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연은 심지안과 변요석이 대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알 수 없었다.'변석환이 심지안의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나?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 건가?"송성훈은 임시연을 흘겨보며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한쪽에 던졌다. 그러고는 송준이 건네준 손수건을 받아 손을 꼼꼼히 닦았다."요 몇 달 동안 성연신 옆에서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했나요?"임시연이 대답했다."아니요. 선생님께서 나에게 보여준 그 사진은 잘 기억하고 있어요. 그 여자를 본 적은 없어요."송석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비슷한 사람도 보지 못했나요?"임시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네.""아버지,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송준이 때마침 끼어들었다.송석훈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그녀가 성형을 했을 수도 있지 않나요?"한 어머니가 치욕을 참고 비밀 조직을 탈출한 것은 성연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여러 해가 지났다. 그는 그녀가 성연신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진작 조사해 봤지만 성연신 주위에 성형한 의심스러운 여성이 나타났던 적이 없어.""아마도 사람들 속에서 성연신을 몰래 보았을 수 있겠네요. 행인인 척해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걸 수도 있어요."송석훈은 멍해졌다. 그는 이내 웃어 보였다. 눈가에는 주름살이 잡혔고 다시 친절하게 말했다."가서 조사해 봐.""네, 아버지.""시연 씨를 데리고 나가. 온 집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네."송석훈은 말하며 임시연 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굳었던 몸이 풀리면서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잘 넘겼다고 생각했을 때 송석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계속 변석환에게 붙어있어요. 그리고 성우주가 아직도 '시연 씨의 아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필요할 때 성연신은 옛정을 생각해 주지 않았다.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였다.3일 내내 심지안은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의롭게 고청민을 믿고 싶었다... 성
장현진은 화가 나서 성을 내다가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고 갑자기 멍청하게 웃기 시작했다.“네가 패션을 알기나 해? 이거 요새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스케줄 간다고? 그거 오후 시작 아니야?”매니저가 비몽사몽하게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데이트 갈거야.”“누구랑?”“세움 그룹의 심지안 씨.”장현진은 악랄하게 웃었다.“고청민에 대해서 물어봐야할 것같아.”그말을 들은 매니저는 얼굴을 찌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물었다.“진짜?”지난 번만 해도 그 사람이 손을 쓴 바람에 아티스트 한 달 일정이 다 밀렸는데 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러 간다니.연예계 생활을 더는 하기 싫은 건가?장현진은 머리를 정리하면서 말했다.“그럼. 힘들게 진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은 데다가 지안 씨가 먼저 약속 잡은 건데 내가 거절하겠어?”“말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돼. 심지안 씨랑 고청민 씨 관계 이간질할 생각도 말고. 한창 잘 나가고 있는데 자기 무덤 파지 말아.”매니저는 노파심에 거듭 강조했다. 자칫하면 장현진뿐만 아니라 본인 직장도 없어질 노릇이었다.장현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그러면 돌아가서 아빠랑 같이 소, 돼지 키우면 되겠다. 마침 목장 이어받을 사람도 없는데.”“...”금수저가 대단하긴 하다. 짜증 나게!...카페.심지안이 도착했을 때 장현진은 이미 카페에서 메뉴를 시키고 잔뜩 흥분한 채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온 걸 보고는 삽시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서 활기차게 옆의 의자를 빼냈다.“심지안 씨, 앉으세요.”“급하게 약속 잡아서 실례가 많네요.”“괜찮아요. 어차피 한가해서 나와서 바람 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장현진은 커피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뭐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신제품 있길래 시켜봤어요. 코코넛 라떼예요. 한번 드셔보세요.”“고마워요.”심지안은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들고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맛있네요.”장현진은 심지안과 눈이 마주
