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주는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왠지 모르게 맞은편에 있는 아저씨에게 적대감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이번이 그들 첫 만남이었다.방매향은 인간 세상의 험악함에 익숙해졌기에 고청민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성우주를 뒤로 감싸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방매향 씨 손자인가요?"고청민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마치 방매향의 움직임을 보지 못한 듯 눈빛은 여전히 성우주를 보고 있었다."아니에요."방매향이 부정했다."이 아이가 사람을 찾아왔는데 내가 지금 일이 없어서 돌봐주는 중이에요.""누구 찾으러 왔어요?"그녀는 그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들었는지 몰라 망설였다."심지안 씨요."숨기는 것이 더욱 큰 의심을 불러올 것 같았다."성연신씨 아이인가요?"고청민이 그윽하게 쳐다보며 확실하다는 말투로 말했다.'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네. 우리 아빠가 성연신이예요. 당신은 누구세요?"성우주가 대답했다.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반문했다.고청민이 웃을락 말락 하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내가 바로 네가 말한 연적이야. 지안 씨의 약혼자."성우주가 까만 눈을 크게 뜨고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살폈다.이내 결론이 났다. 확실히 자신의 아버지보다는 많이 어려 보였다.성우주는 고청민에게 작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고청민은 고개를 숙이고 성우주를 바라봤다. 그는 어린아이의 얼굴에서 심지안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입꼬리를 치켜세우고 무표정으로 말했다."지안 씨는 지금 없어. 그러니 돌아가."성우주는 눈을 깜박거리며 소리 없이 방매향을 쳐다봤다. 마치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할머니께서 지안 고모가 여기에 있다고 하셨는데?'방매향은 고청민이 일찍이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알아차리고는 성우주에게 화가 미칠까 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우주야, 돌아가. 기사님 아직 밑에서 너 기다리는 거 맞지?"성우주는 고청민의
"타세요."심지안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차에 올랐다.그녀가 차에 오르자 운전사는 순식간에 차 문을 잠갔다.이와 동시에 차가운 칼 한 자루가 심지안의 목덜미로 들어왔다."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죽일 거야."심지안은 온몸이 굳었다. 그녀는 강도를 만난 줄 알았다.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저기요. 저 돈 있어요. 얼마면 되겠어요? 제발 저를 해치지만 말아주세요."남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넌 네 목숨이 얼마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안전이 제일이죠. 나에게 있는 걸 다 드릴 수 있어요. 절대 인색하게 굴지 않아요."돈이 어떻게 목숨보다 중요하겠는가. 무서운 것은 죽는다면 돈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안타깝네. 우린 너의 돈을 원하는 게 아니야."심지안은 모골이 송연해졌다."무슨 뜻이에요?"이내 검은 포대가 그녀의 머리에 씌워졌고, 앞은 캄캄했다. 목덜미 뒤에는 뾰족한 칼자루가 있었다.강렬한 따끔거림에 심지안은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상대방의 살기를 톡톡히 느꼈다.이건 단순한 약탈이 아니었다.그녀는 재빨리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내 임시연이 비밀 조직에 밀고해서 비밀 조직에서 보낸 킬러라는 결론이 나왔다.보아하니 변요석도 믿을 수 없었다. 두 명의 경호원은 어디로 갔는지 관건적인 시간에 보이지 않았다.차는 도심으로 들어가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달리고 있었다."앞에서 교통경찰이 차를 검사하는데 어떻게 하죠?""괜찮아. 우린 좀 천천히 가자. 의심스러운 점을 보이지 말고. 길목에 도착하면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서 길을 바꾸자."심지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게 자신의 마지막 구조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후과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심지안을 정신을 차렸다. 땀방울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경보기를 만졌다. 만지는 동시에 그녀는 차 창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요 몇 년 동안 외국에 있으면서 늘 술에 취한 노숙자들
성연신의 차가운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마성 있는 목소리에 몇 가지 불확실함과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네?""할아버지가 아직 연신 씨에게 말하지 않으셨죠?"심지안이 등을 곧게 펴고 냉담하게 사실을 말했다."임시연이 비밀 조직 사람이에요. 모든 것은 임시연이 꾸민 짓이에요."그녀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성연신처럼 오만한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성연신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눈살을 찌푸렸다."임시연이 어떻게 비밀 조직과 관계가 있을 수 있죠... 만약 그렇다면 그녀가 어떻게 감히 할아버지가 깨어난 후에도 나에게 매달릴 수 있죠?""그러니 그녀는 일찍이 변요석과 손잡은 거겠죠."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아예 천화 레스토랑에서 한 녹음을 성연신에게 들려주었다.녹음에서 임시연은 분노의 포효로부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까지 짧디짧은 1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녀의 악행은 평생 속죄하기 어려웠다.성연신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며 한기가 감돌았다.그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몇 년 동안 줄곧 자신을 속이고 있을 줄 몰랐다.심지어 우주를 이용해 관심을 얻으려 애쓰기도 했다...그는 심장이 아파왔다. 그가 그녀에게 준 상처는 눈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었다.암암리에 자신 모르게 숨겨진 것이 더 많을지도 몰랐다.'고청민과 함께 금관성을 떠나려 했을 때도 심지안은 분명히 실망을 많이 했었겠지...'심지안은 여유롭게 성연신을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을 바라봤다."아마 비밀 조직에서는 연신 씨와 변요석 씨의 관계에 대해 모를 거예요."임시연이 갖은 방법을 다 써서 변석환을 만났지만 상연신과 변석환의 아버지는 친구 사이였다.'이런 관계라... 구경할 게 많은 것 같네.'성연신인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지안 씨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심지안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내가 연신 씨에게 임시연이 이상하다고 비밀 조직과 관계가 있
