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통 아니에요? 그렇게 멋있는 남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잘못이지 다른 사람 욕할 게 뭐 있겠어요.”“근데 결혼사진 엄청 예쁘대요. 선남선녀래요. 아주 비싸 보였는데 아깝죠. 뭐.”“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을 아쉬워하지 마세요.”“네. 그만 말해요. 성 대표님이 여자가 아쉬운 사람도 아니고. 어제도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더라고요...”간호사들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안은 괜찮은 줄 알았지만, 심장이 마비된 것처럼 아파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베개는 흠뻑 젖어버렸다.서서히 날이 밝아왔다.성연신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일어나니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꿀물 마셔. 숙취 해소에 좋대.”임시연이 꿀물을 그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성연신은 꿀물을 마시지 않고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기 왜 있어?”“어젯밤에 널 보러 갔었어. 네가 많이 취한 것 같았어. 결혼사진을 들고 비틀거리면서 병원으로 심지안 찾으러 간다고 했어.”임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서 네가 술에 취했는데 운전을 하게 놔둘 순 없어서 내가 널 여기 데려왔어. 병원에 오자마자 넌 잠들었고.”성연신은 후회하며 머리를 쳤다.‘빌어먹을. 멍청한 여자가 도대체 내게 뭘 먹였기에 내가 술에 취해서 필름 끊긴 상태에서도 그녀를 잊지 않았을까.’“너도 온 밤 여기에 있었어?”“응...”임시연은 손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난 여기 앉아 있었어. 침대에는 올라가지 않았어.”성연신은 미간을 만지작거렸다.“빨리 가서 잠 좀 자.”“그래... 연신아 너 심지안 씨와 찍은 결혼사진 가지고 올라온 거야?”임시연이 그를 시험하며 물었다.“결혼사진?”그는 머리를 흔들었다.성연신은 결혼사진을 클럽에서 한쪽에 두었다가 나중에 가지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임시연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네가 결혼사진을 버렸어... 병원에 있는 주차장 쓰레기통에 버렸어. 내가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내 잘못이야.
“저를요? 전 잘못 한 게 없는데요?”진유진이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절친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목의 핏줄을 세우며 반박했다.성연신은 무심하게 그녀에게 죄명을 씌웠다.“공공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 되죠.”“제가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이에요. 그렇게 아무 말이나 막 하시면 안 되죠.”그는 거만하게 입술을 치켜세웠다.“기다려보죠.”십 분 뒤.경찰복을 입은 남자들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심지안은 한눈에 걸어오는 사람이 오지석인 것을 알아봤다.“빨리 가. 저기 오는 경찰이 연신 씨 친척이야.”진유진은 당황했지만 달아나지 않았다. 심지안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게 아닌가.오지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진유진이 경찰을 보고는 고발했다.“성연신이 제 친구를 감금했어요.”대충 상황을 눈치챈 오지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는 옆에 있는 신입 동료를 툭 치며 말했다.“처음 나왔으니 주동권을 드릴게요.”멈칫거리다가 그는 동료 귀에 대고 말했다.“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데리고 나가세요.”말을 마친 오지석은 성연신과 대화를 나눴다.갓 입사한 젊은 신입은 그와 성연신이 아는 사이인 것을 보고는 오지석의 말을 반대로 들었다.체면을 생각해서 바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한다고 생각했다. 난처하게 만들지 말란 말을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란 말로 오해했다.오지석은 임시연이 들을 수 없게 성연신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오늘 출근해서 전화 한 통을 받았어. 송준이 곧 풀려난대.”지난번에 매복해 있던 오지석이 나타나자 송준이 그를 발로 걷어찼고 나머지 사람들이 즉시 달려 나와 그를 잡아가서 법에 따라 감옥에 처넣었었다.성연신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그에게 교훈을 주는 거로 됐어.”한 번에 송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리고 앞으로 나를 출동시키지 않으면 안 돼? 우리는 친척이라서 공공장소에서는 피해야 한다고.”오지석이 불평하며 말했다. 자기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
