰아쉬면서 공포에 싸여 심지안을 쳐다봤다. 다시 공격할까 봐 무서워서 급하게 말했다.“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는 없어도 다
홍지윤은 그녀의 기척이 너무 커서 고청민이 올까 봐 무서워 쭉 화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고청민은 차를 고용인에게 맡기고 이미 올라갔다.홍지윤은 한숨을 내쉬었다.“고청민한테 저 좀 잘 봐달라고 해줘요. 그리고 외국으로 도주하고 나면 아이 어딨는지 알려줄게요. 어때요?”심지안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난 지금 아이가 어느 도시에 있는지 알아야겠어.”홍지윤은 이를 악물었다.“제경에 있어요. 지금 당신을 속이면 저도 곱게 죽진 못하겠죠.”...고용인은 홍지윤을 데리고 다락방에 돌아갔다. 심지안은 돌아가서 얼굴을 씻어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현실감 있는 아픔이 느껴졌다.이불 안에 들어가자 분명히 따뜻했지만, 그 어떤 온도도 느낄 수 없었다.저녁이 되고 고청민이 그녀를 밥 먹으라고 부르러 왔다가 열이 나는 걸 발견했다.하얀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붉어졌고 푸딩처럼 말랑하던 입술이 갈라졌다. 몸을 옹송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는 상처 입은 강아지 같았다.고청민은 마음이 아파서 다정하게 물었다.“아픈데 왜 저한테 말을 안 했어요?”심지안은 그제야 눈을 떴다. 차가운 눈동자에는 안개가 낀 것 같았다. 그녀는 고청민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너무 알고 싶었다.세움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라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그녀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고청민과 뺏지 않을 것이었다.그녀에게 잘해준 건 쭉 가짜였나? 아니면 그녀가 쭉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인가.고청민은 심지안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많이 아픈 줄 알고 마음이 급해져서 몸을 돌려 전담 의사를 부르러 직접 갔다.의사가 와서 진료를 보고 말했다.“도련님. 아가씨는 괜찮으세요. 그저 감기라서 약만 드시면 됩니다.”“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나요?”“그럴 필요는 없어요. 약만 잘 드시면 내일이면 나을 겁니다.”고청민은 의사가 남기고 간 약을 쥐고 다정하게 심지안을 일으켜 앉혔다.심지안은 그와의 스킨십을 밀어내면서 약을 받아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고청민은 어리둥절했다.“배고파요
심지안은 김민수의 SNS를 끝까지 다 봤지만 발견한 건 많지 않았다. 유일하게 의심 가는 점은 그의 딸의 이목구비와 홍지윤이 했던 말이었다.심지안은 자기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그 여자애는 김민수와 임시연의 아이였다.사진만 봐서는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많아 봤자 여섯 살 좌우인 모양새였는데 임시연이 성연신에게 붙어 다닌 건 오 년쯤이었다.그 뒤로 심지안은 잘 숨기고 다녔다. 회사를 가는 횟수를 줄여 고청민과의 만남을 줄였다.그녀는 결혼 전에 솔로 파티를 즐기고 싶다 핑계를 대고 진유진을 성씨 가문 별장에 데리고 와서 며칠 놀게 했다.그리고 심지안은 매일 고청민에게 일정을 보고했다. 연속 사흘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그녀는 고청민이 더는 의심을 하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점심에 진유진과 밥을 먹고 두 사람은 검색해 낸 김민수의 주소로 향했다.아파트 단지의 보안이 엄격해서 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진유진과 심지안은 차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다가 마침내 김민수가 여자애를 데리고 간식 사러 나온 걸 발견했다.“내가 내려가 볼게. 사진도 몇장 찍을게.”진유진이 말했다.“이거 써.”심지안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건넸다.그녀는 김민수와 몇 번만 만났었다. 김민수는 고청민의 측근으로서 심지안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진유진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건네받고 김민수 방향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은밀한 위치를 찾아서 김민수가 아이에게 간식을 골라주는 틈을 타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진유진은 차에 돌아와서 기쁘게 심지안에게 말했다.“말도 마. 그 여자애 청순하고 순진해 보이는 게, 확실히 임시연이랑 닮았어. 근데 좀 멍청해 보여.”말을 들은 심지안은 급하게 방금 찍은 사진을 살펴봤다.작은 얼굴에 아이 같은 천진함과 영특함은 보이지 않고 대신 어리벙벙하게 멍청한 모양새였다. 게다가 쭉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심지안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얘 뭔가 이상해.”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예 내려서 김민수랑 물어보자.
