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심지안을 내려다봤다. 그는 오정연의 체면을 봐주었는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심지안은 얼마나 오래 무릎을 꿇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모두 가고 나서도 그녀는 저려오는 다리를 만지며 계속 꿇고 앉아 있었다.이 층.성수광은 창문으로 아래층에 있는 심지안을 보고는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아휴, 빨리 재더러 들어가서 쉬라고 해. 저렇게 오래 꿇고 앉아 있었는데 몸이 얼마나 힘들까.”서백호는 바로 심지안에게로 달려가서 말했다.“심지안 씨, 날도 이미 어두워졌으니 빨리 돌아가세요. 밤이 되면 추워요.”서백호가 자상하게 그녀를 부축하여 일으켜 주려 했으나 심지안은 고집스럽게 말했다.“저는 여기서 할아버지와 좀 더 있을게요.”“이러지 마세요. 아직 볼 날이 많은... 아니, 아니. 내 말은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말이에요. 앞으로 매년 추석에 할아버지를 보러 오면 매우 만족해하실 거예요.”“백호 아저씨 저 그냥 내버려두세요. 저 여기에 조금만 더 있을게요.”그는 심지안의 확고한 모습을 보고는 눈에 기쁨과 위안이 스쳐 지나갔다. 심지안이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할아버지.”슬픈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서백호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변했다.“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어요?”임시연은 검은색의 긴 치마를 입고 목에는 흰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우아하면서도 차가웠다.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지 얼굴의 붓기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고 찢어진 곳이 빨개져 있는 것을 아직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연신 씨가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요.”서백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혐오하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오레오를 데려와요.”뒤에서 따라오던 성연신이 분부하면서 임시연을 보고 말했다.“오레오를 다 보면 정욱이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난 남아서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싶어.”성연신은 한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자를 흘겨보며 일부러 부드럽게 말했다.
서백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임시연을 쳐다보다가 심지안을 쳐다봤다.“무슨 일 있었어요?”임시연이 심지안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할아버지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심지안 씨가 못 보게 하면서 나를 밀었어요... 백호 아저씨, 나는 지안 씨를 탓하지 않아요. 지안 씨가 지금 성연이와 다투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기에 나는 다 이해해요.”심지안은 심신이 너무 피곤했다. 그녀는 임시연과 말다툼을 할 힘도 없어 묵묵히 화로에 종이돈을 태웠다.그녀는 서백호가 자신을 도와 말을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많은 사람의 눈에 그녀의 뱃속 아이는 성연신의 애가 아니었을 테니까.“틀린 말은 아니네요.”서백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한가지 잘 못 한 게 있어요.”임시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뭘요?”“심지안 씨가 도련님과 다툰 것을 아는 사람이 왜 그들 사이를 방해해요? 이 기회에 둘 사이에 끼어들어 어떻게 해보려고요?”“난...”임시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재빨리 해명하려 하였으나 서백호는 들어주지 않았다.“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생각하지도 마세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 전에 유언을 남기셨어요. 그중 하나가 임시연 씨를 성씨 가문에 들이지 않는 거예요. 알아서 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오레오의 목줄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여기 이 강아지만이 시연 씨와 관계가 있어요. 다 보시고 나면 가세요.”임시연은 화가 났다. ‘늙은 영감 옆에 있는 사람도 영감 못지않게 얄밉네.’그녀는 배를 만지며 나중에 성연신과 결혼하면 서백호를 당장 내쫓으리라 마음먹었다.지금, 이 상황에 아직도 자신의 편에 서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심지안은 감동한 채 서백호를 바라봤다.임시연이 오레오를 보러 왔다는 말은 사실 핑계였다. 그녀는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이 층에서 연기를 보고 있던 성연신이 임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밥 먹고 가.”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방음도 잘 되는 창문이었다