성연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오지석이 먼저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빨리 사람을 놔줘!”신입 경찰은 깜짝 놀라서 손을 풀었다. 진유진은 빠져나온 뒤 입을 틀어막으며 피가 섞인 이빨 하나를 뱉었다.이 모습을 본 심지안은 너무 미안했다.다행히 병원이어서 그녀는 성연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눈빛에는 따뜻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문 열어요. 유진이를 데리고 의사 선생님에게 가야겠어요.”성연신은 이런 그녀의 눈빛이 적응되지 않았다. 차가운 그녀의 눈빛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내가 정욱을 시켜 유진 씨를 데려다줄게요. 지안 씨는 여기 있어요.”심지안은 동공이 흔들렸다. 심장을 칼로 찌른 듯 믿기 힘들었다.“제 친구가 다쳤어요. 제가 유진이를 도와 의사 선생님에게 가야 해요. 이 모든 건 다 연신 씨가 만든 일이잖아요. 내가 유진이를 보러 갈 자격조차 없애려고 그래요?”“지안 씨가 의사도 아닌데 가서 무슨 도움이 있겠어요?”그녀는 그가 도덕적 한계가 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유진이 성연신 앞에서, 성연신 때문에 다쳐서 이빨이 부러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거지? 진짜 양심이 없는 사람인가?’심지안은 정욱이 진유진을 데려가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식간에 벼락 맞은 기분이었다.심지안을 지키는 사람은 그녀를 보고 병실로 데려갔다.성연신은 병실 문을 열고 차갑게 말했다.“친구보고 오지 말라고 했으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잖아요. 그녀가 온다고 해도 지안 씨를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심지안은 담담하게 머리를 들고 무표정으로 말했다.“나를 계속 여기에 가둬 두면 난 연신 씨를 더욱 미워할 거예요.”그녀는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낳아서 키우면서 아이에게 이런 무정한 아버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그녀의 말에 성연신은 신경이 곤두섰고 심장이 아파졌다.‘내가 널 미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심지안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병실로 들어가서
진유진은 앞니 하나가 빠졌다. 치과의 전문의가 얘기했다.“앞니는 사람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죠. 신중하게 심어야 합니다. 임플란트를 추천해 드리는 편입니다만, 우리 병원 남문 밖 길옆의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서 치과를 위해 빌딩을 따로 세웠는데 여러 방면에서 우리보다 뛰어납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유진은 말하면서 바람이 샜다. 웃기면서도 슬픈 장면이었다.성연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얘기했다.“정욱, 네가 데리고 가. 비용은 내가 다 낼께.”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진유진도 약간 불쌍했다.이까지 빠지다니, 얼마나 아팠을까.“난 당신의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착한 척하지 말아요!”진유진은 성연신의 돈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예전의 그녀는 정말 눈이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성연신이 임시연과 하룻밤을 보냈을 때 진작 심지안과 성연신을 떼어놨어야 했다.그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심지안이 이렇게 슬퍼하고 속상해할 필요 없을 것이다.정말 눈이 멀어서 사람을 잘못 보고 친구를 해칠뻔하다니.성연신은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지안 씨를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말아요. 어차피 못 데려갈 거니까.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라고요.”“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놓아주지 그래요!”진유진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성연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왜서...성연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심지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그는 쓸데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포기할 수 없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아예 끊어버린 사이보다는 나으니까....심지안은 온하루 잤다. 사실 그냥 누워있었다.정욱에게서 진유진이 괜찮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심지안은 마음이 놓였다.어느새 시간이 흘러 낙태 수술을 하는 전날이 되었다.간호사의 도움으로 사전에 검사를 마친 심지안은 방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검사 결과를 가진 의사가 성연신에게 건네며 얘기했다.“환자분이 빈
