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심지안은 눈시울을 붉혔고 설움이 폭발하여 눈물을 왈칵 쏟았다. 빗물에 씻긴 부용꽃처럼 예쁘고 맑은 얼굴은 불쌍하고 애처로워 보였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녹여버릴 지경이었다. 성연신이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진희수한테 개똥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건 성연신의 명확한 태도였다. 심지안은 성연신을 향해 소리쳤다.“당장 나가요! 다시는 당신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성연신은 당황한 얼굴을 한 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내가 지안 씨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는 거예요?”그녀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당신은 내 편이 아니에요. 계속 진희수 씨 편만 들고 있잖아요. 진희수 씨가 당신 와이프예요? 그럼 그 여자한테 가요.”“나야 언제나 지안 씨 편이죠. 진희수가 개똥이에요. 됐죠?”성연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런 말이 심지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늦었어요.” 그녀는 다짜고짜 그를 밀어내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슬픈 감정을 모두 쏟아내듯이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던 성연신은 열쇠를 손에 든 채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지금 들어가면 더 많이 우는 건 아니겠지?’그 생각을 하니 그는 마음이 아팠다. 한참 동안 방문을 바라보던 그는 손남영을 만나러 갔다. 금관성의 가을밤은 쓸쓸했지만 술집의 분위기는 불타오르고 있었고 마치 두 개의 세상 같았다. 일의 자초지종을 들은 손남영은 박장대소했다. “하하하하하, 저녁 내내 지안 씨 시중들다가 지안 씨가 화가 다 풀릴 때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된 거예요?”성연신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흠... 먼저 물어볼 게 있는데 진희수한테는 어떤 감정인데요?”“아무 감정 없는데.”3년 전, 진희수가 성원 그룹으로 면접 보러 왔을 때 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확실히 임시연과
성연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내가 이 문자를 보내면 지안 씨가 기뻐한다고?”“당연하죠. 내가 장담해요.”“진희수 핸드폰 번호 좀 줘봐. 나한테 없어.”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심지안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밤 8시, 진희수는 문자 한 통을 받았고 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명 심지안 그 여자가 성연신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낸 걸 거야. 성연신처럼 교양있는 사람이 이렇게 저속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할 수가 없어.’...한편, 진희수가 보광으로 성연신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임시연은 얼굴에 있는 팩을 뜯어내며 피식 웃었다.“그 여자도 낄 생각인가 보죠?”“그런 가 봐요.”홍지윤이 대답했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여자를 가만 놔둔다고 해도 그 여자는 심지안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할 거예요.”진희수는 3년 전에 S가 던진 미끼였다. 진희수를 통해 성연신 마음에 임시연의 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야 적당한 시기에 일을 진행시킬 수 있으니까. 진희수는 비밀 조직의 사람이 아니었고 그냥 돈만 주면 일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리 갑자기 튀어나온 걸 보면 왠지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홍지윤은 망원경을 들고 주위를 살폈다.“진희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심지안 앞에 얼씬거리면 당신의 존재만 더 부각되니까.”“나도 그렇게 생각해요.”임시연은 화장대 앞에 앉아 입을 열었다.“늦었어요. 잘 거예요. 이만 돌아가 봐요.”잠시 후, 뭔가 생각이 떠오른 그녀가 짜증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노인네가 심어둔 감시자 눈에 띄지 말아요. 정말 짜증 나 죽겠어요.”‘날 감시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빨리 죽기나 할 것이지. 그럼 내 얼굴 보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아.’홍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은 나 찾지 말아요. 고청민 그 사람한테 한번 가볼 생각이에요. 우리랑 손을 잡을 생각이 있는지 일단 만나봐야겠어요.
