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영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억울하겠어.”심연아는 병원에 남아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손남영은 회사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차를 몰고 돌아갔다. 그는 컴퓨터를 가지고 다시 병원으로 와서 그녀의 옆을 지켰다. 심연아는 옆에 사람이 없을 때 한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심지안이 내 정체를 안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상대방이 답장을 보내왔다.「손남영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심연아가 대답했다.「다른 사람들은 저를 믿고 있어요. 」상대방에게서 다시 답장이 왔다.「긴장하지 말아요. 」성연신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병원에서 바로 성원 그룹으로 갔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거실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니 날이 밝아왔다. 그는 바로 차를 몰고 아침 회의하러 회사로 향했다.회의를 마치고 정욱은 아침밥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드세요.”성연신은 다크써클이 눈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심지안이 나를 찾지는 않았어?”정욱은 성연신의 휴대폰을 쳐다보며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네...”성연신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제 지안이가 나에게 손남영의 약혼녀가 심연아라고 말했어. 심연아는 지안이의 이복언니야.”“아... 그럴 리가요. 두 사람 완전히 다르게 생겼잖아요.”정욱도 손남영의 약혼녀를 본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르게 생겼다.“만약 성형했다면?”“너무 터무니없는 거 아니에요?”정욱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현재 성형 기술은 엄청 발전해 있었다. 이 점을 생각한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가능성 있어요.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성연신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감옥에 가서 은옥매의 피를 좀 뽑아와. 머리카락이나 손톱도 괜찮아. 아무거나 가져와.”“대표님, 은옥매와 손 대표님의 약혼녀 친자 검사를 하시려고요? 손 대표님께서 동의할까요?”“걔 동의가 왜 필요해?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밖을 쳐다봤다.“누가 왔어요?”시끌벅적한 밖의 소리에 부엌에서 밥을 짓던 도우미가 손을 닦고 밖으로 나가더니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아, 둘째 도련님!”“성여광?”“많은 사람이 왔네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여광이 사람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선두에는 성여광이 있었고 그는 심지안을 보더니 멱살을 거칠게 잡고 밖으로 끌었다.“뭐 하는 짓이에요!”심지안이 화를 내며 그를 힘껏 밀치려 했다.“지안 씨가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니까 당연히 경찰서에 보내야죠!”성여광은 예전처럼 주눅 들어 있지 않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그는 성연신이 오늘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 심지안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전 아니에요! 전 할아버지를 해치지 않았어요!”“모든 증거가 지안 씨를 가리키고 있기에 변명해도 소용없어요.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씨 가문의 어른들이에요. 우리는 지안 씨를 오랫동안 못마땅해했어요.”심지안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뭐 하시려는 거예요?”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한 노인이 걸어 나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두 가지 중에 선택해. 성씨 가문을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거나, 우리가 너를 경찰서로 데려가거나.”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삼촌, 무슨 소리예요? 풀어주면 어떡해요?”성여광이 급하게 말했다.노인의 얼굴에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쟤를 떠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성연신의 말이 맞아. 지금 경찰서에 보내도 기껏해야 용의자밖에 안 돼. 유력한 증거가 없으면 저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복수를 한다고 해도 중정원에서 사고 치면 안 돼. 너는 네 형도 생각해야지. 그는 성씨 가문의 하늘이야. 그에게 불똥이 튀면 안 돼.”성여광은 불쾌감을 감추고 노인의 말에 동의했다.심지안은 떠나려 했으니 당연히 첫 번째 제안을 선택했다.그녀는 간단하게 짐을 챙겼다. 성씨 가문의 친척들이 중정원의 경호원들 앞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사람을 찾아 처리해.”“알겠습니다...”두 시간 뒤.성연신은 중정원에 도착해서야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되었다.경호원들은 당시 심지안을 막지 않고 성여광을 내쫓내지도 않았다.어이가 없었다. 그녀를 돌려보냈으니 누구에게 죄를 묻는단 말인가?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성여광을 쳐다봤다.“꺼져.”성여광은 멈칫했다.‘형이 정말 심지안을 신경 쓰지 않는 건가?’“그럼 형, 전 가볼게요. 형도 이 일을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다 형을 위해서예요.”성여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빠가 곧 나오실 거에요. 아빠가 나오면 아빠와 함께 와서 사과할게요. 우리는 그래도 가족이잖아요.”성연신이 가볍게 비웃었다.“칩 투자가 실패했나 봐?”성여광의 낯빛이 변했다.“변고가 생겼어요.”그는 원래 본전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었으나 칩이 고장 나는 바람에 돈을 찾을 수 없었다.“그래.”성연신은 흥미 없다는 듯이 큰 손을 내저으며 빨리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성여광은 욕을 먹지 않아 기뻐하며 그를 막아섰던 경호원들에게 침을 뱉고 건들건들 떠났다.성연신은 무심한 표정을 거두고 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심지안이 지금 어디 있는지 찾았어?”“네, 찾았습니다. 지금 보안 호텔에 있습니다.”정욱이 아이패드로 검색하며 말했다.“심지안 씨가 매우 신중하게 이 호텔을 잡은 것 같습니다. 호텔 옆에 바로 경찰청이 있습니다.”“출발하자.”성연신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성연신이 심지안을 찾았을 때, 그녀는 진유진과 호텔에서 배달 음식을 먹으며 여유롭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심지안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저 안 돌아갈래요.”심지안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다시는 그 감옥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고청민의 도움 없이는 성연신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연신이 자신을 찾아