심지안은 성격 좋은 사람처럼 웃었다.“임시연은 ‘골칫거리’ 네 글자로 표현할 사람이 아니죠.”변혜영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변혜영에게 있어서 심지안과 임시연은 똑같은 사람이었다.한 명은 아빠를 빼앗았고 한 명은 오빠를 빼앗았다.짜증 나 죽을 지경이었다.“아직 보름이에요. 골치라뇨.”임시연은 안나를 향해 고개를 젓고는 뒤에서 선물함을 꺼내 공손하게 말했다.“기가 허하다고 하시는데 뭘 가져올지 모르겠더라고요. 왕실에 부족한 게 없으니까요. 마침 예전에 친구가 선물해 준 천 년 된 인삼이 있어서 가져왔는데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안나는 어리둥절해서 변석환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받아서 들었다.변석환은 기회를 타서 말했다.“어머니. 이 인삼, 시연이가 몇 년 동안 아껴둔 거예요. 항암 치료할 때도 아까워서 안 먹던 거라고요.”“쳇. 그래봤자 인삼이지. 주방에 두면 무랑 다를 게 뭐람. 하늘의 별도 아니고 그렇게 억지로 띄워줄 게 뭐야?”변혜영은 끊임없이 비아냥거리면서 조금의 체면도 살펴주지 않았다.변석환은 난처했다.“혜영아.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연이 마음이잖아.”“네네네. 인삼 하나랑 배 속에 아이 하나로 왕실에 들어오다니, 아주 좋은 거래네요.”임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에서는 진주 같은 눈물이 흘렀다. 제법 피해자 같은 모양새였다.주변이 모두 왕실의 사람이라 안나는 변혜영이 실수 할까 봐 딸을 쫓아냈다.“저리 가서 앉아있어.”변혜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이 눈앞의 구미호를 계속 보기도 싫었다. 그래서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 어깨로 임시연을 힘껏 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변혜영은 제일 먼저 변요석을 찾았지만 변요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오빠가 굳이 이 시간을 골라서 임시연을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대화 좀 할래요?”심지안은 갑자기 변혜영 등 뒤에 나타나 차가운 눈으로 웃고 있었다.변혜영은 팔짱을 끼고 고고하게 턱을 쳐들었다.“나는 사생아랑 할 말 없어요.”심지안은 애매하게 웃었다.“그럼, 앞으로 사
심지안은 어깨를 으쓱했다.“지금으로써는 임시연의 혈육인지 확신할 수 없어요. 가능성이 크긴 하죠.”두 번째 결혼인지 아닌지는, 김민수도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첫번째 결혼은 성연신과 한 것이 아니다.“가능성이 크다뇨! 자세히 몇 번 보기만 해도 알겠던데요? 생긴 게 아주 붕어빵이더구만!”눈이 멀지만 않으면 다 보아낼 수 있다.변혜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끓어올랐다. 그녀는 재빨리 심지안의 핸드폰을 빼앗았다.“저 못 기다리겠어요. 지금 당장 오빠한테 임시연의 본 모습을 밝혀야겠어요!”무방비 상태였던 심지안은 변혜영이 멀리 간 뒤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다시 표정을 폈다.그 시각, 변혜영은 변석환을 아무도 없는 방으로 끌고 와 심지안의 핸드폰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똑똑히 봐. 오빠가 그렇게 사랑하는 임시연의 아이야! 오빠는 아직 모르지?”변석환은 사진을 눈여겨보았다. 조금은 익숙한 얼굴과 그때 김민수의 이상했던 행동이 떠올랐다.“무슨 뜻이야?”변혜영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조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말 그대로야. 임시연은 순한 토끼 같은 여자가 아니라고. 꾸며낸 모습에 속지 마. 성연신은 그냥 그중 한 남자일 뿐이야. 얼마나 많은 남자의 아이를 낳았는지 몰라. 수치심 없는 걸레 같은 년. 오빠 같은 순진한 남자나 속지.”“변혜영.”“왜?”그녀는 말을 멈추고 변석환의 화로 휩싸인 눈을 마주치고 깜짝 놀랐다.“시연이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어. 지금부터 우리 가족의 일원이야. 네 새언니고. 네가 시연이를 존중하고 잘 대해줬으면 좋겠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시연이를 괴롭히지 마. 이러면 나 너한테 실망할 거니까. 그리고, 이거 심지안 핸드폰이지. 넌 심지안이 한 말을 믿어?”변혜영은 입술을 뻐끔거렸다. 눈에는 슬픈 기색이 보였다.“오빠, 난 오빠 가족이야.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넌 내 가족 맞지. 시연이도야. 자꾸 선 넘지 마.”말을 마치고 변석환은 핸드폰을 테이블