심지안은 장현진과 헤어지고 한참 동안 혼자 있었다.그녀에게 있어서 스캔들 사건 자체는 사실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을 속인 거라면 달라진다.거기다 성연신이 매번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눈길로 하던 경고들이... 불편했다.그녀는 장현진이 준 명함을 꽉 쥐고 있다가 잠깐 멈칫하고는 일어서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다른 사람 입에서 고청민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진실을 알아내고 싶었다.회사 계좌와 고청민 개인 계좌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지만 고청민은 심지안에게 숨기는 게 아예 없었기에 그의 계좌를 보는 건 쉬웠다.심지안은 차에 앉아서 노트북을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손끝으로 키보드를 몇 번 누르자 쉽게 로그인됐다.고청민의 계좌 기록은 간단하고 적어서 찾아보기도 쉬웠다.그리고 심지안은 지난달 기록에서 고청민이 거액의 돈을 언론 회사에 보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현진이 말한 게 사실이었다. 더럽고 지독해 보이는 스캔들을 사주한 것이 고청민이었다. 심지안은 스크린을 한참동안 노려보면서 얼굴을 점점 찡그렸다. 잠깐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하지만 컴퓨터의 숫자가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모든 게 사실이었다. 고청민은 장현진이 말하는 ‘비열한 자식’이었다.앉아서 진정하려고 노력한 심지안은 겨우 이성을 되찾고 바로 세움으로 돌아갔다. ...“지안 씨?”고청민은 프로젝트 보고서를 살펴보다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눈으로 심지안을 쳐다봤다.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지난달에 왜 언론 회사에 송금했어요?”심지안은 진지하게 바로 핵심을 말했다.고청민은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지만 금방 자연스럽게 표정을 고치고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누가 무슨 말을 했어요?”“먼저 대답해요. 그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 대답해요.”그녀는 눈빛이 반짝였지만 평온하게 대답했다.“있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심지안은 말문이 막혀서 믿기 힘들다는 눈길로 쳐다봤다.자칫하면 한 사람
고청민은 침묵을 지키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눈을 빠르게 굴렸다. 그러고는 슬픈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저 안 믿으세요?”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고요. 그냥 너무 공교로운 거 같아서요.”양쪽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평소였다면 생각도 하지 않고 고청민을 선택할 것이다.장현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 같은 존재지만 고청민은 아니었다. 고청민은 처음부터 그녀 곁에 있던 사람이고 그녀를 살려준 사람이었다.고청민이 없었다면 그녀는 지난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하지만 함께 겪은 게 너무 많았고 불우했던 가정에서 자라온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건드리면 깨질 살얼음 같았다.“지안 씨.”고청민은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고청민의 맑은 두 눈은 눈물을 꾹 참는 것처럼 보였다.“사람 말이 무섭죠. 저희가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세요?”심지안은 그의 눈길을 보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한때 그녀도 성연신에게 믿음을 받지 못했었다.그 순간 그녀도 마음이 힘들어서 눈을 내리깔았다.“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당신을 믿어요.”그래, 고청민을 제외하고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성연신? 아니면 장현진?전자는 당연히 아니다. 원래 행복으로 가득했던 가정을 산산조각 낸 사람이었다. 후자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고 아주 조금의 인연만 있는 사이였다.“우리는 서로만 믿으면 돼요. 다른 사람 영향받지 마요.”고청민은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언론의 사람을 몇 명 알아요. 만약 당신이 장현진 씨를 돕고 싶다면 제가 한번 연락해볼게요.”“됐어요. 당신이랑은 상관 없어요.”심지안은 거절 했다.고청민을 믿기로 했으면 다신 장현진과 연락할 일이 없었다.고청민 눈에 있던 슬픔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는 손끝의 만년필을 갖고 놀면서 생각에 잠겼다.장현진?감히 심지안에게 고자질하다니, 용기가 가상