심지안은 화를 벌컥 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당신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게 떳떳한 일은 아니잖아요!’‘연신 씨한테는 감히 찾아가지 못하고 날 찾아오다니. 비겁한 인간.’“남자들은 밖에서 노는 게 정상이에요. 게다가 처자식 버린 것도 아니고.”성형찬은 단지 이 세상 남자들이라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한 것뿐이었다. 머리에서 두피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고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는 성여광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쳇, 정말 구역질 나네요.”언제부터 가족을 버리지 않는 것이 유부남의 가장 낮은 기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 정말 웃기는 일이다. 성여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갑자기 그가 손을 번쩍 들고는 그녀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심지안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꼭 감았다. 마침 뜨거운 두유 한 잔이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와 정확히 성여광의 머리에 떨어졌다. 화상을 입은 성여광은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심지안은 갑자기 사람들 속에 나타난 고청민을 발견하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청민 씨가 던진 거예요?”고청민은 손에 들고 있는 만두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내 뒤에 숨어있어요. 나오지 말고.”“아니요. 지금 당장 연신 씨한테 연락해요. 연신 씨가 와서 성여광을 처리하라고 해야겠어요.”그녀의 인상 속에 고청민은 순둥순둥한 동생이었고 그런 고청민이 성여광을 제압하다가 오히려 그가 다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청민은 고개를 돌리며 환하게 웃었다.“나 태권도도 배웠던 사람이에요. 지안 씨 지켜줄 수 있어요.”“그 실력은 남겨두었다가 다른 사람 구해줘요.”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성연신이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와 싸늘한 눈빛으로 고청민을 쳐다보았다. 고청민은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성 대표님 동생이나 신경 쓰시죠. 그럼 내가 나
성연신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페달을 세게 밟았다. “왜 갑자기 속도를 내요?”“고청민은 왜 잠옷 차림으로 한남 더힐에 나타났어요?”“학교가 이 근처라고 했어요. 이곳에 사는 게 살기 편하다고요.”그 순간, 성연신은 핸들을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언제 이사 왔는데요?”“글쎄요. 나랑 비슷한 시기에 이사 온 것 같아요.”성연신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핸들을 꽉 부여잡고 있었고 힘을 너무 세게 줘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오늘부터 당신은 중정원으로 돌아가요.”“왜요?”“고청민은 지안 씨한테 순수한 마음이 아니에요.”그 말에 심지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증거는요?”“일부러 당신이랑 같은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더 설명이 필요해요?”“다니는 대학원이 이 근처라서 이사 온 거예요. 청민 씨가 나 때문에 대학원을 결정할 만큼 나 그렇게 매력있는 여자 아니에요.”성연신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고청민은 진작부터 계획하고 있었어요.”“됐어요. 당신이랑 말이 안 통하네요.”화가 치밀어오른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성연신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당신이 말한 대로 진희수한테 문자 보냈어요.”그 말에 심지안은 미간을 살짝 움직였다. 오늘 아침 그녀는 성연신이 보낸 캡쳐 사진을 보았다. 사과는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하는 것이다. 어젯밤에 그가 깔끔하게 이렇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러나 하룻밤이 지나서 하는 사과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화가 다 풀렸으니까.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를 보며 성연신은 의문이 들었다. 그녀가 왜 아직도 기분이 안 좋은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선진 그룹으로 가는 길에 보광 중신을 지나게 된다.심지안은 줄곧 생각에 잠겨있었고 갑자기 창밖에서 스쳐 지나간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차 좀 세워봐요.”“왜요?”성연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진희수가 보광
이에 진희수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청순한 스타일링까지 더해 보기만 해도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심지안은 팔짱을 끼고 빨간 입술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보면 진희수와 심연아 같은 여자도 참 대단했다. 수도꼭지도 아니고 어떻게 툭하면 울음을 터뜨릴 수 있냐는 말이다.성연신은 진희수를 보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위로금으로 3개월 급여 준다고 해.”흠칫 놀란 진희수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대표님,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아닌데 왜 울어?”어제오늘 두 번 만났는데 그녀는 다 울고 있었다.한 번 울면 동정심이라도 유발하지만, 회수가 잦아지면 짜증밖에 더 나지 않겠는가?게다가 직장에서 울고불고하는 여자는 딱 질색이다.“전 보광 중신에 남고 싶어요. 열심히 일할 테니까 제발 자르지 마세요, 네?”진희수가 간곡하게 애원했다.“그쪽 오빠가 성형찬과 손잡고 우리를 고소한다는데 희수 씨를 스파이라고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상황 아닌가요? 그리고 당신 아버지와 성형찬은 한패가 되어 남의 등을 처먹으려고 하잖아요. 이러든 저러든 서로 적대시하는 관계인데, 굳이 희수 씨를 남길 필요가 있을까요?”심지안이 성연신의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조리 있게 분석하며 따졌다.그럴싸한 가정에 반박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그녀를 노려보는 진희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저년이 아까부터 일부러 숨어서 자신이 망신당하는 꼴을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지안 씨, 우리 오빠와 아빠 때문에 업무에 영향 주는 일은 없을 거로 장담할게요.”“정정할게요, 지안 씨가 아니라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세요.”심지안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권고사직 관련 사유는 이미 전달했고, 보상으로 위로금도 주겠다고 했잖아요. 아직 볼 일이 남아서 이 정도로 협의하는 거로 합시다. 그래도 납득이 안 간다면 고소하세요.”다시 말해서 더는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현재 상황에서 볼 때 회사 측은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심지