심지안은 임시연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보면 욕을 하고 싶었다.“아니에요. 백호 아저씨, 전 배고프지 않아요.”“함께 먹어요. 밤에도 계속 할아버지 옆을 지켜야죠.”성연신이 차갑게 말했다.“연신아, 나도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싶어. 효도하고 싶어.”임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가 동의해 주기를 바랐다.“내가 말했지. 넌 그냥 배속 아기나 잘 돌봐.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이런 일은 지안 씨가 하면 돼.”임시연의 얼굴에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알았어. 그럼 난 네 말 들을게.”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는 여자를 쳐다보며 명령했다.“백호 아저씨, 지안 씨를 데리고 올라가세요.”“저 안 먹을래요. 저들의 구역질 나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 제가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어요?”심지안은 고개를 들고 주먹을 꽉 쥐면서 혐오하는 눈빛으로 성연신을 쳐다봤다.‘구역질 나는 얼굴이라고?’성연신은 비웃으며 몸을 숙여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지안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날 더러워하죠? 지안 씨야말로 더러운 사람이에요. 음탕하게 바람이나 피는 여자 주제에!”심지안은 멍하니 눈앞의 잘생긴 남자를 쳐다봤다. 문득 그 남자가 낯설게 느껴졌다.이렇게 막무가내인 적이 몇 번이나 되었다.그녀는 그가 고칠 거라고 믿고 있었고 자신을 믿어 주길 바랐다.하지만 그녀가 틀렸다.‘내가 그를 잘 못 본 건가? 최근 나에게 부드럽게 대하며 고개를 숙인 것도 다 아이 때문인 건가? 그래서 나와 헤어지려 했던 사람이 다시 나를 붙잡은 건가?’성연신은 그런 그녀의 눈빛이 못마땅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왜 나를 쳐다봐요?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사실... 사실이라?”심지안은 너무 괴롭고 웃겼다. 그녀의 하얀 얼굴에 실망이 감돌았다.그녀와 진현수는 따로 만난 적도 몇 번밖에 없었다. 연락도 몇 번밖에 주고받지 않았다. 연락을 제일 많이 주고받았을 때는 부용 그룹
“이제 가. 정욱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난 너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어.”“그럴 필요 없어.”임시연은 이를 꽉 깨물며 성연신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불러온 배에 올려놓았다.성연신은 무의식중에 재빨리 손을 빼내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쫓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리고 정욱은 네 운전기사가 아니야. 널 기다려 줄 시간 없어.”임시연이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난 그냥 너와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게 하고 싶어서 그랬어. 화내지 마. 난 그럼 가볼게.”그녀가 가고 성연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다가 커튼을 열었다. 아래층에서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그는 슬리퍼를 신고 창문에 서서 1층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꿇고 있는 게 힘들었는지 의자를 가져와 앉아 있었다.밤이 깊어 날씨도 쌀쌀해졌다. 그녀는 걸상에 앉은 채 관을 쳐다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그녀의 빨갛고 윤기 나던 입술이 지금은 말라서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추위를 막기에는 부족해 보였다.성연신의 굳은 얼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 아파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입술을 달싹였다.“젠장.”성수광도 이 장면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백호가 심지안에게 담요와 작은 난로를 가져다줬다.담요와 난로가 있으니 심지안의 몸은 어느새 온기를 되찾았다.기나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성연신은 심지안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그녀의 출입을 금지했다.어제 신현아가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지하지 않아서인지 오늘 그녀를 지키는 사람은 낯선 사람이었다.“성연신 씨 저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것은 제가 연신 씨 옆에 남길 바라서인가요?”심지안은 남자가 병실을 나서기 직전에 물음을 던졌다.성연신은 멈칫하더니 가볍게 웃었다.“얼굴이 정말 두껍네요.”“그럼 왜 저에게 낙태를 강요하죠?”“난 그냥 애새끼가 태어나는 게 싫어요. 무슨 문제 있어요?”심지안은