임시연은 심지안과 변요석이 대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알 수 없었다.'변석환이 심지안의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나?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 건가?"송성훈은 임시연을 흘겨보며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한쪽에 던졌다. 그러고는 송준이 건네준 손수건을 받아 손을 꼼꼼히 닦았다."요 몇 달 동안 성연신 옆에서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했나요?"임시연이 대답했다."아니요. 선생님께서 나에게 보여준 그 사진은 잘 기억하고 있어요. 그 여자를 본 적은 없어요."송석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비슷한 사람도 보지 못했나요?"임시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네.""아버지,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송준이 때마침 끼어들었다.송석훈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그녀가 성형을 했을 수도 있지 않나요?"한 어머니가 치욕을 참고 비밀 조직을 탈출한 것은 성연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여러 해가 지났다. 그는 그녀가 성연신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진작 조사해 봤지만 성연신 주위에 성형한 의심스러운 여성이 나타났던 적이 없어.""아마도 사람들 속에서 성연신을 몰래 보았을 수 있겠네요. 행인인 척해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걸 수도 있어요."송석훈은 멍해졌다. 그는 이내 웃어 보였다. 눈가에는 주름살이 잡혔고 다시 친절하게 말했다."가서 조사해 봐.""네, 아버지.""시연 씨를 데리고 나가. 온 집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네."송석훈은 말하며 임시연 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굳었던 몸이 풀리면서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잘 넘겼다고 생각했을 때 송석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계속 변석환에게 붙어있어요. 그리고 성우주가 아직도 '시연 씨의 아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필요할 때 성연신은 옛정을 생각해 주지 않았다.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였다.3일 내내 심지안은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의롭게 고청민을 믿고 싶었다... 성
장현진은 화가 나서 성을 내다가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고 갑자기 멍청하게 웃기 시작했다.“네가 패션을 알기나 해? 이거 요새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스케줄 간다고? 그거 오후 시작 아니야?”매니저가 비몽사몽하게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데이트 갈거야.”“누구랑?”“세움 그룹의 심지안 씨.”장현진은 악랄하게 웃었다.“고청민에 대해서 물어봐야할 것같아.”그말을 들은 매니저는 얼굴을 찌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물었다.“진짜?”지난 번만 해도 그 사람이 손을 쓴 바람에 아티스트 한 달 일정이 다 밀렸는데 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러 간다니.연예계 생활을 더는 하기 싫은 건가?장현진은 머리를 정리하면서 말했다.“그럼. 힘들게 진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은 데다가 지안 씨가 먼저 약속 잡은 건데 내가 거절하겠어?”“말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돼. 심지안 씨랑 고청민 씨 관계 이간질할 생각도 말고. 한창 잘 나가고 있는데 자기 무덤 파지 말아.”매니저는 노파심에 거듭 강조했다. 자칫하면 장현진뿐만 아니라 본인 직장도 없어질 노릇이었다.장현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그러면 돌아가서 아빠랑 같이 소, 돼지 키우면 되겠다. 마침 목장 이어받을 사람도 없는데.”“...”금수저가 대단하긴 하다. 짜증 나게!...카페.심지안이 도착했을 때 장현진은 이미 카페에서 메뉴를 시키고 잔뜩 흥분한 채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온 걸 보고는 삽시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서 활기차게 옆의 의자를 빼냈다.“심지안 씨, 앉으세요.”“급하게 약속 잡아서 실례가 많네요.”“괜찮아요. 어차피 한가해서 나와서 바람 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장현진은 커피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뭐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신제품 있길래 시켜봤어요. 코코넛 라떼예요. 한번 드셔보세요.”“고마워요.”심지안은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들고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맛있네요.”장현진은 심지안과 눈이 마주
