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 정욱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난 너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어.”“그럴 필요 없어.”임시연은 이를 꽉 깨물며 성연신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불러온 배에 올려놓았다.성연신은 무의식중에 재빨리 손을 빼내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쫓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리고 정욱은 네 운전기사가 아니야. 널 기다려 줄 시간 없어.”임시연이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난 그냥 너와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게 하고 싶어서 그랬어. 화내지 마. 난 그럼 가볼게.”그녀가 가고 성연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다가 커튼을 열었다. 아래층에서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그는 슬리퍼를 신고 창문에 서서 1층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꿇고 있는 게 힘들었는지 의자를 가져와 앉아 있었다.밤이 깊어 날씨도 쌀쌀해졌다. 그녀는 걸상에 앉은 채 관을 쳐다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그녀의 빨갛고 윤기 나던 입술이 지금은 말라서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추위를 막기에는 부족해 보였다.성연신의 굳은 얼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 아파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입술을 달싹였다.“젠장.”성수광도 이 장면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백호가 심지안에게 담요와 작은 난로를 가져다줬다.담요와 난로가 있으니 심지안의 몸은 어느새 온기를 되찾았다.기나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성연신은 심지안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그녀의 출입을 금지했다.어제 신현아가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지하지 않아서인지 오늘 그녀를 지키는 사람은 낯선 사람이었다.“성연신 씨 저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것은 제가 연신 씨 옆에 남길 바라서인가요?”심지안은 남자가 병실을 나서기 직전에 물음을 던졌다.성연신은 멈칫하더니 가볍게 웃었다.“얼굴이 정말 두껍네요.”“그럼 왜 저에게 낙태를 강요하죠?”“난 그냥 애새끼가 태어나는 게 싫어요. 무슨 문제 있어요?”심지안은
“아니에요…”심지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연신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심지안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어제는 하마터면 양아치들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했고 또 아이도 잃을 뻔했다.그녀는 다쳤고 임신 기간에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성연신은 그녀에게 상처만 줬다.심지안은 가볍게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아가, 우린 아빠 필요 없어. 괜찮지? …”진유진은 심지안이 건네준 쪽지에 적힌 대로 고청민을 찾으러 세움 그룹으로 갔다.“유진 씨 말은 지안 씨는 낙태 수술을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건가요?”“네.”진유진은 그가 도와주려 하지 않을까 봐 불쌍한척하며 울며불며 말했다.“성연신 그 X신 같은 놈이 지안이를 병원에 가뒀어요.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해요. 지안이에게도 잘해주지 않아요.”“알았어요.”고청민은 커피를 마시며 평온하게 대답했다.그의 대답에 진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알았다고? 도대체 도와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심지안 씨에게 말해요. 내가 방법을 생각해 그녀를 외국으로 데려갈게요. 국내에서는 성연신의 세력이 너무 커서 제가 자신이 없어요.”그녀는 흥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외국도 괜찮아요. 성연신 그 나쁜 놈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외국이 아니라 달나라라도 괜찮아요.”3일째 성연신은 심지안을 보러 병원에 가지 않았다.클럽 안. 손남영과 장학수는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난 연신이가 처음으로 취하는 모습을 봤어.”“나도.”“얼굴이 다 빨개졌네.”“그러니까. 결혼사진만 몇 시간째 들여다보고 있어.”“그러게 말이야. 결혼사진이 정말 제때 배달됐네.”오후에 클럽에 금방 들어왔을 때 사진관 사장님이 보내오셨다.성연신은 원래 결혼사진을 구석에 놓고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결혼사진을 들고 와서 책상 가운데에 올려놨다.“휴, 야, 지안 씨가 대체 왜 그랬을까? 성연이를 놔두고 왜 진현수와 바람이 났을까?”“내가
성연신이 술에 취해서도 마음속으로 심지안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임시연은 생각지도 못했다.질투의 불꽃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자라났다. 그녀는 악독한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해서 사에서 내리기 전에 임시연은 뒷좌석에 있는 결혼사진을 보았다.그녀는 옆에서 자고 있는 남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조용히 결혼사진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결혼사진을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심지안은 이미 자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는 사람도 문밖에 간의 침대를 펴고 그녀에게서 한시도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임시연이 성연신을 부축하며 병원으로 들어왔다.문밖에서 지키던 여자는 차에서 내리는 그들을 발견하고는 얼른 일어나서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성연신 씨...”“연신이가 많이 마셨어요. 간호사에게 말해서 남아 있는 병실 하나 내어 주세요.”“아, 네. 알겠습니다.”임시연은 눈을 굴리더니 이내 손으로 병실을 가리켰다.“옆방이 좋겠네요. 가까우면 좋잖아요. 무슨 일 있으면 부르기도 편하고.”“네. 알겠습니다.”문밖에서 지키던 여자는 얼른 옆 방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병실 안으로 들여보냈다.성연신은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에서 소독수 냄새를 맡고는 심지안 옆으로 간 줄 알았다. 마음속에서 전에 없는 애틋함이 솟구쳤다.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잠에 빠져들었다.병실 안에 있던 심지안은 어렴풋이 임시연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는 일어나서 자세히 들었다.임시연의 목소리가 맞았다.‘저 여자기 이 밤중에 여긴 왜 왔지?’심지안은 무슨 일인지 문을 열고 쳐다보려 했으나 문 앞에서 지키던 사람이 때마침 돌아왔다.“심지안 씨, 어디 가시게요?”심지안은 담담하게 말했다.“화장실에 가려고요.”“네. 제가 함께 가드릴게요.”옆 방을 지날 때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심지안은 임시연과 성연신이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각도에 봤을 때 임시연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바로 보였다.심지안은 머