고청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심지안을 쳐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물어보고 싶다면서요? 안 가요?”심지안은 마른침을 삼키고 담담한 척 얘기했다.“가요.”민채린은 두 사람을 보다가 먼저 앞장 섰다.“가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 한 건지 보여줄 겸.”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떠보았다.“제경을 떠날 생각이에요?”“모르겠네요. 일단 이쪽의 일은 거의 끝나니까 다음에 어디를 갈지 고민 중이에요.”홍지윤의 병은 평범하지 않았고 또 만성이라 오랫동안 치료해야 한다.완전히 나으려면 3년이 필요한데 3년 동안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문제가 없으면 된다.모든 환자를 끝까지 지켜보는 건 민채린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건 간병인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심지안은 민채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송준이 투자한 새 영화가 상영해서 송준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들어보니 요즘 2년간 송준이 투자한 영화들이 대박 나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홍지윤은 눈이 새빨개졌다. 그는 송준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다.“감정 좀 추슬러요. 우리는 은인이지 원수가 아니니까요.”민채린은 여유로운 말투로 얘기했다.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홍지윤은 고개를 돌려 그들이 온 것을 확인했다. 가늘게 뜬 눈에 놀란 기색이 약간 어렸다. 그리고 고청민을 보면서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고청민의 하얀 얼굴에는 담담한 표정뿐이었다.“당신의 목숨은 지안 씨가 준 거예요. 지금 지안 씨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으니 솔직하게 대답해요.”홍지윤은 몸을 살짝 떨었다.고청민은 홍지윤에게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홍지윤은 그의 눈에서 이게 협박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심장 앞에 칼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언제 심장을 찌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치솟았다.얼굴은 순진무구한 대학생 같지만 사실은 극악무도한 사람이다.홍지윤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애는 죽었어요.”고청민은 시선을 내렸다
방을 나선 민채린은 처방전을 남기고 떠났다. 3일 후에는 마지막으로 와볼 것이다. 심지안은 그쪽을 쳐다보았다. 고청민은 처방전을 약을 달이는 고용인에게 넘기지 않고 아무렇게나 옆에 던져놓았다.그리고 심지안을 안고 위로하며 부드러운 손으로 토닥여주었다. 그러다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며 얘기했다.“같이 영화나 보면서 기분 전환이나 할까요?”심지안은 고청민이 기분이 좋다는 것을 보아냈다.심지안은 고청민의 부드러운 말투에 똑같이 대답했다.“아니요. 요즘 회사를 안 가봐서... 실적이 어떤지 봐야겠어요.”“그것도 기분 전환으로 괜찮겠네요.”“네. 저 혼자 갈게요. 청민 씨는 할아버지를 보러 가요. 두 사람이 바둑을 안 둔 지 오래됐잖아요. 할아버지 말동무도 해드려야죠.”“그래요. 마침 다음 기자회견 내용도 정해야죠.”심지안이 성동철의 외손녀라는 것을 밝힐 기자회견은 바로 다음 주에 진행된다. 결혼식 3일 전이었다.결혼식은 다다음 주 수요일이다.그러니 당당하게 결혼을 할 수 있다.고청민이 아깝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 심지안의 예쁜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그때 가서 고청민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성동철은 엄청나게 화를 낼 것이다.설마 그녀의 엄마처럼... 쫓겨나는 건 아니겠지?그녀의 엄마는 양보하지 않았다. 심지안도 그럴 예정이다.심지안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농담을 건넸다. “그래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요. 청민 씨가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거라고요. 절대로 내가 몸으로 청민 씨를 꼬신게 아니라고요.”“사실 지안 씨가 가만히 있어도 넘어갈 텐데.”고청민의 갈색 눈동자에는 환한 웃음이 드러났다.“어떻게든 지안 씨한테 넘어갔을 거예요.”...심지안은 꾸미기 싫었다. 그저 잠옷을 벗고 카키색의 긴 드레스를 입고 세움으로 갔다.그러면서 그녀는 성연신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홍지윤이 위험할 수 있으니 얼른 홍지윤을 데려가라는 말이었다.세움에 와서 주차한 후, 심지안은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성연신이 문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