심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황당한 말투로 물었다.“2억이요?”“네, 맞아요.”“희수 씨가 2억 원의 값어치를 하는 것 같아요?”정녕 생각을 거치고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물론이죠.”진희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심지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유는?”“제가 보광 중신에 입사하지 않으면 성가신 일도 덜 시달릴 거예요. 회사에 기웃거릴 때마다 지안 씨는 위기감을 느낄 테니까.”그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럼 입사해보든가.”심지안은 고개를 숙여 모니터만 바라보고 그녀를 무시했다.“정말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어차피 입사할 수 없는 상황인데 2억까지 주면 괜한 짓 아닌가요? 바보도 이런 바보가 있나요?”심지안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아직 말이 안 끝났어요!”진희수가 되레 발끈하며 외쳤다.“네, 얘기하세요.”“3년 전 성원그룹에 면접하러 간 적이 있는데, 제 의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돈을 챙겨주면서 가보라고 했죠.”심지안이 흠칫하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임시연의 사진을 몇 장 주면서 비슷하게 스타일링해서 면접 보라고 하더라고요.”“그래서요?”“그 사람이 임시연과 한패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죠. 아니면 임시연을 위해 일해주거나.”심지안은 임시연이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진작에 들었지만, 몇 년 전부터 계획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작 성씨 집안에 시집가려고 이렇게 먼 길을 돌아왔단 말인가?어쩌면 또 다른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곰곰이 되씹을수록 소름이 돋았다.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그 사람 어떻게 생겼어요? 이름은 뭐죠?”진희수는 강하게 밀어붙였다.“이름이 뭔지는 몰라요. 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 수 있는데 전제는 2억을 먼저 주는 거죠.”“나한테 거짓말하는지 어떻게 알아요?”“그때 녹음했거든요.”심지안은 넋을 잃고 말았다.“2억이 왜 필요하죠?”진희수의 눈에 별안간 분노와 슬픔이 차올랐다.“집에서 나가
성연신은 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입을 열었다.“아마도 헛소리일 가능성이 커요.”임시연은 사생활이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뒤를 봐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게다가 시골 출신이라서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세력과 접촉할 기회는 드물었다.만약 약간의 낌새라도 있다면 5년 전에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심지안이 발끈하면서 말했다.“그럼 지금 와서 저랑 같이 녹음 파일 확인해요.”“알았어요, 급한 일만 마무리하고 30분 뒤에 도착할게요.”“네.”진희수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왕복하는데 30분 정도 걸릴 것이다.15분 뒤, 진희수는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빠른데요? 집에 가서 가져온 게 아닌가 봐요.”“당연하죠,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집에 둘 리가 있나요?”심지안도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올라와요.”“지안 씨가 내려와요. 공공장소에서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회사 맞은편에 있는 카페 어때요?”“좋아요.”심지안이 흔쾌히 동의한 이유는 그렇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만약 진희수가 꿍꿍이를 꾸민다고 해도 공공장소에서는 불리하기 마련이니까.심지안은 옷걸이에 걸어 놓은 정장 재킷을 챙겨서 회사 로비를 나섰고, 맞은편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진희수를 한눈에 발견했다.진희수가 손을 흔들자 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건너려고 했다.이때, 빨간불임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느닷없이 진희수를 들이받았다.진희수의 몸이 공중으로 붕 날아오르더니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검은색 승용차는 만에 하나라도 숨이 붙어있을까 봐 그런지 아예 그녀를 깔고 지나갔다.심지안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마치 뼈가 우두둑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싶었다.진희수는 기괴하게 뒤틀린 자세로 바닥에 누워 있었고, 온몸에서 시뻘건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눈길은 마침 심지안이 서 있는 방향으로 향했는데, 두 눈에 채 가시지 않은 공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사고 장면은 그야말로 끔찍했다.심지안은 그 자
그 말을 들은 경찰은 창백한 안색의 심지안을 바라보며 동료에게 증거를 수집한 봉투를 가져오라고 했다.휴대폰을 몇 분 동안 만지작거리더니 마침내 심지안과 진희수의 통화 기록과 4천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을 찾았다.“심지안 씨, 저희랑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작성해 주세요.”“제가 한 게 아니에요!”심지안은 절박하게 해명했다.이때, 진성태는 사방에 침을 뱉으며 버럭버럭 호통쳤다.“당신 말고 있을 리가 없어. 어제 우리 희수가 성씨 집안 안주인 자리를 뺏어갈까 봐 질투했던 거잖아!”“그 입 다물어요.”성연신의 싸늘한 눈빛이 진성태를 향했다.진성태는 깜짝 놀라 부르르 떨더니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진용택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끼어들었다.“설마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화를 낸 건 아니죠?”성연신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식어간 심지안의 작은 손을 꼭 잡고 경찰에게 말했다.“변호사한테 연락할게요.”“네.”변호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진용택은 온몸이 바짝 긴장했다.경찰차.심지안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물었다.“나 믿어주는 거예요?”성연신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하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녹음기를 확인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예요.”“네...”녹음기가 있는 한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장학수가 경찰서에 도착하자 오지석도 나타났다.진희수의 교통사고 현장이 관할 구역은 아니라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조언 정도밖에 해 줄 수 없었다.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오지석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며 의자에서 일어섰다.“일단 수사에 협조해서 진술서를 작성해. 내가 가서 녹음기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지 경찰과 얘기해볼게.”이곳에 지인은 별로 없지만 안면이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었다.장학수도 고개를 끄덕였다.“진희수가 다시 찾아왔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는 가능성이 크다는 뜻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성연신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고,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드리웠다.“혹