정욱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정답을 맞혔다.“여기서 도망치게 해달라고요?”심지안은 잠깐 멍해 있다가 얘기했다.“아니요, 하지만 이번 일과 상관이 있어요.”심지안은 홑몸이 아니었다. 고청민이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내일이면 낙태 수술을 하는 날이다. “죄송하지만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정욱은 깔끔하게 거절했다.그는 성연신의 사람이었다. 졸업하고 나서부터 성연신과 함께 일했다.요즘 일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그가 배운 것과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는 모두 성연신이 준 것이다.정욱은 그런 성연신을 배신하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었다.심지안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이 결과를 예상한 것 같았다.“그러면 진현수 씨가 어디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실래요?”만약 성연신의 말대로라면 정말 죽어서 대면할 기회도 없는 것일까?정욱이 얘기했다.“그날 저는 밖에서 대기하느라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다만...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성 대표님이 나온 후, 진현수 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그 말에 심지안은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보이지 않았다...성연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현수에게 큰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진현수가 죽으면 그의 거짓말을 파헤칠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수술을 피하는 것이다.깊이 숨을 들이쉰 심지안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차가운 표정이 드러났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한의사는 약을 지은 후 하나하나 포장해 매개 한약에 주의 사항을 적어두었다.“세 번의 치료 기간에 마실 약입니다. 한 달이면 다 마실 겁니다. 배가 아프거나 몸이 불편하면 바로 병원에 찾아가세요.”“감사합니다.”성연신은 한약을 부하에게 건넸다.“어느 병원의 어느 의사를 찾아가는 겁니까?”한의사가 갑자기 물었다.성연신은 숨김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다.한의사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심지안은 성연신과 함께 병원에 돌아온 후, 초조하게 기다리기만 했다.이튿날 오전 열 시.간호사가 들어와 얘기했다.“이리 나오세요.”심지안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두 손으로는 등 뒤에 감춘 과도를 꼭 쥔 채 긴장해서 물었다. “제가 수술할 차례인가요?”“아니요, 검사를 하고 퇴원하셔야죠.”심지안은 멍해졌다. 정욱을 따라 병원 밖으로 나와 따뜻한 햇빛을 몸으로 느꼈을 때,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활기가 다시 그녀를 살게 해주는 것 같았다.“지안 씨, 차에 타세요.”옆의 정욱이 얘기했다.“연신 씨는요?”“성 대표님은 바쁘십니다. 지안 씨는 일단 중정원에 가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심지안은 놀라서 약간 굳은 채 물었다.“수술할 필요 없는 거예요?”“성 대표님이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으셨지만, 적어도 지금은 수술할 필요 없습니다.”원래는 오늘 오전 열 시의 수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열한 시다. 그러니 오늘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심지안은 눈을 깜빡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다.“일단 차에 타세요. 성 대표님은 일을 마치고 저녁쯤에 오실 겁니다.”정욱은 심지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심지안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안 아가씨,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대문도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정욱은 어쩔 수 없이 뒤에 있는 검은색 차량을 가리키며 얘기했다.“저 차 안에는 전부 성 대표님의 사람들이에요. 지안 아가씨가 도망치면 바로 움직일 겁니다.”심지안은 미간을 팍 구겼다. 도대체 성연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자의 촉이 알려주고 있었다. 아마도 어제 한의사가 무슨 말을 해서 성연신을 포기하게 만든 건가?그게 아니라면 고청민이...?심지안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나약하고 강하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며 어쩔 수 없이 중정원으로 돌아왔다.중정원에 있는 것이 병원에 있는 것보다 많이 나았다.중정원에는 가정부 두 명과 보디가드
