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임시연음 몸을 떨며 두려움에 고개를 저었다."안돼, 내 얼굴이 망가질 수 있어...""얼굴이 망가질 뿐, 죽지 않잖아요."심지안이 무표정으로 말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임시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독하게 마음먹고 결정을 내렸다."내가 동의하면 날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글쎄요."그녀는 사실대로 말했다."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고민해 볼 수는 있어요."임시연의 눈에 원한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만 참으면 돼. 저녁에 송석훈을 만나면 이 천한 년을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게 만들라고 할 거야.'진유진은 솔직히 좀 무서워서 작은 소리로 심지안에게 말했다."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겠지?"자신들에게 피해만 안 간다면 임시연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지금은 공공장소여서 CCTV들이 많았다. 조금만 조사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심지안은 진유진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넌 임시연이 정말 죽을 거라고 생각해? 임시연 똑똑해."이익과 손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정확하게 분석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겠는가?'임시연은 아마 영원히 손해를 보는 일이 없겠지.'"응?"진유진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을 때렸다.두 사람이 귓속말하는 틈을 타서 임시연은 주위의 환경을 한번 쭉 살폈다.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안 임시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각도를 잡으며 세수대에 머리를 박았다.큰 소리에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임시연의 이마에 상처가 있었고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비틀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됐어요?"심지안은 상처 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없이 몇 분 동안 쳐다봤다.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화가 가라앉았다거나 분노하는 모습도 없었다.임시연은 손으로 이마를 가렸다. 그녀는 아무 반응도 없는 심지안을 원망했다.그러고는 그때 병원에서 이 천한 년을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녀를 죽였다면 많은 번거
낯선 번호에도 심지안은 한 치의 의심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청민은 계산을 하고 그녀의 외투를 들고 왔다."가요, 밖에 날씨가 아주 좋아요.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씬 것 같아요.""아니에요. 일찍 돌아가서 일해야 해요. 연말이라서 너무 바빠요. 돈 벌 기회 잡아야죠."말을 마친 심지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오후에 또 시간을 내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차는 바로 식당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심지안은 차에 타기 바쁘게 눈이 부셔서 눈살을 찌푸렸다. 차창 밖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맞은편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눈이 부신 건, 그중 한 사람이 손에 쥔 비수를 갖고 놀다가 빛을 반사한 것이었다.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심지안은 순간 알아차렸다. 저분들이 변요석이 말했던 경호원이었다.아니나 다를까 고청민이 차 시동을 걸자 두 사람도 곧 자동차에 올라가서 천천히 뒤따랐다.차창 밖의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심지안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임시연이 나에게 보복할 거라는 걸 알고 변요석이 미리 경호원을 붙인 건가?'회사에 도착한 심지안은 누군가 자신에게 가십을 털어놓으며 장현진이 프런트와 말다툼했다고 말하기 전까지 일에 몰두했다. 그녀가 물었다."장현진 씨요?"그제야 며칠 전에 그가 카톡을 보내왔는데 자신이 너무 바빠서 답장을 잊어버린 사실이 생각났다."네, 프런트에서 예약 없이 올라갈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가 듣지 않고 강제로 올라오려고 하자 경비원이 출동했어요.""무슨 일인지 안 물어봤어요?""네, 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몰라요. 고함치는 소리가 아주 사나웠어요. 하마터면 기자들도 올뻔했어요."그녀가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예약하지 않았다고 해도 장현진 씨 같은 큰 고객은 우리와 합작한 적도 있기에 프런트에 가서 인사드리면 막지 않았을 텐데."동료는 고개를 흔들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도 오늘 경비원이 너무 엄격하다고 느꼈
심지안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죠?""직감이에요."장현진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 아니에요."심지안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이와 비슷한 말들을 성연신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었다.장현진은 그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목이 메어왔다. 분명히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여자의 반응을 직접 보니 많이 괴로웠다.그는 억지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내가 생각이 많은 걸 수도 있어요. 지안 씨도 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해 준 것뿐이에요."심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화제를 돌렸다."현진 씨, 스캔들 터진 건 해결 되었어요?""아니요. 이번 달 스케줄이 다 멈췄어요.""다음 달은요?""모르겠어요. 아마 회사에서 나를 도와줄 거예요. 먼저 사람들의 관심이 식은 해명하려고요.""네."심지안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고 생각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여자의 직감이 말해줬다. 