“우리 일에 이러쿵저러쿵하지 마세요.”성연신은 이 말을 던지고는 강제로 심지안을 끌고 떠났다.진유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는 거지?’차 안에서 둘은 서로 마주 보며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심지안은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무 평온했다.성연신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억울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앞 좌석에 앉아있던 정욱은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며 병풍처럼 조용히 있었다.차 안에 정적이 흐르고 고요해지자 성연신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내일모레면 배청미와 은옥매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올 거예요.”심지안이 휙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절 믿는 거예요?”“내가 언제 지안 씨를 안 믿는다고 말했었나요?”“줄곧 믿지 않았잖아요.”이 말에 성연신은 사레가 들렸고 얼굴색도 안 좋아졌다. 그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밤이 깊어지자 차는 천천히 금관성을 빠져나와 제경 방향으로 향했다.심지안은 밖의 광경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돌아가는 거 아니에요?”“맞아요. 장소를 바꾸는 것뿐이에요.”“어디로 가요?”“우리 신혼집이요.”이 말을 하는 성연신의 눈이 부드럽게 변했다.“구체적인 위치는 제경과 성남의 분계선 근처에 있어요. 집은 일찍이 다 지은 상태였고 최근 인테리어도 끝냈어요. 앞으로 우리는 그곳에서 생활할 거예요.”‘제경과 성남의 분계선 근처라…'이건 진유진이 그녀를 보러 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그쪽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쓸쓸하게 혼자였다.심지안의 눈빛이 서글퍼졌다. 마치 시들어가는 꽃처럼 그녀가 시들어가는 게 보였다.성연신은 심지안의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날 죽일 셈이에요?”성연신이 흠칫하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게 지안 씨를 죽이려 하는 건가요? 난 지안 씨의 맘속에서 그런 사람밖에 안 되나요?”정욱
“아니요… 난 진현수를 좋아하지 않아요.”그녀의 영롱한 두 눈 가득 눈물이 흘렀다. 너무 불쌍했다.“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내 옆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전 연신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심지안이 눈을 꼭 감았다. 두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흘렀다.이 말을 할 때 그녀는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머릿속에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성연신이 잘 대해줬던 것을 그녀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실망이 쌓이자 사랑도 사라지게 되었다.그녀는 지금 무사하게 아기를 낳아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성연신은 멘붕이 왔다. 그는 손바닥을 꼭 맞잡았다. 답답한 마음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그의 심장을 찔렀다.‘내가 사라져 준다면 그녀가 더 잘 살 수 있을까? 처음에는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여자가 나를 얻은 지금 이렇게 콧방귀를 낀다고?’성연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난처함이 발바닥으로부터 머리끝까지 몰려왔다.하지만 가슴 아픈 게 난처함보다 컸다.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들이 살코기를 갉아 먹는 느낌이었다.정욱은 백미러를 쳐다봤다. 성연신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화가 났나? 아니면 슬픈 건가?’그는 알 수가 없었다.“차 세워.”성연신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정욱은 바로 차를 멈췄다.‘대표님께서 심지안 씨를 차에서 내리게 하려는 건가?’그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고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었다. 더욱이 이곳은 한적한 곳이었기에 여기서 내린다면 틀림없이 택시를 잡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심지안 씨는 지금 임신 중이고 몸도 허약해서 이곳에서 내리면 안 될 텐데.’여기까지 생각한 정욱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화 푸시고 무슨 일 있으시면 집으로 가서 다시 얘기하시죠…”“너만 입 있어?”성연신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욱을 바라봤다. 정욱은 벌벌 떨며 뒷말을 삼켰다.“지안 씨를 장원에 데려다줘.”“네?”정욱은 미