“아니에요…”심지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연신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심지안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어제는 하마터면 양아치들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했고 또 아이도 잃을 뻔했다.그녀는 다쳤고 임신 기간에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성연신은 그녀에게 상처만 줬다.심지안은 가볍게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아가, 우린 아빠 필요 없어. 괜찮지? …”진유진은 심지안이 건네준 쪽지에 적힌 대로 고청민을 찾으러 세움 그룹으로 갔다.“유진 씨 말은 지안 씨는 낙태 수술을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건가요?”“네.”진유진은 그가 도와주려 하지 않을까 봐 불쌍한척하며 울며불며 말했다.“성연신 그 X신 같은 놈이 지안이를 병원에 가뒀어요.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해요. 지안이에게도 잘해주지 않아요.”“알았어요.”고청민은 커피를 마시며 평온하게 대답했다.그의 대답에 진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알았다고? 도대체 도와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심지안 씨에게 말해요. 내가 방법을 생각해 그녀를 외국으로 데려갈게요. 국내에서는 성연신의 세력이 너무 커서 제가 자신이 없어요.”그녀는 흥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외국도 괜찮아요. 성연신 그 나쁜 놈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외국이 아니라 달나라라도 괜찮아요.”3일째 성연신은 심지안을 보러 병원에 가지 않았다.클럽 안. 손남영과 장학수는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난 연신이가 처음으로 취하는 모습을 봤어.”“나도.”“얼굴이 다 빨개졌네.”“그러니까. 결혼사진만 몇 시간째 들여다보고 있어.”“그러게 말이야. 결혼사진이 정말 제때 배달됐네.”오후에 클럽에 금방 들어왔을 때 사진관 사장님이 보내오셨다.성연신은 원래 결혼사진을 구석에 놓고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결혼사진을 들고 와서 책상 가운데에 올려놨다.“휴, 야, 지안 씨가 대체 왜 그랬을까? 성연이를 놔두고 왜 진현수와 바람이 났을까?”“내가
성연신이 술에 취해서도 마음속으로 심지안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임시연은 생각지도 못했다.질투의 불꽃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자라났다. 그녀는 악독한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해서 사에서 내리기 전에 임시연은 뒷좌석에 있는 결혼사진을 보았다.그녀는 옆에서 자고 있는 남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조용히 결혼사진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결혼사진을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심지안은 이미 자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는 사람도 문밖에 간의 침대를 펴고 그녀에게서 한시도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임시연이 성연신을 부축하며 병원으로 들어왔다.문밖에서 지키던 여자는 차에서 내리는 그들을 발견하고는 얼른 일어나서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성연신 씨...”“연신이가 많이 마셨어요. 간호사에게 말해서 남아 있는 병실 하나 내어 주세요.”“아, 네. 알겠습니다.”임시연은 눈을 굴리더니 이내 손으로 병실을 가리켰다.“옆방이 좋겠네요. 가까우면 좋잖아요. 무슨 일 있으면 부르기도 편하고.”“네. 알겠습니다.”문밖에서 지키던 여자는 얼른 옆 방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병실 안으로 들여보냈다.성연신은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에서 소독수 냄새를 맡고는 심지안 옆으로 간 줄 알았다. 마음속에서 전에 없는 애틋함이 솟구쳤다.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잠에 빠져들었다.병실 안에 있던 심지안은 어렴풋이 임시연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는 일어나서 자세히 들었다.임시연의 목소리가 맞았다.‘저 여자기 이 밤중에 여긴 왜 왔지?’심지안은 무슨 일인지 문을 열고 쳐다보려 했으나 문 앞에서 지키던 사람이 때마침 돌아왔다.“심지안 씨, 어디 가시게요?”심지안은 담담하게 말했다.“화장실에 가려고요.”“네. 제가 함께 가드릴게요.”옆 방을 지날 때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심지안은 임시연과 성연신이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각도에 봤을 때 임시연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바로 보였다.심지안은 머