장현진은 남자에게 의지해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고청민을 모함할 이유가 없었다.심지안은 장현진과 헤어진 뒤 개인 병원에 연락하여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돈을 더 쥐여줬더니 결과가 비교적 빨리 나왔기 때문에 그녀는 병원에서 결과를 기다렸다."엄마, 그냥 의사의 말대로 안심하고 치료받으세요.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요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돈을 벌었기에 노후는 책임질 수 있어요.""네가 돈을 힘들게 벌었다는 걸 알아. 난 치료를 한다고 해도 몇 년 밖에 살지 못할 거야. 차라리 네가 그 돈을 가지고 장가를 가는 것이 나아.""이런 말 하지 마세요. 난 불효자가 아니에요. 그럴 수 없어요."기분이 상한 정욱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얼핏 그림자를 보게 됐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심지안 씨가 왜 여기 있어요? 어디 아파요?"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놀던 심지안은 고개를 들고 정욱의
심지안이 웃었다. 그녀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성연신의 눈빛이 변하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힘껏 잡고 화를 참으려 말했다."설마... 괴롭힘당한 거예요?"고청민이 있다 하더라고 외국은 치안이 국내보다 못하니까 돌보지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마...'이 순간, 그는 심지안이 병에 걸렸으면 자신도 감염될 확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녀를 걱정했다.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성연신을 밀어냈다."그런 거 아니에요. 이번 생은 연신 씨가 나를 가장 비참하게 괴롭혔어요."성연신은 갑자기 멍해졌다."설마 지안 씨가 말하는 더러운 사람이 나예요?""연신 씨가 아니면 누구겠어요?"성연신은 화가 나서 머리가 아팠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심지안. 내가 지안 씨에게 병을 옮길까 봐 무서운 거예요?"그는 결백한 사람이었다.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그 사고를 제외하고는 한 여자와만 관계를 맺었다.저 말은 너무 양심이 없는 말이었다.심지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임시연의 사생활이 얼마나 더러웠는지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래요?""난 걔를 건드리지 않았어요."성연신이 이를 갈며 설명했다."하, 친자 확인 결과 우주가 연신 씨 자식이라는 것이 증명됐는데 아직도 변명하는 거예요?"할아버지께서 비록 그렇게 말을 했지만 필경 성연신은 그의 친손자였다.만약 할아버지가 그들을 화해시키려고 한다면 일부러 그렇게 속였을 수도 있다.성연신은 화를 내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내가 병균을 지안 씨에게 옮길까 봐 두려워요?""네."심지안은 성연신의 차가운 분위기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며칠 전에 속았던 일을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다."앞으로 연신 씨에게 밥을 해주지 않을 거예요. 리조트 지분은 빨리 나에게 주세요. 안 그러면 강간죄로 신고할 거예요."침대에서 있었던 일로 여덟 번 밥 해주는 걸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다."좋아요. 옮겨드리죠.
심지안은 힘껏 입술을 닦으며 번진 립스틱을 지우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연신 씨와 연신 씨 비서는 왜 그렇게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는 걸 좋아해요?"'정욱도 데려다주려 했고 그도 데려다주려 하고 언제부터 이렇게 한가해 진 거지?'성연신이 그녀를 흘겨보았다."영광인 줄 알아요.""... 고맙네요. 이 영광은 임시연에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가 헤어진 뒤에 나는 임시연과 함께 있은 적이 없어요. 난 걔를 좋아하지 않아요. 우주 엄마는 지안 씨일 수밖에 없어요."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마치 보석 같았다."이렇게 말한다고 내가 연신 씨를 좋아할 것 같아요?"성연신의 그녀의 교활한 눈빛을 바라보며 분명히 안 좋은 말을 들을 걸 알지만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차가운 눈빛 깊은 곳에 사랑이 있었다.이성의 끈이 말해줬다. 심지안의 말대로 한다면 주도권을 뺏길 거라는 걸.그는 시선을 피하며 차 문을 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타요.""내가 연신 씨 차를 탄다고 했나요? 나 약혼자 있는 사람이에요."심지안은 턱을 치켜들고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성연신은 말없이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안아 조수석에 강제로 앉혔다.심지안이 뛰어 내려가려 하자 성연신이 말했다."지안 씨가 지금 내린다면 난 병원에서 지안 씨에게 했던 일을 다시 할 거예요. 이번에는 그렇게 빨리 끝나지 않을 거예요."심지안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발을 들어 그의 두 다리 사이를 세게 걷어찼다.상상했을 수 있었겠지만 성연신은 그녀보다 더 빨랐다. 그녀의 가녀린 발목을 정확하게 잡고 부드럽게 내려줬다."소란 피우지 말아요. 운전할 거예요."심지안은 콧방귀를 끼며 조용히 앉아있었다.성연신은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얼굴의 솜털이 똑똑히 보일 정도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다. 그녀는 앵두 같은 작은 입을 살짝 내밀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수룩하고 귀여웠다.성연신은