이번에 심지안은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라고요?”“저번에 비밀 조직의 사람이 지안 씨의 목숨을 노렸던 사건도 다행히 무사하게 넘어갔지만 비밀 조직에는 홍지윤 말고도 몇백 명의 킬러가 있습니다. 송석훈 그 사람은 사이코패스입니다. 대표님의 어머니를 찾지 못했으니 대표님에게 보복할 게 분명합니다. 지안 씨는 대표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비밀 조직이 지안 씨에게 손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지안 씨에게 신경 쓰지 않는 척하고 임시연에 대한 태도를 바꾸셨습니다. 비밀 조직에 혼란을 주어 지안 씨를 보호하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최선을 다해 지안 씨에게 잘해주고 있습니다.”심지안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이제는 상관없어요.”성연신이 누구를 사랑하든지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정욱은 그녀의 담담한 반응에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안은 그가 말했던 신혼집에 도착했다.어둠 아래 장원은 엄청 커 보였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지만 심지안은 여전히 불안했다.낯선 환경 탓에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서움이 올라왔다.다행인 건 중정원에 있었던 도우미 몇 명도 그곳에 있었다.도우미들은 이미 이곳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녀에게 이곳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줬다.심지안은 그 들의 소개를 더 들을 마음이 없었다.“제 방은 어디 있어요?”“사모님, 여기는 사모님과 대표님의 신혼집인데 더 둘러보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어요?”“네.”“대표님께서 신경을 쓰셨는데 너무 존중해 주지 않는 거 아닌가요?”“그럼 이모님께서 존중해 주세요.”심지안은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아 아무 방문이나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서 누웠다.낯선 환경 탓인지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다.이때, 어렴풋이 말소리가 들려왔다.“체. 너무 오만한 것 같아. 언젠가 대표님이 사모님에 관한 관심이 사라졌을 때도 사모님이 저렇게 오만하게 나올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그만해, 대표님
홍지윤이 그를 바라보며 반신반의하며 말했다.“정말 날 풀어줄 거예요?”“지윤 씨 생각에는요?”“난 백 퍼센트 믿을 수 없어요. 성연신 씨가 나에게 먼저 이득을 좀 주세요.”“지윤 씨는 나와 조건을 논의할 자격이 없어요.”홍지윤이 이를 악물었다.“그럼 나 말하지 않을래요.”홍지윤은 만약 자신이 다 말해도, 그가 번복한다면 그냥 놀아난다고 생각했다.말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가치가 있지 않은가.성연신은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은 상태라 그녀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나갔다.홍지윤은 언젠가 입을 열게 돼 있었다.빨리 알게 되느냐 늦게 알게 되느냐 그 차이였다.장원.장소가 바뀐 탓에 심지안은 자는 내내 악몽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사거리 교차로에 서 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때, 어렴풋이 작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고 그 그림자는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앳된 목소리로 엄마라고 불렀다.심지안은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불쌍한 마음에 말랑말랑한 아이를 안고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와! 엄마 절 버리지 말아요. 버리지 말아요. 흑흑흑…”왜인지 모르겠지만 배 속 아이는 깜짝 놀란 듯 엉엉 울었다.심지안은 처음으로 아기를 달래는 거라 경험이 없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아가, 배고파서 그래?”“흑흑흑, 엄마 절 떠나가지 말아요. 제발…”아기는 대답하지 않고 저 말만 반복했다.심지안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아기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하다가 천천히 사라졌다.아기는 울면서 그녀의 옷깃을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지만 언제 나타났었냐는 듯 아기는 사라졌다.심지안은 어찌할 바를 몰라 큰길에서 아이를 찾아 헤맸다.아침부터 저녁까지 찾았지만, 아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그녀는 막막하게 울면서 한 번 또 한 번 아이를 불렀다. 아이를 꼭 찾고 싶었다.“사모님, 아침밥 준비되었습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심지안은 꿈에서 깨어나
심지안은 병상 옆에 앉아서 의사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병세가 짧은 시간 안에 호전될 수 없을까요?”“네. 보호자 분도 아시다시피 식물인간이 된다면 깨어날 수 있을지, 시간이 얼마나 흐른 뒤에 깨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의사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성수광이 팔십이 넘은 나이었기에 화분에 뒷머리가 맞은 뒤 깨어난다면 복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노인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겪고 무사할 수 있겠는가.“그럼 할아버지의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요?”“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별일 없다면 3, 4년 더 사시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심지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3, 4년...설날이 세 번 지나가면 할아버지가...성연신이 그녀의 옆을 조용히 지켰다. 그는 일찍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심지안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할아버지께 단독으로 얘기를 드려도 될까요?”성연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나가며 병실 문을 닫았다.심지안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혼수상태에 빠진 성수광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저, 곧 외국으로 나가요. 할아버지 몸조리 잘하셔야 해요. 어느 날인가 제가 다시 돌아와서 할아버지께 손주를 보여드릴게요. 할아버지... 미안해요. 할아버지가 나와 연신 씨가 다시 합쳤으면 하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우리의 감정은 다시 회복이 안 될 만큼 이미 깨졌어요. 절 원망하지 말아 주세요...”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누구도 이 지경까지 오고 싶지 않아 했었다.예전에 그녀와 성연신이 가정을 꾸렸을 때 둘은 영원히 함께 생활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이 발생했었다.가장 우스운 것은 그녀는 일 년 전에 ‘외삼촌’을 손에 넣겠다고 맹세했었지만 일 년 후에는 이혼녀가 되어 아이를 임신한 여자가 되었다.심지안은 성수광을 본 것으로 모든 일 처리를 끝냈다. 이제 고청민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성연신은 심지안을 되돌려 보내지 않고 차를 몰고 백화점으로 갔다.“밥 먹고 물건 좀 사고 다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