레드썬은 금관성에서 아주 유명한 노래방이었다. 안에는 별의별 이상한 사람이 많았다.성연신은 웨이터를 따라 한 VIP룸 앞에 도착했다.“도착했습니다.”입구에는 두 남자가 서 있었는데 한 사람은 손에 흰 모자를 들고 있었다. 조선시대 때 상주가 쓰는 두건 같았다.“성연신 님, 이건 송 대표님의 선물...”말을 채 마치기 전에 그는 성연신 뒤의 사람에게 한 방 맞아 쓰러져 버렸다. “쯧, 뭐 하는 새끼야. 죽고 싶은 거라면 줄부터 서.”모자를 들고 있던 남자는 바로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손에 있던 모자는 날아가 버려 그의 동료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정욱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얘기했다.“역시, 소문대로네요. 짱입니다.”성연신은 이런 장소에 올 때마다 안철수를 데리고 다녔다. 190센티미터의 키에 95킬로의 체중. 단순히 피지컬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을 압도할 수 있었다.성연신은 문 앞을 지키는 다른 남자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러자 그 남자는 몸을 덜덜 떨면서 바로 문을 열었다.“안으로 드세요...”룸 안은 각양각색의 불빛들이 어두운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을 비추었다. 송준의 허벅지 위에는 긴 다리의 미녀가 앉아있었다. 두 사람은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미녀가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보자마자 놀라서 굳어버렸다. 넓은 어깨에 얇은 허리. 태생부터 귀한 것이 눈에 보이는 고귀한 기품.송준도 잘생겼지만 성연신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굳이 선택하자면 그녀는 성연신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미소를 지은 송준이 얘기했다.“마음에 들면 가서 성연신 시중을 들어.”미녀는 은근히 기뻐하며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러더니 또각또각 걸어서 성연신 곁으로 와 매혹적인 눈짓으로 얘기했다.“안녕하세요, 성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어요.”성연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정욱이 나서서 얘기했다.“꺼져.”정욱은 보디가드들과 싸우지는 못했지만 간단한 잔챙이는 치워버릴 수 있었다. 창피함에 화가 난 미녀는 눈
“네가 말하는 정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잖아.”그 말을 들은 송준은 자신만만하게 비웃으며 얘기했다.“그럴 리 없어.”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보광 중신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를 놓고 얘기하면, 비밀 조직보다 실력과 인맥이 부족했다.그런 비밀 조직과 비슷한 전력을 가진 건 루갈 조직이었다.성연신은 루갈의 사람을 찾아 사건을 조사하라고 했을 것이다.루갈과 비밀 조직은 비슷한 성질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루갈은 재작년에 설립된 조직이긴하지만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쯧.”가죽 소파에 앉아서 손의 와인잔을 돌린 성연신이 다른 손으로 정장 외투의 단추를 열었다. 그러자 안의 검은색 셔츠가 드러났는데 잘생긴 그의 얼굴은 위험한 남자 같아 보였다.“비밀 조직이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나도 찾을 수 있어.”“내가 믿을 것 같아?”“믿을지 말지는 네 선택이야.”성연신은 송준을 향해 손을 저었다.“나도 오늘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송준이 의아하다는 듯 표정을 짓더니 호기심에 자세를 고쳐 안고 귀를 쫑긋 세웠다.“비밀 조직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송준은 그래도 금호 그룹의 대표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듣다니.보광 중신에 가서 빌붙으라고?성연신은 놀란 송준의 눈을 보더니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정말 네가 고아인 줄 알아?”송준이 두 눈을 크게 떴다.“무슨 소리야.”성연신은 그저 웃음으로 대답할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송준도 더 캐묻지 않고 교활한 시선으로 성연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말의 진위를 가려내려고 했다.“답을 알고 싶다면 찾아와.”성연신은 그 말을 던지고 정욱과 안철수를 데리고 사라졌다.소파에 앉아 한참이나 멍을 때린 송준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짜증스러움이 가득했다.고아가 아니더라도, 친부모가 살아있어도 뭐가 어떠한가.송준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그저 혈연관계가 있는 낯선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