”쌤통 아니에요? 그렇게 멋있는 남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잘못이지 다른 사람 욕할 게 뭐 있겠어요.”“근데 결혼사진 엄청 예쁘대요. 선남선녀래요. 아주 비싸 보였는데 아깝죠. 뭐.”“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을 아쉬워하지 마세요.”“네. 그만 말해요. 성 대표님이 여자가 아쉬운 사람도 아니고. 어제도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더라고요...”간호사들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안은 괜찮은 줄 알았지만, 심장이 마비된 것처럼 아파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베개는 흠뻑 젖어버렸다.서서히 날이 밝아왔다.성연신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일어나니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꿀물 마셔. 숙취 해소에 좋대.”임시연이 꿀물을 그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성연신은 꿀물을 마시지 않고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기 왜 있어?”“어젯밤에 널 보러 갔었어. 네가 많이 취한 것 같았어. 결혼사진을 들고 비틀거리면서 병원으로 심지안 찾으러 간다고 했어.”임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서 네가 술에 취했는데 운전을 하게 놔둘 순 없어서 내가 널 여기 데려왔어. 병원에 오자마자 넌 잠들었고.”성연신은 후회하며 머리를 쳤다.‘빌어먹을. 멍청한 여자가 도대체 내게 뭘 먹였기에 내가 술에 취해서 필름 끊긴 상태에서도 그녀를 잊지 않았을까.’“너도 온 밤 여기에 있었어?”“응...”임시연은 손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난 여기 앉아 있었어. 침대에는 올라가지 않았어.”성연신은 미간을 만지작거렸다.“빨리 가서 잠 좀 자.”“그래... 연신아 너 심지안 씨와 찍은 결혼사진 가지고 올라온 거야?”임시연이 그를 시험하며 물었다.“결혼사진?”그는 머리를 흔들었다.성연신은 결혼사진을 클럽에서 한쪽에 두었다가 나중에 가지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임시연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네가 결혼사진을 버렸어... 병원에 있는 주차장 쓰레기통에 버렸어. 내가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내 잘못이야.
“저를요? 전 잘못 한 게 없는데요?”진유진이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절친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목의 핏줄을 세우며 반박했다.성연신은 무심하게 그녀에게 죄명을 씌웠다.“공공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 되죠.”“제가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이에요. 그렇게 아무 말이나 막 하시면 안 되죠.”그는 거만하게 입술을 치켜세웠다.“기다려보죠.”십 분 뒤.경찰복을 입은 남자들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심지안은 한눈에 걸어오는 사람이 오지석인 것을 알아봤다.“빨리 가. 저기 오는 경찰이 연신 씨 친척이야.”진유진은 당황했지만 달아나지 않았다. 심지안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게 아닌가.오지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진유진이 경찰을 보고는 고발했다.“성연신이 제 친구를 감금했어요.”대충 상황을 눈치챈 오지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는 옆에 있는 신입 동료를 툭 치며 말했다.“처음 나왔으니 주동권을 드릴게요.”멈칫거리다가 그는 동료 귀에 대고 말했다.“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데리고 나가세요.”말을 마친 오지석은 성연신과 대화를 나눴다.갓 입사한 젊은 신입은 그와 성연신이 아는 사이인 것을 보고는 오지석의 말을 반대로 들었다.체면을 생각해서 바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한다고 생각했다. 난처하게 만들지 말란 말을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란 말로 오해했다.오지석은 임시연이 들을 수 없게 성연신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오늘 출근해서 전화 한 통을 받았어. 송준이 곧 풀려난대.”지난번에 매복해 있던 오지석이 나타나자 송준이 그를 발로 걷어찼고 나머지 사람들이 즉시 달려 나와 그를 잡아가서 법에 따라 감옥에 처넣었었다.성연신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그에게 교훈을 주는 거로 됐어.”한 번에 송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리고 앞으로 나를 출동시키지 않으면 안 돼? 우리는 친척이라서 공공장소에서는 피해야 한다고.”오지석이 불평하며 말했다. 자기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
성연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오지석이 먼저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빨리 사람을 놔줘!”신입 경찰은 깜짝 놀라서 손을 풀었다. 진유진은 빠져나온 뒤 입을 틀어막으며 피가 섞인 이빨 하나를 뱉었다.이 모습을 본 심지안은 너무 미안했다.다행히 병원이어서 그녀는 성연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눈빛에는 따뜻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문 열어요. 유진이를 데리고 의사 선생님에게 가야겠어요.”성연신은 이런 그녀의 눈빛이 적응되지 않았다. 차가운 그녀의 눈빛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내가 정욱을 시켜 유진 씨를 데려다줄게요. 지안 씨는 여기 있어요.”심지안은 동공이 흔들렸다. 심장을 칼로 찌른 듯 믿기 힘들었다.“제 친구가 다쳤어요. 제가 유진이를 도와 의사 선생님에게 가야 해요. 이 모든 건 다 연신 씨가 만든 일이잖아요. 내가 유진이를 보러 갈 자격조차 없애려고 그래요?”“지안 씨가 의사도 아닌데 가서 무슨 도움이 있겠어요?”