”쌤통 아니에요? 그렇게 멋있는 남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잘못이지 다른 사람 욕할 게 뭐 있겠어요.”“근데 결혼사진 엄청 예쁘대요. 선남선녀래요. 아주 비싸 보였는데 아깝죠. 뭐.”“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을 아쉬워하지 마세요.”“네. 그만 말해요. 성 대표님이 여자가 아쉬운 사람도 아니고. 어제도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더라고요...”간호사들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안은 괜찮은 줄 알았지만, 심장이 마비된 것처럼 아파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베개는 흠뻑 젖어버렸다.서서히 날이 밝아왔다.성연신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일어나니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꿀물 마셔. 숙취 해소에 좋대.”임시연이 꿀물을 그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성연신은 꿀물을 마시지 않고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기 왜 있어?”“어젯밤에 널 보러 갔었어. 네가 많이 취한 것 같았어. 결혼사진을 들고 비틀거리면서 병원으로 심지안 찾으러 간다고 했어.”임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서 네가 술에 취했는데 운전을 하게 놔둘 순 없어서 내가 널 여기 데려왔어. 병원에 오자마자 넌 잠들었고.”성연신은 후회하며 머리를 쳤다.‘빌어먹을. 멍청한 여자가 도대체 내게 뭘 먹였기에 내가 술에 취해서 필름 끊긴 상태에서도 그녀를 잊지 않았을까.’“너도 온 밤 여기에 있었어?”“응...”임시연은 손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난 여기 앉아 있었어. 침대에는 올라가지 않았어.”성연신은 미간을 만지작거렸다.“빨리 가서 잠 좀 자.”“그래... 연신아 너 심지안 씨와 찍은 결혼사진 가지고 올라온 거야?”임시연이 그를 시험하며 물었다.“결혼사진?”그는 머리를 흔들었다.성연신은 결혼사진을 클럽에서 한쪽에 두었다가 나중에 가지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임시연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네가 결혼사진을 버렸어... 병원에 있는 주차장 쓰레기통에 버렸어. 내가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내 잘못이야.
“저를요? 전 잘못 한 게 없는데요?”진유진이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절친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목의 핏줄을 세우며 반박했다.성연신은 무심하게 그녀에게 죄명을 씌웠다.“공공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 되죠.”“제가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이에요. 그렇게 아무 말이나 막 하시면 안 되죠.”그는 거만하게 입술을 치켜세웠다.“기다려보죠.”십 분 뒤.경찰복을 입은 남자들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심지안은 한눈에 걸어오는 사람이 오지석인 것을 알아봤다.“빨리 가. 저기 오는 경찰이 연신 씨 친척이야.”진유진은 당황했지만 달아나지 않았다. 심지안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게 아닌가.오지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진유진이 경찰을 보고는 고발했다.“성연신이 제 친구를 감금했어요.”대충 상황을 눈치챈 오지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는 옆에 있는 신입 동료를 툭 치며 말했다.“처음 나왔으니 주동권을 드릴게요.”멈칫거리다가 그는 동료 귀에 대고 말했다.“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데리고 나가세요.”말을 마친 오지석은 성연신과 대화를 나눴다.갓 입사한 젊은 신입은 그와 성연신이 아는 사이인 것을 보고는 오지석의 말을 반대로 들었다.체면을 생각해서 바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한다고 생각했다. 난처하게 만들지 말란 말을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란 말로 오해했다.오지석은 임시연이 들을 수 없게 성연신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오늘 출근해서 전화 한 통을 받았어. 송준이 곧 풀려난대.”지난번에 매복해 있던 오지석이 나타나자 송준이 그를 발로 걷어찼고 나머지 사람들이 즉시 달려 나와 그를 잡아가서 법에 따라 감옥에 처넣었었다.성연신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그에게 교훈을 주는 거로 됐어.”한 번에 송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리고 앞으로 나를 출동시키지 않으면 안 돼? 우리는 친척이라서 공공장소에서는 피해야 한다고.”오지석이 불평하며 말했다. 자기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