마침 변혜영의 눈길이 심지안에게 향했다.눈길이 마주치자 변혜영은 당당하게 위아래로 심지안을 훑어봤다.심지안은 그녀의 눈길을 무시하고 드레스 자락을 들고 사람들 속으로 걸어갔다.변석환은 그제야 심지안을 발견했다. 다정하고 총애 가득하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심지안이 미친 짓을 할가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변혜영을 뒤로 감쌌다.심지안은 곁눈질로 그 장면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임시연이 또 변석환 앞에서 불쌍한 척을 한 모양이었다.고청민은 잔을 권하던 중에 심지안이 온 것을 보고 금방 컵을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애정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준비 오래 했네요. 배고프죠? 앉아서 뭐 좀 먹어요.”“배도 고프고 피곤해요.”거울 앞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메이크업 받고 헤어까지 하는데 세 시간이나 썼다. 그전에 옷 갈아입는 시간은 더하지도 않았다.“금방 끝날 거예요. 조금 이따 우리 둘이 올라가서 말 몇 마디만 하면 되요.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자 성동철은 고용인의 도움으로 무대에 올라섰다. 그는 얼굴이 조금 붉긴 했지만 혈색이 좋아 보였고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아서 웃는 일도 많았다. 눈 주위에 주름이 몇 가닥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한층 더 자상해 보였다.이어서 심지안과 고청민 차례가 되었지만 성동철이 더 많이 말하고 있었다.심지안은 하객들을 보면서 결혼하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화롭고 조용했지만, 기쁨이 부족한 것 같았다.눈길을 돌리다가 심지안은 한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성연신?저 사람이 왜 왔지?심지안은 뒷좌석의 사람을 노려보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성동철이 성연신을 초대 했을 리도 없고 고청민이 그랬을 리는 더더욱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들어왔단 말인가?“뭐 봐요?”고청민은 몸을 돌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고청민의 가벼운 호흡이 심지안의 얼굴을 스쳤다.심지안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성연신은 이미 사라졌지고 없었다. 마치 환각을 본 것 같았
“화내기 전에 꺼져요. 당신 아빠 쪽팔리게 하지 말고요.”심지안은 차가운 얼굴로 말투도 거침없었다.변혜영은 입을 가리고 깔깔 웃더니 도발했다.“정말 순진하네요. 저야말로 아빠가 이십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당연히 제 편을 들지 당신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해요?”심지안은 이를 악물고 바로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을 그녀에게 쏟았다.변혜영은 잠깐 멈칫하고는 고개를 숙여 값비싼 치마를 보고 그녀를 노려봤다.“감히 나한테 와인을 부어?”모두 집 밖의 평민들은 그들 앞에서 설설 긴다고 하지 않았는가?왜 이 여자는 이렇게 당당한 거지?아빠가 뒤에서 편을 들어준 걸까?“그럼요? 참아줘야 하나요?”심지안은 비굴해하지 않고 마른 몸으로 꼿꼿하게 서서 굽히지 않고 얘기했다.“제 약혼식에서 난동을 피우는 게 당신들의 품격인가요?”그 말에 변혜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서 반박하지 못했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당신 엄마가 먼저 불륜 저질렀는데 이제 와서 저를 탓해요?”약혼식은 일생에 단 한 번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변혜영은 이런 말까지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 사람은 내연녀의 딸인 심지안이었다. “아마 제가 그쪽보다 두 살 많을걸요? 당신 아빠가 우리 엄마를 알았을 때 그쪽은 태어나지도 않았어요. 당신 엄마야말로 내연녀일 수도 있죠.”“헛소리 마요. 우리 엄마는 고귀한 귀족이라고요. 그딴 짓을 했을 리가!”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심지안은 악독한 말만 골라서 했다.“사실이 이런데 뭐라 말해도 소용없어요. 서열로는 저한테 언니라고 불러야 한다고요.”변혜영은 완전히 무너져서 엉엉 울었다. 마치 심지안을 언니라고 부르는 게 엄청난 모욕인 듯이 더 이상 비웃지도 않았고 더 비아냥거리지도 못했다.심지안의 말이 더 일리가 있었다.“무슨 일이야. 심지안 당신 설마 내 동생 괴롭혔어?”소리를 들은 변요석과 변석환이 급하게 변혜영한테 걸어오더니 변혜영의 옷에 묻은 와인 자국을 발견했다. 변요석의 표정이 약간 변했지만 뭐라 말하지