그녀는 그가 도덕적 한계가 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유진이 성연신 앞에서, 성연신 때문에 다쳐서 이빨이 부러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거지? 진짜 양심이 없는 사람인가?’심지안은 정욱이 진유진을 데려가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식간에 벼락 맞은 기분이었다.심지안을 지키는 사람은 그녀를 보고 병실로 데려갔다.성연신은 병실 문을 열고 차갑게 말했다.“친구보고 오지 말라고 했으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잖아요. 그녀가 온다고 해도 지안 씨를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심지안은 담담하게 머리를 들고 무표정으로 말했다.“나를 계속 여기에 가둬 두면 난 연신 씨를 더욱 미워할 거예요.”그녀는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낳아서 키우면서 아이에게 이런 무정한 아버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그녀의 말에 성연신은 신경이 곤두섰고 심장이 아파졌다.‘내가 널 미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심지안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병실로 들어가서
진유진은 앞니 하나가 빠졌다. 치과의 전문의가 얘기했다.“앞니는 사람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죠. 신중하게 심어야 합니다. 임플란트를 추천해 드리는 편입니다만, 우리 병원 남문 밖 길옆의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서 치과를 위해 빌딩을 따로 세웠는데 여러 방면에서 우리보다 뛰어납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유진은 말하면서 바람이 샜다. 웃기면서도 슬픈 장면이었다.성연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얘기했다.“정욱, 네가 데리고 가. 비용은 내가 다 낼께.”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진유진도 약간 불쌍했다.이까지 빠지다니, 얼마나 아팠을까.“난 당신의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착한 척하지 말아요!”진유진은 성연신의 돈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예전의 그녀는 정말 눈이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성연신이 임시연과 하룻밤을 보냈을 때 진작 심지안과 성연신을 떼어놨어야 했다.그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심지안이 이렇게 슬퍼하고 속상해할 필요 없을 것이다.정말 눈이 멀어서 사람을 잘못 보고 친구를 해칠뻔하다니.성연신은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지안 씨를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말아요. 어차피 못 데려갈 거니까.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라고요.”“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놓아주지 그래요!”진유진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성연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왜서...성연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심지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그는 쓸데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포기할 수 없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아예 끊어버린 사이보다는 나으니까....심지안은 온하루 잤다. 사실 그냥 누워있었다.정욱에게서 진유진이 괜찮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심지안은 마음이 놓였다.어느새 시간이 흘러 낙태 수술을 하는 전날이 되었다.간호사의 도움으로 사전에 검사를 마친 심지안은 방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검사 결과를 가진 의사가 성연신에게 건네며 얘기했다.“환자분이 빈
정욱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정답을 맞혔다.“여기서 도망치게 해달라고요?”심지안은 잠깐 멍해 있다가 얘기했다.“아니요, 하지만 이번 일과 상관이 있어요.”심지안은 홑몸이 아니었다. 고청민이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내일이면 낙태 수술을 하는 날이다. “죄송하지만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정욱은 깔끔하게 거절했다.그는 성연신의 사람이었다. 졸업하고 나서부터 성연신과 함께 일했다.요즘 일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그가 배운 것과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는 모두 성연신이 준 것이다.정욱은 그런 성연신을 배신하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었다.심지안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이 결과를 예상한 것 같았다.“그러면 진현수 씨가 어디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실래요?”만약 성연신의 말대로라면 정말 죽어서 대면할 기회도 없는 것일까?정욱이 얘기했다.“그날 저는 밖에서 대기하느라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다만...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성 대표님이 나온 후, 진현수 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그 말에 심지안은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보이지 않았다...성연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현수에게 큰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진현수가 죽으면 그의 거짓말을 파헤칠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수술을 피하는 것이다.깊이 숨을 들이쉰 심지안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차가운 표정이 드러났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한의사는 약을 지은 후 하나하나 포장해 매개 한약에 주의 사항을 적어두었다.“세 번의 치료 기간에 마실 약입니다. 한 달이면 다 마실 겁니다. 배가 아프거나 몸이 불편하면 바로 병원에 찾아가세요.”“감사합니다.”성연신은 한약을 부하에게 건넸다.“어느 병원의 어느 의사를 찾아가는 겁니까?”한의사가 갑자기 물었다.성연신은 숨김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다.한의사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