심지안은 장현진과 헤어지고 한참 동안 혼자 있었다.그녀에게 있어서 스캔들 사건 자체는 사실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을 속인 거라면 달라진다.거기다 성연신이 매번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눈길로 하던 경고들이... 불편했다.그녀는 장현진이 준 명함을 꽉 쥐고 있다가 잠깐 멈칫하고는 일어서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다른 사람 입에서 고청민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진실을 알아내고 싶었다.회사 계좌와 고청민 개인 계좌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지만 고청민은 심지안에게 숨기는 게 아예 없었기에 그의 계좌를 보는 건 쉬웠다.심지안은 차에 앉아서 노트북을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손끝으로 키보드를 몇 번 누르자 쉽게 로그인됐다.고청민의 계좌 기록은 간단하고 적어서 찾아보기도 쉬웠다.그리고 심지안은 지난달 기록에서 고청민이 거액의 돈을 언론 회사에 보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현진이 말한 게 사실이었다. 더럽고 지독해 보이는 스캔들을 사주한 것이 고청민이었다. 심지안은 스크린을 한참동안 노려보면서 얼굴을 점점 찡그렸다. 잠깐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하지만 컴퓨터의 숫자가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모든 게 사실이었다. 고청민은 장현진이 말하는 ‘비열한 자식’이었다.앉아서 진정하려고 노력한 심지안은 겨우 이성을 되찾고 바로 세움으로 돌아갔다. ...“지안 씨?”고청민은 프로젝트 보고서를 살펴보다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눈으로 심지안을 쳐다봤다.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지난달에 왜 언론 회사에 송금했어요?”심지안은 진지하게 바로 핵심을 말했다.고청민은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지만 금방 자연스럽게 표정을 고치고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누가 무슨 말을 했어요?”“먼저 대답해요. 그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 대답해요.”그녀는 눈빛이 반짝였지만 평온하게 대답했다.“있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심지안은 말문이 막혀서 믿기 힘들다는 눈길로 쳐다봤다.자칫하면 한 사람
고청민은 침묵을 지키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눈을 빠르게 굴렸다. 그러고는 슬픈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저 안 믿으세요?”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고요. 그냥 너무 공교로운 거 같아서요.”양쪽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평소였다면 생각도 하지 않고 고청민을 선택할 것이다.장현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 같은 존재지만 고청민은 아니었다. 고청민은 처음부터 그녀 곁에 있던 사람이고 그녀를 살려준 사람이었다.고청민이 없었다면 그녀는 지난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하지만 함께 겪은 게 너무 많았고 불우했던 가정에서 자라온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건드리면 깨질 살얼음 같았다.“지안 씨.”고청민은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고청민의 맑은 두 눈은 눈물을 꾹 참는 것처럼 보였다.“사람 말이 무섭죠. 저희가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세요?”심지안은 그의 눈길을 보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한때 그녀도 성연신에게 믿음을 받지 못했었다.그 순간 그녀도 마음이 힘들어서 눈을 내리깔았다.“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당신을 믿어요.”그래, 고청민을 제외하고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성연신? 아니면 장현진?전자는 당연히 아니다. 원래 행복으로 가득했던 가정을 산산조각 낸 사람이었다. 후자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고 아주 조금의 인연만 있는 사이였다.“우리는 서로만 믿으면 돼요. 다른 사람 영향받지 마요.”고청민은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언론의 사람을 몇 명 알아요. 만약 당신이 장현진 씨를 돕고 싶다면 제가 한번 연락해볼게요.”“됐어요. 당신이랑은 상관 없어요.”심지안은 거절 했다.고청민을 믿기로 했으면 다신 장현진과 연락할 일이 없었다.고청민 눈에 있던 슬픔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는 손끝의 만년필을 갖고 놀면서 생각에 잠겼다.장현진?감히 심지안에게 고자질하다니, 용기가 가상
마침 변혜영의 눈길이 심지안에게 향했다.눈길이 마주치자 변혜영은 당당하게 위아래로 심지안을 훑어봤다.심지안은 그녀의 눈길을 무시하고 드레스 자락을 들고 사람들 속으로 걸어갔다.변석환은 그제야 심지안을 발견했다. 다정하고 총애 가득하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심지안이 미친 짓을 할가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변혜영을 뒤로 감쌌다.심지안은 곁눈질로 그 장면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임시연이 또 변석환 앞에서 불쌍한 척을 한 모양이었다.고청민은 잔을 권하던 중에 심지안이 온 것을 보고 금방 컵을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애정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준비 오래 했네요. 배고프죠? 앉아서 뭐 좀 먹어요.”“배도 고프고 피곤해요.”거울 앞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메이크업 받고 헤어까지 하는데 세 시간이나 썼다. 그전에 옷 갈아입는 시간은 더하지도 않았다.“금방 끝날 거예요. 조금 이따 우리 둘이 올라가서 말 몇 마디만 하면 되요.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자 성동철은 고용인의 도움으로 무대에 올라섰다. 그는 얼굴이 조금 붉긴 했지만 혈색이 좋아 보였고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아서 웃는 일도 많았다. 눈 주위에 주름이 몇 가닥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한층 더 자상해 보였다.이어서 심지안과 고청민 차례가 되었지만 성동철이 더 많이 말하고 있었다.심지안은 하객들을 보면서 결혼하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화롭고 조용했지만, 기쁨이 부족한 것 같았다.눈길을 돌리다가 심지안은 한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성연신?저 사람이 왜 왔지?심지안은 뒷좌석의 사람을 노려보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성동철이 성연신을 초대 했을 리도 없고 고청민이 그랬을 리는 더더욱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들어왔단 말인가?“뭐 봐요?”고청민은 몸을 돌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고청민의 가벼운 호흡이 심지안의 얼굴을 스쳤다.심지안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성연신은 이미 사라졌지고 없었다. 마치 환각을 본 것 같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