장정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담했다."그럼요, 우리도 규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비밀 조직에는 무력이 높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잘난 얼굴과 비상한 머리에 의지했다.눈앞에 있는 이 계집애는 생각하지 않아도 얼굴로 밥을 먹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임무를 완성했다면 그들에게 이런 호강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거다.임시연은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뜨고 무릎을 꿇고 벌벌 기며 송석훈의 허벅지를 붙잡았다."저는 곧 왕실에 시집가야 할 몸이에요. 제발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저 사람들은 시연 씨를 도와 심지안을 죽일 거예요. 그러니 시연 씨가 저분들에게 잘해드리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송석훈은 몸을 숙이고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마치 얼굴에 가면을 쓴 것 같았다. 한참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모골이 송연해졌다."송석훈 씨, 전 아직 쓸모가 있어요.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을 해왔는데 공로가 없다고 해도 고생은 했잖아요.""시연 씨가 쓸모가 있었다면 성연신을 빼앗았겠죠. 지금처럼 심지안에게 된통 당하지 않았겠죠."송석훈은 높은 곳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마치 교원 같아 보였다."폐기물들도 모두 자신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죠. 말 들으세요. 마지막 기회를 소중히 여겨요."송석훈은 손가락으로 임시연의 머리를 밀어 자신의 다리에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찻잔을 들고 유유히 떠나갔다.임시연은 절망적으로 땅바닥에 앉아 군침을 흘리고 있는 장정들을 바라봤다. 마음속에서 끝없는 오한이 밀려왔다."울지 마. 뭐 큰일이라고. 우리에게 잘해준다면 우리도 너에게 부드럽게 대할 거야.""그래. 그나저나 나는 아직 많은 사람과 함께 이걸 해 본 적이 없어.""모두 송석훈 씨를 위해 일하는 거잖아. 책임지고 있는 내용이 다를 뿐이지. 죽네 사네 할 필요 없어. 노래방에 있는 아가씨들도 다들 잘살고 있잖아.""난 아가씨가 아니야!"임시연이 악에 받쳐 소리치며 역겨워하는 눈빛으로 쳐다
"아니요, 고청민 씨가 파혼하세요."어차피 그녀는 이미 한 번 이혼한 적이 있었기에 깨끗한 명성을 가진 고청민을 생각하면 그녀가 파혼당하는 게 맞았다."난 지안 씨와 파혼하지 않을 거예요."고청민이 '쾅'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성연신 때문이에요?""아니에요. 그럴 리가요."심지안은 흥분하며 부정했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난 단지 청민 씨를 지체시키고 싶지 않았어요."그녀는 한 번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깨끗하지 않은 남자에게 다시 기회를 줄 가치가 없었다."그만 해요. 내 사전에 파혼이란 단어는 없어요. 내가 죽는다면 몰라도."심지안은 멍하니 그의 음산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격한 말을 들은 심지안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날 밤의 일을 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에 대해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고청민은 마음이 심란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눈 속에 있는 차가움을 감췄다.급해 해서도 안 되고 흥분해서도 안 되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에게서 파혼이라는 말을 듣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그는 그녀에게 잘해주며 5년 동안 그녀의 옆을 지켰다.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녀를 감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또 구름 위에서 떨어져 만신창이가 되었다.'왜 성연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도 계속 그와 만나려 하지?'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더 직면할 수도 없었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는 것도 이번 한 번뿐이었다. 이게 그의 최대 한계였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정말 그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자신의 성질을 억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고청민은 숨을 내뱉고 이내 침착해졌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심지안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내 말은, 지안 씨가 성연신와 인연을 끊으려 하고 우리고 약혼했으니 내가 죽지 않는다면 할아버지께서는 지
성우주는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왠지 모르게 맞은편에 있는 아저씨에게 적대감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이번이 그들 첫 만남이었다.방매향은 인간 세상의 험악함에 익숙해졌기에 고청민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성우주를 뒤로 감싸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방매향 씨 손자인가요?"고청민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마치 방매향의 움직임을 보지 못한 듯 눈빛은 여전히 성우주를 보고 있었다."아니에요."방매향이 부정했다."이 아이가 사람을 찾아왔는데 내가 지금 일이 없어서 돌봐주는 중이에요.""누구 찾으러 왔어요?"그녀는 그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들었는지 몰라 망설였다."심지안 씨요."숨기는 것이 더욱 큰 의심을 불러올 것 같았다."성연신씨 아이인가요?"고청민이 그윽하게 쳐다보며 확실하다는 말투로 말했다.'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네. 우리 아빠가 성연신이예요. 당신은 누구세요?"성우주가 대답했다.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반문했다.고청민이 웃을락 말락 하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내가 바로 네가 말한 연적이야. 지안 씨의 약혼자."성우주가 까만 눈을 크게 뜨고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살폈다.이내 결론이 났다. 확실히 자신의 아버지보다는 많이 어려 보였다.성우주는 고청민에게 작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고청민은 고개를 숙이고 성우주를 바라봤다. 그는 어린아이의 얼굴에서 심지안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입꼬리를 치켜세우고 무표정으로 말했다."지안 씨는 지금 없어. 그러니 돌아가."성우주는 눈을 깜박거리며 소리 없이 방매향을 쳐다봤다. 마치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할머니께서 지안 고모가 여기에 있다고 하셨는데?'방매향은 고청민이 일찍이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알아차리고는 성우주에게 화가 미칠까 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우주야, 돌아가. 기사님 아직 밑에서 너 기다리는 거 맞지?"성우주는 고청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