화면에는 홍지윤 혼자만 있었다. 그녀는 며칠 전보다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행동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지만, 도우미에게 의지해 밥을 먹고 물을 마실 수는 있었다.몸 상태는 좋아 보였다. 눈빛이 더 이상 허공에서 응시하지 않았다.심지안은 책상 모서리에 방매향이 놓고 간 바나나를 집어 먹으며 관찰했다.도우미가 홍지윤에게 점심을 먹인 후에 그녀는 침대에 누워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 오늘은 다락방에 가지 않았나 하고 생각이 들 때 수척하고 긴 그림자가 갑자기 화면에 나타났다.심지안은 바나나 껍질을 버리고 정신을 집중해 화면을 쳐다봤다.홍지윤은 고청민이 오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뜨며 침대에 웅크린 채 죽어라 그를 노려보았다."왜 이렇게 긴장해요? 성연신에게 평생 갇혀 지내야 했을 홍지윤 씨를 내가 데리고 나왔잖아요. 홍지윤 씨는 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 고청민."홍지윤은 몇 번 반복하며 입술을 움직였다. 마치 눈앞의 사람이 무슨 맹수인 것처럼 홍지윤은 계속 웅크린 상태로 뒤로 물러났다.고청민은 웃으며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래요?""너너너..."홍지윤은 어렵게 발음하며 무엇인가 말하려 했지만, 성대가 상한 그녀는 억양도 분명하지 않았다.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은 그녀가 매우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성연신과 고청민 둘 다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둘 중에서 그녀는 한 사람만 선택할 수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틀림없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고청민은 머리를 기웃거리며 순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말을 똑똑히 할 수 없다?"'민채린 속도가 좀 느린데.'홍지윤은 무언가 생각났는지 두 손을 모으다가 이내 손을 흔들며 애원하는 듯했다.마치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을 잘 듣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청민은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내가 지윤 씨를 믿는다고 생각해요? 성연신이 지윤 씨를 구해 줬는데 지윤 씨가 그에게 아
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잠시 조용히 있었다.“저는 아직 비밀 조직 못 이겨요.”그 사람들은 너무 위험해서 그 사람들의 목적을 알아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었다.“제가 있잖아요.”성연신은 잠깐 멈칫하고는 말했다.“홍지윤이 살아있어요.”머릿속에서 여우 가면을 쓴 화면이 떠올라서 심지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덜미의 솜털이 바짝 섰다.“무슨 뜻이에요?”성연신은 그때 홍지윤을 잡아서 송석훈과 거래한 일을 짧게 말해줬다.심지안은 그 여자가 몇 년동안이나 성연신에게 갇혀 있을 줄 몰랐고 송씨 가문이 홍지윤을 버렸을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송씨 가문은 정말 악독한 사람들이다.“뭘 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계획이 있거든요. 예전에 진 빚, 어떻게든 갚게 만들어야죠.”성연신은 씁쓸한 시선으로 얘기했다. 심지안은 그의 평온한 말투에서 깊은 원한을 들어냈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였다.“홍지윤, 쓸 데가 많아요?”“네. 비밀 조직의 비밀을 대부분 알고 있으니까요.”“그럼, 말하게 해야죠.”“송석훈이 그 사람한테 장기간 만성 독약을 써서 지금 위독해서 혼수상태일 때가 많아요. 치료하려면 무조건 외국에 있는 Z의사를 모셔와야 해요.”하지만 Z의사는 한 국가만을 위해서 힘을 쓰지 않아서 행방이 묘연했다. 극소수의 사람만 그의 진짜 신분을 알았고 모셔 오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Z의사?”심지안의 눈이 반짝였다.“제가 치료해달라고 부탁드려 볼게요.”그녀는 쭉 아이의 죽음이 미심쩍었다. 분명히 평안하게 태어났는데 갑자기 죽어버려서 비밀 조직이 손을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성연신은 눈썹을 올리면서 경악한 눈길로 물었다.“당신이 Z의사를 알아요?”“알긴 알아요. 모셔 올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해요. 대신 미리 말하는데 홍지윤을 한 번 봐야겠어요.”심지안은 단번에 승낙하지 않았다. 속으로 이 일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죽 쒀서 개 주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성연신은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만은 다정했다.“좋아요. 내일 오후 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