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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임시연 너 정말 못된 년이구나

성연신은 심지안을 내려다봤다. 그는 오정연의 체면을 봐주었는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심지안은 얼마나 오래 무릎을 꿇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모두 가고 나서도 그녀는 저려오는 다리를 만지며 계속 꿇고 앉아 있었다.

이 층.

성수광은 창문으로 아래층에 있는 심지안을 보고는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

“아휴, 빨리 재더러 들어가서 쉬라고 해. 저렇게 오래 꿇고 앉아 있었는데 몸이 얼마나 힘들까.”

서백호는 바로 심지안에게로 달려가서 말했다.

“심지안 씨, 날도 이미 어두워졌으니 빨리 돌아가세요. 밤이 되면 추워요.”

서백호가 자상하게 그녀를 부축하여 일으켜 주려 했으나 심지안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저는 여기서 할아버지와 좀 더 있을게요.”

“이러지 마세요. 아직 볼 날이 많은... 아니, 아니. 내 말은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말이에요. 앞으로 매년 추석에 할아버지를 보러 오면 매우 만족해하실 거예요.”

“백호 아저씨 저 그냥 내버려두세요. 저 여기에 조금만 더 있을게요.”

그는 심지안의 확고한 모습을 보고는 눈에 기쁨과 위안이 스쳐 지나갔다. 심지안이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슬픈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서백호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변했다.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어요?”

임시연은 검은색의 긴 치마를 입고 목에는 흰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우아하면서도 차가웠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지 얼굴의 붓기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고 찢어진 곳이 빨개져 있는 것을 아직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연신 씨가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요.”

서백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혐오하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레오를 데려와요.”

뒤에서 따라오던 성연신이 분부하면서 임시연을 보고 말했다.

“오레오를 다 보면 정욱이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난 남아서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싶어.”

성연신은 한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자를 흘겨보며 일부러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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